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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탄소 ‘녹색철강’ 개발 최후의 승자는 누구일까?
[GREEN] 미래의 철강 개발 경쟁
[143호] 2022년 03월 01일 (화) 외르크 뢰메 economyinsight@hani.co.kr

철강산업은 전세계 자동차 교통량을 합한 것보다 훨씬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세계 제철기업들은 친환경 수소를 사용하는 플라스마 반응기 등 탈탄소 철강 기술을 개발해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고로(高爐)를 대체하려 한다. <슈피겔>이 유럽 제철기업의 뜨거운 탈탄소 ‘녹색철강’ 개발 경쟁을 짚었다.

외르크 뢰메 Jörg Röme <슈피겔> 기자

   
▲ 철강산업은 전세계 자동차 교통량을 합한 것보다 훨씬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2022년 1월4일 스웨덴의 환경운동가들이 철강 채굴 회사 앞에서 시위하고 있다. REUTERS

재료공학자 디르크 라베의 연구실에서 플라스마가 점화하면 부드러운 녹황색 빛이 소형 반응기 내부를 비춘다. 창을 통해 라베와 그의 팀은 실험실 안에서 섭씨 수천 도의 아크(Arc·전광)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관찰한다. 이 실험실에서 과학자들이 만드는 수소 플라스마는 어쩌면 철강산업의 미래가 될 수도 있다. 뜨거운 입자의 혼합물이 광석을 녹여서 특별한 철로 환원한다. 먼저 연구원들은 헤마타이트(Hematite)로 알려진 부서지기 쉬운 적철석 수백g을 연소실에 넣는다. 이런 철광석은 기존 고로에서도 제철에 쓰이지만, 지금 라베의 실험실에선 아크로(爐)가 가동 중이다. 금속공학자들이 아크로를 닫고 아르곤과 수소를 주입한 뒤 점화한다.
섭씨 1600도에서 적철광은 더욱 미세한 금속 덩어리로 변한다. 라베는 이 과정의 최종 결과물인 반짝이는 철 너깃(덩어리)을 마치 보물처럼 소중히 여긴다. “이 너깃은 탄소가 포함되지 않은 철이어서 바로 강철로 가공할 수 있다. 이 철의 탄소발자국(사람이 활동하거나 상품을 생산·소비하는 과정에서 직간접적으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총량)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고 독일 뒤셀도르프 막스플랑크철강연구소 소장인 라베가 말했다. 전세계에서 극소수의 연구팀만이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철을 만들 수 있다.

   
▲ 독일 연방정부의 올라프 숄츠 총리(오른쪽 둘째)가 2021년 9월23일 재무장관 시절 독일 최대 철강 생산업체인 티센크루프를 방문했다. 독일 전문가들은 이 업체 한 곳에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가 독일 전체 배출량의 약 5%에 이른다고 말한다. REUTERS

보물같이 소중한 철 덩어리
아직은 실험 단계다. 하지만 곧 상황이 바뀔 수도 있다. 강철은 오늘날에도 공업국가 독일의 상징이다. 철-탄소 합금 없이는 건물을 세울 수 없다. 독일에서 두 번째로 철강을 많이 소비하는 분야인 자동차산업도 이 재료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2020년 독일에서 약 3600만t의 조강(粗鋼·가공되기 전의 철강 원자재)이 생산됐다. 1인당 연간 소비량이 371㎏이다.
그러나 철강 생산 과정에서 기후변화를 초래하는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가 막대한 양으로 방출된다. 철강 생산은 전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11%를 차지하며 이는 항공이나 자동차 교통이 배출하는 양보다 훨씬 많다. 독일 최대 철강 생산업체인 티센크루프(Thyssenkrupp) 한 곳에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가 독일 전체 배출량의 약 5%에 이른다. 티센크루프는 독일에서 최대 단일 탄소배출원이다.
문제의 일부는 소결(燒結·분말 등을 가열해 결합하는 것)로 알려진 광석의 처리 중에 발생한다. 이 과정에서 분쇄된 원료를 가열해 작은 덩어리로 고결(固結)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이산화탄소는 고로에서 강철이 생산되는 중에 직접 방출된다. 자연에서 철은 일반적으로 산화(산소와 결합)된 형태로만 발견된다. 철광석에서 산소를 제거하려면 이른바 환원제가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대부분 탄소였다. 여러 단계의 공정에서 광석의 산소가 고로 안에서 탄소와 결합해 이산화탄소를 형성한 뒤 대기 중에 배출된다.
이 과정은 3천여 년 전, 아마 인류 최초로 오늘날의 강철과 유사한 금속을 생산했던 고대 히타이트 시대 이후 사실상 거의 변하지 않았다. 당시에는 단순한 석탄 제련로를 사용했고, 오늘날에는 대부분 거대한 고로를 쓴다. 현대의 철강업계는 목탄 대신 그을음과 유황가스가 덜 발생하는 코크스(Cokes)를 사용한다. 그러나 (석탄을 가공한) 이 단단한 덩어리, 코크스를 생산하는 과정부터 이미 이산화탄소를 방출한다. 제철소 공정을 포함하면 최종적으로 생산되는 강철 1t당 약 1.8t의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에 배출된다고 추정한다.
철강업체들도 이 문제를 알고 있다. 엄격한 기후 관련 규제, 비싼 탄소배출권 그리고 기후친화적인 강철의 수요 증가에 직면해 이들 기업의 사업모델도 전면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라베의 연구실에서 불과 몇㎞ 떨어진 곳에 티센크루프의 제철소가 있다. 라인강 부근에 있는 이 공장은 티센크루프의 유럽 사업소 중 가장 규모가 크다. 진정한 루르 공업지대 철강산업의 현장이라 할 수 있다. 광석 공급부터 시작해 코크스 제조, 고로, 철강공장, 압연공장을 거쳐 최종적으로 박판이 완성된다.
그러나 이 사슬의 일부가 사라질 것이다. 2045년까지 4기의 고로를 폐쇄할 예정이고, 이후 티센크루프는 탄소중립 경영을 실현하려 한다. “우리는 직접환원제철법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티센크루프의 ‘금속공학 역량 센터’ 센터장인 마티아스 바인베르크가 말했다. 직접환원제철법은 코크스 대신 수소를 쓴다. 수소가 철광석에서 나온 산소와 결합하면 이산화탄소 대신 수증기가 발생한다. 첫 번째 직접환원제철 플랜트가 2024년에 완공될 예정이고, 2030년까지 두 번째 플랜트도 건립해 가동할 계획이다. 그렇게 되면 2018년보다 탄소배출량이 30% 이상 감소할 것이라고 티센크루프는 전망한다.
새로운 공정에선 섭씨 1천 도에서 발광하는 액체금속이 아니라 해면철(Sponge Iron)이 생성된다. 바인베르크는 그의 책상 위에 놓인 회색 구슬이 담긴 유리병을 가리켰다. 이 구슬을 절단하면 다공성 구조를 볼 수 있다. 녹색철강을 생산하기 위해 이 해면철을 전기용광로에서 녹인다. 그다음에는 기존 생산체계로 복귀한다.
아직 몇 가지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있다. 예를 들어 공정에 필요한 막대한 양의 녹색수소를 어디에서 조달하는가와 같은 것이다. 녹색수소를 생산하는 데 아주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리고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생산할 때만 이 기적의 물질은 실제로 기후중립적이다.
티센크루프는 스스로 대규모 수소 생산업체가 될 생각이 없다. 그래서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태양광 전기로 수소를 생산해 독일로 수입하는 협력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이 사업이 궤도에 오르기 전까지 독일 뒤스부르크의 직접환원제철 플랜트는 천연가스를 사용할 것이다. 천연가스를 고온의 수증기와 반응시키면 수소와 이산화탄소로 변환된다. 친환경적이라고 말하긴 힘들지만 많은 제철업체가 비슷한 노선을 취하며 수십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계획 중이다. 독일 제철기업 잘츠기터(Salzgitter)AG는 2022년부터 이런 방식으로 매일 2.5t의 철강을 생산할 예정이다. 연간 약 600만t의 조강 생산량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적은 규모다.
스웨덴 북부 룰레오에선 이미 수소 환원 해면철을 생산하는 파일럿 플랜트가 가동 중이다. 스웨덴의 철강기업 SSAB와 전력공급업체 바텐팔(Vattenfall)이 참여하는 이 프로젝트는 철강 생산의 모든 단계에서 탈탄소화를 목표로 한다. 녹색수소도 이 지역에서 생산될 예정이다. 전기분해에 필요한 친환경 전력은 풍력발전으로 공급한다. SSAB는 이 시설에서 2021년 여름에 처음으로 100t의 친환경 해면철을 생산했다고 발표했다. 2026년 이산화탄소 무배출 철강을 시장에 출시하는 세계 최초의 회사가 되는 것을 목표로 삼고 그때까지 계속 공정을 최적화할 것이다.
그러나 이를 위해 치러야 하는 비용이 있다. 마티아스 바인베르크 센터장도 “녹색수소를 사용하는 직접환원제철 플랜트에서 생산한 강철을 자동차 제조에 사용할 경우 가격이 몇백유로 정도 비싸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게다가 직접환원 방식도 보이는 것보다 혁신적이지 않다. 유사한 시설에서의 생산량이 수년 전부터 전세계 철강 생산량의 약 5%를 차지하고 있다. 엄청난 양의 전기를 소비하는 아크로도 고철을 녹이는 등의 용도로 이미 사용하고 있다.
또 다른 방법도 있다. 오스트리아에선 소규모 철강 생산업체 푀스트알피네(Voestalpine)가 급진적인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뒤셀도르프의 과학자들이 개발하는 장치가 미래에 어떤 모습일지 예상하게 해준다. 슈타이어마르크주의 도나비츠에는 높이 10m가 넘는 탑이 있다. 이 탑의 반응 격실 안에서도 철광석이 수소 플라스마로 환원된다. 이 장치는 흑연 전극을 사용해 플라스마를 점화한다.
디르크 라베의 연구실에서 진행한 실험과는 달리 여기서는 일정 정도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대신 흑연 전극은 엄청난 이점이 있다. 프로젝트 관리자 중 한 명인 오스트리아 레오벤 몬탄대학의 요하네스 솅크는 이렇게 설명한다. “단 하나의 공정으로 전극 끝에서 연소하는 수소 플라스마가 철광석을 직접 강철로 변환한다. 직접환원 방식과 결합한 전기용해기는 더는 필요하지 않다.”
이 방식은 완전히 새로운 공정을 만드는 엄청난 잠재력이 있다. 예를 들어 크롬, 니켈, 망간 같은 물질을 조강에 혼합해 약 3500가지 유형의 강철로 제련할 수 있다. 솅크의 플라스마 장치에서 1회분 물량을 처리하는 데 30분이 걸린다. 이 과정을 거치면 약 50㎏의 강철과 40ℓ가량의 물이 나온다. 아직은 단지 수백㎏의 철광석을 이 방식으로 처리했을 뿐이다. “추가 분석과 조사를 위해 테스트를 마치면 여전히 강철 샘플을 절단해본다.” 솅크는 10~15년 안에 이 공정을 산업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다른 과학자들은 용광로가 아예 없는 철강공업을 추구한다. 이들은 녹색전력으로 구동되는 전기분해 방식에 희망을 걸고 있다. 예를 들어 프랑스 메스 근처의 파일럿 플랜트에서 이 방식을 연구하고 있다. 여기서는 철 원자가 음극으로 모이고 산소 기포는 양극 쪽으로 상승한다. 그 뒤 강철을 제조한다. 상대적으로 낮은 온도 덕분에 이 공정은 기존 철강산업보다 에너지 소비가 적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87% 감소한다.

   
▲ 오스트리아의 철강 생산업체 푀스트알피네는 높이 10m가 넘는 탑의 반응 격실 안에서 철광석을 수소 플라스마로 환원하는 철강 생산 공정을 실험하고 있다. 푀스트알피네 공장 전경. REUTERS

미국 스타트업도 비슷한 구상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이 설립한 스타트업 보스턴메탈(Boston Metal)도 비슷한 구상을 하지만 여기는 고온을 사용한다. 이런 공정이 증가하는 철강 수요를 감당할 수 있을지는 현재로선 다소 의심스럽다. 어차피 시장에 출시되기까지 시간이 좀더 걸릴 것이다.
라베의 수소 플라스마 반응기도 시간이 더 필요하다. 새로운 산업시설의 1세대가 되기에는 너무 늦게 나왔다. 라베는 현재 수소가 광석 깊숙이 침투하고 산화철이 최대한 빠르고 효율적으로 반응하는 이상적인 조건을 찾고 있다. 라베는 알루미늄 생산에서 발생하는 유독성 폐기물이지만 여전히 많은 양의 산화철을 함유한 적니(Red Mud)도 그의 반응기에 투입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런 재료는 보통 야외 매립장에 보관한다. 적니를 철강 생산에 사용한다면 또 하나의 환경문제가 해결된다. 라베는 반응기에서 탄소배출 없이 나온 ‘카본 프리 철’을 아주 유용하게 쓸 생각이다. 크리스마스에 아내에게 이 철로 귀고리를 만들어서 줄 것이다.

ⓒ Der Spiegel 2022년 제1호
Ein Nugget aus der Zukunft
번역 황수경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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