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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에너지 명패 붙이고 프랑스 원전 부활 안간힘
[ISSUE] 유럽연합 그린 택소노미- ① 논란
[143호] 2022년 03월 01일 (화) 앙투안 드 라비냥 economyinsight@hani.co.kr

앙투안 드 라비냥 Antoine de Ravignan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 2021년 4월 유럽 집행위원회 본부에서 발디스 돔브로우스키스 부위원장(왼쪽)과 메어리드 맥기네스 금융서비스 담당 집행위원이 주례 집행위 회의를 마친 뒤 그린 택소노미에 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REUTERS

원자력발전소는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대로 두기에는 사회공동체가 져야 할 위험이 너무 크다. 천연가스는 석탄보다 기후에 덜 해롭다. 그래도 같은 화석연료임에는 변함이 없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분위기를 보면 원자력과 천연가스에 친환경 라벨 씌우기 계획이 곧 실현될 눈치다. 원전 의존도가 높은 프랑스의 압박이 거세다. 프랑스 정부는 가스와 원자력에 모두 친화적인 동부 유럽 국가와 일시적 동맹을 맺고 두 에너지원을 녹색산업 분류체계(Green Taxonomy·그린 택소노미)에 집어넣는 데 앞장서고 있다. (유럽연합 집행위는 2022년 2월2일(현지시각) 천연가스와 원전을 그린 택소노미로 분류하는 규정안을 확정해 발의했다. -편집자) 독일 정부 역시 천연가스를 두고 찬반 의견이 갈려 이를 거부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오스트리아와 룩셈부르크는 택소노미 규정 안에 가스와 원전을 넣은 집행위를 유럽사법재판소에 제소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위기에 빠진 유럽연합 집행위는 그동안 그린 택소노미 최종안 발표를 최대한 늦췄다. 발효 예상 날짜인 2022년 1월1일 자정이 되기 두 시간 전에야 회원국에 법안을 보낸 뒤 채택 전 검토 기한을 1월12일에서 21일로 미뤘다.

녹색산업 역사
그린 택소노미의 역사는 1990년대 ‘녹색 금융상품’이 시장에 나오면서 시작됐다. 자산운용사가 임의로 고른 금융상품에 녹색 라벨을 붙이자 ‘그린본드’(녹색채권) 시장의 신뢰도가 급속히 떨어졌다. 이에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은 경제주체가 규제 당국에 지속가능 자산의 범위를 정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렇게 세운 엄격한 공동 원칙에 따라 투자자는 투자 대상을 고른다.
유럽연합이 그린 택소노미를 만들기 시작한 것은 2017년이다. ‘지속가능 금융 전문가그룹’을 꾸려 조언을 받았다. 이를 바탕으로 2018년 유럽연합 집행위가 녹색산업 분류 기준에 관해 권고하는 기술전문가그룹(TEG)을 출범시켰다. 기술전문가그룹은 전력 생산시설이 녹색인증을 받으려면 ‘1킬로와트시(㎾h)당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이 100g을 넘지 않고, 배출량을 해마다 줄여야 한다’고 규정했다. 이에 따라 가스를 비롯한 화력발전은 이산화탄소 포집·저장 기술을 쓰지 않으면 녹색인증을 받지 못한다. 원전은 탄소를 배출하지 않지만, 녹색전력 생산시설로 분류되지 않았다. 방사성폐기물 문제를 두고 그룹 내 의견이 갈렸다.
유럽연합은 2020년 6월18일 지속가능 금융의 보편적 틀을 정하는 택소노미 규정을 채택했다. 어떤 경제활동이 그린 택소노미에 들어가려면 이 규정에서 정한 6대 환경목표(△기후변화 완화 △기후변화 적응 △수자원·해양자원의 지속가능 사용·보호 △순환경제로 전환 △환경오염 방지·감축 △생물다양성·생태계 보호와 복원) 가운데 하나 이상에 ‘상당히 기여’해야 한다. 또한 환경목표에 ‘중대한 피해’를 주지 않아야 한다. 비금융정보 고지 의무가 있는 대형 기업은 그린 택소노미 여건에 부합하는 경제활동 비중이 얼마인지 알려야 한다. 이것이 유럽 그린 택소노미의 핵심이다. 집행위가 각각의 환경목표와 관련해 어떤 경제활동을 어떤 조건으로 택소노미에 포함할지는 시행령 성격의 위임법률로 정한다.

   
▲ 2021년 12월 프랑스 파리 시내에서 환경단체 활동가들이 그린 택소노미에 원전을 포함하려는 프랑스 정부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손팻말에는 “마크롱은부끄러운 줄 알라”고 적혀 있다. REUTERS

위임법률 논란
6대 환경목표 가운데 ‘기후변화 완화’에 관한 2020년 규정 제10.2조를 보면 “기술·경제 측면에서 실현 가능한 저탄소 대안이 없는 경제활동”은 특정 요건을 충족하면 택소노미에 포함될 수 있다. 가스와 원전을 택소노미에 포함할 가능성을 염두에 둔 이들의 입맛에 맞게 억지로 집어넣은 조항이다. 이 조항을 만들 당시 찬반 대립이 팽팽하게 이어지자 집행위는 판단을 유보하는 선택을 했다. 그리고 2021년 6월 내놓은 위임법률에는 논란 대상인 두 에너지원에 관한 내용 없이 이 사안을 추가 법률에서 다루겠다고 했다.
가스와 원전을 그린 택소노미에 포함한다는 요지의 2021년 12월31일자 최종 초안(위임법률)은 찬반 논쟁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만들어졌다. 중대한 사안을 다루는 법안인 만큼 집행위가 유럽의회와 상임위에 먼저 제출하는 것이 민주주의 원칙에 부합한다. 집행위는 ‘필수가 아닌’ 사안만 위임법률로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클로드 투르메스 룩셈부르크 에너지장관은 집행위가 12월31일 위임법률을 처리한 방식을 두고 “유럽의 법적 기초에 어긋난다”며 “법안이 통과돼도 유럽사법재판소에서 위법성을 따질 수 있다”고 말했다.
집행위 위임법률은 유럽의회에서 (과반수가 아니어도) 반대표가 찬성표보다 많거나, 상임위에서 과반수가 반대하면 기각된다. 유럽연합 전체 인구의 65% 이상이 사는 20개 회원국의 반대가 필요하다. 찬반 투표는 법안이 제출되고 4개월 이내에 열려야 한다. 유럽의회 교섭단체인 ‘리뉴 유럽’(Renew Europe) 소속인 환경위원회 위원장 파스칼 캉팽은 충분한 반대표를 얻기 어려우리라 생각한다. 이미 집행위 최종안을 “좋은 정치적 타협안”으로 보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최종 초안이 원전과 가스를 그린 택소노미에서 절대 뺄 수 없다며 버티는 회원국을 만족시키면서, 세부 방안으로 “기후중립 목표를 지킨다”는 것이다.
원전이 유럽 택소노미에 명시된 ‘무해’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고 보기 어렵다. 가스도 문제가 있기는 마찬가지다. 가스발전에 설정한 단기 목표(100g으로 정한 ㎾h당 이산화탄소 배출량 상한 기준)는 2030년 이후 건설 허가를 발급받는 가스발전소만 대상으로 한다. 그전까지 상한은 270g이다.
두 번째 조건인 전력생산량 대비 이산화탄소 배출량 기준 또한 모호하다. 20년 평균 배출량이 ㎾h당 550㎏으로 정해져 있다. 이대로면 2030년 이후 가동 시간을 제한한 기존 가스발전소가 녹색발전소로 둔갑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 전력피크 대응을 구실로 그런 발전소를 2050년까지 돌리면 환경목표에 부정적 영향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대한 반발을 줄이기 위해 집행위는 중요한 조항을 추가했다. 파스칼 캉팽 의원이 발제한 ‘투명성 의무’다. 원전과 가스에 대한 투자가 녹색인증을 받은 경제활동인지와 그 비중을 투자자들에게 공개해야 한다. 지속가능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자산운용회사인 미로바(Mirova)의 필리프 자우아티 대표는 “그럼에도 원전과 가스를 그린 택소노미에 포함하는 것이 ‘잘못된 결정’임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한다.

프랑스 정부 속내
유럽연합은 이런저런 로비가 있을 때마다 과학이 아닌 정치적 기준에 따라 움직인다. 가스와 원전을 택소노미에서 뺀다고 했다가 다시 넣는다고 한다. 그러면서 유럽 택소노미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혼란을 준다. 필리프 자우아티는 어차피 택소노미는 분류체계지 의무체계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녹색금융은 전체 투자에서 아주 작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그린 택소노미에 들어가지 않으면 투자가 불가능하지 않아도 힘들 수 있다. 가스는 자본을 끌어모으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 신규 원전은 사정이 다르다. 세계 모든 나라가 원전을 줄이는 추세다. 유럽 택소노미에 들어갔다고 해서 원자력에너지가 매력적인 금융상품으로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유럽 규정을 보면 직접투자나 보조, 소득 보전 등의 형태로 회원국 정부가 원자력산업에 더 쉽게 개입할 수 있다. 애초 원전은 정부 개입 없이 발전하거나 민간 투자자를 끌어들이기 쉽지 않다. 콜럼버스컨설팅의 니콜라 골드버그 선임 에너지연구원은 “원전이 택소노미에 들어가면 프랑스로선 유럽연합 경쟁국과 보조금 협상을 하기 쉬워진다”고 말했다.
프랑스가 원하는 대로 유럽연합의 회원국 보조 제도가 택소노미 기준에 맞게 바뀌면 더 그렇다. 기후행동네트워크(CAN)의 유럽 책임자 네일 마카로프는 바로 이 점을 우려한다. “택소노미 기준은 유럽연합이 앞으로 내릴 수많은 결정에 영향을 끼칠 것이다. 회원국이 (에너지)전환에 투자를 늘리도록 ‘안정과 성장을 위한 협약’을 개정할 때도 마찬가지다.”
프랑스 처지에선 그린 택소노미가 진짜 목표에 도달하기 전 싸워야 할 상대 가운데 하나다. 프랑스 정부의 진짜 목표는 유럽 법규의 모든 조항에서 원자력이 재생에너지 자격을 얻는 것이다. 전력 생산에 대한 정부 지원뿐 아니라 건축물, 지속가능 항공연료, 수소 생산에 적용하는 환경규범 조항까지. 이런 것은 모두 (가스에너지를 맹목적으로 지지하는 이들과 프랑스의 담합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기후와 관련이 없다. 궁지에 몰린 원전, 그런 원전의 생존 투쟁과 관련 있다. 프랑스 원전은 부활하려 안간힘을 쓴다. 택소노미를 발판 삼아 기후 목표 달성을 위해 경제적, 기술적으로 필요한 산업이라는 믿음을 주려 한다. 다만 그것은 사실이 아닐 뿐이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22년 2월호(제420호)
Bruxelles repeint le nucléaire et le gaz en vert
번역 최혜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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