> 뉴스 > 에디터 > Editor\'s Column
     
다가오는 재앙, 식량위기
[Editor's Letter]
[146호] 2022년 06월 01일 (수) 이용인 yyi@hani.co.kr

이용인 편집장

   
 

코로나19를 거치면서 글로벌 식량공급 체계의 체력이 약해졌다. 수요가 줄고 일자리가 감소했으며 공급망도 흔들렸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힘 빠진 글로벌 식량공급 체계를 그로기(혼미) 상태로 몰아넣었다. 세계적 곡창지대인 우크라이나에서 생산하는 밀과 해바라기유 수출은 거의 중단됐다. 가까스로 고향으로 돌아온 우크라이나인들도 황폐해진 경작지와 녹슨 농기구, 사라진 종자와 죽은 가축들 앞에서 절망한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밀·식용유 등의 가격은 이미 우리 밥상을 위협하고 있다. 국제 밀 가격은 2022년 초보다 50% 안팎 올랐다. 지구 한쪽에선 식료품 가격 상승으로 주름살이 늘고, 다른 쪽에선 영양실조와 기아의 두려움에 떤다. 우크라이나에서 상당량의 밀을 수입하는 예멘, 시리아, 레바논, 수단, 에티오피아, 소말리아에서는 사람들이 하루하루 연명할 식량을 구하느라 비명을 지르고 있다. 배고픈 자의 식량을 덜어 굶어 죽는 사람을 위해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식량위기는 이제 시작이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올해 우크라이나의 파종량과 수확량이 얼마나 될지 알 수 없다. 따라서 2022년 하반기에 주요 곡물 가격이 더욱 요동칠 수 있다. 러시아가 전세계 생산의 15%를 차지하는 비료도 가격이 치솟고 있다. 비료는 제재 대상이 아니지만 러시아가 수출을 제한했고, 러시아 금융시스템에 대한 서구의 제재로 판매도 여의치 않다.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다른 국가의 비료 생산 비용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남미와 아시아의 곡창지대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5월18일 글로벌 식량안보 관련 회의에서 “전쟁이 야기한 곡물과 비료 부족, 기후온난화, 팬데믹으로 인한 공급망 문제가 수천만 명을 식량안보의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며 “영양실조, 대량 기아와 기근이 뒤따를 것이며 이 위기는 수년 동안 지속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쟁이 길어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곡물 공급이 계속 제약받는다면 식량위기에 처할 인구도 더욱 늘어날 것이다. 밥상 물가 급등은 선진국과 중진국의 취약계층을 더욱 옥죄고, 아프리카 아이들을 더욱 굶주리게 하여 천천히 ‘조용한 죽음’으로 내몰 것이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의 지적대로 우크라이나의 식량 생산을 재건하는 것 이외에 단기 해법은 없다. 당장에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농민들이 저장해둔 곡물이라도 수출할 수 있도록 봉쇄한 항구들을 열어야 하고, 러시아와 벨라루스의 비료가 시장에 유통될 수 있도록 국제사회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가올 인도주의적 재앙 앞에서 누구도 면죄부를 받을 수 없을 것이다.
이번호부터 <이코노미 인사이트>에 합류한 이재성 부편집장이 고정칼럼 ‘노벨경제학상 다시 읽기’ 연재를 시작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학창 시절 애독했다는 <선택할 자유>의 저자 밀턴 프리드먼이 첫 순서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2년 6월호

정기구독자는 과거 기사 전체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온라인 회원은 과거 기사 일부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 Economy Insight(http://www.economyinsight.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 기사의견(0)  
 
   * 3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600byte)
   * 욕설이나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운영원칙]
매체소개 구독신청 구독문의기사문의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찾아오시는 길
한겨레신문(주) | 제호 : 이코노미 인사이트 | 등록번호 : 서울 아 01706 | 등록일자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인 : 김현대 | 편집인 : 강대성
발행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효창목길 6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 한겨레 고객센터 1566-9595 | 청소년보호 책임자 : 백기철
Copyright 2010 Hankyoreh.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