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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침공, 투기에 기름 부어
[집중기획] 집글로벌 원자재 대란 ① 현황과 배경
[145호] 2022년 05월 01일 (일) 뤄궈핑 economyinsight@hani.co.kr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원유와 석유제품 가격이 폭등해 세계가 고물가로 신음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경제회복과 공급망 부족이 부른 세계적 인플레이션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자원·곡물 대국인 이들 나라의 전쟁에 국제사회 제재, 투기까지 맞물려 원자재 가격이 요동친다. 2021년 초부터 거론됐던 원자재 슈퍼사이클(석유·가스·금속·곡물 등의 가격이 10년 동안 상승)에 대한 우려도 커진다. 세계경제를 덮친 글로벌 원자재 대란을 들여다본다. _편집자

뤄궈핑 羅國平 루위퉁 盧羽桐 자오쉬안 趙煊 웨웨 岳躍
선신웨 沈欣悅 탄민 覃敏 왕스위 王石玉 쑨옌란 孫嫣然
<차이신주간> 기자

   
▲ 2022년 4월10일 우크라이나의 친러시아 반군이 이번 전쟁의 최대 요충지인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 점령을 위해 탱크를 몰고 진군하고 있다. REUTERS

일주일 가까이 미친 듯이 오른 에너지, 비철금속, 귀금속, 농산물 등 원자재 선물시장이 2022년 3월9일 하락세로 돌아섰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3주째로 접어든 시기였다. 특히 상승세를 이끌던 원유 선물가격이 크게 하락했다.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이 12.1% 내린 배럴당 108.70달러, 북해산 브렌트유는 13.2% 내린 배럴당 111.14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이틀 전까지만 해도 배럴당 130달러와 139달러까지 치솟았다. 브렌트유는 2008년 7월 최고치였던 배럴당 147달러에 근접했었다.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특별군사행동’(침공)을 감행했지만, 속전속결 작전이 성공하지 못했고 점차 교착상태에 빠졌다. 관망하는 분위기에서 소폭 상승하던 국제 원자재 시장이 3월1일부터 한꺼번에 폭발했다.

전쟁의 충격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에서 벌어진 최대 규모의 이번 전쟁은 향후 국제 정세 변화에 우려를 낳았다. 지정학적 위기는 자본시장의 리스크 프리미엄으로 반영됐다. 역사상 보기 드문 원자재 시장의 광란을 촉발했다. 서구 각국이 러시아에 강도 높은 제재를 선언하자 석유와 천연가스, 알루미늄, 니켈, 밀 등 러시아의 강점이던 자원으로 자금이 유입됐다. 시장의 공포와 투기 심리가 다른 에너지와 금속, 농산물 등 모든 원자재 시장으로 번졌다.
러시아는 세계 3위의 석유 생산국이자 최대 수출국이며 사우디아라비아 다음의 원유 수출국이다. 천연가스 생산량도 미국에 이어 2위다. 러시아 석유 수출의 60%, 천연가스 수출의 80%가 유럽으로 간다. 러시아는 유럽의 ‘에너지 창고’다. 유럽은 필요한 석유와 천연가스의 30~40%를 러시아에 의존한다. 러시아는 세계 3위의 알루미늄 제련업체와 세계 최대 니켈 생산업체를 갖고 있다. 그 예로 선물시장에서 거래하는 전해 니켈은 2021년 러시아 니켈업체 한 곳이 세계 생산량의 15%를 생산했다.
전쟁이 발발하자 시장은 당황했다. 러시아의 자원 수출이 금지되면 어떤 영향이 생길까? 세계는 대체 공급원을 찾을 수 있을까? 원자재 시장이 물량을 확보해 수급 안정을 회복하려면 얼마나 걸릴까? 비관적 또는 부정적 답이 대부분이었다.
가장 극단적인 상황은 영국 런던 현지 시각으로 3월7일에 벌어졌다. 주인공은 최근 수요가 급증한 전기자동차 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니켈이다. 런던금속거래소(LME)의 니켈 선물가격이 역사에 기록될 만큼 크게 요동쳤다. 전날 톤(t)당 3만달러 미만이던 니켈 가격이 5만달러를 넘어 76% 상승했다. 7일 야간 거래에서는 1시간 남짓 동안 니켈 선물가격이 t당 6만, 7만, 8만, 9만을 거쳐 10만달러를 돌파했다. 이틀이 채 되지 않아 상승폭이 250%에 이르렀다. 기본적인 수급 상황과 완전히 동떨어진 현상이었다.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200년 넘는 역사를 가진 런던금속거래소가 처음으로 니켈 거래를 중단시켰다. 현지 시각 3월8일 새벽 0시 이후로 장외거래를 취소했다. 니켈 선물계약의 개시증거금을 2배로 올리는 등 조치를 추가했다. 거래소는 “전쟁의 영향으로 원자재 시장에서 자금조달 압박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거래소가 이례적으로 감독 조치를 강화하자 시장의 투기 심리가 가라앉았다. 다른 상품의 가격도 하락세로 돌아섰다.
시장은 전쟁 소식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3월7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종전을 위해 러시아와 타협할 수 있다며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9일 밤에는 미국 주재 아랍에미리트(UAE) 대사가 석유수출국기구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오펙플러스(OPEC+)에 증산을 요청할 것이라며 “에너지 시장의 안정은 세계경제에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소식이 전해지자 원유 가격이 하락하고, 서구 주식시장이 일제히 반등했다. 시장의 위험회피 수요가 진정됐다. 국제 금 가격이 온스당 2천달러 수준으로 떨어지고, 뉴욕상품거래소(COMEX) 금 선물의 가격 상승세가 멈췄다.
고위험 요소인 전쟁이 일어나고 국제관계가 복잡해지자 시장은 극도로 신경이 예민해졌다. 원자재 선물거래에서 자본의 게임은 수요와 공급이 받은 충격을 뛰어넘어 상품 가격이 통제력을 잃도록 만들었다. 원유는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다. 주미 UAE 대사의 발언 몇 시간 뒤 수하일 알 마즈로이 UAE 에너지장관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오펙플러스의 현행 월별 생산량 조정 계획을 준수할 것”이라며 증산에 회의적 태도를 보이자 원유 가격이 다시 상승했다.
시장 변동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왕샤오 궈타이쥔안(國泰君安)증권 산업서비스연구소 소장비서는 “공급부족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수요 쪽의 부정적 피드백이 명확해져 이번 상승세를 억제하더라도 조만간 다시 반복될 것”이라면서도 “일방적으로 계속 상승할 가능성은 적다”고 말했다. 브렌트유 선물의 미결제약정이 줄고, 유동성 부족 현상이 나타난 것이 중요한 지표다.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변동폭이 10% 안팎으로 벌어질 가능성이 커진다는 의미다.
원자재 가격 변동과 전쟁의 배후에는 지정학적 요인이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지금처럼 에너지를 문제 삼은 적은 없었다. 에너지를 전략적 카드로 삼지 않았다.” 후춘춘 상하이외국어대 유럽연구책임자는 “심지어 냉전 시기에도 옛소련이 유럽에 에너지 공급을 중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냉전이 종식된 뒤 러시아와 유럽은 에너지 분야의 이익을 밀접하게 연계해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었다. 에너지 교역이 긴장 완화의 경로가 돼 안보정책 분야의 긴장 상승을 견제하게 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천연가스 수송관이 지나는 길목에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지난 20년 동안 2006년, 2009년, 2014년 천연가스 가격과 가스관 사용료, 채무 문제를 둘러싸고 충돌해 유럽에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유럽과 러시아 사이의 직접적인 에너지 제재는 없었다. 지금은 에너지가 협상 테이블에 올라왔다. 에너지 수급 구도의 변동에 따른 도미노효과는 국제 정치와 경제에 어떤 영향을 가져올까?
원자재 시장 파동의 배후에는 자본의 제로섬게임이 있었다. 원자재 분야 시장조사업체 진롄촹(金聯創)의 시자루이 수석 애널리스트는 “원유 선물시장에서 2월 말부터 3주 연속 자금이 빠져나갔고 전체 미결제약정이 줄었다”며 “일부 자금이 국제 금 시장으로 옮겨 갔다”고 말했다. 전쟁으로 원자재 시장의 자금이 매수포지션으로 몰리고, 순매수포지션과 콜옵션 비중이 늘어났다. 그는 “투기자금의 힘이 유가를 끌어올렸다”고 말했다. 진롄촹 통계를 보면 3월1일부터 WTI 선물가격이 3주 동안 감소했다. 매도포지션이 5주 연속 줄었고, 매수와 순매수 포지션은 반등하기 시작했다.

   
▲ 러시아 최대 민영 에너지기업인 루크오일이 운영하는 발트해 해상유전 원유 채굴 시설. 러시아는 세계 3위의 석유 생산국이자 최대 수출국이다. REUTERS

리스크 프리미엄 상승
다른 원자재 상품 거래는 크게 늘었다. 2월 이후 시카고금속거래소(CME)의 미결제약정이 약 600만 건 늘었다. 이는 신규 매수와 매도포지션의 진입을 의미한다. 3월 들어 CME 비철금속 거래량이 80% 이상 늘었다. LME에서는 구리 계약 건수가 2월 약 12만 건에서 3월8일 21만 건으로, 같은 기간 알루미늄은 22만 건에서 46만 건으로 늘었다.
2월24일부터 일주일 동안 미국 상장지수펀드(ETF)에 자금이 유입됐다. 미국 주식형과 채권형 상품에서 두드러졌고, 금과 원자재 ETF에도 유입이 늘었다. 덩후 선완훙위안(申萬宏源)증권 애널리스트는 “주요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품 외에 금 등 귀금속과 농산물 상품의 자금 유입이 눈에 띄게 늘었다”며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시장심리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전쟁이 계속돼 기업은 섣불리 움직이지 못한다. 중국 정유업체 선물거래담당자는 “유가가 수요와 공급 등 펀더멘털에서 동떨어져 어떤 연구나 예측도 할 수 없다”며 “시세 통제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 기업은 신중할 수밖에 없고 우리 회사도 포지션을 최대한 줄였다”고 밝혔다. 선물 담당부서 관계자도 “상품 인도가 가까운 선물계약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일부 결제월에 이상 시세가 나타날 수 있고 증거금도 높다”고 말했다.
중국 상하이선물거래소는 3월4일과 8일 두 차례에 걸쳐 원유선물계약 증거금을 10%에서 15%로 올렸다. 정저우상품거래소는 한 달에 10여 차례 유채박(유채의 착유 중에 생산된 부산물)과 발전용 석탄, 밀의 증거금 비율·수수료의 인상 가능성을 공지했다. 시장규제가 늘자 중국 선물시장 계약 건수는 2022년 1월의 4억1800만 건에서 2월 4억200만 건으로 줄었다. 대형 선물회사 관계자는 “거래소가 수수료와 증거금을 올려 투기를 억제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바람이 풀잎에 스치기만 해도 흔들리듯이 큰 파동을 가져올 수 있다.” 팡정중치선물(方正中期期貨)연구원의 쑤이샤오잉 수석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국제원유 재고가 낮은 수준을 유지했고 △3~4년 원유·천연가스 투자가 2014년 이전보다 눈에 띄게 줄었고 △원유 탐사 유휴시설이 많지 않고 △오펙플러스의 공급 증가가 예상보다 저조하고 △미국의 셰일오일 증산 속도가 느린 상황에서 석유 수요가 회복세를 보이자 원유 가격이 급등했다.

   
▲ 2022년 2월16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산유국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국제유가 전망 등을 논의하는 제12차 국제에너지기구(IEA)·국제에너지포럼(IEF)·석유수출국기구(OPEC) 심포지엄이 열렸다. REUTERS

가격 왜곡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긴장이 조성되고 물류 운송이 원활하지 않자 결제일을 앞둔 투자자가 실물을 확보하지 못하는 문제가 생겼다. 예를 들어 선물시장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러시아산 니켈의 매도포지션 투자자는 인도할 상품을 구하지 못해 강제청산됐다. 시장에서는 LME 니켈의 매수와 매도포지션의 교전을 ‘미친 니켈 사건’이라고 부른다.
중화에너지(中化能源, Sinochem) 수석 이코노미스트 왕하이빈은 “트레이더가 원자재 시장을 볼 때 먼저 펀더멘털(공급·수요·재고 상황)을 보고, 그다음으로 금융과 지정학적 요인을 본다”며 “여기에서 금융은 자본시장과 통화시장(달러)”이라고 말했다. “지금은 모든 상품의 펀더멘털이 비정상적이다. 지정학적 리스크 프리미엄이 지나치게 높아 투기자본에 교란당할 위험이 크다.”
서젠웨 이더선물(一德期貨) 총경리비서는 “정상적 상황에서 국제 원유시장이 감당할 수 있는 원유 수급 부족분은 약 200만 배럴”이라며 “이 범위를 벗어나면 가격이 왜곡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구 국가와 기업의 제재로 러시아 원유 수출이 하루 평균 150만~200만 배럴 줄었다. 그런데 시장에서는 300만~400만 배럴이 줄어든 것처럼 가격이 올랐다.”
“지금 가격에는 거품이 많다. 시장 심리로 프리미엄이 생겼다.” 원자재 분야 시장조사업체 줘촹쯔쉰(卓創咨詢)의 중젠 부사장은 현재 원유시장의 지정학적 프리미엄을 배럴당 30달러로 추산했다. 3월9일 브렌트유의 최고가는 배럴당 130달러, 최저가는 105.6달러로 하루 사이에 13% 하락했다. “폭락은 예상된 일이었다. 매수포지션을 경쟁적으로 청산한 것이다.” 왕샤오는 “폭등과 폭락 때마다 특정 사건이 있었다”며 “유가에 과도한 리스크 프리미엄이 생겼다”고 말했다.
중젠은 “선물시장에서는 앞으로 유가가 오를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결제월이 멀수록 가격이 낮은 것이 근거다. 3월10일 저녁 9시를 기준으로 WTI 2022년 4월물이 배럴당 113달러, 12월물이 89달러로 양쪽의 가격차가 24달러에 이르렀다. 이런 ‘백워데이션’(Backwadation)은 역대 최고 수준이다. 서젠웨는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유동성에 문제가 생겼고, LME 니켈 가격이 요동친 것과 같은 사건이 발생했다”며 “채무불이행 위기를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석유화학업체 관계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영토분쟁과 안보 문제 등 복잡한 갈등과 유구한 역사적 배경이 있다”고 지적했다. 전쟁을 멈추고 협상을 진행해도 해결이 어렵다는 의미다. 유럽 지역 안보를 둘러싼 갈등의 해결은 장기적 과정이다. 지정학적 프리미엄은 지속할 것이고, 그 영향을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렵다. 원자재 시장에 예측 불가의 내재적 변동 요인은 계속 존재할 것이다.

ⓒ 財新週刊 2022년 제10호
大宗商品狂瀾
번역 유인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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