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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그리고 암호화폐의 미래
[Editor's Letter]
[145호] 2022년 05월 01일 (일) 이용인 yyi@hani.co.kr

이용인 편집장

   
 

2022년 2월24일(현지시각)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공격을 개시했다. 이틀 뒤인 2월26일 전쟁으로 은행이 마비되자 우크라이나에서 암호화폐 거래가 폭증했다. 미국을 위시한 서구 국가들이 러시아를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에서 축출하자 러시아에서도 비트코인 수요가 폭발했다. 같은 날 우크라이나 정부는 공식 트위터 계정으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암호화폐 기부를 호소했다. 인도주의적 지원과 군수물자 구입이 목적이라고 밝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암호화폐도 역사상 처음으로 ‘전쟁의 무기’가 됐다. 2009년 비트코인이 세상에 등장한 지 13년 만이다. 그동안 전쟁 중인 국가는 채권을 발행해 전비를 조달했다. 이제 암호화폐가 전비 조달 수단으로 추가됐다. 암호화폐는 빠르고 간단해 자유롭게 국경을 넘나들며 주고받을 수 있어 전통 화폐보다 강력하다. 알렉스 보르냐코우 우크라이나 디지털혁신부 부장관은 정부 공식 기부사이트에 “암호화폐가 우크라이나의 국방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적었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개설한 암호화폐 기부사이트에는 2022년 4월 말 현재 기부액이 6천만달러(약 739억원)로 나와 있다. 목표액인 2억달러에는 아직 도달하지 못했고, 2020년 우크라이나 국방예산(약 60억달러)의 1%에 불과하지만 ‘세계적인 연대’를 끌어냈다는 의미는 귀중하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대체불가능토큰(NFT)도 기부받아 판매하고 있다.
일부에선 암호화폐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평화의 무기’로 격상했다고 주장한다. 생각해볼 것도 적지 않다. 예컨대 이런 것들이다. 암호화폐 창시자들은 검열과 규제가 없는 통화를 꿈꿨다. 그러나 암호화폐거래소들이 기부 과정에서 신원확인을 하는 등 사실상 ‘문지기’ 역할을 했고, 러시아의 암호화폐 거래 서비스 일부를 제한했다. 이런 행위는 암호화폐 ‘정신’과 어긋나는 게 아닌가?
현실적인 문제도 대두했다. 우크라이나 지원 목적으로 암호화폐 기부금을 받는 단체 가운데 금융사기를 노린 불법단체는 없는가? 마약 등 불법으로 번 돈을 암호화폐로 세탁해 기부한 것은 아닌가? 이처럼 ‘선의의 목적’으로 암호화폐를 사용할지라도 기부자와 중개자의 신뢰성 검증은 ‘탈중앙화’ 금융시스템을 지향하는 암호화폐의 난제다. 러시아가 제재 우회 수단으로 암호화폐를 쓴다는 경고도 잇따라 나온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 암호화폐의 빛과 그림자를 이번호에서 만날 수 있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2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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