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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열 없는 화폐’의 불안한 앞날
[COVER STORY] 암호화폐 전쟁- ③ 비트코인의 미래
[145호] 2022년 05월 01일 (일) 팀 바르츠 economyinsight@hani.co.kr

팀 바르츠 Tim Bartz
미하엘 브레허 Michael Brächer
우베 부제 Uwe Buse
하우케 구스 Hauke Goos
마르틴 헤세 Martin Hesse
마르셀 로젠바흐 Marcel Rosenbach
<슈피겔> 기자

   
▲ 2022년 4월6일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린 ‘비트코인 콘퍼런스 2022’. 행사장 입구 출입문에 비트코인 로고가 부착돼 있다. REUTERS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4월6일 ‘비트코인 콘퍼런스 2022’(세계 최대의 가상자산 행사)가 열렸다. 투자자, 투기꾼 그리고 암호화폐 신도들이 암호화폐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 지난 몇 년 동안 그랬던 것처럼 대거 모여들었다. 낙관주의는 강점으로, 의심은 약점으로 간주하는 미래지향적이고 매우 미국적인 사람들의 모임이다.
2021년 ​​콘퍼런스에서도 강의, 담화, 요트 파티를 위해 약 1만2천 명이 마이애미에 모였다. 마이애미 시장 프랜시스 수아레스는 당시 환영 인사에서 마이애미를 ‘자본의 수도’(The capital of capital)라고 칭했다. 자부심이 가득한 발언이었다.

명사들 몰린 가상자산 이벤트
항상 그렇듯이 행사 주제는 비트코인의 미래, 미국의 미래, 인류의 미래였다. 일종의 자기 확신이라고 할 수 있을 이벤트의 분위기는 활기차면서도 엄숙했다. 이 행사는 유튜브에서 볼 수 있다. 주최 쪽은 무대 뒤에 거대한 플래카드를 걸었다. 야자수와 그 아래에 해변이 그려져 있다. 펼침막 한가운데는 모래에 꽂힌 거대한 비트코인 모형이 보였다. 교회라면 십자가가 걸려 있을 지점이다.
연사 명단에는 2021년 말 12만4천 개 이상의 비트코인을 보유했던 마이크로스트래티지(MicroStrategy)의 최고경영자(CEO) 마이클 세일러, 전 권투선수 플로이드 메이웨더, 콘퍼런스 개최 당시 트위터의 최고경영자 잭 도시, 전 미국 대통령 후보 론 폴 미 하원의원, 비트코인 투자자 팀 드레이퍼의 이름이 올라 있었다. 페이스북이 도대체 누구의 아이디어였는지를 두고 한때 마크 저커버그와 논쟁했던 윙클보스(Winklevoss) 쌍둥이 형제 타일러와 캐머런도 있었다. 두 사람은 2008년 저커버그가 그들에게 지급한 돈의 일부를 2013년 비트코인에 투자했다. 당시 비트코인 한 개의 가격은 120달러였다.
연사 명단에는 없었지만 어디에서나 그의 존재를 느낄 수 있는 일론 머스크도 있다. 테슬라 창업자인 머스크는 트윗으로 비트코인의 거래 가격을 순식간에 치솟게 했다가 곧바로 깊이 떨어뜨린 일로 유명하다. 흰색 양복을 입고 무대에 오른 영화제작자이자 블로거이며 비트코인 선구자인 막스 케이저는 “우린 안 팔아! 빌어먹을 일론!(Fuck Elon!)”이라고 외쳤다.
비트코인이 금융시스템에 이성을 되찾아준다고 말한 마이클 세일러도 있다. 그는 “(비트코인은) 인류에게 자유와 재산권을 돌려준다. 비트코인이 80억 인구의 희망”이라고 말했다. 참가자들의 동의가 잇따랐다. (2021년 행사에서) 타일러 윙클보스는 “비트코인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최고의 보호”라고 말했다. 그의 형제 캐머런은 인플레이션을 부추기는 가장 큰 요인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라고 외쳤다. 그는 일어나서 미 연준 건물과 “기계(지배집단)에 대한 분노”(Rage against the machine)라는 구호가 인쇄된 자신의 티셔츠를 가리켰다.
기성제도에 대한 분노는 모든 암호화폐 운동에서 강력한 행동 요인이다. 기성제도는 주어진 임무에 실패하고 국민의 신뢰를 배신한 중앙은행과 금융감독기관, 그리고 정부다. 모든 암호화폐의 가격 차트는 언제나 시민들이 현재 국가 행동의 합리성을 얼마나 적게(또는 많이) 신뢰하는지를 보여주는 일종의 ‘열 곡선’(Fever Curve)이다.
행사는 거의 예배 같았다. 선교의 열정, 출발 직전의 설레는 분위기, 구원에 대한 기대 등 모든 것이 다 있었다. 비트코인은 원래 지급수단으로 설계됐지만, 대부분의 추종자는 이를 투기 대상으로 본다. 비트코인의 총수는 2100만 개가 될 것이다. 나카모토가 상한선을 정했다. 상한선에 가까워질수록 채굴은 더욱 복잡해진다. 바로 이 희소성이 가격을 상승시키는 요인이다. 대부분의 구매자는 그들이 희망하는 급격한 가격 상승 뒤 달러, 유로화 또는 위안화로 교환하기 위해 비트코인을 산다.
“자유 더하기 신뢰가 곧 비트코인”이라고 한 연사는 말했다. 그렇다면 이들의 목표 가격은 얼마일까? 50만달러, 어쩌면 100만달러, 앞으로 3~4년 이내에 이루어질 것이다. 이런 발언에 자유의 여신상과 케네디의 달 연설을 콜라주한 사진이 배경으로 비쳤다. 타일러 윙클보스는 즐겁게 외쳤다. “아직 극초창기다.”
유럽에서는 2022년 3월에 비트코인의 미래가 거의 끝날 뻔했다. 코인 지지자들의 시각으로 보면 사실상 거래 금지나 마찬가지인 법률 초안이 유럽 의회에서 심사 중이었다. 관련 법 제도를 마련하고 ‘암호화폐 서비스’에서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려는 법안이었다. 그러나 녹색당, 좌파당, 사회민주당은 생태적으로 지속가능한 메커니즘에 기반을 두지 않는 모든 암호화폐 서비스를 금지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특히 엄청난 에너지를 소비하는 비트코인 ​​블록체인의 작동, ‘작업증명’(Proof of work)이란 이름의 프로세스가 표적이었다. 결국 경제통화위원회 의원들은 이 구절이 없는 대안을 선택했다.
독일의 국가도약혁신기구 창립 이사 라파엘 라구나 델라베라는 “기술 금지는 좋은 생각이 아니다. 유럽이 신기술을 금지하면 우리는 이후 연구개발에서도 차단된다. 인재와 최고의 두뇌, 그리고 스타트업이 빠져나갈 것이고 새롭고 더 좋은 응용기술이 다른 곳에서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와 금융규제기관이 그렇게 오랫동안 암호화폐 업계의 무분별한 행동을 수수방관하며 지켜보기만 한 것은 디지털화폐 역사에서 놀라운 현상 중 하나다. 엄격하게 규제되는 영역 중 하나인 화폐시장에서 ‘글로벌 그림자 시장’이 대부분 규제되지 않은 채 10년 넘게 자리를 잡았다. 2021년 여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이 경탄에 가까운 어투로 “와일드 웨스트”(Wild West·서부시대) 같다고 말했다. 2022년 1월에야 그는 암호화폐 문제를 다루는 선임 보좌관을 위촉했다.
비트코인과 암호화폐를 새로운 기술로 이해하면 이들의 방관을 이해할 수 있다. 페이스북, 애플, 구글처럼 지금은 세계시장을 지배하는 정보기술(IT) 기업도 그와 비슷했다. 정치적 규제에 대한 요구는 규제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게 된 후에야 나타났다. 상황이 다시 반복되는 것 같다. 7년 전에는 약 300만 명이 비트코인을 사용했지만, 오늘날에는 이용자가 8100만 명을 넘어섰다. 현재 1만8천 종류 이상의 암호화폐를 3억 명 이상이 사용하고 그 수는 매일 증가하고 있다. 비트코인 추종자의 시각에서 보면 이를 규제하는 효과적인 국가법도 존재할 수 없고, 그들의 ‘검열 없는’ 화폐에 대한 금지도 애초부터 불가능하다. 특수 저장 매체에 보관된 비트코인(온라인 지갑이 아니라)은 압류하거나 압수할 수 없는 유일한 자산이라고 지지자들은 믿는다.
그러나 현실은 간단하지 않다. 2021년 중국에서 그랬던 것처럼 국가는 자국 영토 내에서 암호화폐의 채굴과 거래를 금지할 수 있다. 미 의회도서관의 보고서에 따르면, 9개국이 암호화폐 거래를 전면 금지했다. 42개국은 최소한으로 거래를 제한했다. 반면 엘살바도르는 2021년 9월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을 공식 화폐로 채택했다.

   
▲ 42개국이 암호화폐 거래를 제한한 데 반해, 엘살바도르는 2021년 9월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을 공식 화폐로 채택했다. 2021년 11월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이 비트코인의 미래에 관해 희망 섞인 연설을 하고 있다. REUTERS

어떤 돈을 신뢰하느냐가 핵심
사설 거래소도 암호화폐 세계의 약점이다. 회사들은 소재지 법률의 제약을 받고, 그들의 서비스 없이 코인을 유로화나 달러로 다시 바꾸는 것이 힘들다. 이 부분에서 어쨌든 정부는 규제를 채택했다. 사실상 모든 주요 거래소는 고객에게 은행 계좌를 개설할 때와 유사한 신원 증명을 요구하고 있다.
이전까지 새로 돈을 만들어내는 일에 독점권을 가졌던 이들, 각국 중앙은행의 화폐 지킴이들이 암호화폐를 특히 비판적으로 지켜본다. 아구스틴 카르스텐스는 이 분야를 잘 안다. 그는 사람들이 화폐에 대한 신뢰를 잃으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경험했다. 경제학자인 카르스텐스는 모국인 멕시코가 ‘테킬라 위기’로 혼란에 빠졌을 당시 멕시코 중앙은행에서 일했다. 정치적 실수와 여러 불행한 상황이 뒤섞여 1994년 말 이 나라에선 대규모 자본 도피가 발생했다. 멕시코 은행이 페소를 달러에 묶어놓는 고정환율제를 포기하자 국가 통화의 가치가 수직으로 하락했다. 결국 사람들이 어떤 종류의 돈을 신뢰하느냐가 핵심이라고 카르스텐스는 말했다.
카르스텐스는 현재 스위스 바젤에 있는 국제결제은행(BIS)의 사무총장이다. 세계의 중앙은행을 대표하는, 일종의 업계 대표라고 할 수 있다. 그 때문에, 그리고 1994년의 경험 때문에 그는 암호화폐가 필요하지 않다고 본다. 암호화폐는 변동이 심하기 때문에 가치를 보존하는 데 적합하지 않고, 받아주는 곳이 거의 없기 때문에 적절한 교환 매체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비트코인은 “투기와 랜섬웨어 공격자들이 요구하는 금액을 지급”하는 데만 유용하다고 카르스텐스는 강조했다. 암호화폐의 운명은 미국 정부의 결정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2022년 3월 초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강력한 암호화폐 금지 조처를 하지 않을 것을 암시했다. 직후 비트코인 가격이 8% 상승했다.
모두가 알다시피 아름답고 새로운 암호화폐의 세계에도 더러운 문제가 있다. 그들의 파괴적인 탄소발자국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연구원들의 추정에 따르면 다른 암호화폐를 전부 제외하고 비트코인 ​​네트워크만 계산해도 연간 전력 소비량이 노르웨이나 우크라이나의 전체 소비량보다 많다. 동료들과 함께 비트코인의 에너지 소비량을 측정하려는 케임브리지대학 연구원 미셸 록스는 “전력 소비는 비트코인의 실존적 문제가 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전력이 그렇게 많이 필요한 이유는 조작에서 비트코인 네트워크를 보호하려면 복잡한 계산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작업증명은 비트코인 ​​채굴자가 복잡한 산술 문제를 풀 때 경쟁하게 하는 개념을 뜻한다. 수학 퍼즐을 푸는 사람은 새로운 비트코인으로 보상받는다. 집중된 연산능력은 비트코인 ​​네트워크가 공격자에게 쉽게 해킹되지 않도록 보호하지만 동시에 대량의 에너지도 소모한다. 록스 연구원은 “비트코인 가격이 올라갈수록 채굴 유인이 강해지고, 그에 따라 전기 수요도 늘어난다”며 비트코인 채굴에 이용되는 에너지의 약 39%가 재생 가능한 자원에서 나온다는 연구 결과를 언급했다. 그러나 이는 동시에 대부분의 비트코인이 화석연료로 채굴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에너지 대량소비는 여전히 난점
에너지 대량소비 문제는 피할 수도 있다. 사용자가 연산능력을 다투는 대신 자신의 지분을 담보로 예치하는 이른바 ‘지분증명 방식’(Proof-of-Stake-Methode)으로 대체할 수 있다. 이더리움은 2022년 안에 이 새로운 절차를 도입할 예정이다. 하지만 록스 연구원은 비트코인의 경우 (절차를) 전환할 가능성이 적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암호화폐 신도들은 기후온난화에 그리 신경 쓰지 않는다. 그들은 세계은행 시스템과 금 채굴이 훨씬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했다고 주장한다.

ⓒ Der Spiegel 2022년 제13호
Im Schleudergang
번역 황수경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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