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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 경제학자는 기득권 지키는 엘리트 기술자”
[INTERVIEW] 프랑스 경제학자 로베르 부아예
[143호] 2022년 03월 01일 (화) 크리스티앙 샤바뇌 economyinsight@hani.co.kr

자본주의 조절이론을 정립한 프랑스 경제학자 로베르 부아예(Robert Boyer)에게 주류 경제학의 현주소를 물었다. 1970년대 탄생한 조절이론은 제도 변화를 연구하고 그로부터 자본주의의 동태성을 설명한다. 제도가 자본주의의 형태와 움직임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크리스티앙 샤바뇌 Christian Chavagneux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 2020년 10월 경제학자 로베르 부아예가 프랑스 경제 영상매체 <제르피 카날>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자본주의의 변화에 관해 얘기하고 있었다. 제르피 카날 유튜브

-주류 경제학 이론은 몇 세기에 걸쳐 진화하는 최상의 과학임을 자처한다. 여기에 동의하는가.
거시경제학자로서 절대 동의하지 못한다. 경제는 지난 40년간 스콜라철학처럼 추상적으로 변했다. 시장은 언제나 균형을 찾고 합리적인 개인이 미래를 완벽하게 전망한다고 가정한다. 이런 접근법은 경제에 대한 이해력을 떨어뜨린다. 주류 경제학은 수리모형, 모델, 통계 등 훌륭한 도구를 갖췄다. 그러나 경제에 관한 분명하고 종합적인 사상을 세우는 데 처참히 실패했다.
전능한 사상가는 세상에 없다. 실제 세계에 적용하기 전의 순수 이론 개념을 정립하고 더 발전시킬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경제·사회 이론은 언제나 특정 장소와 시간에 존재한다. 경제학자들은 세상이 항상 자신이 아는 그대로 움직였다고 생각한다. 경제학 역사를 잊어버리거나 잘 모른다.

대세 추종
-경제학자는 다른 순수과학자나 사회과학자보다 인습에 구속받기 쉽다고 했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가.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로 경제는 매우 불투명하다. 자연과학에서는 자연법칙에 관한 합의를 이룰 수 있다. 경제학은 이론 적용 과정이 훨씬 복잡한데다 이를 시간과 공간에 따라 바꿔야 한다. 어떤 현상을 설명할 때 극단적인 불확실성에 부닥칠 때가 많다. 그래서 모방에 빠지기 쉽다. 혼자 옳은 주장을 하는 위험을 무릅쓰기보다 다른 사람과 같이 틀리는 것이 낫기 때문이다.
사회과학도 마찬가지다. 이는 두 번째 이유인 학계 조직 문제로 설명할 수 있다. 경제학자들은 직위, 보상 등을 두고 경쟁한다. 인정받으려면 무조건 대세를 따라야 한다. 자신의 사상이 아닌 주류의 사상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주류 사상이 바뀌어도 말이다. 이 모든 것이 경제학자의 오만함을 설명한다. 진단이 자주 바뀌고 정확성이 떨어질수록 주류 경제학자는 오만해진다.
-최근 경제학 접근법이 여러 전문 분야로 갈라졌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50년 전 경제 전문가를 필요로 한 곳이 어디였나? 바로 정부다. 당시 정부는 보편적인 경제정책을 이해시킬 필요가 있었다. 전문성에 한계가 있어도 일등 경제 전문가는 재무부와 프랑스은행 등 공공부문에 있었다. 오늘날에는 그 전문성이 대형 은행의 경제연구소로 옮겨왔다. 유명 학자를 고용하고 최고급 정보를 보유한다. 이제는 경제학자가 국가 일인자들에게 자문하는 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자문을 위한 연구는 기득권자의 이해에 따라 진행한다.
경제학의 분열은 경제학자가 이제 기술자, 특정 분야의 전문가로 바뀌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각 분야에서 마케팅 등을 발전시킬 데이터 전문가를 고용하려 한다. 경제학자가 민간 주체의 전략 방향을 짜는 전문가가 된다. 고도 기술이 종합적 사고를 누르고 승리한 것이다. 경제학자는 자신의 분야에만 매달려 전체 시각이 일관성을 잃든 말든 신경 쓰지 않는다. 완전히 아노미(사회적 규범의 동요·이완·붕괴 등으로 일어나는 혼돈) 상태다. 오늘날 케네스 애로, 로버트 솔로, 니컬러스 칼도, 제임스 토빈 같은 ‘위대한 사상가’는 찾아볼 수 없다. 총제적으로 의미를 찾는 경제사상가가 되라고 어디서도 장려하지 않는다.
-전문성의 사유화, 더 나아가 경제적 이해에 따라 움직이는 기술자에 관해 얘기했다. 주류 경제학이 권력에 충성한다고 볼 수 있나.
첫 번째 예로 경합시장(Contestable Market) 이론을 들 수 있다. 이 이론에 따르면 기업의 시장지배적 지위는 언제든 위협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독점기업이 주장해 만들어진 이론이다. 대부분의 주류 경제학자는 기존 엘리트층에 속하는 사람들이다. 거시경제학은 권력과 불가분한 관계에 있다. 공공에 있던 권력이 지금은 민간으로 옮겨왔다. 두 번째로 경제학자는 사회적 동물이다. 학문적 성과가 아닌 사회적 지위가 경제학자 처지를 결정하는 일이 많다.
-금융 거품의 존재를 부인하는 경제학자와 금융 거품 메커니즘을 설명한 경제학자가 노벨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하는 일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
(2013년) 그 소식을 듣고 적잖이 놀랐다. 금융시장이 모든 정보를 흡수하고 합리적 결정을 할 만큼 뛰어나단 말인가? 유진 파마는 그렇다고 하고, 다른 수상자인 로버트 실러는 그렇지 않다고 한다. 결국 무지함에 상을 준 셈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당시 경제학자 공동체는 주로 금융 전문가로 구성됐다. 금융 전문가에게 상이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학계가 두 패로 나뉘었다? 상관없다. 위원회가 양쪽에 하나씩 상을 준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결정에 비정통주의 경제학자들은 격분했다. 하지만 정통파는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노벨상은 여전히 최고 권위의 상이니까.

   
▲ 2013년 12월14일 미국 예일대에서 노벨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한 로버트 실러 교수가 수상 소감을 밝히고 있다. 공동 수상자는 그와 관점이 확연히 다른 시카고대의 유진 파마와 라스 피터 핸슨 교수였다. REUTERS

폐쇄적 학문
-경제학을 두고 다른 지식에 가장 폐쇄적인 사회과학이라고 한다.
주류 경제학자는 다른 사회과학이 문제에 직면했을 때 좋은 질문을 던질 순 있지만 해답을 찾을 도구는 없다고 굳게 믿는다. 그 도구는 경제학에만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믿음 탓에 일부 경제학자는 사회나 역사 문제에서 자신들의 방식과 개념으로만 다른 학문에 접근한다. 그리고 이런 식의 주장을 한다. ‘미국 남북전쟁은 노예제도가 노동력을 쓰는 최상의 형태가 아니게 되면서 일어난 전쟁이다.’ 남북전쟁의 정치적 요소는 까맣게 잊은 것이다. 경제 역사와 다른 사회과학에서 조난한 자들이다.
-최근 경험적 접근법이 크게 발전했다. 경제학에서 이 접근법이 연구의 질을 높이는가.
경험적 연구는 경제주체의 이질성을 보여주는 장점이 있다. 경제주체마다 행동 양식이 다르다. 주류 이론에서 말하는 ‘대표 주체’는 존재하지 않는다. 경험적 연구가 수없이 진행됐는데도 경제에 대한 이해가 여전히 부족하다. 일류 대학을 나와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사상을 가진 학자도 결국 데이터마이닝(자료 수집과 분석)을 하는 운영체제(OS)가 된다. 아니면 잘 맞지 않는 학문이라며 다른 분야로 간다.
-토마 피케티 역시 경제이론을 만들지 않고 수많은 데이터를 수집한다. 그의 연구가 통계를 내는 운영체제와 다르지 않다고 할 수 있나.
피케티는 소득분배와 불평등의 문제를 경제학의 중심에 놓고 역사적 접근을 택했다. 그가 여기서부터 출발해 종합적 경제이론을 세우고 지금의 동태성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있다면 좋겠다.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 아닌가! 하지만 경제학자가 되는 과정에서 이런 방향으로 이끄는 데가 하나도 없다. 경제학자, 사회학자, 역사학자, 가능하면 프랑스 출신이 아닌 이들도 한 탁자에 모아 함께 연구하게 해야 한다.
-여러 유명 경제학자가 학계 조직을 문제 삼았다. 제임스 헤크먼은 학술지의 폭정, 폴 로머는 경제학의 폐쇄성, 폴 크루그먼은 사상적 측면을 비판한다. 프랑스에선 이런 비판을 듣기 어렵다.
프랑스에선 경제학 교육의 획일성이 문제다. 여기선 경제학자가 모두 똑같이 통제된 기술주의 교육을 받는다. 이런 교육은 경제학자를 과학만능주의로 이끈다. 미국에서는 교육과정이 여러 큰 대학에 분산돼 있다. 비판적 시각을 표현하는 이들에게 더 많은 자리를 내준다. 프랑스와 달리 경제학자가 민주당 또는 공화당 지지자다. 프랑스 경제학자는 자신이 기술적 해법을 가진 과학을 대표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떤 정당의 정부에도 해법을 줄 수 있다고 믿는다.

혁신 연구소 필요
-비정통주의 경제학자는 여전히 비주류에 머물러 있다. ‘내부의 진보적 비판’과 ‘외부의 다른 시각’ 가운데 무엇이 더 효과적인 전략이라고 생각하나.
미국에서는 충분한 경력을 쌓은 경제학자가 비판적 시각을 제기하고 비정통주의 학파에 합류한다. 그전에 몸담은 세계에서 상징적인 힘을 모은 뒤 그 힘으로 다른 세계의 탄생을 돕는다. 그렇게 하는 것이 맞는다. 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린다. 선발 절차부터 학술지에 실을 논문 심사 기준 등 바꿔야 할 게 많다.
그렇다고 제2의 케인스 또는 제2의 슘페터가 나오기만 기다려야 할까. 아니면 여러 집단을 모아 혁신을 이루기 쉬운 토양을 만들고 나아가 세상을 다르게 이해하는 이론을 함께 발전시켜야 할까. 천재의 탄생은 물론 손뼉 치고 기뻐할 일이다. 하지만 조지프 스티글리츠와 그의 동료들을 보라. 그들은 이제 나이가 꽤 들었고, 경력 후반기에는 학계에 큰 영향력을 끼치지 못했다. 후배 양성도 하지 않았다.
내가 바라는 건 직위, 급여, 보상을 신경 쓰지 않는 건설적인 공동 작업이다. 이를 위해 미국 프린스턴고등연구소나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처럼 경제학자가 다른 사회과학 연구자와 함께 일하며 위험을 감수하고 혁신을 이끌 기관을 만들어야 한다. 독창적인 공공 연구기관을 세울 필요가 있다. 거시경제 차원의 혁명을 기대하려면 말이다. 보이지 않는 손의 격려는 한계가 있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22년 2월호(제420호)
L’économie actuelle fait triompher la technique sur la réflexion
번역 최혜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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