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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위원의 ‘삼바 수사 비판’, 정당한가
[재무제표로 읽는 회사 이야기] 삼성바이오로직스
[145호] 2022년 05월 01일 (일) 찬호 Sodohun@naver.com

찬호 공인회계사

   
▲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을 수사 중이던 검찰이 2019년 9월23일 전북 전주 덕진구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를 압수수색한 뒤 철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당선자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출범했을 때 회계 업계는 발칵 뒤집혔다. 최종학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가 인수위 업무를 총괄하는 기획조정분과 인수위원에 ‘깜짝 발탁’돼서다. 업계가 놀란 이유는 당시 쏟아진 기사 제목을 보면 알 수 있다. “윤이 콕 짚은 최종학, ‘윤 삼바 수사’ 비판했던 회계 전문가” 최 교수는 국내 회계 학계의 권위자다. 무엇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 분식회계 논란이 벌어졌을 때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의뢰로 금융감독원에 ‘삼성 쪽 회계처리에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했고, <동아비즈니스리뷰> 2021년 4월호에 실린 칼럼에서도 동일한 주장을 했다.

어울리지 않는 인수위원
윤 당선자의 경력에 어울리지 않는 인사다. 윤 당선자가 2017년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 때 특별검사팀 수사팀장을 맡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뇌물 공여 혐의로 구속 기소했기 때문이다. 그 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삼바 분식회계 사건을 수사한 이복현 부장검사는 ‘윤석열 사단 막내’로 불린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2018년 11월 삼바가 고의 분식회계를 했다고 결론 내리고 대표이사 해임 권고, 과징금 부과 등과 함께 회사와 대표이사를 검찰에 고발했다. 2015년 종속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콜옵션 부채를 시가로 인식할 경우 삼바가 자본잠식(자산<부채)에 빠질 것을 우려해 지배력 변경 등 ‘비정상적인 대안’을 모색하고 회계처리 기준을 고의로 위반했다는 이유에서다.
사건을 넘겨받은 서울중앙지검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삼바의 2015년 분식회계가 제일모직의 삼성물산 흡수합병 등 삼성그룹 불법 합병 논란을 회피하기 위한 거라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을 외부감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삼바 사건이 벌어진 지 벌써 3년 넘게 지난데다 사안은 복잡하고 전문적이다. 그래서 간단한 비유로 당시의 주요 내용을 요약해보려 한다.
한 건물에 건물주가 직접 운영하는 ‘김밥천사’라는 김밥집이 있다. 김밥천사는 사업 시너지 차원에서 가게 한쪽 공간에 커피를 만들어 팔고 음식 메뉴도 개발하는 ‘김밥천사 카페’를 차렸다. 카페는 처음 하는 사업이라 미국의 잘나가는 커피 프랜차이즈 ‘스타복스’와 공동투자를 했다. 그러면 김밥천사 카페는 김밥천사와 스타복스 둘 중 누가 지배하는 것일까? 처음엔 카페 투자금 대부분을 댄 김밥천사 것이라고 분류했다. 스타복스가 김밥천사 카페 지분의 절반을 사오는 권리가 있었지만, 권한을 행사할 가능성은 작다고 봤다.
문제는 건물주가 옆 건물을 합쳐 기존 상가를 허물고 그 자리에 새 건물을 올리는 재건축을 한 뒤에 발생했다. 스타복스가 김밥천사 카페의 지분 절반을 사갈 가능성이 커졌다며 김밥천사가 느닷없이 막대한 지분 평가이익이 생겼다고 신고한 것이다. 김밥천사는 김밥천사 카페 지분 가격을 시가로 재평가한 뒤 최초 투자금과의 차액을 이익으로 반영했다. 김밥천사가 온전히 지배하던 카페가 스타복스와의 공동지배로 바뀌면 지분 가치를 다시 매겨야 한다는 동네 세무서 규정을 따랐다.
이처럼 김밥천사가 김밥천사 카페의 지배 관계를 바꿔치기한 게 잘못이라는 게 삼바 분식회계 사건의 핵심이다. 특정 의도를 가지고 규정을 악용했다는 것이다. 이 비유에서 김밥천사는 삼성바이오로직스, 김밥천사 카페는 바이오로직스 산하 신약 개발 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가리킨다. 카페에 공동투자한 스타복스는 미국 바이오젠이며, 이들이 들어선 건물이 바로 제일모직, 건물주는 이재용 부회장이다.
최 교수가 칼럼에서 비판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삼바의 회계처리에 문제가 없고, 당시 새 국제회계기준 도입에 따라 국내에서 비슷한 일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졌다는 것이다. 대표 사례로 든 게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관계다. 기아를 현대차가 지배하는 회사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과거엔 그랬지만 새 회계기준이 도입된 뒤 기아는 현대차가 지배하는 회사에서 제외됐고, 현대차도 삼바와 유사하게 지분 재평가 이익을 장부에 반영했다.
둘째, 삼바 분식회계 의혹을 제기한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와 금융 당국의 입장이 거듭 바뀌며 회계 사건이 정치 이슈로 변질했다는 거다. 아울러 이런 지배관계 변화로 발생한 지분 평가이익은 기업의 실제 가치와 무관한 재무제표상 숫자에 불과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지분 평가이익이 실제 회사에 돈이 오고 가지 않은 장부상 수치일 뿐이라는 건 공감한다. 문제는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이 회계처리를 어떻게 하는 게 규정에 맞느냐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보다 주목할 대목은 그렇게 회계처리한 회사 쪽의 ‘의도’와 ‘동기’다. 당시 금융감독원에 전달된 삼바 쪽 내부 문건은 삼바가 회계기준을 일부러 악용했다는 걸 보여주는 증거다. 김밥천사 카페를 김밥천사 단독 지배에서 스타복스와의 공동지배로 바꾼 게 단순히 회계원칙에 따른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문건은 이 사건의 발단에 건물주가 있다고 가리킨다. 건물주는 옆 건물과 통합 재건축을 하기 위해 옆 건물 주주들에게 김밥천사와 카페가 들어선 자기 건물의 지분을 나눠주기로 했다. 지분을 조금이라도 덜 주려면 김밥천사와 카페의 가치를 높게 매겨야 했다. 여기서 문제가 터졌다. 가격을 비싸게 매긴 김밥천사 카페 지분의 절반을 스타복스에 싸게 팔기로 했던 만큼 김밥천사가 졸지에 막대한 지분 평가손실을 안게 된 것이다. 삼바 내부 문건은 김밥천사가 바로 이 평가손실을 상쇄하고 재무제표 부실화를 막기 위해 회계원칙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적용해 대규모 지분 평가이익을 ‘만들어냈다’는 걸 시사한다. 현대차의 기아 회계처리가 분식회계 논란으로 번지지 않는 건 그 동기가 이처럼 재무제표를 좋게 보이려는 목적이 아니라는 인식 때문이다. 최 교수는 이 문건의 성격을 반대로 해석한다. 그는 칼럼에서 삼바 내부 문건이 “고의로 저지른 분식회계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내부 자료”라고 했다.
결국 최 교수의 삼바 수사 비판은 이 대목이 핵심이다. 금융 당국과 검찰, 언론 등 수많은 이해관계자가 삼바가 분식회계를 저질렀다는 결정적 증거로 지목한 문건은 자신이 보기엔 아무 문제 없다는 얘기다. 그의 주장처럼 “사람들이 전문가의 판단을 믿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최 교수가 보고 싶은 사실만 보는 것인지는 앞으로 삼바 분식회계 재판 과정에서 가려질 것이다. 다만 한 가지 바란다면, 최 교수의 인수위 깜짝 발탁이 이 재판에서 변수가 되면 절대 안 될 것이다.

* 10여 년간 자본시장 언저리에서 밥벌이하는 공인회계사다. 시장 거품을 늘 걱정하지만, 우리가 숨을 거둔 뒤에도 자본시장은 계속 돌아간다고 생각한다. 회사가 모두에게 공개하는 재무제표 등 공시 정보를 통해 기업의 속살을 톺아보는 글을 독자와 함께 나누려 한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2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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