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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군사위협 현실화, 프·독 ‘강한 유럽’ 쌍끌이
[ISSUE] 유럽연합 군비증강 가속화
[145호] 2022년 05월 01일 (일) 세드리크 발레 economyinsight@hani.co.kr

유럽 대륙의 오랜 평화를 깨고 전쟁이 일어나자 유럽연합(EU) 27개국이 빠른 대응에 나섰다. 방위 정책이 유럽연합 핵심 의제로 떠올랐다.

세드리크 발레 Cédric Vallet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 2022년 4월11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전투대비평가훈련 ‘플래시 22’가 북마케도니아 군사기지에서 열렸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나토의 집단방위 동맹이 강화되고 있다. REUTERS

“코로나19 충격 이후 유럽은 변했다. 이번 전쟁의 충격으로 유럽은 더 빠르고 더 강하게 바뀔 것이다.” 2022년 3월10~11일 프랑스 베르사유에서 열린 유럽연합 특별 정상회담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이 자리에서 유럽연합 정상들은 유럽의 전략적 자립에 관한 비전을 논의했다. 핵심 의제는 단연 방위였다. 자크들로르연구소(Jacques Delors Institute)의 세바스티앵 마야르 소장은 “핵무기를 가진 나라가 바로 옆에서 곧장 위협을 가하는 것을 본 유럽연합이 스스로에 대한 시각을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2022년 2월 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유럽연합은 발 빠르게 대응했다. 2021년 마련한 ‘유럽평화기금’ 가운데 5억유로(약 6750억원)를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에 사용하기로 했다. 유럽연합이 전쟁 지역에 무기를 제공하는 것은 유럽연합 창설 이후 처음이다. 유럽평화기금은 애초 분쟁 예방을 목적으로 2021년 3월 만든 예산이다. 지금까지는 아프리카에서 군사훈련작전 재원으로 주로 쓰였다. 직접적인 무기 지원에 이 돈이 쓰인다는 것은 몇 주 전만 해도 생각할 수 없는 일이었다.
벨기에 대학인 유럽칼리지(College of Europe)의 올리비에 코스타 연구부장은 말했다. “정치적 해결 단계가 사라졌다. 이번 전쟁으로 유럽연합은 곧장 군비증강에 나섰다. 유럽연합이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독사(doxa·근거가 박약한 의견)가 무너지는 셈이다.” 세바스티앵 마야르 소장은 상황을 조금 다르게 분석한다. “마크롱 대통령이 국력과 주권에 관한 담론으로 유럽 내부의 인식 변화를 주도해온 측면이 있다. 그리고 독일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최근 독일은 방위 전략을 완전히 바꿨다.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제공하는 데 동의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은 외국에 살상무기 제공을 꾸준히 반대해왔다. 다음으로 2022년 국가예산에서 1천억유로(약 133조원)를 군비에 투입하기로 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동맹국들이 정한 방위비 지출 목표인 국내총생산(GDP)의 2%까지 끌어올리는 셈이다.

연방으로 전환?
베르사유 정상회담에서 27개국 정상은 “유럽연합 군사력 증강에 과감히 투자”하기로 약속했다. 유럽연합이 방위를 위해 연방을 창설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방위 관련 의제는 대표적인 ‘정부 간’ 협의 영역이다. 어떤 결정도 만장일치 없이 이뤄지지 않는다. 57억유로 규모의 유럽평화기금 역시 유럽연합 예산이 아니라 회원국이 갹출해 마련한 재정이다.
에그몽연구소(Egmont Institute)의 스벤 비스코는 “회원국의 단순한 협력이 아닌 통합이 지금의 목표”라고 말했다. “유럽연합 체제를 바꾸는 모멘텀(동력)이 작동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군사시설과 군사교리를 통일하거나, 회원국의 개별 사단을 유럽 군대로 영구적으로 통합하는 안, 유럽 차원의 전투드론 사령부를 창설하는 안 등이 논의되고 있다.”
유럽연합 공동 안보·방위 정책은 1999년 만들어진 이후 더디게 발전했다. 발트해 국가와 중·동부 유럽 국가는 나토에 크게 의존한다. 세계 최강인 미국이 안보를 보장해주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으로 지금까지 유럽연합 통합이 더 어려워진 측면이 있다.
유럽연합에 독자적 방위체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2004년 출범한 유럽방위청(EDA)은 역외 지역에서 민사활동 임무와 군사작전을 30차례 수행했다. 문제는 유럽 방위체계가 성숙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2016년 이후 유럽연합 차원의 방위가 핵심 과제로 떠올랐지만 여전히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2017년에는 25개 회원국이 ‘항구적 협력체제’(PESCO)를 만들어 군사지출을 늘리고 공동계획에 따라 행동을 조정하기로 약속했다. 그뿐 아니라 2021~2027년 유럽연합 다개년재정계획에 따라 방위산업 연구개발을 위해 79억유로 규모의 유럽방위기금(EDF)을 조성했다.

나토의 귀환
마야르 소장은 지난 몇 주간의 상황을 “나토의 귀환”으로 요약할 수 있다고 말한다. 나토는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재임하는 동안 존립 위기를 겪었다. 그런 나토에 스웨덴과 핀란드가 가입 가능성을 내비쳤다. 벨기에 브뤼셀 자유대학교 국제정치 연구개발소의 연구원인 쥘리앵 포마레드는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난 지 며칠 만에 한쪽에서는 유럽연합이 경제제재를 시작했고, 다른 한쪽에서는 나토가 집단방위 동맹을 강화했다. 나토가 유럽의 주요 방위체제로 다시 떠오른 것이다.”
유럽연합 회원국이 러시아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동시에 오랜 갈등이 다시 슬며시 고개를 들고 있다. 유럽 공동채권을 발행해 에너지와 방위산업에 투자하자는 프랑스의 제안에 네덜란드를 비롯한 몇몇 ‘검소한’ 나라가 싫은 기색을 보인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22년 4월호(제422호)
Un accélérateur de la défense européenne
번역 최혜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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