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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다양성이 기업 성과 높인다”
[Cover Story]여성 쿼터제 확산
[11호] 2011년 03월 01일 (화) 조계완 economyinsight@hani.co.kr

조계완 국내편집장
 
한국여성경제학회는 여성 경제학자들의 학술적 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해 1997년에 창립됐다. 성효용 회장(성신여대 교수)은 재정학 전공자이지만, 여성 경제활동 연구도 활발하게 하는 학자다. 서울 소재 대학의 경제학과에 여성 교수로 임용된 제1·2호는 각각 김애실 교수(한국외국어대)와 차은영 교수(이화여대)이고, 1999년에 임용된 성 교수는 제3호다. 성 교수는 <이코노미 인사이트>와의 인터뷰에서 “유리벽을 없애고 교육·훈련에서의 양성평등이 이뤄져야 여성 관리자도 늘고 임원으로 진출할 기회도 여성에게 평등하게 주어진다. 무엇보다 젠더적 관점에서 각종 정부 정책을 평가하고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뷰는 지난 2월15일에 했다.
 
   
 
한국여성경제학회에 소속된 여성 경제학 연구자는 국내에 몇 명이나 되는가?
여성경제학회 회원 중 여성은 170명 정도인데, 박사급이 100여 명이다. 여성 경제 문제에 관심 있는 남성 연구자 50여 명도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학회에서 분기별로 여성경제정책포럼을 개최해 다양한 사회·경제적 문제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때그때 현실 참여를 통해 정책 제안에 참여하겠다는 취지다. 정기 학술대회를 통해 여성 경제학자들 간의 학술적 교류도 넓히고 있다. 회원들의 활동 영역은 여성의 경제활동 제고와 관련된 연구가 한 축이고, 더 폭넓게 경제 일반에 대한 연구가 다른 한 축을 이룬다. 그래서 (여성경제학회 회원에 대해) 치마만 둘렀지 여자다운 여자는 없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올해는 학회가 ‘젠더경제학’(Gender Economics)에 집중해 학부 교재로 쓸 젠더경제학 책을 펴낼 것이다.
경제(학)는 주로 남성의 학문으로 인식돼왔다. 하지만 요즘은 국내 경제학과 대학원에 여학생도 많은 편이다. 젠더경제학은 왜 필요한가?
여성 문제를 새로운 경제학으로 해명하려는 이유는 기존 경제학이 여성의 경제행위를 설명하는 데 한계가 있어서 여성 문제 해명에 무력하기 때문이다. 기존 경제학이 본의든 아니든 성차별을 정당화하는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는 의심까지 받고 있다. 기존 경제학의 세계가 지나치게 남성 편향적이어서 이를 교정해야 한다. 젠더경제학은 경제학을 ‘객관적 학문’으로 발전시키는 것을 일차적 과제로 삼고 있다. 젠더의 출발점은 차별에 대한 자각이다. 기존 경제학은 시장에서의 경제활동에 대한 해명에 중점을 두고 시장이 아닌 곳에서의 경제활동은 간과하는 성편향성을 보이고 있다. 그래서 여성의 주요 활동 영역인 가계생산과 돌봄노동, 가계 안에서의 분배 문제 등은 남성 편향적 주류 경제학의 분석 대상에서 제외돼왔다. 남성 경제학자들 가운데 젠더경제학을 하는 사람이 꽤 있고, 자신을 ‘페미니스트 경제학자’라는 사람도 있지만, 여성으로서의 체험을 스스로 하지 못하기 때문에 젠더경제학에 대한 근본적인 접근이 어렵다.
 
남성 편향적 경제학을 넘어서야
대학 교단에서 여성에 대한 ‘유리벽’이나 ‘유리천장’ 등 차별은 어느 정도라고 보는가?
‘유리벽’과 ‘유리천장’을 말하기 전에 여성이 대학이나 기업의 일자리에 진입하는 것에서부터 차별이 일어나고 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여성이란 이유만으로 여성 학자의 이력서가 대학에서 탈락되곤 했다. 교육부가 국공립대학 여교수 비율을 높이기 위해 임용 목표 할당을 도입했지만 여전히 저조하다(참고로 국공립대학 여교수 비율은 2009년 현재 12.8% 수준으로, 미국·영국·캐나다·오스트레일리아 등 해외 주요 대학의 여교수 비율은 30% 이상이다). 특히 서울대 등 주요 대학의 경제학과에는 여성 교수가 거의 없다. 수적으로 적다 보니 젠더적 시각이 잘 고려되지 못한다.
저출산에 따른 노동 공급 부족 등 잠재성장률 둔화 문제가 대두하면서 여성 노동력 활용이 국가 경제정책의 주요 과제로 등장한 지 오래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가로막고 있는 요인은?
그동안 여성 노동력은 그 가치를 정당하게 평가받지 못했을 뿐 아니라, 생산과 분배 측면에서도 다소 소외되는 측면이 있었다. 노동력 규모 면에서 여성 인력에 대한 한국 경제의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10대를 제외한 모든 연령층에서 증가하고 있지만, 결혼 및 출산·육아기에 해당하는 30대를 전후해 경제활동참가율이 다소 하락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결혼과 출산 등으로 여성 노동 공급의 단절성은 여성의 경력 개발과 노동시장 지위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게 된다. 특히 우리나라 노동시장에서 여성의 일자리는 고용이 불안정한 저임금의 일자리 비중이 매우 높은 것도 큰 문제다. 선진국에 비해 여성 경제활동 참가나 노동시장 지위는 월등히 낮다. 남성과의 임금 격차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가장 큰 편에 속한다. 반면에 고등교육 이수율 등 인적자원 지표에서는 한국 여성의 인적자원 역량이 대다수 선진국보다 높다. 즉, 노동시장에서 여성 인적자원 활용이 미흡한 데 따른 잠재적인 경제적 손실이 매우 크다.
국내에서 2006년부터 일정 규모 이상의 민간·공공 부문 대기업에 대해 여성 고용 비율과 여성 관리자 비율 등을 따져 상대적으로 이 비율이 매우 낮은 기업에 대해 더 높이도록 권고하는 ‘적극적 여성고용조치’(Affirmative Action)가 시행되고 있다. 여성의 경제활동에 국가가 제도적으로 개입해야 하는가?
‘적극적 여성고용조치’(이하 ‘적극적 조치’)가 노동시장 내 여성에 대한 차별 해소를 내걸고 있는데, 이것이 어느 정도 상징적이나마 역할을 하고 있다. 물론 도입 시기가 짧고, 관련 데이터가 많이 축적되지 않아서 이 조처의 효과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고 얘기하긴 어렵다. 그럼에도 일각의 우려와 달리 이 조치가 기업의 성과나 경제적 효율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건 별로 없다. 다만, 우리나라에서는 권고 수준에 그쳐 법적 구속력이 없고, 여성 관리자 채용에 대한 인센티브도 작다. 여전히 미흡하다. 미국·캐나다·오스트레일리아 등은 여성에 대한 적극적 조치를 위반하는 기업에 강력한 제재 수단이 있고, 적극적 조치 이행에 대한 실질적인 인센티브가 강하게 작용한다. 요즘 여학생들을 보면 우수한 자원이 많다. 물론 시험에 의한 선발이 아닌 경우 여성 채용 기회는 제한적이다. 고시 등 시험을 통해 기업체에 진입하더라도 막상 관리직이나 고위직으로 올라가는 데는 한계가 있다. 물론 유리천장과 유리벽이 공고하게 존재하기 때문이다. 여성 임원 수가 너무 적다 보니 대기업에서 여성 임원이 탄생하면 뉴스거리가 되고 있지 않은가. 유리천장과 유리벽은 정부 부처에도 존재한다. 장관들을 봐도 여성이 그 자리에 언급되는 건 여성가족부·보건복지부 등 한두 군데뿐이다. 기획재정부·지식경제부 장관 자리에 여성이 언급된 적이 있었나.
   
 
많은 ‘알파걸’, 매우 적은 ‘알파우먼’
남성을 능가하는 높은 성취욕과 자신감, 그리고 능력까지 갖춘 이른바 ‘알파걸’(Alpha Girl)이 노동시장에서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데.

알파걸이 워낙 많아서 요즘에는 남녀공학에 남학생을 보내는 걸 남자아이의 부모들이 싫어한다. 그러나 알파걸이 ‘알파우먼’으로 성장하는 데는 환경이 아직 성숙되지 않았다. 알파걸이 여성의 전부가 아니듯이, 알파걸이 등장했다고 대다수 여성이 겪고 있는 문제가 해결됐거나, 남성과 여성의 지위가 역전됐음을 의미하지 않는다. 알파걸 문제는 ‘베타보이’(모든 면에서 언제나 여성에게 뒤처지며 상대적 열등감에 시달리는 남성)의 존재라는 상대적 관점이 아니라 경제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인적자원 활용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아직 우리 사회에는 알파걸들이 알파우먼으로 성장하기 위해 극복해야 할 장애물이 많다. 물론 알파걸이 아닌 대다수 여성이 겪는 어려움도 여전하다. 내가 알파걸의 특성을 잘 발휘할 수 있는 직업군으로 기초의회 시·구 의원을 학생들에게 얘기한 적이 있다. 기초의원들은 지역사회의 살림을 돌보는 사람들이고, 여성 특유의 돌봄노동에 많이 특화돼 있어서 여성 일자리로 적합하다고 생각해서다. 게다가 여성들이 기초의회에 많으면 접대문화가 줄어들고, 그러면 부패나 유착도 많이 줄어들지 않겠는가?
기업에서 여성을 관리직이나 임원으로 잘 활용하지 않고 있는데, 이를 꼭 성차별으로 봐야 하는가?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를 연구하는 사람일지라도 주류 경제학을 공부해온 쪽은 여성이 인적자본 측면에서 열등하기 때문에 임금이 낮고, 기업 성과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서 여성 고용이 낮다고 합리화해왔다. 기업이 이윤 극대화 행동을 하고 여성은 관리직 자격 미달이 많다고 하지만, 실제로 현실 노동시장에서 여성의 자격을 검토조차 하지 않았다는 게 더 정확하다. 그런 점에서 한시적이나마 여성에 대한 쿼터를 제도적으로 두고 여성이 관리직이나 임원으로 일할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 대기업에서 단지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한두 명의 여성 임원을 상징적으로 두고 있을 뿐이다. 여성의 노동력 활용을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 여성 관리직 비율 과소 문제는 여성이 노동시장에 들어온 뒤 기업들이 여성에게 재교육 기회를 차별하면서 더 악화되고 있다. 물론 무능한데도 할당제 때문에 여자란 이유만으로 관리자로 써야 한다는 건 아니다. 우리가 단순히 여성 할당 몫에 집착하겠다는 것도 아니다. 기업의 성과와 인적 다양성 측면에서 기업이 여성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기업 성과와 여성 활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얘기해달라.
재계 여성연구기관인 카탈리스트(Catalyst)가 2004년에 <포천> 500대 기업에 대해 분석한 바에 따르면, 여성 임원 비율이 높은 기업일수록 재무 성과가 좋았다. 여성 임원 비중이 가장 높은 상위 25% 기업의 경우 여성 임원 비율이 하위 25% 기업에 비해 자기자본순이익률과 총주주수익률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특유의 감수성이나 조직에서의 성 다양성이 제품 개발이나 혁신 등 기업 성과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장기적 관점에서 상품의 질과 생산성을 높이려면 기업이 여성을 좀더 많이 활용해야 한다. 기업 내에 여성 임원과 관리자가 더 많아져야 여성 사원을 배려할 수 있다. 남성 관리자와 임원은 직장에서 여성 문제를 피부로 못 느끼기 때문에 여성에 대한 사내 보육 지원 등 정책을 개발하지 못하고, 그래서 여성의 생산성을 극대화하지도 못한다. 특히 여성이 출산·산후 휴가를 눈치 보지 않고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가정과 기업, 정부 모두 실질적으로 변화해야 한다.
 
남성, 기업, 국가 모두 바뀌어야
한국 노동시장의 비정규직을 성별로 보면 70%가 여성이다. 비정규직이 여성에 집중되는데.

가사를 주로 담당하는 2차 가계소득자로서 자발적으로 파트타임을 선호하는 여성도 물론 있지만, 많은 여성 인력이 비자발적으로 비정규직 일자리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기업들이 비용 절감 전략에서 여성 노동을 착취한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여성 인력의 비정규직화는 여성 빈곤화와 동일 선상에 있다. 향후 여성 인력 비정규직화가 우리 경제에 미친 영향과 여성 비정규직의 지위에 대한 밀도 있는 연구를 통해 합리적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특히 노동시장에서 성차별과 관련된 객관적인 데이터를 충분히 수집해야 한다. 오스트레일리아는 성별 고용의 질, 성별 임시직·풀타임 비중, 성별 임금 격차 등 성별 고용지표를 종합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우리나라 통계청에서 젠더와 관련된 통계 데이터를 더 적극적으로 따로 수집·관리해야 한다. 분석이 돼야 제대로 된 정책이 나올 수 있다.
여성은 노동시장에 최초로 진입할 때도 차별을 받고 있는 것인가?
남녀공학 대학을 보면 취업률을 높이는 데 학교 당국의 초점이 남학생에게 집중되는 경향도 있었다. 한 예로 서울 시내 한 대학의 학과장이 대학 당국에 학과 취업률 제고 플랜을 제출할 때, 여학생 취업률 제고 보고서를 따로 쓴 적도 있다. 취업률 제고가 왜 주로 남학생을 타깃으로 하는 것인가. 또 다른 대학의 학생처장도 대기업이 주최한 세미나에서 자기 대학이 여학생 취업률에 대한 배려가 너무 없었다고 말한 적이 있다. 대학교에 설치된 경력개발센터에서 취업률 제고와 관련해 여학생을 어느 정도 배제한 채 일했다는 것이다. 아직도 대학을 비롯한 우리 사회 전반에 노동시장 진입에서부터 여성 차별이 존재하는 게 현실이다.
노동시장에서 여성의 낮은 사회·경제적 지위는 결국 보육 정책이나 일과 가정의 양립 문제로 모아지는데.
가정에서 남성, 그리고 기업의 행동이 바뀌어야 하고, 국가에서는 여성의 노동시장 활동에 대한 조세 인센티브 등 정책적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기혼 여성일수록 보육 등 가사활동 때문에 경제활동 참가에 따른 고정비용이 높다. 따라서 노동시장에서 자신이 받으려는 ‘의중임금’ 역시 높은 수준에서 결정된다. 자녀세액공제제도와 근로장려세제를 유기적으로 연계해 여성의 경제활동을 도와야 한다. 남성도 자신들이 회사에서 발휘하는 능력에 여성의 가정 돌봄노동이 기여하고 있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기업에서는 가족 친화적인 기업문화 조성을 위해 필요한 인센티브를 도입하고, 풀타임과 파트타임 노동 간의 임금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 보육은 재원이 중요하고, 보육시설 역시 제대로 관리돼야 한다. 정부가 공보육을 위탁하고 있는데, 예산만 지원하지 제대로 관리를 안 하고 있다. 그래서 자꾸 급식 사고 등이 터지고 있다. 보육비 부담도 있지만, 아이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시설이 있어야 여성이 적극적으로 노동시장에 참여할 수 있다. 
‘여성기업’이나 여성 친화적인 기업·투자 정책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정치인들이 ‘아이 많이 낳아라. 국가가 키우겠다’고 하지만, 말잔치를 넘어 실질적으로 재원이 마련되고 집행돼야 한다. 출산하면 지방자치단체에서 20만원을 준다는 뉴스가 나오는데, 몇십만원 준다고 아이 낳을 사람이 있는가. 선거 때마다 여야를 막론하고 여성과 보육에 대한 수많은 공약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여성을 이슈화하면서 활용만 하려 할 뿐, 실제로 여성이 노동시장에 참여하고 관리자·임원으로 진출하도록 직접적 환경을 만드는 데는 모두 소극적이다. 조세와 재정정책에 성차별적 요소가 내재돼 있기도 하다. 외국에서는 가구소득과 자녀 수에 따라 차등화된 방식으로 여성의 경제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부양 자녀의 교육비를 소득공제해 조세 부담을 줄여주고 있다. 그러나 근로장려세제의 경우 적용 범위가 제한적이고 급여 수준도 낮다. 또 부양 아동에 따른 근로장려금 차이도 두고 있지 않아서 기혼 여성의 노동 공급을 늘리는 효과가 미약하다. 젠더적 관점에서 볼 때 기업의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가 적어도 성 중립적이어야 한다. 유리벽을 없애고 교육·훈련에서의 양성평등이 이뤄져야 여성 관리자가 늘고, 임원으로 진출할 기회도 여성에게 평등하게 주어진다. 무엇보다 젠더적 관점에서 각종 정부 정책을 평가하고 수립해야 한다. 젠더적 관점이란 단순히 여성의 관점이 아니라 양성평등의 관점을 말한다. 현 정부에서 추진된 여성 관점의 기업 투자·정책은 ‘여성폭력에 대한 지원사업’과 사회 서비스 위주의 ‘여성 일자리 창출사업’을 제외하고 특별한 것을 찾아보기 힘들다.
 
여성가족부에 힘과 예산 줘야
그런 일은 중앙 정부부처 중 하나인 여성가족부에서 적극적으로 할 수 있지 않은가?
여성가족부의 어느 국장 스스로 ‘우리를 식물인간으로 만들지 말고 그냥 죽여달라’고 탄식한 적이 있다. 여성가족부의 예산이 너무 적다 보니 여성 관련 사업을 제대로 할 수 없다. 물론 여성가족부의 탄생 등 여성의 지위가 지난 10여 년간 상징적으로 많은 발전을 했다. 그러나 여성가족부가 하는 일이라는 게 보건복지부·고용노동부·교육과학기술부 등에서 조금씩 떼어와 하고 있고, 그쪽 세 부처의 일과 겹치는 부분이 많다 보니 실질적으로 제대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었다. 어떤 사람들은 ‘여성 당신들에게 기회를 줬는데 왜 못하냐’고 말하지만, 사실 뭔가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제대로 구축되지 못했다. 예산을 충분히 책정해주는 등 제대로 판을 벌여주고 나서, 너희는 왜 잘 못하느냐고 말해야 할 것이다.
최근 복지 논쟁이 정치적 수준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복지는 국가재정 및 세금과 관련됐는데, 재정학 전공자로서 어떻게 보는가?
복지 논쟁에서 보육 강화는 여성 경제활동 참가와 관련해 중요한 과제다. 저출산·고령화, 그리고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 측면에서 적정 수준의 보육 복지가 돼야 한다. 다만, 지나치게 보편적 복지를 강조하거나 재정건전성을 이유로 복지 확대를 우려하는 시각을 둘 다 지양해야 한다. 정부는 산타클로스가 아니다. 지출을 위해서는 수입이 필요하다. 복지 확충에 대한 국민의 동의와 지급 의향이 중요하다. 보육 문제도 그렇고, 여성의 열악한 노동시장 지위 문제도 그렇다. 이제는 무르익었다고 본다. 열매를 맺을 수 있게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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