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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사회화’ 공상 아니다
[In-depth]
[11호] 2011년 03월 01일 (화) 드니 클레르 Denis Clerc economyinsight@hani.co.kr

드니 클레르 Denis Clerc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창립자
 
 ‘도시 근교’의 시대가 저물고, ‘도시 외곽’이 새로운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1990년 이후 프랑스 도시인구 증가의 절반가량이 도시 외곽으로 유입된 인구 때문에 발생했다. 과거 도시 외곽은 시골 소도시에 불과했다. 하지만 최근 대규모 단독주택지구가 들어서면서 도시 외곽 인구가 프랑스 전체 인구의 4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크게 증가했다.
시골은 땅값이 싸고 모아둔 돈이 별로 없어도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그늘도 있는 법. 전원에 마련한 집은 직장은 물론이요, 학교나 여가시설과도 멀리 뚝 떨어져 있다. 따라서 어쩔 수 없이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일이 빈번히 발생한다. 당연히 교통비가 많이 든다. 너도나도 연료비를 줄이느라 허리띠를 졸라매는 요즘 도시 땅값 상승은 이처럼 연료 소비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토지비 상승으로 임대료나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더는 이를 감당할 재간이 없는 도시인들이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시골까지 거의 추방되다시피 쫓겨오는 실정이다. 그러니 이제 주민이나 지자체를 위해서라도 ‘토지 사회화’를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때가 아닐까?
토지 사회화라니 웬 해괴한 주장이냐고 반문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를 처음 주창한 사람은 오히려 혁명과는 거리가 먼 저명한 경제학자들이었다. 1848년 존 스튜어트 밀은 <정치경제학 원리>에서 어떤 사람들은 “일하지 않고도,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도, 절약하지 않고도, 잠자는 가운데도 더 부유해진다”고 성토했다. 그런 일이 가능한 것은 지주들이 입지가 좋은 땅에서 얻은 이익인 지대 때문이었다. 바로 그것이 1848년 런던의 현실이었다. 하지만 오늘날 전세계 대도시에서 유사한 일이 재현되고 있다. 한 예로 1993년 파리에 지하철 14호 노선 개설 계획이 발표되자 새로 지어질 지하철 역세권을 중심으로 주택 가격이 30% 치솟는 일이 발생했다.
지주나 주택 소유주는 토지 임대료의 가치 상승에 전혀 기여하는 바가 없다. 오히려 지자체의 도시개발 투자로 인한 외부성(Externality)Tip & Tap이 원인으로 작용한다. 스튜어트 밀은 이런 상황은 문제가 아주 많다고 여겼다. 뭔가 기여를 해서 발생한 것이 아닌 이익이 지주의 몫으로 돌아가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했다.
 
   
2005년 7월22일 토지정의연대 회원들이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후문 앞에서 토지공개념 도입을 위한 기자회견을 한 뒤 구호를 외치고 있다.

존 스튜어트 밀, 토지차익 과세 주장
그는 “토지로부터 편익이 발생하면 국가가 사유재산의 원칙을 위배하지 않는 한도 안에서 이익의 일부나 전부를 가져갈 수 있다. 어떤 상황으로 인해 토지 가치가 상승할 경우 이를 불로소득 형태로 특정 시민 계층에 귀속시키는 대신 해당 이익을 사회를 위해 사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토지 가치의 증가분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자고 제안했다. 존 스튜어트 밀은 <자서전>에서 이같은 주장은 “결코 사회주의자가 아닌 민주주의자의 입장”에서 비롯된 제안- 당시 그의 제안은 런던 시민의 공분을 샀다- 이라는 점을 설득하는 데 심혈을 기울인다.
그로부터 20년 뒤, 프랑스 경제학자 레옹 발라는 스튜어트 밀의 주장을 한 차원 더 멀리 밀고 나간다. 발라는 단순히 지대에 세금을 매기는 대신, 아예 토지를 국유화하자고 주장한다. 그것도 택지에만 국한하지 말고, 전 토지를 국유화하자는 의견이었다. 그는 국가가 대출을 이용해 모든 토지를 시장가에 매입할 것을 제안한다. 일반균형이론의 창시자인 발라가 보기에 이렇게 하는 것은 두 가지 장점이 있었다. 첫째, 생산성 측면의 이익이었다. 농업 경영자는 토지에 묶인 자본을 현대적 기기를 구비하는 데 사용함으로써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 둘째는 조세 측면의 이익이었다. 발라는 장기적으로 볼 때 농민의 생산성이 증대되면 지대가 더욱 상승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토지로부터 발생하는 수익이 대출비용을 초과함으로써 국가는 짭짤한 금전상의 이익을 보게 될 뿐 아니라, 토지 임대료가 점차 조세를 대체하면서 조세 측면에서도 이점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그러면 굳이 경제적 약자에게 조세를 부과하지 않더라도, 사회 전체에 귀속된 토지 자원에서 비롯된 수익으로 재정을 충당하는 일이 가능해진다.
물론 발라의 주장은 일부 그릇된 면도 있다. 사실 농지로부터 발생하는 지대는 장기 대출 금리보다 낮았다. 그럼에도 도시계획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입지가 좋은 곳에 땅을 가진 일부 지주들이 주택과 인프라 건설에 쓰일 토지를 매매해 상당한 잉여 이익을 챙기는 현실을 보고 있노라면, 만일 발라가 주장한 토지 국유화가 실현됐다면 재분배 효과를 누릴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아마 그랬더라면 ‘성냥갑같이 삐죽 쌓아올린 임대주택단지’를 비롯한 기형적인 도시개발의 폐해는 피할 수 있었을는지 모른다. 그런 형태의 주택단지는 도시 인구가 급증한 상황에서 토지비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궁여지책이었다.
토지 사회화는 지식인들의 공상에 불과한 것일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프랑스의 몇몇 시에서는 50년 전부터 토지공사를 통해 상당한 규모의 농지를 확보해 일부는 도시 개발에 사용하고, 나머지는 예비용으로 비축하는 방안을 활용 중이다. 토지공사는 해당 농지를 소유한 농민에게는 토지공사가 보유하고 있던 다른 토지를 대신 내주고, 부동산 개발자나 공공사업자에게는 시장가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택지를 제공했다. 이같은 토지 관리 덕분에 지자체는 더 체계적인 방식으로 도시를 관리할 수 있었다. 이런 방식을 활용한 크티니시는 인근 시골 소도시에 건설된 다른 신도시들과는 달리 베드타운으로 전락하는 운명을 겪지 않았다.
이 지자체들의 경우를 토지 사회화의 모범으로 볼 수 있을까? 물론 그렇다. 그럼에도 두 가지 면이 아쉽다. 우선 토지공사가 땅을 매각해 토지 소유권을 잃게 되면서, 토지를 매입한 쪽이 주택 매각으로 상당한 차익을 누리게 된 점을 꼽을 수 있다. 발라의 주장대로라면 토지공사가 땅을 매각하는 대신 이를 임대하는 것이 옳았다. 그랬더라면 시가 새로 건설된 주택의 사회·복지적 특성을 계속 유지하거나, 잉여 이익을 환수했을 것이다.

토지 사회화 이미 도입했어야
다음으로 지금은 더 이상 드넓은 택지가 필요한 시대가 아니다. 오히려 도시 공간의 밀집화 경향이 두드러진다. 대중교통 접근성을 높이고, 자동차 이용도를 줄이며, 최대한 직장과 가정 사이의 이동 경로를 줄이기 위해서다. 하지만 문제는 그럴 토지가 턱없이 부족하다. 대개는 이미 토지가 다 개발된 상태다. 그러다 보니 토지 확보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
이제 남은 대안은 스튜어트 밀이 주장한 토지 차익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뿐이다. 정부도 스튜어트 밀의 주장에는 흔쾌히 응할 태세처럼 보인다. 대통령이 일종의 부유세인 ‘자산에 대한 연대세’(ISF)를 비난하면서 이를 대체할 세금으로 스튜어트 밀이 말한 것과 유사한 세금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그런 세금은 50년 전에 도입했어야 한다. 타임머신이 아직 발명되지 않은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Tip & Tap] 
외부성 : 어떤 경제적 행위가 제3자에게 의도하지 않은 혜택이나 손해를 가져다주면서 이에 대한 대가를 받지도 지불하지도 않는 상태를 말한다.
ⓒ Alternatives Economiques·번역 허보미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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