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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폐기물 처분 ‘40년 장정’ 마침표
[집중기획] 세계 최초의 핀란드 고준위방폐장① ‘작은 동굴’ 온칼로
[143호] 2022년 03월 01일 (화) 우베 부제 Uwe Buse economyinsight@hani.co.kr

핀란드 소도시 에우라요키 인근에 세계 최초의 사용후핵연료(고준위방사성폐기물) 영구처분시설이 들어선다. 1983년 영구처분을 결정한 뒤 거의 40년에 걸쳐 이뤄진 일이다. 에우라요키 주민 대부분은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저장시설에 긍정적 반응을 보인다. 지금까지 어느 국가도 성공하지 못했던 것을 핀란드는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을까. _편집자

우베 부제 Uwe Buse <슈피겔> 기자

   
▲ 핀란드 서부 해안 인구 8천 명에 불과한 소도시 에우라요키의 지하에 만든 고준위핵폐기물 영구처분장인 온칼로 내부 지하갱도의 모습이다. 유튜브 화면 갈무리

이곳 지하의 온도는 단 한 번도 영상 11도 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다. 10년, 100년 그리고 1천 년 전에도 이곳은 여름이나 겨울이나 한결같이 11도를 유지했다. 또한 1만 년 전에도 심지어 빙하가 북해 위로 수㎞ 솟아올랐던 빙하기에도 이곳 온도는 11도를 유지했다. 앞으로도 영상 11도를 유지할 것이다. 유럽이 빙하에 잠기는 다음번 빙하기가 오더라도 이곳 온도는 11도를 유지할 것이 자명하다.

발트해 북동 해안 인근의 지하갱도
여기는 발트해 북동 해안 인근의 한 지하갱도다. 지하갱도는 기후에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이 갱도는 2억 년 이상 된, 거의 500m 깊이의 화강암 지하에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이곳 지하의 온도는 계절이 아닌 지구 내부의 열기에 영향받는다. 지상에서 팬데믹이 종식되든 기후위기가 완화되든 혹은 인류가 다음 수천 년에 걸쳐 야만의 시대로 퇴보하든, 이는 지하 온도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지하에서는 시간조차 아주 천천히 흐르는 듯하다. 갱도를 만든 어두운색 화강암층의 미세한 균열은 무려 10억 년 전부터 존재했다. 10억 년 전 선캄브리아시대에 지구에 생명이 싹트기 시작했다. 당시의 생명은 독소가 가득한 대기 중으로 산소를 뿜어내던 단세포생물을 일반적으로 의미했다.
양서류가 물에서 육지로 나오고, 공룡이 지구를 지배하다가 멸종됐으며, 포유류가 급속도로 번식하고 마침내 현생인류가 등장하기 훨씬 전이던 선캄브리아시대부터 암석층의 미세 균열은 있었으며, 지금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폭은 5㎜도 채 되지 않고 길이는 1m는 족히 되는 미세한 균열은 마치 지구에 생명이 탄생했을 때의 모습과 흡사하다. 미세 균열이 난 암석층은 이후 전혀 움직이지 않고 고요한 상태를 유지했다. 이는 여기 에우라요키의 지하 화강암층이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위험한 물질인 고준위핵폐기물을 영구 저장하기에 적합한 부지라는 것을 설명해준다.
세계 최초의 원자력발전소(원전)가 가동한 지 어언 68년이 흘렀다. 전력망을 갖추고 전기를 생산한 세계 최초의 원전은 1954년 6월27일 가동을 시작한 옛소련 오브닌스크의 원전이다. 이후 몇 년은 전세계가 원자력에너지에 열렬히 환호했다. 유럽, 아시아, 미국 등지에서 원전이 속속 가동에 들어갔다. 1970년 지구촌에서 상업운전에 들어간 원전은 90기에 이르렀다. 그로부터 불과 10년 뒤인 1980년 그 수는 무려 253기로 늘어났다. 옛소련 엔지니어들이 체르노빌 원전에서 안전규정을 위반했던 1986년 4월26일까지 전세계에서 가동 중인 원전 수는 지속해서 늘어났다.
현재 4개 대륙에서 원전 439기가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지구 어디에도 고준위핵폐기물을 영구 처분할 시설이 한 곳도 없다. 독일 등 민주국가나 중국 등 전제국가 모두 사용후핵연료 영구처분시설을 여전히 짓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제 한 국가가 이 문제의 해결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해결책을 찾아낸 국가는 누구나 짐작하는 강대국이 아니라, 놀랍게도 핀란드다.
핀란드 서부 해안 인구 8천 명에 불과한 소도시 에우라요키의 지하에 만들어진 갱도는 고준위핵폐기물을 영구 저장할 최초 처리시설의 일부다. 그러고 보면 핀란드는 세계 최초의 고준위핵폐기물 영구처리시설에 충분히 멋진 이름을 지어줄 법했다. 대신 핀란드는 이 시설에 핀란드어로 ‘작은 동굴’을 의미하는 온칼로(Onkalo)라는 소박한 이름을 지었다.
현재 지하 영구처분시설 위의 지상에서는 ‘캡슐화 시설’(사용후핵연료를 수거해 캡슐에 밀봉하는 시설)이 한창 건설 중이다. 이 시설은 얼마 전 상량식을 가졌다. 거대한 나선형 계단 모양으로 지하로 이어지는 진입 터널을 차량으로 10분간 들어가면 이미 완성된 갱도 몇 개가 나온다. 진입 터널의 경사는 10도다. 진입 터널 한쪽에는 적재기와 트럭 등이 세워졌다. 사고에 대비해 진입 터널을 최대한 신속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트럭은 항상 출구 방향으로 주차됐다.
<슈피겔> 취재진이 방문한 금요일 오후, 터널 안은 쥐 죽은 듯 고요했다. 굴착 소리나 폭파 소리도 들리지 않고, 개미 한 마리 보이지 않았다. 온칼로 건설현장에는 교대근무로 공사 작업이 이뤄지며, 금요일이면 오후 3시께 모든 업무가 종료된다. 여기서는 일을 서둘러 처리할 필요가 없으며, 계획된 일정만 지키면 된다.
3년 뒤 ‘구리캡슐’이 갱도를 통해 최종처분시설에 끼워질 예정이다. 향후 구리캡슐 3천 개 정도가 추가로 갱도 30여 개에 들어가게 된다. 현재 계획에 따르면, 핀란드 전력회사 TVO가 운영하는 핀란드 원전 3기에서 배출하는 고준위핵폐기물이 온칼로 시설에 저장된다. 온칼로 시설이 경쟁업체인 에너지기업 페노보이마(Fennovoima)의 핵폐기물도 수용할지는 미정이다. 두 업체가 합의하지 못하면 핀란드에는 제2의 방폐장이 필요할 것이다. 온칼로 시설은 120년간 고준위핵폐기물을 저장하고, 용량이 가득 차면 콘크리트 등으로 완전히 메운 뒤 영구히 봉인된다. 온칼로 프로젝트에 100년간 35억유로를 투입할 계획이다.
독일에서는 사용후핵연료 영구처분시설 부지 선정이 다시 원점에서 시작되고 있다. 지난 40년간 고어레벤 등지에서 지질조사 등 환경영향평가, 지역주민들을 위한 공청회 개최와 반대파의 시위가 무한 반복됐다. 하지만 고어레벤은 결국 방폐장 부지로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판명됐다. 나라를 두 동강 낼 정도로 정치적 대립이 극에 달했던 40년의 세월을 보내고 독일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실제로 고어레벤이 애초에 부지로 선정된 데는 어느 정도 정치적 셈법이 작용했다. 에른스트 알브레히트 당시 니더작센주 총리는 인구밀도가 낮은 동서독 국경 인근에 고준위방폐장을 지으려 했다. 그렇게 낙점된 부지가 동서독 국경지대의 고어레벤이었다. 그럴 가능성은 무척 낮지만 만약 새로운 부지 선정이 순조롭게 이뤄진다면, 2050년 독일에도 방폐장이 생기게 된다.
반면 핀란드인들은 독일인들과 달리 사용후핵연료 영구처분시설 부지 선정을 놓고 이렇게까지 분열돼 처절하게 싸우지 않았다. 핀란드는 38년 전 부지 선정을 시작했고, 이미 오래전에 최종처분시설의 건설과 운영을 위한 예산을 별도로 적립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독일과 달리 핀란드 지자체는 부지로 선정돼도 거부할 권한이 있다.
핀란드의 지자체가 고준위방폐장 부지를 주민투표를 통해 단순 과반으로 거부한다면, 핀란드 정부의 결정이나 전문가들의 수년간 검토와 분석 결과에 상관없이 부지 선정은 원점으로 돌아간다. 이런 위험천만한 민주적인 통제 절차에도 불구하고 핀란드는 이미 절반을 해냈다. 온칼로 시설은 2025년 가동에 들어간다.

   
▲ 고준위핵폐기물을 넣은 캡슐은 영구처분장 온칼로 내부에 있는 8m 깊이의 구멍 속에 영원히 봉인된다. REUTERS

어떤 나라도 해내지 못한 일
핀란드인들은 대체 어떻게 험난한 고준위방폐장 부지 선정을 마무리했을까? 심지어 코로나19 대유행 중에 하룻밤 새 병원도 뚝딱 세우는 중국을 비롯해 지금까지 누구도 해내지 못한 것을 핀란드인들은 어떻게 해냈을까? 그리고 에우라요키 시민 대다수는 어떻게 자신의 앞마당에 짓는 사용후핵연료 영구처분시설에 찬성했을까? 동서고금을 막론한 님비현상(혐오시설 기피)을 극복한 동인과 방식은 충분히 흥미로운 대목이다.

ⓒ Der Spiegel 2022년 제4호
In alle Ewigkeit
번역 김태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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