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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세수, 실용주의 그리고 대화
[집중기획] 세계 최초의 핀란드 고준위방폐장② 성공 요인
[143호] 2022년 03월 01일 (화) 우베 부제 economyinsight@hani.co.kr

우베 부제 Uwe Buse <슈피겔> 기자

   
▲ 핀란드 에우라요키에 있는 온칼로의 외부 지상 전경. 핵폐기물 처분장이 들어서면서 이 소도시는 전출인구보다 전입인구가 늘고 있다. REUTERS

에우라요키의 급수탑에 오르면 인근 지역 전체가 한눈에 들어온다. 날씨가 맑은 날에는 급수탑에서 바다도 보인다.
눈 아래 펼쳐진 핀란드는 평평한 녹지대다. 그리고 노랗고 붉은 목조 단독주택이 펼쳐져 있다. 슈퍼마켓, 레스토랑, 자동차 정비소 등도 보인다. 하지만 공장이라고 할 만한 것은 보이지 않는다. 순환도로와 주택단지 등 곳곳에 공사장이 보인다. 이곳에 들어설 사용후핵연료 최종처분시설에도 불구하고 에우라요키는 점점 커지는 중이다. 에우라요키는 전출인구보다 가족 단위의 전입인구가 더 많다.
이는 베사 라카니에미 시장의 덕택이기도 하다. 그는 핀란드인치고는 화끈한 성격의 음악 애호가다. 핵폐기물처분장 건설을 위해 지하 화강암 지반에 폭파 작업이 있던 날, 라카니에미 시장은 최적의 음향 조건을 갖춘 지하에서 노래 경험을 쌓기 위해 일부러 그곳을 찾아가 노래 연습을 했다고 한다.

   
▲ 2017년 8월17일 온칼로 건설업체 관계자가 언론에 건설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REUTERS

처분장 지하 공사장에서 노래 연습
머리에 노란 보호헬멧을 착용하고 조명을 받으면서 라카니에미 시장은 핀란드 배우 레이프 바게르가 불러 유명해진 핀란드 노래 <로맨스>를 꽤 괜찮게 불렀다고 한다. 그는 시청 집무실에서 독일을 비롯해 세계의 사용후핵연료 영구처분시설 부지를 둘러싼 논란에 관한 자기 생각을 들려줬다. 독일을 비롯한 국가들이 사안을 복잡하게 만들었다는 게 자신의 생각이라고 완곡하게 말할 정도로 그는 예의가 바르다. “우리 핀란드인들은 실용주의자다. 자국의 핵폐기물을 수출할 수 없는 노릇이니 결국 핀란드 내에 방폐장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온칼로의 시공과 운영을 맡은 업체인 포시바(POSIVA)가 부지 후보지를 물색할 때, 처음에는 60곳이 리스트에 올랐다. 포시바는 핀란드에서 원전을 운영하는 전력회사 TVO의 자회사다. 포시바는 에우라요키를 부지로 최종 선정했다. 이 지역의 지하 화강암층이 방폐장 부지로 적합했고, 지자체의 무난한 동의도 예상됐기 때문이다. 에우라요키 시의회의 부지 선정 표결에서 찬성 20표, 반대 7표가 나왔다. 핀란드에서 원자력 안전성을 담당하는 방사선·원자력안전청(STUK)도 이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고 의회에서 최종 표결을 했다. 의원 159명이 찬성했고 3명이 반대했다.
에우라요키에 대한 압도적인 찬성은 해안가 원전 올킬루오토(Olkiluoto) 1호기와 2호기에서 불과 3㎞ 떨어진 최종처분시설의 입지 덕택이기도 하다. 비등수(Boiling Water) 경수로 방식의 올킬루오토 원전 1호기가 상업운전을 시작한 지도 40년이 넘었다. 당시에도 시의회 의원 다수는 올킬루오토 원전 1호기 건설에 찬성했다. 하지만 사용후핵연료 영구처분시설 표결에서처럼 압도적인 찬성은 아니었다. 어부와 농부들은 원전 건설을 우려하는 입장이었다. 이들은 인근 바다에서 잡은 생선과 수확물의 판로가 막힐 것을 걱정했다. 하지만 결국 의지를 관철하지 못했다.
라카니에미 시장은 원전 건설 표결부터 방폐장 표결까지 (지금껏) 단 한 건의 원전 사고도 없었다고 설명한다. 시의회와 원전 운영업체 경영진은 그간 끊임없이 접촉하며 변경 사항과 문제점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한다. 라카니에미 시장은 “양쪽은 서로 페어플레이를 하며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오픈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2020년 원전 내 오류가 발생해 방사능이 누출되지는 않았지만 원자로가 긴급대응조처로 가동이 중단됐던 사고를 굳이 언급하지 않았다. 또한 유럽연합의 2012년 원전 스트레스 테스트에서 해당 원전이 1시간의 정전도 감당하지 못했다는 결과도 언급하지 않았다.
라카니에미 시장이 원전에 호의적인 입장을 보이는 것은 포시바와 TVO가 지자체에 꼬박꼬박 내는 법인세와도 분명히 관련 있다. 두 업체가 연간 납부하는 법인세만 2천만유로(약 272억6천만원)에 이른다. 두 업체가 법인세를 내지 않았을 때 에우라요키는 매년 100만유로 수준의 적자에 허덕였다. 하지만 두 업체로부터 법인세를 받자마자, 이듬해 에우라요키 예산은 단번에 1600만유로 수준의 흑자로 돌아섰다. “그렇게 많은 추가 세수가 갑작스레 들어오는 것은 생소한 느낌이었다”고 시의회의 한 의원은 떠올렸다. “처음에는 갑작스러운 추가 세수를 어떻게 집행할지를 놓고 갈팡질팡했다.”
에우라요키는 뜻하지 않게 들어온 추가 세수로 시청 로비에 분수를 만들고 넓은 아이스링크도 만들었다. 또한 시의회는 소득세 일부를 인하하기도 했다. 핀란드에서는 지자체가 소득세율 결정 권한을 갖고 있다. 에우라요키에서 소득세율은 소득수준과 상관없이 18%로 핀란드에서 가장 낮은 편이다. 이 역시 에우라요키를 매력적인 거주지로 만들어준다.
미나 피라이넨은 몇 년 전 남편과 함께 세금과 자녀 교육 문제로 에우라요키로 이사 왔다. 피라이넨 가족은 그 전에는 헬싱키 교외에 거주했다. 그곳에선 학생 수가 적은 소규모 학교 다수가 재정 문제로 문을 닫았다. 지자체 처지에선 소수의 대형 학교보다 다수의 소규모 학교 운영에 돈이 훨씬 더 많이 들기 때문이다.
에우라요키에는 학교 6곳이 있는데, 규모가 가장 작은 학교의 학생 수는 20명 정도다. 그런데도 에우라요키에선 단 한 곳도 폐교 계획이 없다. 에우라요키에서는 헬싱키에서보다 출퇴근 거리가 짧고 일상에서 익명성이 그리 심하지 않다. 피라이넨 부부에게 에우라요키는 조용하면서 너무 크지도 않고 바다와 가까운 이상적인 거주지다.
피라이넨 부부는 원전과 핵폐기물 최종처분시설도 신경 쓰이지 않는다고 했다. “원전은 지금까지 안전했고, 앞으로도 안전할 것이다. 핵폐기물 최종처분시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워킹맘인 미나 피라이넨은 오히려 두 시설이 안전하지 않다면 그거야말로 정말 놀랄 일이라고 말한다. 자신은 에우라요키에 있는 현재의 자택에서 이구아나를 키우며 남편과 함께 나이 들고 싶다고 했다. 낯선 사람들에게 경계심을 풀지 않는 이구아나를 무릎에 올려놓고 미나는 독일에선 듣기 힘든 말을 한다. “나는 정치권을 신뢰하고, 담당 정부기구에서 일하는 전문가들은 더욱 신뢰한다. 이들은 맡은 업무를 잘하고 있다.”
에우라요키에서는 원전과 방폐장에 대해 누구와 이야기하든 항상 국가, 전문가, 기술 그리고 학문에 대한 전폭적인 신뢰로 귀결됐다. 이 신뢰는 놀라울 정도로 에우라요키 어디에서나 느낄 수 있었다.
핀란드 녹색당은 에우라요키에 원전 건설 당시나 핵폐기물 최종처분시설 건설 결정 이후에도 지구당이 없었다. 또한 에우라요키 원전 및 방폐장 건설에 반대하는 단체도 전혀 없다. 방폐장 건설 반대 진영의 대변인으로 활동하던 전 시의원은 이제 현직에서 은퇴했고 언론과 인터뷰할 의향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미나 피라이넨을 비롯해 에우라요키 주민 다수는 헬싱키 동부에 위치한 방사선·원자력안전청(STUK) 소속 전문가들을 전폭적으로 신뢰한다. 방사선·원자력안전청에서 핵폐기물 부서를 총괄하는 카이 하멜레이넨은 행정가보다는 경영자 스타일에 가까운 스마트한 관료다.
하멜레이넨은 작은 회의실로 <슈피겔> 취재진을 안내했다. 그는 회의실에서 사용후핵연료봉 처리 방식과 방폐장의 안전대책을 설명했다. 약 4m 길이의 핵연료봉은 우라늄 펠릿 수십~수백 개를 한 뭉치로 만든 연료집합체다. 원전 연소기에서 우라늄이 분열하면서 중성자와 에너지를 방출한다.
교체된 핵연료봉은 20년 동안 원자로 옆에 있는 냉각시설의 채워진 물에 보관된다. 여기서 핵연료봉의 열을 식힌다. ‘캡슐화 시설’에서 사용후핵연료를 ‘구리캡슐’에 채운다. 구리캡슐 내장재는 압력을 견디도록 주철로 돼 있고, 외부는 부식을 막기 위해 두께 5㎝의 구리로 싸여 있다.
구리캡슐은 갱도를 통해 영구처분시설 안으로 옮겨지는데, 원격조종되는 차량에 실려 갱도로 이동된다. 갱도에는 7m 간격으로 시추공이 있다. 시추공 밑바닥에는 물과 접촉하면 부풀어 오르는 벤토나이트(점토의 일종)를 압착해 만든 플레이트를 깐다. 벤토나이트는 암반층에선 저절로 굳어져서 오염된 물이 새는 것을 막아준다.
이후 원격조종으로 구리캡슐을 시추공 안에 투입한다. 구리캡슐이 시추공의 정확한 위치에 삽입되면, 캡슐과 암석층 사이의 좁은 틈바구니는 다시 벤토나이트로 채운다. 그리고 구리캡슐 위에 다시 벤토나이트 플레이트를 놓는다. 갱도 안의 모든 시추공에 캡슐이 들어차면, 갱도의 바닥에서 천장까지 전체를 벤토나이트로 채운다. 그런 뒤 곳곳의 나선형 계단을 통해 지표면으로 연결된 5㎞ 길이의 진입 터널인 환적홀(Transhipment hall)도 메우고 시설 입구도 콘크리트 등으로 완전히 메운 뒤 폐쇄한다.
늦어도 이 시점에 원전은 철거되고 캡슐화 시설 역시 사라진다. 그리고 방폐장 부지는 재자연화를 거칠 것이다. “사용후폐기물 최종처분시설은 자체적으로 안전하게 설계된다”고 하멜레이넨은 설명한다. 최종처분시설이 봉인된 뒤, 시설에는 전력이나 관리·감독이 일절 필요 없어진다. 그렇게 고준위핵폐기물은 지표면에서 500m 아래 진흙과 암석층, 시멘트 무덤에 영구적으로 묻힌다.
가까운 혹은 먼 미래에 시설에서 물이 새어 캡슐 여러 개가 부식되더라도, 지하 시설 위의 지표면 방사선량은 연간 불과 0.1mSv(밀리시버트) 상승하는 데 그칠 거라고 하멜레이넨을 비롯한 전문가들은 판단한다. 이해를 돕기 위해 비교하자면, 지구상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자연적 방사선량은 핀란드의 경우 평균 5.9mSv 수준이다.
방사선·원자력안전청 전문가들은 지질학자, 의료진 및 신학자 등과 함께 사용후폐기물 최종처분시설의 위험경고를 놓고 수년간 논의했다. 하지만 향후 10만 년 동안 상존하는 방사능 위험은 어떻게 경고해야 할까? 이론적으로만 가능할 뿐이다. 단순히 표지판 몇 개를 세우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데 모두가 동의했다. 이와 별개로, 최종처분시설이 위험하지 않다는 것에도 모두가 동의했다.
경고 표지의 엄중함을 명확히 파악하기 위해 역사와 수치로 팩트체크를 해보자. 10만 년 전 유럽에는 네안데르탈인이 살았다. 현생인류는 아직 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건너오기 전이었다. 인간은 4만 년 전, 단순 생존 이상의 무언가가 인생에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고 동굴벽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문자는 이로부터 3만5천 년 뒤,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5천 년 전에 만들어졌다.
그렇다면 향후 10만 년 동안 무슨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 핵폐기물 최종처분시설의 위험성을 비석이나 철판에 새겨넣어 글로 경고하는 것이 과연 적절할까? 비석이나 철판이 종이나 디지털 데이터보다 세월을 더 잘 이겨낼까? 하지만 10만 년 뒤 핀란드와 유럽에서는 어떤 문자와 어떤 언어가 사용되고 있을까?
어쩌면 픽토그램이 더 나은 방법일 수 있다. 아니면 우주선 ‘보이저(Voyager) 1’과 ‘보이저 2’가 인터스텔라 공간에서 활용했던 사진이나 그림이 더 나을까? 혹은 만화가 더 좋을까? 아니면 거대하고 웅장한 그림 모조품을 평평한 땅의 나무 위에 세워둬야 할까? 에드바르 뭉크의 그림 <절규>가 이에 적합할 것이다.

   
▲ 2018년 1월 핀란드 방폐장인 온칼로 내부에서 사용후핵연료를 봉인한 구리캡슐을 저장하는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REUTERS

어떤 경고문 없이 영원히 봉인
현재의 권고는 온칼로 시설에 아무런 경고문도 세우지 말라는 것이다. 위험하다고 알리는 갖가지 경고문이 오히려 미래 세대가 봉인된 시설을 열어보고픈 마음을 들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온칼로 시설에 관한 문서와 계약서는 헬싱키에 안전하게 보관할 예정이다. 핵전쟁이나 해수면 상승으로 도시가 바다 밑으로 가라앉는다면, 어차피 온칼로 최종처분시설은 인류의 기억 너머로 사라질 것이다.

ⓒ Der Spiegel 2022년 제4호
In alle Ewigkeit
번역 김태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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