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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비싸고 용도 제한적, ‘돈 먹는 하마’ 될라
[GREEN] 유럽 국가수소전략
[144호] 2022년 04월 01일 (금) 앙투안 드 라비냥 economyinsight@hani.co.kr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려면 수소경제를 발전시켜야 한다. 하지만 주먹구구식 개발은 안 된다. ‘지속가능한 발전·국제관계 연구소’(IDDRI)가 수소에너지 개발 조건을 제안했다.

앙투안 드 라비냥 Antoine de Ravignan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수소가 화석연료와의 싸움을 승리로 이끌 열쇠일까. 아득하고 불투명해 보이던 수소경제가 어느새 핵심 산업으로 떠올랐다.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은 2030년까지 수소산업에 500억유로(약 68조원) 넘는 예산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프랑스는 70억유로를 약속했다.
수소경제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로 기후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프랑스 파리정치대학 산하 ‘지속가능한 발전·국제관계 연구소’(IDDRI)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해답은 두 요인에 달렸다. 수소를 어떤 방식으로 생산할지, 그리고 어떻게 활용할지다. 수소에너지는 생산단가가 높아 공공재정이 많이 들어간다.

녹색수소와 청색수소
수소는 연소될 때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다. 하지만 생산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한다. 오늘날 수소는 (자연에서 가져다 쓸 수 없어) 공업용이나 드물게는 난방용 메탄으로 만든다. 그렇게 생산한 수소는 비료로 쓰이는 암모니아를 합성하거나 중질유 탈황(황 성분을 없앰) 공정에 주로 사용된다.
수소 제조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2%를 차지한다. (산업용 촉매제뿐 아니라 자동차나 난방용 연료로 그 쓰임새가 다양해질) 수소가 탄소배출량 감축에 도움이 되려면 생산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량을 줄여야 한다. 첫 번째 방식은 원자력이나 재생에너지처럼 탄소를 배출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으로 물을 전기분해한다. 이렇게 얻은 수소를 ‘녹색수소’라고 한다. 다른 하나는 메탄에서 수소를 추출하는 방식이다. 다만 그 과정에서 부산물로 생기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고 저장하는 기술을 같이 써야 한다. 이렇게 생산한 수소는 ‘청색수소’다.
연구소는 청색수소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수소를 추출하는 과정에서 메탄가스가 대기 중으로 빠져나갈 수 있고 생산된 수소를 운송하기도 복잡하다. 부산물인 이산화탄소를 완전히 포집해 저장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상용화 가능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기술로 당장 심각한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없다는 점 역시 문제다.
만약 청색수소 제조시설이 탄소배출량을 기대한 만큼 줄이지 못한다면? 그 반환경적인 생산시설을 몇 년 더 쓰면서 탄소를 배출하거나, 수익이 생기기 전에 문을 닫아 천문학적 돈을 무용지물로 만들거나, 둘 중 하나다. 게다가 그 모든 위험부담은 세계가 같이 진다. 지금까지 천연가스를 수출하던 업체가 앞으로 청색수소를 수출할 것이기 때문이다. 탄소 감축 효과가 나지 않으면 전체 유럽 대륙에 설치한 운송시설이 ‘실패한 자산’으로 전락할 수 있다.

   
▲ 프랑스 오세르에 있는 프랑스전력공사(EDF) 자회사 하이나믹스(Hynamics)의 수소충전소.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은 2030년까지 수소산업에 500억유로 이상을 투자하기로 했다. REUTERS

생산·활용 걸림돌
기후 대응이 시급하지만 큰 틀에서 수소를 어떻게 생산할지 아직 오리무중이다. 수소에너지 활용도 마찬가지다. 수소 제조는 비용이 많이 든다. 녹색수소는 특히 더 그렇다. 희소하고 값비싼 수소에너지를 어디에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까. 연구소는 수소보다 더 나은 대안이 없는 분야에서 이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수소 활용을 에너지 절감과 에너지원 탈탄소화 측면에서 모두 생각해야 한다.
환경 의무에서 예외가 아닌 기존 제조업을 먼저 살펴보자. 질소비료는 환경에 무해하다. 질소비료를 덜 쓰면 그 원료로 쓰이는 수소를 아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식품농업 정책의 문제다. 철강제조업, 항공운송업과 같이 탄소배출을 억제하기 힘든 산업에서 수소에너지가 큰 구실을 할 수 있다. 다만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수요관리가 따라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그 밖에 재생에너지로 전력을 100% 생산할 때 수소가 수요와 공급을 조절하는 용도로 쓰일 수 있다.
수소 활용이 적합한지 분명치 않은 분야도 있다. 대형 화물차가 대표적이다. 지역 간 운송용으로는 수소차보다 전기차의 운행 효율이 더 높다. 유럽연합 내 전체 대형 화물차의 62%는 1일 주행거리가 400㎞에 못 미친다. 장거리 운송에선 수소차의 1회 충전 주행거리가 길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충전소 설치가 문제다. 게다가 대형 화물 운송에는 수소차 말고도 기차나 전기고속도로(e-Highway·전기트럭이 고속도로에서 전력을 충전하면서 달릴 수 있는 도로) 등 대안이 많다. 소형차나 건물 난방에는 수소 말고 다른 탈탄소 에너지를 쓰는 편이 훨씬 경제적이다.
수소에너지를 합리적으로 쓰면 복잡한 탄소중립 방정식의 해답을 찾을 수 있다. 그 반대라면 엄청난 공적 재정을 들여 수소 기업만 배불리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그 대가는 지구환경과 시민이 치른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22년 3월호(제421호)
L’hydrogène, entre promesses et fausses pistes
번역 최혜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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