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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파티’ 끝나면 어김없이 경기침체 온다
[FINANCE] 역전된 수익률 곡선이 말하는 것
[145호] 2022년 05월 01일 (일) 윤석천 maporiver@gmail.com

윤석천 경제평론가

   
▲ 2022년 4월4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주식거래인들이 주가 관련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최근 미국에선 경기침체를 예고하는 신호인 국채 수익률 역전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REUTERS

활황 뒤에는 침체가 있고 침체가 지나면 활황이 온다. 침체와 활황 주기의 반복은 피할 수 없다. 그런데도 우린 활황 중에 침체를 예측하려 한다. 침체가 온다는 걸 누구나 알지만 부정하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또는 침체 시점을 근사치라도 알아야 대비가 가능하기 때문이고, 현학적 호기심도 한몫할 터이다.
침체가 곧 시작되리라는 여러 징후 가운데 최근 가장 관심을 끄는 게 ‘수익률 곡선 역전’이다. 미국 국채 2년물 수익률이 10년물 수익률보다 높아졌다. 정상이 아니다. 수익률 곡선 역전은 하나의 징후다. 몸에서 갑자기 열이 나는 것과 비슷하다. 그 자체는 심각하지 않지만 감염이나 다른 질병의 신호일 수 있다. 수익률 곡선 역전은 경제가 뭔가 잘못돼간다는 것을 말해준다.

수익률 곡선이란?
정부는 보통 만기가 다양한 국채를 발행한다. 미국에는 1개월, 3개월, 1년, 2년, 3년, 5년, 7년, 10년, 20년, 30년 만기까지 있다. 수익률 곡선이란 이렇게 만기가 다른 국채의 수익률을 이은 것이다. 수직축이 수익률, 수평축이 만기를 나타낸다.
일반적으로 만기가 길수록 수익률이 높아진다. 돈을 빌려주는 사람, 즉 채권을 사는 사람으로선 원금을 돌려받는 시점(만기)이 오래될수록 더 많은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한 달 안에 좋지 않은 일이 벌어질 확률보다 1년·10년·30년 사이에 그럴 확률이 더 높다. 나이 들수록 큰 병에 걸릴 가능성이 커지는 것과 비슷하다.
채권 매수자는 만기가 길수록 위험 보상으로 더 높은 수익률을 원한다. 또 인플레이션은 채권 장기 보유의 기대수익을 떨어뜨린다. 만기가 긴 만큼 채권 수익률이 높지 않으면 장기 채권의 매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 보상으로 높은 수익률이 요구된다. 따라서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수익률 곡선이 ‘우상향’하는 모습을 보인다.
수익률 곡선에는 기울기가 있다. 기울기는 중요한 의미를 포함한다. 기울기가 가파른(steepening) 것은 만기가 길수록 수익률이 급격히 올라간다는 뜻이다. 장기채 수익률이 단기채 수익률보다 더 높은 것은 장기채를 사려는 투자자가 적어서다. 돈을 빌리려는데 빌려주는 사람이 적으면 이자(수익률)를 높여야 한다.
왜 장기채를 사는 사람이 줄어들까? 앞으로 경기가 좋아지리라는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경기가 좋아진다는 것은 미래 금리가 오를 가능성이 커진다는 뜻이다. 금리가 올라가면 장기채의 매력이 떨어진다. 미래 금리 상승을 고려할 때 현재 시점의 장기채 수익률은 만족할 수 없는 수준이 된다. 채권 발행자는 이에 대응해 채권 수익률을 올린다. 수익률 곡선의 기울기가 가팔라지는 것이다. 수익률 곡선의 기울기가 급할수록 더 △경제활동이 왕성하고 △인플레이션이 심하며 △금리 상승이 기대된다는 의미다.
반대로 수익률 곡선 기울기가 평탄한(flattening) 것은 장·단기채 사이에 수익률 격차가 별로 없다는 뜻이다. 이런 현상은 장기채를 사려는 투자자가 늘어 생긴다. 만기가 긴 채권을 사려는 사람이 많으니 채권 발행자는 굳이 높은 이자를 주지 않아도 된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할까? 향후 경기 하강 우려로 금리가 내릴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채권투자자들은 금리 하락이 예측되면 미래 금리보다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는 장기채를 산다. 사려는 사람이 늘어나 채권 발행자는 수익률을 낮추고, 수익률 곡선은 평탄해진다. 기울기가 평탄해질수록 경제활동 둔화와 금리 하락을 전망하는 이가 늘어난다는 얘기다.

   
▲ 2022년 1월13일 레이얼 브레이너드 미국 연준 부의장 지명자가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그는 최근 적극적 긴축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REUTERS

수익률 역전과 경기침체
기준금리가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면 단기 국채금리가 급격히 상승한다. 기준금리 인상이 임박하면 굳이 수익률 낮은 채권을 사도록 하는 유인 요소가 줄어든다. 특히 단기채 수요가 감소한다. 다만 장기채 수익률은 상대적으로 안정되거나 외려 하락한다. 앞서 얘기했듯이 금리 인상으로 경제성장이 느려질 것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중앙은행이 저금리 기조로 돌아설 수밖에 없으리라는 판단에서 투자자들이 비교적 견고하게 유지된다.
결국 임박한 금리 인상은 단기채 수요를 줄여 그 수익률을 올리지만, 장기채 수익률은 그보다 느리게 움직이게 한다. 어떤 때는 장기채 수익률을 떨어뜨린다. 단기채 수익률이 장기채보다 높은 역전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수익률 곡선이 완전히 역전되면 우하향하는 모습을 나타낸다.
현재 수익률 곡선 역전과 경기침체의 상관관계를 의심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하지만 이 둘의 관계가 밝혀진 것은 생각보다 오래되지 않았다. 수익률 곡선 역전과 침체의 관계를 처음 계량화한 사람은 미국 듀크대학의 캠벨 하비 교수다. 1986년 미국 시카고대학 박사학위 논문에서 이 문제를 다뤘다. 그는 ‘3개월/10년물 스프레드’가 가장 신뢰할 수 있다는 걸 발견했다. 10년물 수익률이 3개월물보다 낮아져 스프레드(수익률 격차)가 마이너스 되면 침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는 물론 일시적(며칠이나 몇 주)이 아니라 1분기 이상 역전 현상이 지속돼야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관련 연구는 계속됐다. 1996년 6월 연방준비제도(연준) 경제학자 아르투로 에스트레야와 프레더릭 미슈킨은 ‘미국 침체 예언자로서의 수익률 곡선’이란 논문을 발표했다. 이들 또한 3개월/10년물 스프레드를 중요한 예측도구로 인정했다. 2~6분기 이내의 침체를 예측하는 데 이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에 따르면, 26개의 서로 다른 지표를 분석했지만 유일하게 수익률 곡선 역전만 침체의 선행지표로 신뢰할 수 있었다. 3개월/10년물 스프레드의 마이너스 상황이 심해질수록 약 4분기 안에 침체를 겪을 가능성이 크다.
3개월물에서 2년물까지는 가파른 우상향 기울기를 보인다. 그런데 3년물에서 10년물까지 기울기가 조금 우하향한 상태다. 역전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특히 2년물과 10년물의 수익률 격차는 2019년 9월 이후 처음으로 뒤집혔다. 이런 모습은 6개월 전까지만 해도 볼 수 없었다. 그렇다고 수익률 곡선이 완전히 역전된 상황은 아니다. 2년/10년물이 그럴 뿐 3개월/10년물은 그렇지 않다. 캠벨의 규칙에 따르면 이것은 침체 신호가 아니다. 그러나 수익률 곡선이 평탄해지는 것은 좋은 소식이 아니다. 현재까지 상황은 낮은 침체 가능성을 보여준다. 완전 역전이 아니고 지속 기간도 짧아서다.

분명한 신호
주목해야 할 변수가 있다. 3개월물 수익률은 연준 정책에 훨씬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 수익률은 현재 비정상적으로 낮다. 인위적 개입의 영향 때문이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빠르게 올릴수록 그 수익률은 급격히 오를 가능성이 크다. 연준의 강한 긴축은 수익률 곡선을 평탄하게 만드는 효과를 낸다. 단기금리는 급격히 오르는데 장기금리가 오르지 않는다면 조만간 역전 현상이 심해질 수 있다.
이것은 연준이 원하는 바다. 성장 열기를 식혀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이다. 2022년 4월6일 레이얼 브레이너드 연준 부의장 지명자는 연준 토론에서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며 “연속적인 금리 인상과 함께 이르면 5월에 빠른 속도로 대차대조표 축소를 시작해 긴축적 통화정책을 체계적으로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플레이션 저지와 관련해 그는 “필요하다면 연준이 더 강력하게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수익률 곡선은 점차 완전 역전에 가까워질 것이다.
수익률 곡선 완전 역전 현상은 2005년에 마지막으로 발생해 2007년까지 이어졌다. 그때 경기침체가 있었나? 아니다. 경제는 활황이었고, 주가는 20%나 추가로 상승했다. 그렇다고 이것이 수익률 곡선 역전의 ‘침체 조기경보기’ 구실을 부정하는 건 아니다. 실제로 2007년 12월부터 침체로 빠져들었다.
수익률 곡선 역전은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다. 그것은 선행지표다. 길게 잡아 앞으로 2년 안에 경기침체가 온다는 걸 말해준다. 침체 시점은 정확하지 않지만 침체가 온다는 건 분명히 알려준다. 그 의미는 별다른 게 아니다. 활황 뒤에는 침체가 반드시 온다는 명확한 사실을 적시할 뿐이다.
오늘날 경제에서 침체를 피할 방법은 없다. 경기를 진작하기 위한 신용 남발은 과잉 수요와 생산을 낳는다. 한바탕의 멋진 파티를 마다할 사람은 없다. 물가는 오르고 신용팽창은 극에 이른다. 중앙은행은 그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긴축을 시작한다. 수요를 서서히 줄여 연착륙을 꿈꾼다. 하지만 역사적 경험에 비춰보면 연착륙은 없다. 침체는 불가피하다. 우린 끊임없이 침체를 예측하려 한다. 침체가 오는 게 분명한데도 말이다. 침체 가능성에 대한 갑론을박은 부질없는 짓이다.

* 윤석천은 대학과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공부했다. 금융시장에 대한 통찰력을 바탕으로 금융 관련 책들을 썼으며, 특히 외환과 관련해 많은 강의를 해왔다. <한겨레> ‘세상읽기’를 연재했으며, 현재 팍스TV <이슈포커스>에 출연하고 있다. 인간의 얼굴을 한 경제를 그리워한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2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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