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스타, 엘리자베스 홈스가 설립한 메디컬 스타트업 테라노스(Theranos)의 기업가치는 한때 90억달러(약 10조7천억원)에 달했다. “피 한 방울로 모든 질병의 진단이 가능하다”는 그녀의 바이오테크놀로지 신화는 결국 거짓으로 판명됐고, 그녀는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런 사기극이 통했던 바탕에는 사업 아이템을 사기 수준으로 포장하는 금융경제 시스템이 자리잡고 있다. 비단 미국에만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비슷한 사례는 독일에서도 오래전부터 있었다.

하이케 부흐터 Heike Buchter
잉고 말허 Ingo Malcher <차이트> 기자

▲ 실리콘밸리 스타, 엘리자베스 홈스가 설립한 메디컬 스타트업 테라노스(Theranos)의 기업가치는 한때 90억달러(약 10조원)에 이르렀다. 2015년 10월2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한 호텔에서 열린 <월스트리트저널> 주최 콘퍼런스에서 홈스가 발언하고 있다. REUTERS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의 로버트 F. 페컴 연방빌딩 4호 법정에서 15주에 걸쳐 진행된 재판이 제프리 솅크 검사의 최종 논고를 끝으로 마침내 마무리됐다. 지금까지 피소된 실리콘밸리 인사 중 가장 유명한 피고인 엘리자베스 홈스에게 솅크 검사가 적용한 혐의는 이 사건에 대한 단순한 복기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상당수 창업자와 경영자가 경력을 쌓는 과정에서 직면하는 상황, 즉 이대로 회사 문을 닫느냐 아니면 범법을 시도하느냐를 결정해야 하는 진퇴양난의 처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 Die Zeit 2022년 제3호
Scheitern oder betrügen?
번역 장현숙 위원

* 2022년 3월호 종이잡지 47쪽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