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특집
     
화려했던 옛날 가고 협공 받아
[집중기획] 폴크스바겐, 중국서 새 길 찾기 ① 급변한 현실
[144호] 2022년 04월 01일 (금) 안리민 economyinsight@hani.co.kr

안리민 安麗敏 <차이신주간> 기자

   
▲ 2022년 3월9일 폴크스바겐이 전기차 시대의 아이콘을 표방하며 출시한 ID.버즈가 프랑스 파리에서 공개됐다. REUTERS

2021년 11월4일 독일 볼프스부르크의 폴크스바겐그룹 본사에서 헤르베르트 디스 폴크스바겐 최고경영자(CEO)는 직원들이 투지를 불태우며 도전을 맞이하길 원했다. 국민차 골프처럼 세계에서 인기를 얻는 다음 세대 자동차는 테슬라나 다른 나라가 아니라 “반드시 이곳 볼프스부르크에서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청중들은 당면한 곤경에 관심이 많았다. 폴크스바겐은 스마트 전기자동차 전환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인 전통 완성차 기업이 가장 잘하는 일을 포기하고 단점을 공략하겠다는 뜻이다. 내연기관 자동차 관련 인력이 업무를 바뀌거나 일자리를 잃을 것이란 의미도 담겼다. 이런 도전은 균형을 유지하는 기업의 능력을 시험할 것이다.

뒷걸음질
중국 시장은 폴크스바겐이 당면한 현실을 보여준다. 2019년 폴크스바겐은 중국에서 423만 대를 팔아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하지만 2020년과 2021년 중국 시장 판매량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9.1%, 14.1% 줄었다. 특히 2021년에는 중국 승용차 시장 규모가 6.5% 성장했다. 폴크스바겐은 신규 시장을 확보하지 못하고 오히려 시장을 잃어 하락 폭이 남다르게 다가왔다.
폴크스바겐그룹의 여러 브랜드가 중국에서 영업하고 있다. 포르쉐, 벤틀리, 람보르기니는 자동차를 수입해 판매한다. 폴크스바겐, 아우디, 스코다, 제타는 현지에서 생산한다. 중국 상하이자동차그룹과 설립한 상하이폴크스바겐, 이치자동차그룹(第一汽車集團)과 설립한 이치폴크스바겐이 구심점이다.
수입·판매 하는 브랜드는 가격과 이익률이 높다. 그러나 그룹 판매량의 대부분은 중국에서 생산한 브랜드와 차종에 의존한다. 폴크스바겐 브랜드가 주력이지만, 최근 2년 동안 실적이 가장 저조했다. 2021년 그룹의 중국 판매량이 2019년보다 93만 대 줄었다. 그 가운데 폴크스바겐 브랜드 판매 감소량이 76만 대다. “이런 하락세를 단기간에 뒤집기는 어렵다. 폴크스바겐이 서둘러 사업을 조정하지 않으면 2022년 판매량은 더욱 하락할 것이다.” 저우리쥔 이처(易車)연구원 수석 애널리스트는 “폴크스바겐 브랜드가 중국의 소비 변화를 따라오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최근 중국 시장에서 자동차를 추가로 구매하거나 교체하는 소비가 크게 늘었다. 일부는 벤츠나 베엠베(BMW) 등 고가 브랜드를 선택했다. 여가 활동용 등 특수 기능의 차량을 선호하는 소비자도 있다. 그런데 폴크스바겐 브랜드는 여전히 안정과 중용을 특징으로 한다.
또한 신에너지자동차가 성장했고, 특히 2021년 폭발적 성장세를 보였다. 그러나 폴크스바겐은 중국 시장에서 인기 제품을 내놓지 못했다. 흔히 비교되는 테슬라는 2020년부터 현지 생산을 시작했고 2021년 판매량이 30만 대를 넘겼다. 테슬라의 상하이공장은 해외시장에 16만 대를 공급했다. 중국의 전기차 제조사 샤오펑(小鵬·Xpeng)과 리샹(理想·Li Auto), 웨이라이(蔚來·NIO)의 판매량을 합하면 9만 대가 넘었다.
전체적으로 볼 때 폴크스바겐은 내연기관차 분야의 강점이 쇠퇴하고 전기차가 성장하는 시장에서 아직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중국에 진출했던 30여 년 전과 비교하면 시장의 경쟁 구도나 산업정책이 크게 바뀌었다. 최근 설립한 신에너지차 합자 기업 두 곳에서 폴크스바겐은 지배권을 확보했고, 앞으로 발언권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2년 8월에는 폴크스바겐 중국사업부의 수장이 교체될 예정이다. 현재 폴크스바겐 승용차 브랜드 CEO 랄프 브란츠테터가 슈테판 볼렌슈타인 중국 담당 CEO 자리를 물려받는다. 신임 CEO는 폴크스바겐을 다시 왕좌에 올려놓을 수 있을까?

좁아진 입지
중국 자동차 시장은 방추형 모양이었다. 기업들이 중간 수준 제품에 자원을 집중 투입했다. 업계에서는 “중급 또는 중고급 자동차 시장을 얻는 자가 천하를 얻는다”는 말이 유행했다. 폴크스바겐은 시장의 흐름을 파악했다. 지난 3년 동안 상하이폴크스바겐에서 판매량이 가장 많았던 차종은 라비다, 티구안, 산타나, 파사트, 타루였다. 이치폴크스바겐에서는 보라, 사기타, 테이론, 마고탄, 티록이었다. 대부분 중급과 중고급 구간에 들어 있다.
저우리쥔은 “초기에는 자동차 보급률이 낮았고 대부분 생애 첫 자동차를 구매해 소비자가 다양한 수요를 동시에 고려했다”며 “내구성이 강한 차종을 선호했다”고 말했다. 지금은 젊은층의 결혼 시기가 늦어지고 소비자의 전체 규모가 줄어 자동차를 구입할 때 개성을 추구한다. 저우리쥔에 따르면 2021년 8월 출시된 광저우자동차(GAC)의 신차 EMPOW(影豹)는 스포츠세단 유형으로 판매가격이 10만~13만위안(약 2500만원)이다. 폴크스바겐의 라비다·보라·사기타의 경쟁 차종이다. EMPOW는 월 판매량 1만 대를 넘겼다. 신차를 받으려면 2~3개월 기다려야 했다. 반면 폴크스바겐 동급 차종의 판매량은 2021년 대폭 감소했다.
폴크스바겐은 다양한 브랜드를 유지하는 전략을 추진해 브랜드의 차별화가 부족하다. 차량의 등급은 달라도 디자인이 비슷해 러시아 나무 인형 ‘마트료시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특히 스코다의 판매량이 3년 연속 급격하게 감소해 폴크스바겐이 경각심을 갖기에 충분했다. 본사가 체코에 있는 스코다의 브랜드 역사는 100년이 넘는다. 1991년 폴크스바겐이 인수했다. 2006년 중국에 진출했고 상하이폴크스바겐에서 생산한다. 스코다는 폴크스바겐과 같은 플랫폼을 사용하지만 판매가격이 합리적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폴크스바겐을 아는 사람은 스코다를 산다”고 말했다.
스코다의 브랜드 위치는 폴크스바겐 아래다. 첫 차를 구매하는 젊은 소비자가 줄면서 스코다의 생존 공간이 좁아졌다. 2018년 34만1천 대였던 판매량이 2019년 28만2천, 2020년 17만3천 대로 줄었다. 2021년에는 전년 동기 대비 58.8% 급감한 7만1200대에 그쳐 10만 대 아래로 떨어졌다. 볼렌슈타인 중국 담당 CEO는 2022년 1월 인터뷰에서 “스코다의 시장점유율이 1%에 머물지만 시장에서 존재감이 있고 지속해서 성장할 수 있는 지표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의 주체가 처음 자동차를 구매하는 젊은층에서 자동차를 바꾸거나 추가로 구매하는 소비자로 바뀌면서 수요의 고급화·다원화 경향이 나타났다. 저우리쥔은 “이런 시장 변화는 고급 브랜드에 유리하고, 개성을 추구하거나 종합적인 강점이 뚜렷한 중고급형 차종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창청자동차(長城汽車)가 2020년 말에 출시한 레저형 자동차 탱크300은 판매가격이 20만~31만위안(약 6천만원)이며 2021년까지 누적 판매량이 8만 대를 넘겼다. 2021년 말까지 주문받은 차량을 다 인도하지 못했다. 먼저 계약금을 낸 사람의 차량을 웃돈 주고 구매하는 현상까지 발생했다.
리샹은 2021년 11월 판매실적을 공개하면서 유독 폴크스바겐과 비교했다. 폴크스바겐 브랜드의 대형과 중형 스포츠실용차(SUV) 판매량을 추월했다고 강조했다. 신생 전기차 제조사 리샹이 판매하는 자동차는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 SUV인 리샹ONE 하나다.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와 순수전기차의 중간 유형이다. 단거리 주행은 배터리 전기에 의존하고, 장거리 주행이나 충전할 수 없을 때는 휘발유를 전기로 바꿔 자동차를 움직인다.
2020년 9월 언론간담회에서 볼렌슈타인은 주행거리 연장 기술이 ‘최악의 솔루션’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리샹ONE의 판매량은 예상을 뛰어넘었다. 2021년 11월에는 내연기관차를 포함한 중대형 SUV 판매 순위 1위에 올랐다.
기술 노선의 차이는 근본적인 문제가 아니었다. 리샹ONE은 자동차를 교체 또는 추가 구매하려는 특정 수요에 부응했고 전반적인 제품 품질도 우수했다. 저우리쥔은 “자동차를 교체하거나 추가로 구매하는 소비자는 차량의 전체 유지비를 중요하게 생각해 연료 절감 기술과 중고차 시세를 중시한다”고 말했다. 도요타자동차의 하이브리드 전기차와 비야디(BYD)가 출시한 EHS 하이브리드 시스템도 그런 소비자의 선택을 받았다.
2022년 1월18일 도요타는 중국 시장에서 하이브리드 전기차의 누적 판매량이 150만 대가 넘었다고 발표했다. 도요타는 15년 만에 100만 대를 돌파했지만, 100만 대에서 150만 대로 늘어나는 기간은 15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 중급 차량의 수요가 줄고 중고급형 시장이 포위공격을 받자 폴크스바겐 브랜드 입지가 흔들리는 현상이 나타났다.

중국 진출 도박
폴크스바겐이 중국 기업의 도전을 받는 일을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다. 폴크스바겐은 중국 자동차산업 현대화의 문을 연 선구자였다. 1978년 11월 중국 정부는 외국 완성차 기업이 중국 기업과 합자 형식으로 상하이에 자동차 공장을 설립하는 방안을 계획했다. 구체적인 합자 대상은 상하이자동차의 전신인 상하이자동차트랙터공업공동경영공사였다. 합자 회사는 중국 시장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자동차 또는 부품을 수출해 외화를 벌어들이는 것을 목표로 했다.
그때 마침 독일에 있던 중국 기계공업부 시찰단이 폴크스바겐의 본사가 있는 볼프스부르크를 방문했다. 중국 쪽은 합자를 제안했고, 폴크스바겐은 이 운명적인 기회를 잡았다. 폴크스바겐을 이끌었던 카를 한은 중국과의 협력을 적극 추진했다. 상하이자동차와 폴크스바겐은 6년에 걸친 마라톤협상을 벌였고, 수많은 정부 고위 관계자가 개입했다. 1984년 두 나라는 상하이폴크스바겐 합자 계약을 체결했다. 양국이 설립한 최초의 기계공업 분야 합자 기업이었고, 중국의 현대식 승용차 제조의 출발점이었다.
2005년 출판된 회고록 <폴크스바겐에서의 40년>에서 카를 한은 폴크스바겐의 중국 진출 과정을 소개했다. 합자 기업 설립은 양쪽 모두에게 도전이었다. 중국은 투자와 특허보호법률이 거의 백지상태였다. 카를 한은 “상하이폴크스바겐의 합자 계약이 중국에서 중요한 법률적 기초가 됐다”고 썼다. 또 이치자동차와의 합자 기회를 얻어 마지막 순간에 미국 크라이슬러를 물리치고 1991년 이치폴크스바겐을 설립했다고 전했다.
카를 한이 중국에 진출한 것은 도박이나 다름없었다. 1984년 설립된 상하이폴크스바겐의 폴크스바겐 쪽 대표였던 마르틴 포스트흐는 <상하이에서의 1천 일>이란 책에서 당시 중국 승용차 생산공장 광경을 “직원들이 수공으로 ‘상하이 표’ 부품을 두드리거나 페인트를 칠했다”고 묘사했다. 상하이폴크스바겐은 ‘철밥통’을 깨고 실적에 따라 임금을 지급하는 등 여러 혁신을 추진했다. 산타나의 중국 현지 생산를 진행하면서 중국에도 자동차 부품 공급망이 만들어졌다.

중국 업계의 스승
중국 자동차 업계에는 폴크스바겐 출신 인사가 많다. 천훙 상하이자동차그룹 회장도 상하이폴크스바겐에서 근무했고 볼프스부르크 본사에서 교육을 받았다. 카를 한은 “상하이폴크스바겐을 설립한 다음부터 독일 공장에 항상 100명이 넘는 중국 직원이 있었다”며 “그들은 현대적 생산기술을 습득하고 무역 결제 규칙을 배웠다”고 말했다. 중국 직원들은 귀국 뒤 요직을 차지했고, 중국 자동차산업의 핵심 인물이 됐다.
폴크스바겐은 중국의 자동차 시장을 육성하고 가르쳤다. 산타나, 제타, 아우디A6, 보라, 파사트는 적어도 두 세대가 넘는 중국인이 처음 알게 된 자동차였다. 카를 한의 판단은 옳았고, 폴크스바겐은 중국에서 막대한 투자수익을 얻었다. 수십 년 동안 폴크스바겐은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최고의 브랜드로 군림했다. 일부 연도를 제외하고 줄곧 판매량 1위를 지켰다.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뒤 중국 자동차 시장이 급성장했다. 2009년에는 세계 최대 시장이 됐다. 중국은 시장을 제공했고, 폴크스바겐은 세계 판매량 1위를 달성했다. 경쟁사가 질투할 만큼 높은 이익을 얻었다.
특히 아우디에게 중국은 행운의 땅이다. 아우디는 중국에 진출할 무렵 고급차 브랜드에 들어가기 위해 노력했지만, 벤츠와 BMW는 아우디를 경쟁 상대로 여기지 않았다. 그러나 1988년 중국에서 조립한 아우디100을 중국 정부가 처음으로 관용차로 선택했다. 1999년 출시한 아우디A6L이 중국 전역을 휩쓸었다. 아우디는 큰 이익을 얻었다. 자가용이 보급되면서 중국에서 가장 많은 고급차 소비 집단을 확보했다.
아우디는 고급차 이용자가 직접 운전하지 않고 주로 뒷자리에 앉는 것에 착안해 더욱 넓은 뒷좌석 공간을 제공했다. 이런 롱휠베이스 디자인을 거부했던 벤츠와 BMW 등도 결국 현실을 받아들여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폴크스바겐은 중국의 현대적 자동차산업과 함께 성장했다. 중국 자동차 업계는 폴크스바겐을 ‘스승’이라고 불러도 지나치지 않다. 폴크스바겐은 다른 기업이 견줄 수 없는 다양한 자원을 확보했고, ‘중국을 더 잘 이해하는 것’은 폴크스바겐의 자랑스러운 상징이 됐다. 하지만 중국 시장은 급변했고, 폴크스바겐은 과거에 발목 잡히지 않도록 경계했다.

ⓒ 財新週刊 2022년 제7호
大衆汽車重新尋路中國
번역 유인영 위원

정기구독자는 과거 기사 전체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온라인 회원은 과거 기사 일부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 Economy Insight(http://www.economyinsight.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 기사의견(0)  
 
   * 3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600byte)
   * 욕설이나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운영원칙]
매체소개 구독신청 구독문의기사문의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찾아오시는 길
한겨레신문(주) | 제호 : 이코노미 인사이트 | 등록번호 : 서울 아 01706 | 등록일자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인 : 김현대 | 편집인 : 강대성
발행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효창목길 6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 한겨레 고객센터 1566-9595 | 청소년보호 책임자 : 백기철
Copyright 2010 Hankyoreh.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