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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가스 나라, 남부 아프리카 교두보 기대
[세계는 지금] 모잠비크
[145호] 2022년 05월 01일 (일) 문진욱 jw2003@kotra.or.kr

문진욱 KOTRA 마푸투무역관장

   
▲ 모잠비크 수도 마푸투에 ‘김일성대로’ 표지판이 보인다. 모잠비크는 1975년 독립한 직후부터 1989년까지 공산주의 노선을 택해 ‘레닌’ ‘마오쩌둥’ 등 공산권 지도자들의 이름을 딴 도로가 많다. 1977년부터 1992년까지 10년 넘게 내전을 치러 아직도 세계 최빈국 중 하나다. 문진욱 제공

아프리카 동남부에 있는 모잠비크는 남쪽 남아프리카공화국부터 북쪽 탄자니아까지 6개 나라와 국경을 접한다. 인구는 3100만 명이며, 국토 면적은 80만㎢로 남한의 8배에 이른다. 2500㎞가 넘는, 인도양과 접한 해안선 너머엔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섬나라인 마다가스카르가 있다. 이런 설명에도 왠지 모잠비크는 남아공, 나이지리아, 케냐 같은 나라에 견줘 여전히 낯설다. 그런데 2021년 모잠비크가 아프리카 국가 가운데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국으로 등극했다. 2000년대 중반부터 탐사된 천연가스전 개발 때문이다.

축구 영웅 에우제비우의 탄생지
한국에서 ‘모잠비크’ 하면 당장 떠오르는 바가 적다. 축구를 좋아하는 팬이라면 1966년 영국 월드컵에서 북한을 상대로 4골을 몰아 넣은 포르투갈의 축구 영웅 에우제비우를 기억할 수도 있다. 그가 태어난 나라는 포르투갈이 아닌 모잠비크다. 에우제비우가 선수 생활을 할 때만 해도 모잠비크는 포르투갈 통치를 받고 있었다. 그래서 포르투갈 대표팀에서 뛴 것이다. 사격에 관심 있다면 ‘모잠비크 드릴’이라고 부르는 권총 사격술을 떠올릴 수도 있다. 이런 설명에도 ‘모잠비크’ 하면 당장 떠오르는 대표적 이미지가 다른 나라에 비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모잠비크에서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수도 마푸투에 ‘김일성대로’가 있어 북한을 더 잘 떠올릴지도 모른다. 모잠비크는 1975년 독립한 직후부터 1989년까지 공산주의 노선을 택했다. 그래서 주요 도로에 ‘레닌’ ‘마오쩌둥’ 등 주요 공산권 지도자들의 이름을 따왔다. 이 중 북한에서도 이름 하나를 가져온 것이다. 과거엔 한국보다 북한과 더 교류가 많았다. 지금도 현지 관공서에서 ‘꼬레이아’(Coréia·포르투갈어로 한국)라고 말하면 ‘노르뜨’(Norte·북)인지 ‘술’(Sul·남)인지 물어볼 정도다. 참고로 모잠비크 국기엔 과거 공산권의 상징적 무기인 AK-47 소총도 그려져 있다.
1975년 독립 당시만 하더라도 모잠비크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 가운데 여덟 번째 규모의 제조업 기반을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1977년부터 1992년까지 10년 넘게 지속한 내전으로 이런 인프라는 모두 파괴되고 만다. 2021년까지도 제조업 비중은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약 8%에 불과하다. 내전이 끝난 지 30년이 다 된 2021년에도 모잠비크 국가 GDP는 158억달러, 1인당 연간 GDP가 500달러 수준이다. 그래서 모잠비크는 아직 세계 최빈국 중 하나로 분류된다.
이런 모잠비크가 중진국으로 성장하는 히든카드를 갖게 됐다. 2000년대 중반 북동부에서 탐사된 대규모 광구에서 본격적인 천연가스 생산을 앞두고 있다. 북동부 광구에서 확인된 매장량만 전세계가 16년가량 소비할 수 있는 막대한 양이다. 현재까지 가스 개발에 투자한 금액만 500억달러가 넘는다. 그동안 모잠비크에선 석유 등이 탐사되지 않아 아프리카 서부의 나이지리아, 앙골라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다. 이제는 천연가스로 인해 세계 각국의 러브콜을 받는 귀한 몸이 됐다. 세계 최대 천연가스 수출국 중 하나인 러시아에 서방이 계속 제재한다면 모잠비크 천연가스의 가치는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2022년은 한국과 모잠비크의 수교 30주년이 되는 해다. 그런데 1993년 수교 뒤 20년이 지난 2013년 10월에야 마침내 한국 공관이 모잠비크에 개설됐다. 수교 직후 모잠비크는 내전이 막 끝나 어수선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양국 교류는 상주공관과 함께 코트라 무역관, 수출입은행 등이 진출하면서 본격화했다.
양국 간 수출입 현황을 보면 이 추세가 바로 나타난다. 모잠비크에서 내전이 끝난 직후인 1993년부터 2012년까지 우리나라의 모잠비크 연평균 수출은 1600만달러, 수입은 600만달러 수준에 불과했다. 그렇지만 공관 개설 이후 2013년에서 2020년까지 연평균 수출은 7천만달러로 4배 이상 증가했다. 한국이 모잠비크에서 수입한 금액도 8천만달러로 13배 넘게 늘어났다.
2021년엔 모잠비크가 우리나라의 아프리카 최대 수출국으로 등극하는 새로운 이정표가 세워졌다. 2021년 한국의 모잠비크 수출은 26억달러로 2020년에 비해 무려 35배 증가했다. 수교 연도인 1993년을 기준으로 하면 650배나 늘어났다. 지난 10년간 평균과 비교해도 40배 이상 확대됐다.
2021년 수출 성과는 바로 천연가스 개발 덕분이다. 모잠비크 북부의 해상 가스전 개발을 위해 2017년 국내 조선소가 25억달러에 수주한 FLNG(부유식 해양 액화천연가스 플랜트)가 완공돼 최종 인도됐다. 필리프 자신투 뉴시 모잠비크 대통령이 코로나19에 따른 어려움에도 방한해 출항식에 참석할 정도로 큰 관심을 받았다. 뉴시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천연가스 개발 분야의 양국 협력 확대를 심도 있게 논의했다.
현재 모잠비크 천연가스 개발은 글로벌 에너지 기업인 토탈, 엑손모빌 등이 주도한다. 동시에 우리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참가하고 있다. 해상 제4광구엔 한국가스공사가 10% 지분을 투자했다. 이를 통해 확보한 LNG가 우리나라에서 3년 정도 사용할 수 있는 양이라고 알려졌다. 해상에 필요한 FLNG와 LNG 운반선, 육상에 필요한 각종 플랜트 건설과 기자재를 모잠비크에 납품한다. 이제 막 본격화하는 모잠비크 천연가스 개발로 향후 30년간 양국의 경제협력은 더 확대되리라고 기대한다.
모잠비크 천연가스는 2026년부터 본격적으로 생산할 계획이었다. 해상 가스전은 예정대로 진행 중이다. 그러나 2021년 3월 북부 지역 무장단체 테러로 육상 천연가스 개발이 잠시 중단됐다. 애초 계획에서 차질이 생긴 것은 아쉬운 일이다. 하지만 모잠비크 정부를 중심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어 조속히 정상화될 것이다. 2020년대 후반쯤 모잠비크는 카타르에 이어 세계 2위 천연가스 생산국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먼저 천연가스 개발로 모잠비크 정부 재정이 탄탄해질 것이다. 모잠비크 정부는 천연가스 개발로만 25년간 총 1천억달러의 재정수입을 거둘 것으로 예상한다. 2021년 모잠비크 전체 재정수입이 40억달러 수준임을 고려하면 실로 엄청난 액수다. 이 예산은 모잠비크의 열악한 인프라 개발에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각각 30% 수준에 불과한 도로포장률과 전력보급률을 90%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경제발전을 위한 초석인 철도, 항만, 발전소 등의 인프라 발주도 늘어날 것이다.
동시에 천연가스 연관 산업도 활성화할 것으로 보인다. 모잠비크 자원개발법에 따르면 생산된 천연가스 30%는 의무로 자국에서 소비해야 한다. 비료, 석유화학 등 제조 공장이 건설되고 천연가스 차량 등도 도입될 것이다. ‘로컬 콘텐츠’ 규정으로 모잠비크 제품과 인력도 정해진 만큼 참여해야 한다. 현재 모잠비크에는 가스 분야 제조업 기반이 거의 없어, 한국처럼 제조업이 탄탄한 외국 기업과의 협력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 문재인 대통령 부부와 필리프 자신투 뉴시 모잠비크 대통령 부부가 2021년 11월15일 경남 거제 삼성중공업 조선소에서 열린 ‘코랄-술’ FLNG 출항 명명식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청와대 제공

지정학적 중요성 높아
아프리카 남부에는 유럽연합(EU)식 경제블록을 지향하는 남아프리카개발공동체(SADC)가 있다. 1992년 출범해 현재 16개 회원국이 있다. 인구 3억5천 명에 경제 규모가 8천억달러에 이른다. 회원국 간에는 관세와 방문비자가 없어 경제교류도 활발하다. SADC에서 모잠비크의 지정학적 위치는 빛을 발한다. 지금도 모잠비크와 국경을 맞댄 내륙국가인 짐바브웨, 잠비아, 말라위 등은 모잠비크 항구에서 수출입을 한다. 참고로 모잠비크 북부 지방에 남아공, 앙골라 등이 전투병을 파병할 정도로 SADC 회원국 간 정치적 유대관계가 돈독한 편이다.
천연가스 개발로 모잠비크의 경제 규모가 더 커지면 내수시장 확대는 덤이고 지정학적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모쪼록 모잠비크가 가스 개발로 ‘한강의 기적’ 같은 경제성장을 이룩하고 SADC 중심국으로 성장하길 기대한다. 마푸투무역관도 우리 기업이 모잠비크 가스 개발 프로젝트에 더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이를 계기로 모잠비크뿐만 아니라 남부 아프리카 전체로 우리나라와의 협력이 확대됐으면 한다.

*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함께 세계 각국의 최신 경제 흐름과 산업 동향을 소개한다. KOTRA는 전세계 83개국에 121개의 해외 무역관을 보유한 ‘대한민국 무역투자 정보의 메카’로 생생한 해외 정보를 수집·전달하는 것은 물론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돕는 안내자 역할을 맡고 있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2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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