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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대기업과 스타트업 혼전
[집중기획] 세계 반도체칩 전쟁- ③ 전망
[143호] 2022년 03월 01일 (화) 장얼츠 economyinsight@hani.co.kr

장얼츠 張而弛 자이사오후이 翟少煇 <차이신주간> 기자

   
▲ 애플이 세계 최고 제품이라고 주장한 프로세서 M1 프로. 애플은 2020년 11월부터 노트북에 인텔 제품 대신 자체 개발한 Arm 아키텍처 기반 프로세서 M1을 넣었다. 애플 누리집

많은 시스템·단말기 제조사가 반도체칩 개발에 뛰어들면 범용 반도체칩 제조사의 매출이 타격받을 수밖에 없다. 인텔의 제조 공정은 TSMC 등 반도체 위탁생산업체를 따라잡지 못했고, 많은 기업이 반도체칩을 자체 개발하는 주요 원인을 제공했다.
이런 현상은 애플의 상황에서 명확하게 드러난다. 2020년 11월 애플은 노트북컴퓨터에 15년 동안 쓰던 인텔 제품 대신 자체 개발한 프로세서 M1을 넣었다. 애플에 따르면 Arm 아키텍처 기반의 이 프로세서는 TSMC의 5나노 공정을 적용했다. CPU 처리 속도가 이전 세대 제품보다 3.5배 개선됐고, 작동 시간이 몇 시간 이상 연장됐다. 이때 인텔 반도체칩에는 10나노 공정이 적용됐다.
M1은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시장조사업체 IDC 자료를 보면 2021년 3분기 애플의 세계 컴퓨터(PC) 시장 점유율이 2020년 같은 시기(8.3%)보다 높은 8.8%였다. 궈밍지 톈펑증권 애널리스트는 “애플의 반도체 개발에는 장점이 많다”고 말했다. 인텔의 프로세서 공급이 지연돼 최적의 제품 출시 시기를 놓치는 일이 생기지 않는다. 비용도 40~60% 줄일 수 있다. 애플이 2021년 10월 내놓은 M1프로와 M1맥스의 CPU 성능은 M1보다 70% 개선됐다.

애플의 반도체칩 독립
인텔은 지금까지 애플에 판매한 금액을 공개한 적이 없다. 대부분의 애널리스트는 애플 관련 매출이 인텔 전체 매출액의 2~3%일 것으로 추정한다. 인텔의 2020년 매출액(779억달러)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15억6천만~23억4천만달러다. 2021년 3분기 인텔의 실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PC 사업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 하락했다. 조지 데이비스 인텔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애플의 영향이 없었다면 PC 사업 매출액이 10% 증가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2021년 10월 취임 1년이 지나지 않은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는 “애플을 능가하는 것이 임무의 하나”라며 “앞으로 더 나은 제품을 만들 것이고 애플의 반도체 위탁생산도 환영한다”고 말했다.
모바일 프로세서 제조사 퀄컴도 인텔과 같은 ‘고민’을 한다. 반도체 개발로 열매를 맛본 애플은 이르면 2023년 자체 개발한 베이스밴드 모뎀칩을 내놓을 계획이다. 2021년 11월 아카시 팔키왈라 퀄컴 최고재무책임자는 투자자 콘퍼런스에서 ‘2023년이 되면 애플 스마트폰의 20%만 퀄컴 모뎀칩을 사용하고, 그에 따라 애플에서 발생하는 매출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업계 분석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에 따르면 2021년 애플이 퀄컴에 기여한 매출액(모뎀칩 판매와 IP 사용권 계약 등 포함)이 60억달러(약 7조2천억원)에 이른다. 애플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퀄컴은 모바일 프로세서 이외 분야로 사업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최고경영자(CEO)는 2021년 6월 인터뷰에서 “2018년 퀄컴 고객사는 모바일 분야에 집중돼 양손으로 셀 수 있을 만큼 적었지만 지금은 1만3천 개가 넘는다”고 말했다. 퀄컴 실적보고서를 보면 최근 몇 분기 전자태그(RFID), 사물인터넷(IoT), 자동차 전자장비 분야에서 높은 성장률을 나타냈다.

   
▲ 2022년 2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인텔 투자자의 날 행사에서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가 반도체 웨이퍼를 들고 설명하고 있다. REUTERS

반도체 업체의 반박
스마트폰 제조사가 경쟁적으로 이미지 프로세서를 개발한 것에 저드 히페 제품관리 담당 부사장은 2021년 12월 초 “그 이유를 이해한다”고 말했다. 성과가 가장 명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이런 하드웨어는 새롭게 추가된 기능이 많지 않고 생명력이 길지 않다”며 “퀄컴의 다음 세대 프로세서에 그런 특성을 모두 반영할 것이며, 그것은 단지 시간문제”라고 주장했다.
반도체 제조사들은 맞춤형 반도체에 비해 범용성을 지닌 자사 제품이 우수하다고 강조한다. 2018년 말에 구글과 바이두 등 클라우드 업체가 AI 반도체를 개발하는 것에 제이 퓨리 엔비디아 부사장은 “이런 기업이 개발한 전용 반도체칩에 비해 엔비디아 GPU의 프로그래밍 성능과 범용성이 더욱 뛰어나다”고 주장했다. “AI 기술이 아직 초기 단계이고 다양한 소프트웨어 프레임워크(기본 뼈대)와 모델이 나오고 있어 이런 특성이 매우 중요하다.”
황런쉰 엔비디아 최고경영자는 2019년 말 인터뷰에서 자사 제품의 장점을 강조했다. “용도 변경이 가능한 프로그래머블 반도체(FPGA)를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또 GPU는 소프트웨어의 변화에 항상 준비돼 있다. 지금 쓰는 소프트웨어는 물론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소프트웨어도 지원할 수 있다.”
시스템·단말기 제조사는 사용자 수요를 파악하고 반도체 제조사에 영감을 제공한다. 업계 풍향계인 애플이 반도체를 교체한 것은 ‘Arm 진영의 PC 시장 공략’을 알리는 호각 소리 구실을 했다. 2021년 12월 퀄컴은 중고급형과 입문형 PC 프로세서를 공개했다. 그 가운데 3세대 스냅드래곤 8cx는 5나노 공정을 적용한 첫 윈도 노트북PC 프로세서다. 퀄컴은 2016년 PC 시장에 진출했다. 하지만 제품 성능이 인텔의 x86 아키텍처에 미치지 못하고, 소프트웨어 생태계가 성숙되지 않아 시장 반응이 좋지 않았다. 아몬 최고경영자는 2021년 11월 투자자 콘퍼런스에서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애플이 Arm 아키텍처 PC 프로세서의 성능을 증명했다. 어도비 등 많은 소프트웨어 업체가 Arm 아키텍처 기반의 소프트웨어를 먼저 개발한다.”

스타트업의 분투
미겔 누네스 퀄컴 제품 담당 부사장은 “Arm 응용 생태계가 발전했다”며 “애플리케이션 구동 속도가 느려지거나 사용자 경험이 나빠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앞으로 스마트폰과 PC가 융합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퀄컴만 이렇게 내다보는 게 아니다.”
중국과 미국의 과학기술 전쟁이 치열해지면서 공급망 안전과 미래 경쟁력을 고려해 각국은 반도체칩 개발 투자를 확대했다. 중국 역시 정책적으로 독려했다. 많은 투자자본이 중국산 반도체칩 제품으로 대체할 시장의 가능성과 커촹반(중국 기술주 시장)의 투자금 회수 경로에 주목하면서 이 시장에 진입했다. 중국반도체협회의 웨이샤오쥔 집적회로설계분과 이사장은 “2021년 중국 반도체설계 업체가 2810개”라며 “전년 동기 대비 26.7% 늘었고 2년 연속 두 자릿수 증가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대기업이 반도체 개발에 뛰어들면 세부 분야의 창업자들이 성장할 공간이 있을까? BAI(베르텔스만 아시아지역투자)는 반도체 분야 투자 종목으로 GPU 제조사 비런테크(壁仞科技)와 DPU 제조사 싱윈즈롄(星雲智聯)을 골랐다. BAI 투자 책임자 싱야오펑은 “많은 기업이 반도체를 개발하고 있지만 스타트업(초기 기술기업)의 성장 가능성은 여전히 크다”고 말했다. “인터넷업계에선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트댄스가 자금이 풍족해 큰 반도체 개발조직을 구성할 수 있다. 바이두도 AI 분야가 강점이고 자체 개발이 가능하다. 이들을 뺀 대다수 인터넷기업은 여전히 외부 반도체 제품을 사야 한다. 그 가운데는 시가총액 1천억달러(약 120조원)가 넘는 대기업도 있다.”
업계에선 4대 인터넷 대기업이 반도체 개발에 들어갔지만 모든 유형의 반도체를 개발하진 않을 것으로 본다. 예를 들어 텐센트클라우드는 범용 프로세서를 개발하려는 의지가 알리바바클라우드만큼 강하지 않다. 알리바바가 자체 서버 프로세서 이톈710을 공개한 날, 텐센트도 Arm 기반의 클라우드서비스를 발표했다. 하지만 미국 스타트업 암페어컴퓨팅의 프로세서를 채택했다. 르네 제임스 전 인텔 사장이 2018년 창업한 암페어컴퓨팅은 Arm 아키텍처 기반의 데이터센터 프로세서를 만든다.
반도체 분야 투자자는 “알리바바클라우드가 ‘중국의 AWS’가 된다면 ‘중국의 암페어컴퓨팅’이 된 스타트업도 분명 있을 것”이라며 “이들이 클라우드서비스 업체의 수요에 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톈710 공개 이틀 뒤 스타트업 위셴마이크로전자(遇賢微電子)가 1억위안(약 190억원)이 넘는 에인절투자를 받았다고 밝혔다. 혁신공장(創新工廠)이 리드투자자였다. Arm 직원 출신이 2020년 창업한 이 회사는 중국 최초로 4나노 공정의 Arm 아키텍처 서버 프로세서를 개발할 계획이다.

   
▲ 중국과학원 컴퓨팅연구소가 육성한 데이터처리장치(DPU) 업체 중커위수(中科馭數)가 최근 수억위안 규모의 시리즈A 자금조달을 마쳤다고 밝혔다. 2021년 중국 반도체설계 업체는 26.7% 늘어 2년 연속 두 자릿수 증가세를 보였다. 중커위수 누리집

경쟁과 협력
반도체칩을 개발하는 기업도 사업부서마다 시각이 달라 외부 업체로부터 반도체칩을 계속 구매할 전망이다. 바이두 쿤룬 개발팀 직원은 “바이두 내부에서도 경쟁이 있다”며 “(자사 제품이) 엔비디아 제품을 뛰어넘는 성능을 보여야 사업부서에서 채택한다”고 말했다. 지리자동차가 신칭커지를 키웠지만, 고급형 전기차 시장을 겨냥한 브랜드 지커자동차(極氪汽車, ZEEKR)는 인텔캐피털의 투자를 받았다.
지커자동차는 자율주행 분야에서 인텔의 자회사 모빌아이와 협력한다. 2021년 10월 인도한 첫 자동차에 아이큐(EyeQ)5 자율주행 반도체칩과 관련 시각 솔루션을 채택했다. 모빌아이와 공동으로 차세대 아이큐 반도체칩에 기반한 시스템을 개발해 2023년에 출시할 계획이다. 양쪽의 경쟁·협력 관계에 대해 싱야오펑은 “반도체 분야 스타트업은 반도체 개발 대기업과 관계를 유지하고 이익률이 낮아도 협력을 통해 이들 기업의 수요를 파악해야 한다”며 “제품만 좋으면 대기업이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야오팡저우 전거펀드(真格基金) 부사장은 “어쨌든 반도체를 고객사에 판매해야 하고, 스타트업이 대기업과 협력하면 더욱 뛰어난 제품을 구상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대기업의 반도체 개발은 자사에 중요한 몇 가지에 한정된다”고 말했다. “반도체업계에서는 분업과 협업이 중요하다. 인텔, 퀄컴, 시스코, 하이실리콘(海思), 테슬라 등 대기업이 개발하는 제품의 양은 시중에 출시된 반도체 제품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지난 몇 년 동안 전거펀드는 호라이즌로보틱스와 AI 반도체 제조사 쑤이위안커지(燧原科技), GPU 제조사 무시(沐曦) 등 중국 기업에 투자했다. 기술 장벽이 낮고 이미 경쟁이 치열해 조만간 가격경쟁이 시작될 분야와 고객사가 개발한 반도체가 완벽한 수준에 도달한 분야의 투자는 앞으로 최대한 피할 계획이다.

인력난 가중
대기업이 반도체 개발에 뛰어들면서 반도체 분야 인력난이 더욱 심해졌다. 중국반도체협회에서 제작한 <중국 집적회로산업 인재 백서>를 보면 2020년 중국에서 반도체 분야에 종사하는 인력이 약 54만1천 명으로 전년보다 5.7% 늘었다. 산업의 성장 속도에 따라 추산하면 2023년에는 76만6500명이 필요하다. 약 20만 명이 모자라는 셈이다.
석사과정을 마치고 일부 중국 반도체 제조사에 들어간 신입 직원의 연봉은 40만위안(약 7550만원)이 넘는다. “대학에서 배운 내용으로는 부족해 졸업 뒤 1~2년 더 교육받아야 제 몫을 감당할 수 있다.” 거췬 사장은 “인력 부족이 중국 반도체산업의 가장 큰 제약 요소”라며 “반도체산업의 혁신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싱야오펑에 따르면 생산주기가 긴 반도체산업에서는 개발팀 구성에서 제품 출시까지 보통 5년 이상 걸린다. 반도체 개발에 뛰어든 기업이 장담한 대로 시장의 주류 제품에 대항할 만한 반도체를 만들고 장기 투자를 지속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야오팡저우 부사장은 “중국 대기업이 현재 충분한 현금을 확보하고 있다”며 “이 현금을 기술 연구와 개발에 투입하면 반도체 개발 인력을 지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십 년 전에 비하면 중국 반도체산업의 가치사슬이 성숙해졌고 인력의 질도 높아졌다. 야오팡저우 부사장은 말했다. “중국과 미국의 과학기술 경쟁을 계기로 첨단기술 산업의 공급망을 확보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전략적으로 반도체를 개발하려는 대기업은 의지와 결심이 더욱 강해졌다. 얼마나 어려운지 알지만 끊임없이 노력하고 투자할 것이다.”

ⓒ 財新週刊 2022년 제2호
芯片混戰
번역 유인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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