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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원이 가기 싫은 당신에게
[박중언의 노후경제학]
[145호] 2022년 05월 01일 (일) 박중언 parkje@hani.co.kr
   
▲ 국민건강보험공단 누리집

중견기업 P부장은 노후에 관해 서로 생각을 나누는 작은 공부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모임 회원은 사회복지사를 비롯해 노인 복지와 돌봄에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이 많다. 20년 넘게 지속된 모임이지만 P부장이 정기적으로 출석한 것은 정년퇴직이 가시권에 들어온 2년 남짓 전부터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뒤 비대면으로 모임을 진행한다. 모임의 2022년 3월 주제는 ‘코로나19 시대 노인의 신체활동’, 4월 주제는 ‘좋은 죽음과 연명의료 결정’이다.
노인 신체활동을 다룬 3월 모임에서는 최근 박사논문을 받은 회원 L씨가 논문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발표했다. 그는 야외활동을 극도로 제한한 코로나19 방역지침이 나이 든 사람들의 건강 유지 노력에 끼친 영향을 분석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운영하는 ‘건강백세운동교실’ 프로그램 강사와 이용자들이 조사 대상이었다.
4월부터 신청받기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경로당·복지관 등에 강사를 파견해 운동교실을 연다. 2005년 노후 건강 증진을 목적으로 도입한 프로그램이지만 지금은 원하는 사람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더 나은 복지제도를 갖춘 유럽 나라도 한국처럼 국가가 나서 국민의 운동 프로그램까지 챙기지 않는다. 세계적으로 자랑할 만한 공적 의료보험을 유지하려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고령자의 의료비 지출을 줄이기 위해 이런 노력이 필요하다.
코로나19 사태로 지난 2년 동안 운동교실을 비대면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었다. L씨에 따르면 그 과정에서 ‘웃픈’ 사연이 많았다고 한다. 강사와 서로 모습을 쳐다보면서 운동하려면 운동교실 참가자들도 스마트폰에 줌(Zoom) 같은 화상회의 애플리케이션(앱)을 깔아야 한다. 고령자에게 스마트폰 다루기는 녹록하지 않은 과제다. 스마트폰의 작은 화면에 온통 신경을 쏟으면서 강사를 따라 몸을 움직이는 일도 쉽지 않다. 게다가 사양이 낮은 스마트폰이나 일반 휴대전화를 가진 고령자가 흔하다.

눈물겨운 노력
기기 보유와 기기 사용 어려움의 문턱이 높아 적잖은 이용자가 운동교실 참여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동영상이 나오지 않거나 화면이 도중에 끊길 때 자녀 등에게 도움을 부탁하는 것도 한두 번이다. 그런데도 빠짐없이 참가해 열심히 몸을 움직이는 고령자들은 비대면 프로그램 운영으로 피로감이 커진 강사들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어느 아파트 단지에서는 고령자 셋이 코로나19 때문에 닫아둔 경로당에 들어가 운동교실에 참가한 사례도 있었다. 집에서 하려니 자식들 눈치가 보이고, 스마트폰이 없는 사람도 있어서였다. 세 사람이 그 작은 화면에 눈을 고정하고 서로 ‘거리두기’까지 하면서 운동을 따라 하는 모습은 보는 사람의 마음을 뭉클하게 했다.
이들에게 왜 그렇게 열심인지 물었더니 돌아오는 대답은 한결같았다. ‘자식에게 짐이 되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다음은 ‘요양원 또는 요양병원에 가고 싶지 않다, 아니 가더라도 되도록 늦게 갔으면 한다’는 것이었다. 거동이 힘든 노부모의 돌봄은 성인 자녀의 최대 걱정거리다. 누가 곁에서 돌볼 수 있을지, 죄의식을 느끼면서도 요양원을 권해야 하는지를 놓고 자식들이 갑론을박하는 것 자체가 노부모로선 견디기 힘든 아픔이다. 자식 키우는 데 모든 걸 쏟은 노부모는 뾰족한 대책도 없으면서 그런 짐이 될까봐 전전긍긍한다.
이런 고민으로 머리 아픈 50·60대가 지금 노부모의 나이가 됐을 즈음은 아마 요양원 가는 게 상식인 시대일지 모른다. 집에서 모든 돌봄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지역사회 돌봄(커뮤니티 케어) 체계가 갖춰지지 않는 한. 자녀 수부터 확 줄었다. 그때는 노부모 부양 인식조차 희미해지고, 자식들은 먹고살고 아이 키우느라 지금보다 훨씬 허덕댈 것이다.
시인 김인육의 2009년 작품 ‘후레자식’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애비야, 집에 가서 같이 살면 안 되나?/ 어머니, 이곳이 집보다 더 좋은 곳이에요!/ 나는 껍질도 안 깐 거짓말을/ 어머니에게 쌩으로 먹이고는/ 언젠가 나까지 버릴지 모를/ 두려운 가족의 품으로 허겁지겁 돌아온다.”
내 몸 건사를 위해 애써도 언젠가 요양시설 신세를 져야 할 수 있다. 자식에게 짐이 되지 않는 노후를 바란다면 반드시 염두에 둬야 하는 점이다. 거기에 드는 비용 또한 노후자금 계획에 넣을 필요가 있다. 준비 없이 거동이 힘든 상황을 맞으면 그 부담이 온전히 자식에게 돌아간다. 하지만 이들 시설의 비용 구조나 요양원과 요양병원의 차이 같은 기초적인 사실도 모르는 사람이 대다수다.

요양시설 들여다보기
요양원은 누구나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장기요양보험의 적용을 받으려면 거동이 힘든 정도에 따라 건강보험공단의 판정을 거쳐야 한다. 장기요양 1·2등급이거나 그 아래 등급 가운데 가족 돌봄이 매우 어려운 고령자는 요양원에서 본인부담금 20%와 식비·간식비만 내면 된다. 건강보험공단이 직접 운영해 만족도가 높고 대기자가 1500명 가까운 서울요양원의 월 기본요금은 70만원 안팎(식비·간식비 1일 1만원)이다. P부장 고교 동창이 운영하는 경기도 일산 B요양원은 80만원 남짓이다.
본인부담금은 어디나 같다. 식비·간식비에서 차이가 난다. 기본요금은 3~4인실이 기준이다. 더 쾌적한 2인실, 1인실을 원할 때 비용이 껑충 뛴다. 가족 아닌 사람들과 오랜 기간 같은 방에서 사는 것을 힘들어하는 고령자가 적지 않다고 한다. B요양원의 2인실은 170만원, 1인실은 230만원 수준이다. P부장은 지금 기준으로 월 150만원 안팎인 국민연금을 통째로 넣어도 2인실 비용을 충당할 수 없는 셈이다.
요양병원 이용에 자격은 필요 없다. 일반 병원처럼 건강보험이 적용돼 본인부담금 20%와 식비 50%를 내면 된다. 치료, 특히 보험 비급여 치료에 따라 비용이 급증할 수 있다. 더 큰 부담은 간병비다. 요양원과 달리 돌봐주는 요양보호사가 없어 간병인이 필수다. 개인 간병인을 둔다면 입원비보다 훨씬 많은 월 300만원을 각오해야 한다. 대형병원 중심으로 확산하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간병비 부담을 확 낮추지만 일반 요양병원에 언제 도입될지는 미지수다.

* 한국 베이비붐세대의 막내(1963년생)인 박중언은 노년학(Gerontology)과 함께 고령사회 시스템과 서비스 전략을 연구 중이다. 나이의 구속에서 벗어나 건강하고 편안하게 늙어가기를 지향한다. 블로그 ‘에이지프리’(AgeFree)를 운영했고, 시니어사업에도 몸담았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2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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