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이슈 > 흐름
     
가족 자산 넘어 미래 관리 신흥부자 늘어 큰 폭 증가
[TREND] 아시아 패밀리오피스 열풍- ① 배경
[143호] 2022년 03월 01일 (화) 양민 economyinsight@hani.co.kr

양민 楊敏 저우원민 周文敏 <차이신주간> 기자

   
▲ 싱가포르에서 단독패밀리오피스(SFO)를 만드는 열 가지 절차를 소개하는 자산관리업체의 홍보 화면. 인코프 누리집

올해 29살인 다이러는 아시아지역 투자은행에서 근무했다. 코로나19 발생 뒤 싱가포르에서 창업했다. 싱가포르에서 성장하는 패밀리오피스(Family Office) 시장을 겨냥했다. “중국의 과학기술형 기업이 고속 성장하고 자사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제도가 도입되면서 상당한 규모의 신흥 부유층이 생겼다. 시가총액이 100억달러, 1천억달러인 기업이라면 자산 1천만달러(약 120억원)가 넘는 직원이 수백 명에 이를 것이다.”
지난 2년 동안 중국과 싱가포르를 오간 다이러는 중국 ‘신흥 부유층’과 자주 연락했다. 그는 “이런 사람들은 자산관리 개념을 제대로 갖고 있지 않고 전문 금융지식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직접 자산을 관리할 시간과 여유도 없어 자산관리서비스가 필요하다. 이런 사람들은 특히 회사가 상장한 뒤 국외에 있는 자산을 관리해야 하는 사례가 많다.” 가족 자산을 관리하는 패밀리오피스를 국외에 만드는 이유 중 하나다.
아시아지역 자산관리업의 중심지인 홍콩과 싱가포르는 중국의 신흥 부유층이 역외에 패밀리오피스를 만들 때 가장 선호하는 곳이다. 홍콩과 싱가포르 정부는 이 분야의 기회와 잠재력을 인식해 관련 정책을 만들고 신흥 부유층 유치 경쟁에 나섰다. 단순히 자금을 끌어오는 것이 아니라 기업인과 기업경영 환경을 둘러싼 궁극적인 경쟁이다.

신흥 부유층의 금고
부를 축적하고 기업 체제가 바뀌고 세대교체가 진행되면서 부를 관리하고 승계하는 것이 초고액 자산 보유자에게 당면한 도전이 됐다. 패밀리오피스는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재무관리 방식으로 인정받았다. 중국 칭화대학 우다오커우금융대학원 세계가족기업연구센터의 가오하오 주임은 “젊은 신흥 부유층은 패밀리오피스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디지털과 첨단기술 분야 기업인은 단기간에 거액의 부를 축적했다. 치열한 경쟁과 리스크를 감당하며 높은 보수를 받는 업종에 종사한다. 전문 기관을 통해 자산을 분산해 운용하면 지나치게 집중됐을 때 나타나는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이것은 자산관리 업계에서 통용되는 방법이다.”
패밀리오피스는 단독(SFO·Single Family Office)과 집합(MFO·Multi Family Office)으로 나뉜다. SFO는 한 가문만, MFO는 둘 이상의 가문에 서비스를 제공한다. 공개된 자료를 보면 SFO가 다수다. SFO의 자산 기준이 높다. 패밀리오피스는 주로 전문투자관리와 경영권 승계, 상속 계획, 자선사업, 법률·회계, 가족구성원의 일상생활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다이러가 설립한 MFO는 자산 규모 1천만~1억달러의 TMT(기술·미디어·통신) 업종 신흥 부자가 목표 고객이다. 미국 자산관리·투자회사 아이코닉캐피털을 참고했다. 이 회사는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와 셰릴 샌드버그 최고운영책임자, 트위터의 공동창업자인 잭 도시, 제프 와이너 전 링크드인 최고경영자 등 초고액 순자산 보유자에게 재무관리서비스를 제공한다. 다이러는 말했다. “이런 고객은 프라이빗뱅크(PB) 대상이지만 최적의 서비스를 받지 못한다. 프라이빗뱅크는 금융 상품·서비스 판매를 지향한다. 이것이 패밀리오피스와 프라이빗뱅크의 가장 큰 차이다.”
중국 과학기술형 기업 창업자인 저우샤오훙은 2021년 싱가포르의 MFO에 자산을 맡겼다. “처음부터 SFO를 설립하려면 힘들다. 인재 채용, 설립 신청, 조직 구성 등 모든 과정에 전문성이 필요하다.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다. 차라리 자산운용부터 시작하는 것이 낫다.” 그는 “싱가포르에 패밀리오피스를 설립하려고 고민하는 지인이 많지만 대부분 알아보는 단계”라고 말했다. “그들은 해외에 있는 자산, 특히 달러화 자산을 관리해야 한다. 세금이나 회사 구조를 생각할 때 싱가포르는 확실히 패밀리오피스를 설립하기 좋은 곳이다.”

   
▲ 2020년 7월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가 화상으로 열린 미국 하원 법사위원회 청문회에서 의원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저커버그는 가족 자산을 관리하는 단독패밀리오피스를 싱가포르에 만들었다. REUTERS

매력적 생태계
홍콩특별행정구 입법회는 투자은행 UBS의 자료를 인용해 2019년 아시아지역 SFO가 1314개에 이르러 2017년에 견줘 44% 증가했다고 밝혔다. 평균 자산 규모가 6억달러(약 7200억원)여서 아시아지역 금융기관이 눈독 들이는 목표 고객이 됐다. 싱가포르 경제개발청(EDB) 자료를 보면 이 기간 싱가포르에 있는 패밀리오피스 수는 5배 늘었다. 2020년 말 기준으로 SFO는 약 400개이며 그 수는 증가세를 보였다. 2022년 1월 싱가포르 통화감독청(MAS)은 “SFO의 수와 자금 유입에 대한 권위 있는 통계가 없다”며 말을 아꼈다.
아시아·태평양 이외 지역의 부호들도 싱가포르를 이용한다. 영국 기업 다이슨의 창업자 제임스 다이슨과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창업자 레이 달리오 등 억만장자가 각각 2019년과 2020년 싱가포르에 패밀리오피스를 설립했다고 밝혔다. 장수광 어니스트앤드영 아태지역 가족기업 책임자는 “싱가포르의 다원화된 금융서비스와 우수한 공공보건체제, 수준 높은 감독, 신탁·세금 제도, 쾌적한 주거환경, 정보와 자본이 자유롭게 이동하는 개방경제 등 여러 특성이 매력적인 생태계를 구축했다”고 말했다.
“패밀리오피스는 동남아지역의 중요한 생태계가 됐다. 그들은 자금과 함께 많은 자원, 사업 구상과 방법을 가져왔다. 중국에선 정보기술산업 성장이 이미 정점을 지났지만 동남아는 아직 초기 단계다. 중국의 ‘황금시대’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는 중국 부호들이 싱가포르에서 패밀리오피스를 설립한 이유 가운데 하나다.” 싱가포르에서 벤처투자사를 설립한 왕펑은 이렇게 분석했다.
왕펑은 중국에서 온 초고액 자산가를 많이 만났다. 이들 신흥 부자는 과학기술, 의류, 탄산음료 등 다양한 업종에 종사한다. 홍콩의 패밀리오피스 투자자는 “많은 자금이 동남아 기업에 투자돼 동남아지역 일부 기업의 가치가 부풀려졌다”고 말했다.

최고 수준의 자산관리
홍콩의 핵심 상업지구 코즈웨이베이의 사무용 건물에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과 차이충신이 설립한 MFO 블루풀캐피털(藍池資本)이 입주해 있다. 겉에서 보면 간판도 없다. 패밀리오피스에 대한 외부의 호기심이 크지만 이들은 대부분 조용히 움직인다.
과거 패밀리오피스는 주로 초고액 자산을 가진 가문의 자산부채표(대차대조표)를 관리했다. 가오하오 주임은 “패밀리오피스의 최신 정의는 가족의 중요한 전략적 사항을 관리하고 처리하는 기구”라고 설명했다. 경제적 업무 외에 다음 세대의 교육, 가족 관리, 리스크 관리, 공익활동과 자선활동 등 다른 중요한 일이 포함된다. 경제가 발전한 국가와 지역에서는 고액 자산가들이 패밀리오피스 구조를 통해 가족의 부를 지키기 위한 ‘방화벽’을 쌓는다. 때로는 이를 통해 감독의 시선에서 벗어나기도 한다.
싱가포르 DBS은행 프라이빗뱅크 사업부의 리원슈 책임자는 “많은 사람이 싱가포르의 정책을 단편적으로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본이득세는 빼고 소득세만 징수한다고 생각한다. 이 둘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고 회색지대가 있다. 싱가포르 현지 고객들은 패밀리오피스와 신탁 구조를 만들어 납세 방식을 최적화하고 세금 회색지대를 없앤다.”
2021년 3월 한국계 미국 펀드매니저 빌 황(황성국)이 설립한 패밀리오피스 아케고스(Archegos) 자산관리의 마진콜(Margin Call·선물 가격이 떨어져 고객에게 추가 증거금을 요구하는 것) 사태로 100억달러가 넘는 손실이 생겼고, UBS·노무라증권·모건스탠리 등 여러 기관이 타격받았다. 아케고스 사건은 스와프 거래와 패밀리오피스에 대한 미국 당국 감독의 맹점을 보여줬다. 2011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결정으로 패밀리오피스는 투자 도구와 방식을 등록·공개하는 의무를 면제받았다. 아케고스는 이런 감독의 맹점을 이용해 실제 주식의 보유 상태(포지션)를 감출 수 있었다.
넓은 관점에서 보면 패밀리오피스는 자산관리의 최고 형태이며 국가와 지역 발전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을 무시할 수 없다. 애니 고 싱가포르경영대학교 가족기업연구소 수석고문은 “초고액 자산 보유자가 싱가포르에 패밀리오피스를 설립하면 현지 스타트업에 투자해 지역에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패밀리오피스 뒤에는 가장 혁신적이고 창의력을 갖춘 기업인 집단이 있다. 특히 디지털과 첨단기술 분야 창업자가 많다. 이런 기업은 시가총액이나 기업가치가 높고 주주의 자산도 많다. 넓은 시각으로 보면 돈은 사람을 따라간다. 패밀리오피스 유치는 결국 각국이 기업의 경영환경을 겨루는 가장 높은 차원의 경쟁이다.”
가오하오 주임은 국내외 정부의 패밀리오피스에 관한 정책 자문에 응했다. “패밀리오피스가 관리하는 것은 다음 세대가 물려받는 ‘장기 자본’이다. 더욱 긴 투자 기간과 높은 리스크, 강한 불확실성을 견딜 수 있다.” 주로 반도체, 신에너지, 바이오·제약 등 기술산업이 투자 대상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패밀리오피스는 국가의 과학기술 혁신과 산업 고도화 등에서 다른 투자자가 대체할 수 없는 중요한 가치를 발휘할 수 있다. 과거 다른 나라의 발전 과정에서 이런 효과가 나타났다. 이런 이유로 홍콩과 싱가포르는 최근 아시아지역 패밀리오피스와 자산관리서비스의 중심지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한다.

ⓒ 財新週刊 2022년 제2호
亞洲家族辦公室熱潮
번역 유인영 위원

정기구독자는 과거 기사 전체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온라인 회원은 과거 기사 일부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 Economy Insight(http://www.economyinsight.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 기사의견(0)  
 
   * 3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600byte)
   * 욕설이나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운영원칙]
매체소개 구독신청 구독문의기사문의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찾아오시는 길
한겨레신문(주) | 제호 : 이코노미 인사이트 | 등록번호 : 서울 아 01706 | 등록일자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인 : 김현대 | 편집인 : 강대성
발행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효창목길 6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 한겨레 고객센터 1566-9595 | 청소년보호 책임자 : 백기철
Copyright 2010 Hankyoreh.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