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이슈 > 흐름
     
팬데믹에 환경 인식 더해져 ‘중고는 멋진 것’ 거래 급증
[TREND] 중고물품 열풍
[142호] 2022년 02월 01일 (화) 지몬 부크 economyinsight@hani.co.kr

독일 소비자가 중고 물품에 열광하고 있다. 의류부터 운동화, 수리한 휴대전화, 수선한 가구에 이르기까지 중고제품을 거래하면서 독일인들은 재활용의 기쁨을 누린다. 이 현상의 이면에 무엇이 있을까.

지몬 부크 Simon Book
크리스티나 크니르케 Kristina Gnirke
마티아스 크렘프 Matthias Kremp
미하엘 크뢰거 Michael Kröger
안톤 라이너 Anton Rainer
<슈피겔> 기자

   
▲ 중고 전자기기 온라인 판매 플랫폼 리바이(Rebuy)의 공동설립자인 마르쿠스 뵈르너(왼쪽)와 로렌스 로이슈너가 독일 베를린에 있는 이 회사 물류센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REUTERS

팀 슈트라케(47)의 고객이 왜 중고물품에 돈을 쓰는지, 그 이유를 딱히 말하기는 어렵다. 주머니 사정이 어려워서 그런 것은 절대 아니다. 그런데도 이들은 남의 손을 거친 물건에 정신이 팔려 있다. 더 정확히 말하면 남의 손목을 거친 물건이라 하겠다. 슈트라케는 온라인 플랫폼 크로노24(Chrono24)의 사장이다. 그는 크로노24에서 보통 7천유로(약 950만원) 하는 고급 시계를 판다. (연간) 거래액은 20억유로(약 2조5천억원)에 이른다.

팬데믹, 중고물품 열광 불러
‘브라이틀링 콜트 오토매틱’은 새 제품 가격이 3천유로에 이른다. 여기서 (중고물품은) 2250유로에 팔린다. 신제품 가격이 3800유로인 ‘오메가 아쿠아 테라’는 2990유로에 거래된다. 중고시계를 거래하는 그의 사업은 직원 400명이 제품을 들여놓고 팔고 관리하는 게 벅찰 정도로 호황이다. 팔 물건이 없을 때도 잦다. “금속 롤렉스 제품은 다른 것과 비교가 안 되게 가격이 높게 책정된다”고 슈트라케는 말했다. 이 럭셔리 제품은 더는 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다른 품목의 중고거래 시장도 준비하려 고심 중이다. “시계 분야는 미래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일 수 있다.”
독일 온라인쇼핑 이베이가 몇십 년 동안 해내지 못한 것을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이 해냈다. (팬데믹 시기) 비싸진 가격과 길어진 대기 기간, 그리고 환경보호 인식 덕에 소비자는 새 제품의 대안으로 (중고물품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기업들도 이런 흐름에 편승하고 있다. 중고물품은 이제 ‘멋진 것’으로 여겨진다.
중고 열풍은 거의 모든 분야에서 불고 있다. 이케아는 2020년부터 빌리(Billy) 중고책장을 사들여 수리하고 다시 포장해 싼 가격을 붙여 진열한다. 의류 체인 에이치앤드엠(H&M)도 중고 스웨터와 바지를 수선해 다시 판다. 유명 백화점 카데베(KaDeWe)에서도 가끔 디자이너 상표의 중고 코트·핸드백·모자 등을 상품권으로 교환해준다. 한 번 쓰고 버리는 디지털 시대의 물건이라는 인식이 강한 아이폰도 수리해서 다시 파는 중고폰이 표준이 될지도 모른다. 전세계적으로 새 스마트폰 판매량은 줄었지만 중고폰 판매는 두 자릿수로 늘었다.
이는 환경운동가들이 꿈꾸던, 자원을 절약하는 지속가능한 소비가 아닐까? 디지털 시대의 순환경제가 시작되는 것일까? 아니면 그냥 친환경을 이용하는 그린마케팅일까?
최근 나이키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알려진 것이 모두 (사실로) 검증된 건 아니다. 외부에서 보기에 나이키는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것 같았다. 이 기업은 신지 않는 신발을 기부해달라면서, 그 신발들을 재활용하거나 재판매할 계획이라고 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종종 새 제품이나 신지 않고 반품된 제품까지 분쇄기에 들어간다는 사실이 <차이트>와 <북부독일방송>(NDR), 스타트업 플립의 조사로 밝혀졌다. 이는 불법일 수도 있을 뿐 아니라 매우 수치스러운 행위가 아닐 수 없다.
독일 이베이 대표이사인 올리버 클링크는 긍정적인 문구로 리퍼비시(Refurbish) 제품 판매를 광고하고 싶어 했다. 경매 진행 사이트로 시작한 이베이는 사용자와 사용자를 직접 연결해 중고물품을 파는 것에 주력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운동화는 중고물품의 메가트렌드가 됐다. 한 해 동안 세계적으로 이베이는 150만 켤레의 운동화를 진품으로 인증해 판매목록에 올렸다. 기록적인 수치였다.
그러나 소비자는 더는 이 디지털 벼룩시장에 만족하지 못한다. 이베이는 앞으로 수선된 제품인 리퍼비시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클링크는 “완전히 새로운 산업 분야가 떠오른다”고 말했다. 리퍼비시는 이제 노트북이나 게임 콘솔에 국한되지 않는다. 가구, 드릴, 심지어 체육관용 신발까지 가능하다. 이베이는 이전의 ‘B-Ware Center’를 ‘Re-Store’로 이름을 변경했다. “3, 2, 1… 이젠 내 것!”이라는 광고 문구 대신 “통장과 기후에 득이 됩니다”라는 문구를 내세웠다.
이베이는 리퍼비시 제품이 쓰레기처럼 보이지 않도록 노력한다. 고가 제품에는 이베이 신뢰 인증 마크를 부여하고 보증과 반품 권리를 보장한다. 다이슨(Dyson)은 자사의 중고품을 이베이를 통해 직거래하고 있다. “가격 빼고는 새것과 다를 바 없다”가 다이슨이 내세우는 광고 문구다. ‘중고’라는 말이 들어가는 것보다 훨씬 듣기 좋다.
리퍼비시 제품에 대한 낙관론에도 독일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2018년 전자제품 85만t이 폐기물로 버려졌다. 셀 수도 없이 많은 전자기기가 서랍, 다락, 지하실에서 썩고 있다. 그냥 새 제품으로 대체하고 마는 것이다. 영국의 시장조사·데이터분석 기업 유고브(YouGov)의 조사에 따르면 스마트폰의 6%만 중고로 판매된다.
오초 오야넨은 이런 상황을 바꾸려 한다. 핀란드 출신인 그는 스와피(Swappie)라는 스타트업을 운영한다. 이 회사는 검증된 중고 아이폰만을 취급한다. 스와피는 성장 전망이 좋은 소비자그룹에 중점을 두는데, 바로 독일인들이다. 오야넨은 “우리에게 독일은 가장 뛰어나고 크며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이라고 말했다. 스와피는 최근 몇 달 동안 인플루언서들이 만든 (홍보) 비디오로 독일을 휩쓸었다. 젊은이들은 새것과 다를 바 없는 아이폰에 열광했다.
오야넨은 자사가 머지않아 호황을 누릴 것이라고 여긴다. 그는 “몇 년 내에” 리퍼비시와 새 휴대전화의 비율이 중고차처럼 50 대 50이 될 것으로 내다본다. 팬데믹은 수많은 요인 중 하나일 뿐이다. 기술 침체가 심한 것도 (호황을 예상하는) 한 요인이다. 많은 아이폰 모델이 1천유로가 넘는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완전히 새로운 모델은 나오지 않고 있다. 세계적 추세도 이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아이디시(IDC)의 전문가들은 2024년까지 약 3억5160만 대의 중고 스마트폰이 전세계에 공급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 수치는 현재보다 56% 늘어난 것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점은 가격이나 제품 수령 대기시간이 아니라 환경에 대한 관점일 것이다. 가구도, 스마트폰도, 옷도 새로 생산할 필요가 없을 때 가장 친환경적이다. 프라운호퍼 환경·안전·에너지기술 연구소에 따르면 전자제품을 수리해서 판매하면 그 수명이 두 배가 된다. 거꾸로 이야기하면, 스마트폰 한 대당 최대 14㎏의 원자재와 58㎏의 CO₂에 해당하는 온실가스가 감소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태블릿의 경우, 스마트폰보다 자원이 두 배 이상 절감된다.

   
▲ 베를린에 있는 유럽의 가장 큰 의류판매업체인 찰란도(Zalando)에서 피팅 모델이 판매용 구두의 사이즈를 점검하고 있다. REUTERS

쉽게 바뀌는 것은 없다
문제는 모든 것이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점이다. 리바이(Rebuy·중고 전자기기 온라인판매 플랫폼)는 2009년 독일 베를린에 설립됐고, 그 전신은 그로부터 5년 전에 만들어졌다. 처음에는 독일인들이 순환경제를 적극적으로 지지하리라는 기대가 컸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했다.
2013년 <슈피겔> 인터뷰에서 리바이의 사장 로렌스 로이슈너는 중고 전자기기 유통이 “언젠가는 새 제품 거래를 넘어설 것”이라는 기대를 밝혔다. 오늘날 이 회사는 철학자 리하르트 다비트 프레히트와 함께 토론의 장을 개설해, 왜 사람들이 의도하는 바와 달리 행동을 빨리 바꾸지 못하는지 논의하고 있다. 이 회사 소식지에는 여전히 “긍정적인 소비자의 의도와 실제 현실의 간극을 좁힐 필요가 있다”고 쓰여 있다. 다른 말로 하면, 실제 중고제품을 사더라도 다른 사람에게는 이야기하지 말라는 뜻이다.
니코 페히는 몇 년 전부터 말과 행동에서 나타나는 이런 차이를 연구했다. 그는 지겐대학의 경제학자로, 수선해서 재활용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지지한다. 그는 이미 학습효과가 나타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과거와 달리 사용한 흔적이 더는 결함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기” 때문이다.
페히는 정치가 올바른 행동을 장려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여러 사례를 들었다. 스웨덴 방식(수선에 대한 세금 감면), 프랑스 방식(일부러 사용기간이 짧도록 계획해 생산하는 것을 금지), 수선 바우처 발행, 공공 자원센터, 생산회사가 수년간 (수리를 위한) 예비부품을 보유하도록 의무화하는 것 등이다. 지금까지 이 중 극히 일부만 유럽연합의 ‘친환경 설계 권고안’을 통해 유럽 전역에서 시행됐다.
우베 비머(63)는 고장 난 회로판을 납땜으로 고칠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베를린 프렌츠라우어베르크 구역의 한 아파트 지하에 있는 그의 가게에는 오래된 하이파이 오디오 세트가 천장까지 쌓여 있다. 이 중에는 전면이 무광택 알루미늄이나 황동으로 돼 있고 호두나무 무늬목을 덧붙인 스테레오들이 있다. 커다란 스위치, 돌려서 채널을 바꾸는 장치, 주파수가 나타나는 직사각형 발광창 등을 가진 이 1970년대 기계들이 아직 살아 있는 것이다.
비머에게 수리 의뢰는 항상 많았지만 그리 돈이 되는 일은 아니었다. 대부분 고객은 과거의 추억 때문에 여기를 찾았다. 예를 들어 첫 월급으로 샀던 스피커에 대한 추억 말이다. 최근 제품일수록 수선할 가치는 작아진다. 새로운 것, 특히 39유로짜리 디지털 스테레오 세트는 어차피 쓰고 버리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마케팅과 현실의 대조는 의류 분야에서 더 두드러진다. 최근 의류 분야에서 리퍼비시 프로그램이 많이 시작됐지만, 이는 이미지 개선을 위한 것일 뿐이다. 패스트패션(최신 흐름을 즉각 반영해 빠르게 제작하고 빠르게 유통하는 의류)은 독일, 프랑스, 영국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킨다. 전세계 이산화탄소 배출의 거의 4%가 패스트패션 산업에서 비롯된다. 이에 비하면 리퍼비시 되는 옷은 터무니없이 적다.
유럽에서 가장 큰 의류판매업체인 찰란도(Zalando)도 아직 이런 상황을 많이 바꾸지는 못했다. 이 기업은 순환경제를 더 촉진하기로 결의했다고 ‘순환성’ 책임자로 일하는 라우라 코펜이 말했다. 고객이 더럽고 망가진 옷을 가져오면 찰란도가 세탁하고 수선해줘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선도 하나의 경험이 될 것이라고 코펜은 말했다. “우리 고객 중 많은 분이 단추를 달 실력밖에는 없다.”

   
▲ 찰란도 직원이 온라인 주문 고객에게 보내기 위해 중고의류 상자를 꺼내고 있다. REUTERS

찰란도의 중고의류 시장
찰란도는 이미 중고의류 시장을 보유하고 있다. 중고 부문 책임자 토르벤 한센은 “중고의류 시장은 사람들 사이의 유행 변화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15개월 전 옷 2만 벌로 시작한 이 사이트에는 현재 20만 벌이 마련돼 있다. 이는 하나의 성공 사례인가, 아니면 800만유로(약 108억원)의 매출에도 불구하고 단지 마케팅일 뿐인가.
찰란도는 중고제품 판매가 매출 증가에 그리 도움이 되지 않는 점을 알고 있다. 하지만 누구나 언젠가는 옷장을 비우고 새로 채워야 한다. 누군가 찰란도 앱을 이용해 옷장을 비운다면, 그는 찰란도 앱에서 다시 새 옷을 살 수도 있지 않을까? 한센은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했다. 그는 이 시나리오를 나쁘게 생각하는 것 같지는 않다.
경제학자 페히는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을 내세우는 일은 앞으로 항상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기업의 “우리가 다 하고 있다”는 식의 광고를 완전히 믿을 수 없다고 했다. “많은 기업이 그저 이 흐름이 수그러들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고 나면 다시 새 제품을 펑펑 생산하려고 말이다.”

ⓒ Der Spiegel 2021년 제52호
Gebraucht ist geil
번역 이상익 위원

정기구독자는 과거 기사 전체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온라인 회원은 과거 기사 일부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 Economy Insight(http://www.economyinsight.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 기사의견(0)  
 
   * 3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600byte)
   * 욕설이나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운영원칙]
매체소개 구독신청 구독문의기사문의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찾아오시는 길
한겨레신문(주) | 제호 : 이코노미 인사이트 | 등록번호 : 서울 아 01706 | 등록일자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인 : 김현대 | 편집인 : 강대성
발행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효창목길 6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 한겨레 고객센터 1566-9595 | 청소년보호 책임자 : 백기철
Copyright 2010 Hankyoreh.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