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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 우아한 출구는 없다”
[INTERVIEW] 세계은행 수석부총재 카르멘 라인하트
[144호] 2022년 04월 01일 (금) 팀 바르츠 economyinsight@hani.co.kr

카르멘 라인하트(Carmen Reinhart·67)는 쿠바계 미국인 경제학자다. 라인하트의 부모는 그가 10살 때 여행용 가방 3개를 들고 미국에 건너와 딸을 세계적인 경제학자로 키웠다. 현재 세계은행 수석부총재인 그는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물가상승이 전세계에 미치는 위험을 엄중히 경고했다.

팀 바르츠 Tim Bartz <슈피겔> 기자

   
▲ 쿠바계 미국인 경제학자 카르멘 라인하트 세계은행 수석부총재 REUTERS

-서구 국가에서 소비자물가가 지난 수십 년간 볼 수 없었던 속도로 급상승하고 있다. 이 현상은 얼마나 계속될까.
유감스럽게도 이 현상은 오래갈 것이다. 내가 항상 말해왔듯이, 우리 삶에서 오래가는 것은 별로 없지만 또 어떤 것은 끈질기게 오래간다. 물가 문제가 이 범주에 속한다. 선진국의 44%와 신흥국 내지 개발도상국의 4분의 3에 해당하는 나라에서 물가상승률은 이제 5% 혹은 그 이상에 이르고 있다. 2020년과 비교하면 두 배에 해당한다. 여기에는 전 지구적인 공급 충격 등 몇 가지 공통된 이유가 있지만, 아주 다른 몇몇 이유도 있다.

물가상승, 1970년대와 달라
-어떤 이유가 있는가.
우리는 현 상황을 흔히 1970년대와 비교한다. 세계경제가 높은 물가상승률로 고군분투하던 마지막 시기였다. 지금과 다른 점을 들자면 당시 물가상승을 일으킨 원인은 단 하나였다. 바로 공급 충격이다. 높은 유가가 물가상승을 부추겼다. 오늘날에는 공급망, 운반비 등이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변동하고 있다. 노동력의 수요와 공급 균형도 깨졌다. 온갖 것이 다 문제다. 공급망이 중간에 끊어져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니 도처에서 병목현상이 일어난다. 이것이 물가상승을 끈질기게 일으키고 있다.
-선진국은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에 직면해 엄청난 재정지출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무엇보다 미국이 그러했다. 이를 통해 거시경제적 피해를 이른 시일 안에 극복했다.
그 대가가 무엇인가? 국가부채가 엄청나게 늘었다. 미국도 그렇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구조 정책 패키지가 더 확대되지 않게 미국 공화당 하원의원들이 막은 것은 다행이었다. 그렇지 않은가.
공화당도 많은 부채를 발생시켰다. 미국에는 더는 재정 보수주의자가 없다. 그러나 부채가 늘어난 것만으로는 물가상승이 전 지구적 특징임을 설명할 수 없다. 여기엔 다른 이유가 있다.
각국 중앙은행이 적기에 적절하게 물가상승에 대응하는 데 실패했다. 이 씁쓸한 사실도 1970년대와 비슷한 점이다. 당시 중앙은행들은 물가상승을 막기 위한 노력이 너무 부족했다. 그들이 행한 적은 조처마저 너무 늦었다. 통화정책은 선제적으로 물가에 대응하기는커녕 항상 자본시장을 뒤좇아가기 바빴다.
-무엇보다 미국에서 씁쓸한 결과를 초래했다.
그렇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물가상승을 방치해 최고 14%까지 다다랐다. 1981년 당시 연준 총재인 폴 볼커가 정책금리를 파격적으로 20%까지 올려 물가상승 문제를 다시 통제할 수 있었다.
-연준은 단계적 금리정책을 발표했다. 조만간 국채와 회사채 매입도 중단할 것이다. 기준금리도 올릴 것이다. 이것으로 충분한가.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변동으로는 극히 부족하다. 우리 연구에 따르면 역사적으로 기준금리의 변동 사이클이 일단 시작되면 매번 최소 3% 상승했다. 기준금리가 0%에서 시작했는데 연말까지 1.25% 혹은 1.5% 오를 것이다. 그렇게 되면 기껏해야 (최고치의) 절반 정도 오르는 것이다. (금리 인상) 결정을 망설이는 건 위험한 짓이다. 훗날 더 가혹한 정책의 씨를 뿌리는 꼴이다.
-연준은 아무튼 금리를 높일 것이다. 이와 달리 유럽중앙은행(ECB)은 일단 지켜보겠다는 태도다.
유럽에서도 금리 인상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ECB는 기껏해야 연말께 금리를 올릴 것이다. 새로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이 유행하면 그조차 안 할 것이다.
-유로존의 물가상승률은 미국보다 낮을뿐더러, 그 이유도 특히 에너지 가격 상승 때문이다. 이 상황에서 금리 상승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ECB가 지켜보면서 기다리는 것이 옳지 않은가.
ECB에는 근본적인 문제가 내포돼 있다. 나는 그것을 ‘남북문제’(부유한 지구 북반구와 가난한 지구 남반부의 경제 불균형)라 부른다. 독일이나 벨기에의 물가상승률은 6~7%지만 프랑스는 3%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ECB가 대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하지만 대체로 유럽의 대응이 부족하고 너무 늦게 이뤄지고 있다. 그리고 또 다른 문제도 있다.
-무슨 문제인가.
나는 부채 문제를 한 번 더 언급하고 싶다. 대다수 경제학자는 금리가 낮아 부채가 문제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더 이상 저금리가 아니라면 어떻게 되는가? 특히 미국에서 기업 부채가 얼마나 엄청난지 보라. 대다수 기업은 불쌍한 빚쟁이다. 정크본드(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이 발행하는 고위험·고수익 채권)가 너무 많다. 은행은 아주 느슨한 조건으로 대출을 해줬다. 금융시장만 봐도 기준금리 변동이 왜 위험한 결과를 초래하는지 충분히 알 수 있다.
-2008년 같은 금융위기가 올 위험이 있는가.
그럴 가능성이 있다. 하나 확실한 점은 현 상황이 1970년대보다 훨씬 열악하다는 것이다. 너무나 많은 것을 주식시장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유럽에선 정치가 중앙은행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나다. 중앙은행들은 문서상으로만 독립적이지 실제는 그렇지 않다. 부채가 많음에도 중앙은행들은 너무 주저하면서 행동한다. 상황이 극도로 위험하다.
-중앙은행들은 왜 근본 대책을 채택하지 않는가.
어떤 중앙은행도 주식과 자산의 가격을 폭락시키고 싶어 하지 않는다.
-중앙은행은 국민이 선출하는 기관이 아니지 않나.
물론 아니다. 그러나 재정 담당 장관들의 압박을 크게 받고 있다. 2008년 위기가 지난 뒤에도 그러했다. 그때도 중앙은행들은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실시한 정책을 대담하게 철회하지 못했다. 진짜 불균형이 존재한다. 중앙은행들은 위기가 닥치면 항상 결단력 있게 대응하지만, 위기 뒤 통화 긴축 문제에는 너무 소심하다.
ECB는 물가가 어느 정도 올라야 대응하는가.
모르겠다.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 나는 단지 물가상승이 끈질기게 계속되고 이른 시일 안에 사라지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 뿐이다.
-최소한 유럽에선 임금-물가의 악순환이 나타날 조짐은 아직 없는 듯하다.
나는 그 문제가 대두할 것이라고 확언한다. 물가상승은 역진세처럼 작용한다. 먼저 물가가 오른 뒤 언젠가 임금이 오른다. 생활필수품과 에너지 가격은 이미 상승했다. 사람들은 주거, 에너지, 생필품 가격이 올라 지갑에 돈이 적어졌음을 느끼게 됐다. 이제 물가상승 예상치가 올라가고, 사람들이 더 많은 임금을 요구하는 단계에 들어선다.
-임금-물가 악순환을 저지하기 위해 정부가 보조금 형식으로 증가한 에너지비용 등을 지원해줘야 하는가. 이것이 물가상승을 더 부채질할까.
이론적으로 볼 때 정부는 보조금 지급을 비롯해 모든 가능한 것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것을 하더라도 가격통제는 정말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아르헨티나는 이를 최근까지 수없이 했으며, 매번 실패했다. 이런 옵션은 모두 차선이다. 최선의 해결책은 문제를 정면으로 돌파하는 것이다.
-당신이 뜻하는 바는 금리 인상인가.
그렇다. 단기적으로 치러야 할 비용이 적잖은 건 나도 잘 안다. 서구 국가들에서 경기침체 위기가 커질 것이다.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의 경우, 부채가 많아서 금리가 인상되면 위험할 것이다. 지켜보면서 기다리기만 한다면 얼마간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시간은 무엇을 위한 시간인가? 우아한 출구는 없다.
-세계은행 부총재로서 당신은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의 상황도 함께 주시하고 있다. 이들 나라는 물가상승으로 어느 정도 고통을 겪는가.
아주 심한 고통이다. 금리 상승은 자금 유입 감소, 통화가치 하락, 부채 상환 비용 상승, 국민경제의 취약성 심화를 의미한다. 1980년대처럼 급격한 금리 인상이 지금 행해지리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설사 그런 일이 일어난다 할지라도 원자재 가격이 안정적이면 별로 문제 되지 않을 것이다.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에 정말 안 좋은 것은 물가상승이다. 거시경제적 이유뿐 아니라, 역진세처럼 경제 약자에게 더욱 불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팬데믹 충격으로 1998년 이래 처음으로 수입이 빈곤선 미만인 사람들의 인구수 대비 비율이 상승했다. 케이크가 줄어들고 더 나아가 그 분배가 정의롭지 않을 때 사회불안의 위험이 증가한다.

   
▲ 카르멘 라인하트 세계은행 수석부총재(오른쪽)가 2015년 8월 미국 와이오밍에서 열린 경제정책 심포지엄에 경제계 인사들과 함께 참석했다. REUTERS

대처하지 않으면 큰 비용 치러
-몇몇 나라에서 집권자가 내부적으로나 외부적으로 점점 더 공격적으로 대응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인가.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나 터키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처럼 말이다.
문제를 그렇게까지 단순화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아랍의 봄’은 생필품 가격 상승과 무척 깊은 관련이 있다. 물가상승에 제대로 대처하지 않아 치르는 비용은 무척 비싸다.

ⓒ Der Spiegel 2022년 제6호
Die Situation ist extrem gefährlich
번역 최현덕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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