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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등 난제 마주한 상온핵융합의 IT 버전
[PROSPECT] 메타버스의 명암- ② 커지는 회의
[142호] 2022년 02월 01일 (화) 마르쿠스 뵘 economyinsight@hani.co.kr

마르쿠스 뵘 Markus Böhm
알렉산더 뎀링 Alexander Demling
마티아스 크렘프 Matthias Kremp
<슈피겔> 기자

정보기술(IT) 전문 리서치 기업인 가트너의 리서치부문 부사장 겸 수석연구원 마크 라스키노는 가상현실(VR)과 메타버스가 세컨드 라이프의 전철을 밟을 것으로 내다본다. 그는 가상현실과 메타버스를 “상온핵융합의 IT 버전”에 비유한다. 즉, 돌파구가 열릴 것처럼 보이지만 단 한 번도 현실화되지 못한 기술이라는 의미다.
미국 대형 은행 모건스탠리의 애널리스트들도 메타버스에 회의적이다. 소비자가 텔레비전(TV)과 스마트폰보다 메타버스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을 선호한다면, 이론상으로는 미국에서만도 기업들이 메타버스로 8조달러(약 9천조원)의 매출을 달성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들은 최근 보고서에서 “메타버스가 사용자 수억 명에게 어떤 문제를 일으킬지 자문 중”이라고 말한다. 메타버스가 아니더라도 이미 인터넷에서 쇼핑, 스트리밍 서비스, 게임 등은 일상이 됐다.
적잖은 사람이 과거에 이미 3D TV에 회의적인 견해를 보였고, 실제로 3D TV는 여전히 돌파구를 찾지 못한다. 그렇다면 누가 메타버스를 필요로 하고, 무엇 때문에 메타버스가 필요한지를 파악하기 위해 이미 존재하는 소규모 메타버스들을 자세히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

누가 메타버스를 필요로 할까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출신의 솔로 코미디언 카일 렌더(34)는 저커버그가 지향하는 메타버스로 주요 활동무대를 옮긴 사례다. 꽃무늬 하와이안셔츠 차림의 그는 “메타버스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코미디 클럽”을 운영한다. 2020년 3월 미국 전역에서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코미디쇼 클럽이 대거 문을 닫으면서 렌더도 일거리를 잃었다. 그렇다고 자신의 코미디쇼를 화상회의 플랫폼 ‘줌’으로 옮길 생각은 없었다. “관중이 모두 컴퓨터 화면의 상자에 불과하다면 관중의 반응을 느낄 수 없다.”
대신 렌더는 ‘연기를 못하게 된’이라는 제목에 자신의 이름(Render)을 넣은 VR 코미디쇼(Failed To Render)를 만들었다. 그는 “이제 코미디쇼를 보려고 맥주 냄새가 나는 술집에 일부러 가서 의무적으로 음료 2개를 주문할 필요가 없게 됐다”고 기분 좋게 말한다.
렌더는 2020년 3월 이후 마이크로소프트의 플랫폼 ‘알트스페이스 VR’(Altspace VR)와 메타의 ‘호라이즌 월드’(Horizon Worlds) 앱에서 300차례 공연했다. 그는 2021년 12월4일 토요일 흰색 재킷 차림으로 메타버스 무대에 섰다. 그는 메타버스에서 관중석의 아바타 25명처럼 팔은 없고 손만 있는 몸뚱이로 공중에 둥둥 떠다녔다. “메타버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이모티콘 많이 보내주세요!” 그의 말과 함께 무대의 베이스가 울리고, 관중의 머리에서 박수 이모티콘과 하트 이모티콘이 마구 튀어나왔다.
관중은 함성을 지르거나 코미디 주제를 제안할 수 있다. 렌더의 아바타는 관중석의 테이블 주위를 떠다니고 있다. 관중석의 누군가가 마이크에 “타조”라고, 또 누군가는 “여드름”이라고 말한다. 이날 저녁의 첫 프로그램은 한 래퍼가 이들 단어가 들어가도록 즉석에서 만든 노래를 부른 것이었다.
가상현실이 노동의 세계에 어떤 가능성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미국의 소셜커뮤니티 플랫폼 업체 브알챗(VRChat)이 잘 보여준다. 브알챗에는 사무실이 없다. 회의는 회사 자체의 디지털 메타버스에서 열린다. 디지털 메타버스에는 클럽과 술집도 있다. 브알챗 사용자들은 맥도널드와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나오는 게임장 세트도 따라 만들었다.
정기적으로 브알챗 온라인에 접속하는 사용자는 10대 청소년은 물론이고 수천 명에 이른다. 미국 해군 소속 남자친구와 4800㎞ 떨어져 지내는 해군 소속의 한 여군은 군기지에서 VR 안경이 얼마나 인기 있는지 말한다. 그리고 포르투갈 출신의 공주 아바타를 둔 17살 소녀는 앱에서 “바보들이 자신을 성희롱했다”고 말한다.
브알챗은 메타버스에서 무한대의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사용자들은 가상현실에서 베개 싸움을 할 수도 있고, 클래식 음악에 맞춰 하늘을 바라보기도 한다. 개인 취향에 따라 방귀 소리를 일부러 내거나 어떤 남성은 공중에 자신의 성기를 그리기도 한다. 진지한 대화도 가능하다. 북독일 출신의 19살 청소년은 자가격리 중에 사람들을 사귀기 위해 브알챗 플랫폼을 활용했다면서, 자신의 아바타가 아주 조그마한 강아지에서 킹콩 크기의 침팬지로 돌변했다고 들려준다. 그는 설비정비사 직업훈련을 받고 있다며, 코로나19 감염 뒤 오히려 미각을 되찾았다고 말한다. 자가격리로 어차피 외출이 불가능해 토요일 저녁이면 VR 헤드셋을 끼고 메타버스에서 시간을 보낸다.
브알챗의 실험적인 미니 메타버스는 무엇이 가능한지, 그리고 어느 지점이 부족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VR 안경은 여전히 착용이 불편하며, 신속한 인터넷 접속이 어디서나 가능한 것도 아니다. 저커버그가 자신의 메타버스 프로젝트 발표에서 시연한 스펙터클한 가상현실은 현재 하드웨어로 실현하기에는 불가능하다. 브알챗에서만 보더라도 소프트웨어 오류는 환상을 깨뜨린다. 캐릭터들은 사라지기 일쑤고, 인터넷 접속 장애는 마치 꿀맛 같은 꿈에서 깨어나는 느낌이다. 기술적 문제가 여전히 적잖이 남아 있는 것이다.
저커버그가 꿈꾸는 사용자 10억 명을 아우르는 메타버스는 기술적으로 어떻게 구현이 가능할까? 온라인게임 <포트나이트>에선 수많은 서버를 가동해 수백만 명이 동시 접속할 수 있다. 하지만 수백만 명이 동시에 접속하는 온라인 비디오게임과 수적으로 훨씬 더 많은 아바타가 활동하는 가상현실에 필요한 연산능력 및 데이터양은 비교되지 않는다.
이 외에 사람들 사이의 문제도 남아 있다. 이미 소셜미디어에서 사용자들 사이에 문제가 많은데, 가상현실의 사용자들은 과연 문제가 없을까? 메타는 이런 문제점을 잘 인식한다. 메타가 내놓은 가장 야심만만한 VR 프로젝트 ‘호라이즌 월드’가 때로는 브알챗의 지루한 버전처럼 보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메타의 최고기술책임자(CTO)로 내정된 앤드루 보즈워스는 메타버스가 특히 여성과 소수자에게 “유해한 환경”이 될 위험이 있다고 2021년 3월 언급했다. 메타버스에 관한 한, 메타는 때로 노골적으로 가족친화적인 디즈니 수준의 보수적 태도를 견지한다고 보즈워스 CTO는 강조했다. 메타는 메타버스에서 에로틱한 내용을 비롯해 언론과 정치권에 공격의 빌미를 줄 수 있는 건 모두 배제하겠다는 말이다. 호라이즌 월드에서 코미디 무대에 섰던 VR 코미디언 카일 렌더는 이를 “더러운 단어와 차별로 들리는 말은 전혀 사용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해석한다. 그래서 그의 코미디 클럽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관객을 내쫓는 문지기도 두고 있다.
메타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알고리즘이 사용자들의 분노와 증오를 키운다는 비난을 받는 등 이미 적잖은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래서 메타는 가상현실에 아바타들의 움직임과 말이 규정 위반인지 가늠하는 조정자를 두고 있다. 조정자는 일상 태도, 가상 스토킹, 디지털 폭력에 대한 평가도 맡는다.
메타버스에서 아바타의 그릇된 행동이 다른 이용자들에게 얼마나 정신적 충격을 야기하는지 연구된 바는 거의 없다. 미국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의 퀸터 주레칙과 법률 전문가인 앨런 로젠시타인은 블로그에 “가상현실에서 칼로 위협당하고 신체적 접촉을 당하면 그곳에서만 두려움을 갖게 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적기도 했다. 아바타들은 실제 세계에서 위협에 노출됐을 때와 마찬가지로 심장박동과 두뇌가 동일하게 반응한다.
브알챗에서 사용자는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사람을 저지할 수 있다. 그러면 해당 캐릭터는 자신의 인지에서 사라진다. 하지만 동일한 스토커가 새로운 아바타와 함께 다시 나타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을 누가 하겠는가? 메타와 달리 브알챗은 이용자의 실제 이름이나 전화번호를 수집하지 않는다. 그래서 브알챗에선 솔직한 대화가 이뤄진다.

가공할 감시체계 작동 우려
가상현실 럭키브이(LuckyV)에서 경찰청장 발터 바이스는 치안을 담당한다. 그래서 럭키브이에서 싸움이 벌어지면 실제 세계에서 데니스 베르트와 그의 팀은 싸움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캐릭터들이 게임에서 주고받은 문자를 조사하거나 캐릭터들도 모르게 뒤를 밟을 수 있다. 마크 저커버그도 메타버스에 비밀리에 수사관을 잠입시켜 아바타들의 만남을 몰래 녹화할 것인가? 메타는 개인 맞춤형 광고 등을 위해 개인정보를 수집할 것인가? 조지 오웰 방식의 감시 세계는 여전히 매력적인가?
게이머 인플루언서 데니스 베르트를 비롯해 그 누구도 가상현실에서의 감시를 지지하지 않을 것이다. 베르트는 VR 헤드셋 없이 럭키브이에서 전통적 방식으로 게임한다. “내게는 가상현실의 모든 것이 너무 극단적으로 보인다. 자신의 아바타가 납치당하는 건 상당히 쓰라린 경험이 될 것이다.” 그는 럭키브이 게임을 하면서 한 번씩 (실제 세계의) 창밖을 바라보는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 Der Spiegel 2021년 제51호
Diese Welt ist nicht genug
번역 김태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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