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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시민의 절규와 지정학
[Editor's Letter]
[144호] 2022년 04월 01일 (금) 이용인 yyi@hani.co.kr

이용인 편집장

   
 

우크라이나의 시민혁명 ‘유로마이단’을 그린 다큐멘터리영화 <윈터 온 파이어>는 가슴을 무겁게 짓누른다. 2013년 겨울 11월부터 2014년 2월까지 93일 동안 이어진 투쟁은 흡사 1980년 봄 광주항쟁과 닮았다. 눈이 휘날리고 손발이 얼어붙는 강추위에도 우크라이나 시민들은 변변한 무기 하나 없이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의 친위대 베르쿠트(경찰특수부대)의 조준사격과 실탄사격에 맞섰다. 야누코비치의 야반도주로 시민혁명은 승리로 막을 내렸다.
시민혁명은 친러시아 인물인 야누코비치가 유럽연합(EU) 가입과 경제협력 진행을 포기하고 러시아와 협력을 강화하려는 것에 반대하면서 시작됐다. 다큐멘터리에서 시위 참가자들은 “자유는 우리의 몫이자 권리다” “우크라이나는 유럽이다” “유럽과 자유세계의 일원이 될 것이다”라고 외쳤다. 그러나 유럽연합의 일원이 되려는 그들의 ‘꿈’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022년까지도 이뤄지지 않았다. 오히려 시위가 끝나자 러시아는 크림반도를 병합하고, 동부 국경지대인 돈바스 지역의 친러시아계 주민들이 우크라이나 정권에 무장 대항하도록 유도했다.
우크라이나 시민들은 왜 그토록 간절하게 유럽연합의 일원이 되기를 원하는가. 홍기빈 정치경제학자가 전하는 ‘우크라이나 친구의 이야기’(<경향신문> 3월8일치)를 통해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다. “기빈이는 아는지? …이놈이 싫어 저놈을 밀어도, 저놈이 싫어 이놈을 밀어도 하나도 바뀌지 않으며 한숨과 체념에 절어가는 나의 인생과 아이들의 인생을 바라보는 절망을? …2000년대 중후반부터 이를 참지 못한 젊은이들 중심으로, 차라리 유럽연합에 가입하자는 운동이 일어났다. 최소한 유럽연합이라는 절차를 이 지긋지긋한 정치구조를 개혁하고, ‘밝고 투명하고 이성과 말이 통하는 사회를 건설하는 방편으로 활용하자’는 게 우리의 뜻이었다.”
빅토르 유셴코(친서구)-빅토르 야누코비치(친러)-페트로 포로셴코(친서방)-볼로디미르 젤렌스키(친서방)로 이어지는 지도자들의 교체 속에서도 정치부패, 서부와 동부의 지역갈등, 국제통화기금(IMF) 금융위기, 빈부격차는 제대로 해결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시민들의 절규는 기득권에 함몰된 정치권을 향한 생존의 몸부림이었다.
박용민 국립외교원 경력교수는 최근 국립외교원에 올린 글에서 “야누코비치는 모스크바로 망명을 떠났다. 이 과정에서 우크라이나의 국론은 친서방 서부와 친러 동부의 극심한 분열을 노정했다. 우크라이나의 내부적 갈등이 국가 분열을 가속화하고 인근 강대국에 개입의 빌미를 준 경위는 강대국에 접경한 모든 국가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짚었다. 미국의 국제전략가 즈비그뉴 브레진스키가 저서 <거대한 체스판>에서 우크라이나·터키·이란 등과 함께 “매우 중요한 지정학적 추축”으로 꼽은 한국도 남북관계 악화와 내부 분열 심화가 초래할 대외적인 후과를 깊이 곱씹어야 한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2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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