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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쇄권 거래 우선’ 부작용, 생물다양성 보호 차선책
[ENVIRONMENT] 프랑스 자연대체지역 제도
[144호] 2022년 04월 01일 (금) 브누아 콜레 economyinsight@hani.co.kr

프랑스에서 환경가치가 복원된 땅을 지킬 의무를 ‘사면’ 새 땅을 개발할 권리가 생긴다. 2016년 생긴 자연대체지역 얘기다. 이 제도의 한계를 살펴본다.

브누아 콜레 Benoît Collet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 프랑스 CDC생물다양성이 동부 부르고뉴 지역에서 자연대체지역을 조성하고 있다. 현재 자연대체지역 관리자 공인을 받은 기관은 이곳뿐이다. CDC생물다양성 유튜브

프랑스에서 부동산개발자와 건설·토목사업자는 개발사업이 자연환경에 끼치는 영향을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 1976년부터 모든 토지개발 사업에 적용하는 ‘ECR 규정’ 때문이다. ECR는 ‘피한다(Éviter), 줄인다(Réduire), 상쇄한다(Compenser)’의 머리글자다. 자세한 단계별 내용은 이렇다. 사업 대상 지역을 고를 때 환경가치가 높은 지역은 ‘피한다’. 대상 지역을 옮길 수 없을 때 사업자는 정부에 그 사유를 증명한다. 친환경 재료와 공법으로 개발 과정에서 자연환경이 받을 충격을 ‘줄인다’. 그래도 남은 충격은 대체 서식지를 만들어서 ‘상쇄한다’. 이때 대체 서식지는 포클레인으로 파헤치고 불도저로 밀어내기 전 자연상태의 서식지와 비슷해야 한다.
ECR 규정은 유명무실화한 지 오래됐다. 환경공학 분야의 건설·토목사업 전문가가 부족하고, 개발사업을 관할하는 지자체가 소홀히 관리한 탓이었다. 여섯 번째 대멸종이 뜨거운 의제로 떠오르자 프랑스 정부가 2016년 ‘생물다양성법’으로 ECR 규정을 부활시켰다. 목표는 “생물다양성 중립(넷제로)”이다.
이후 생물다양성 중립 목표에 따라 프랑스 의회가 미국 생물다양성은행(Biodiversity Banking)을 본떠 ‘자연대체지역’(SNC) 제도를 도입했다. 미국 생물다양성은행은 환경가치가 훼손된 지역을 복원하고 보호지역으로 만드는 일을 한다. 이 활동으로 얻은 상쇄권을 땅을 훼손한 토지개발자에게 판매한다. 토지개발자가 상쇄해야 할 환경가치는 연방정부가 결정한다.

자연대체지역
프랑스에서 자연대체지역 관리자 공인을 받은 기관은 하나다. 예금공탁금고(CDC)의 민간 자회사인 ‘CDC생물다양성’이다. 이 기관은 몇십 년 동안 공장식 농업으로 오염된 라크로평원(남부 지방) 375ha를 사들여 복원사업을 시작했다. 보호종으로 지정된 파충류(주얼드라세타)와 조류(너새)의 서식지를 만들고, 땅 일부를 임대해 양을 방목할 수 있게 했다. 10여 년의 시범 기간이 지나고 2020년 프랑스 정부는 이 지역을 코쉬르(Cossure) 자연대체지역으로 지정했다. 코쉬르 땅에서 생긴 상쇄권은 1ha당 5만유로(약 6700만원)에 거래된다.
CDC생물다양성의 첫 상쇄권 거래는 2010년 로지프레스트라는 회사와 시범적으로 이뤄졌다. 이 회사는 프랑스 남부 생마르탱드크로 대형 물류단지에 물류창고를 짓는 사업에 필요한 상쇄권 44개를 구매했다. 최근에는 2020년 프랑스 국방부가 이스트르(남부) 공군기지를 확장하기 위해 상쇄권 14개를 사들였다. 철도 건설회사인 ‘테르미날 웨스트 프로방스’(Terminal Ouest-Provence) 역시 미라마(남부) 근교 기차역 건설 사업을 위해 상쇄권을 구입할 계획이다. 예르에서 아비뇽을 거쳐 나르본까지 이어지는 지역에서 라크로평원과 비슷한 환경을 훼손하는 회사는 모두 CDC생물다양성에서 상쇄권을 살 수 있다.

객관적 평가 부재
코쉬르 사업에 참여한 스티브 오브리 프랑스 국립농업식품환경 연구원은 “자연대체지역 관리자는 토지 복원으로 거둔 환경적 성과를 다른 이에게 넘겨주고 그 대가를 받는다”며 “그 부가가치가 어느 정도인지 증명하는 방법이 투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환경 부가가치를 평가하는 방법이 규정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자연대체지역 관리자가 내부 기준에 따라 환경 부가가치를 매긴다. 마찬가지로, 토지개발 과정에서 생물다양성이 얼마나 훼손됐는지는 토지개발자가 직접 평가한다. 100% 신고제다. 토지개발자가 생물다양성 훼손 수준을 낮게 매기거나, 자연대체지역 관리자가 환경 부가가치를 부풀려 신고해도 확인할 방법이 없다. 국립자연보호위원회(CNPN)는 이 문제를 오래전부터 지적했다. 환경전환부는 2021년 6월 생물다양성 ‘훼손도’와 ‘성과’에 대한 평가 지침만 발표했다.
친환경 정당 의원들 사이에선 자연대체지역 제도가 공급 중심의 환경 복원 정책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자연대체지역 관리자가 토지개발자에게 자연환경을 ‘파괴할 권리’를 파는 데 집중됐다는 것이다. 토지개발자가 복원사업을 할 땅을 발 벗고 찾아나서거나 관련 연구비를 제 돈으로 대야 하는 수요 중심 정책과 거리가 멀다. 수요 중심 정책은 사업자가 땅을 뒤엎기 전 두 번 생각하게 한다. 유럽의회의 마리 투생 의원(프랑스 유럽생태녹생당)과 필리프 랑베르 의원(벨기에 생태당)은 녹색금융과 생물다양성에 관한 보고서에서 자연대체지역이 “투자자 입맛에 맞춘 금융자산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2022년 2월 국회에 출석한 베랑게레 아바 생물다양성 장관. 프랑스 정부는 2016년 생물다양성을 지키기 위해 법을 제정하고 자연대체지역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나 비판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REUTERS

“천연자원 거래 은행”
CDC생물다양성 개발·네트워크부의 장크리스토프 브누아 부장은 억울하다고 항변한다. “CDC생물다양성을 천연자원 거래 은행이라고 비판한다. 하지만 환경복원 사업은 규모가 커서 CDC생물다양성처럼 재정이 튼튼한 기관이 아니면 성공적으로 끌고 가기 어렵다. 초기 투자 비용이 엄청난데다 복원할 땅을 찾기가 갈수록 힘들다.” CDC생물다양성은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 소송에 걸려 있다. 상쇄권 판매 규제는 엄격하다. 상쇄권은 증권과 달라 기업이 상쇄권을 사더라도 (환경) 의무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복원된 땅의 환경가치를 유지·관리할 책임이 상쇄권을 산 사업자에게 이전된다.
지금까지 자연대체지역 관리자 공인을 받은 기관은 CDC생물다양성밖에 없지만 곧 여러 업체가 인증받을 것으로 보인다. 인증 심사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후보 업체들은 복원할 땅을 사거나 빌리고 있다. 파리 외곽에서 복원사업에 투자하는 공익단체 ‘센&이블린 앙비론망’도 후보 업체다. 이 단체는 이블린주에 땅을 가진 소유주 여럿과 거래하고 있다. 근방에서 부동산개발 사업을 계획하는 업체에 팔 상쇄권을 여기저기 준비해놓을 계획이다.
CDC생물다양성도 파리 일대 일드프랑스 지역에서 땅 240ha를 매입했다. 그랑파리(수도권교통인프라구축) 사업에 필요한 상쇄권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이 땅은 아직 자연대체지역 인증을 받지 못했다. 환경복원을 먼저 끝내고 상쇄권을 판 코쉬르와 달리, 이 지역에선 토지개발자가 상쇄권을 주문하면 그때그때 복원 공사에 들어간다. 상쇄권 주문이 더 없으면 남은 땅을 한꺼번에 복원한다.
프랑스 국립자연보호위원회 자연과학자인 막심 쥐카는 “농지, 산림 등 자연 지대를 상쇄권 거래 지역으로 정해놓는 경향이 우려스럽다”고 말한다. 지금 같은 공급 중심의 복원 제도는 정부가 환경보존 의무를 민간에 떠넘기도록 부추길 수 있다. “환경복원 사업이 서식지 보존을 규제해야 하는 정부 정책을 대신해선 안 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재정 여력이 없는 지자체가 보호지역을 관리하기 위해 복원사업에 투입되는 민간 투자금에 기대려고 할 수 있다.” 국립자연보호위원회가 센&이블린 앙비론망이 매입한 땅을 자연대체지역으로 지정하면 안 된다는 권고 의견을 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자체 관할인 생태계 위기 지역에 바짝 붙어 있는 땅이기 때문이다.
공급 중심의 환경복원 제도를 비판하는 목소리만 있는 것은 아니다. 많은 전문가가 새롭게 보호지역으로 지정한 땅을 수십 년간 보호할 수 있다는 점을 좋게 평가한다. 문제는 토지개발자의 상쇄권 수요가 있을 때마다 복원 공사가 분절적으로 이뤄진다는 데 있다. 국토개발이나 녹색회랑에 관한 포괄적인 계획이 빠져 있다.

최선 아닌 차선
농업계 대학인 아그로 파리테크에서 친환경 경제를 연구하는 아롤드 르브렐은 “면적이 100ha 미만인 땅은 복원해도 큰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토지개발자는 단순히 건설 허가를 받고 돈을 최대한 절약하는 게 목적이다.” 토지개발자가 복원 공사를 다른 기관에 외주하는 것 역시 비용 낮추기 경쟁과 가짜 환경주의를 부추기는 문제가 있다.
그래도 막심 쥐카는 “자연대체지역 제도가 좋은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토지개발자가 훼손한 생태계를 법에 맞게 상쇄한 사례가 거의 전무하다. 자연대체지역 제도는 정부가 환경복원 과정을 관리하기가 쉽다는 장점이 있다.” 아롤드 르브렐은 “비난의 화살이 자연대체지역 관리자가 아닌 다른 곳을 향해야 한다”고 말한다. “자연환경을 훼손할 권리를 준 책임을 CDC생물다양성 같은 복원사업자에게 물어선 안 된다. 복원사업의 공공성을 제대로 따지지 않고 인정해주는 지자체에 물어야 한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22년 3월호(제421호)
Biodiversité: acheter le droit de bétonner?
번역 최혜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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