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국제 > 포커스
     
순간온수기처럼 ‘미친 듯한’ 속도전
[FOCUS] 스타트업 어바웃유의 창업 성공기- ① 성장 비결
[142호] 2022년 02월 01일 (화) 지몬 부크 economyinsight@hani.co.kr

독일의 온라인 의류 쇼핑몰 어바웃유(About You)는 불과 7년 만에 틈새 스타트업에서 상장기업으로 성장했다. 설립자 타레크 뮐러는 직원들에게 미친 듯한 업무 속도와 극한의 헌신을 요구한다. 꼭 그래야 할까? 아니면 그것이 젊은 기업가들의 특징인가?

지몬 부크 Simon Book <슈피겔> 기자

   
▲ 2021년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온라인 의류 쇼핑몰 ‘어바웃유’ 패션쇼에서 모델들이 다양한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REUTERS

독일 베를린의 옛 화력발전소 건물에 들어선 대형 나이트클럽 트레조어(Tresor)에 깊은 저음이 울려 퍼지고, 색색의 조명이 하얀 목욕 거품 더미를 비춘다. 오른쪽에서 춤추듯 걷는 첫 형체가 등장했다. 그다음 사람이 뒤를 따르고 결국 10여 명이 됐다. 작은 천으로 몸을 가려 피부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무대 위의 한 걸음 한 걸음이 완벽하다.(2021년 9월15일 업로드된 어바웃유 홍보영상 ‘패션위크’(Fashion Week) 현장 묘사다.)

인플루언서 중심의 홍보전략
관객은 저마다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두세 개를 든 사람도 있다. 그러다보니 참석 관객보다 더 많은 수의 블루 스크린이 관람석에서 반짝였다. 모든 것이 촬영되고, 태그가 붙여지고, 페이스타임(영상통화)으로 중계된다. 캄파리(이탈리아의 유명 칵테일용 희석주) 유리잔이 부딪치고 이내 팔로워들은 환호한다. 초대 손님 300명은 패션계 언론인이 아니다. 그들은 블로거, 유튜버, 인플루언서인데 무언가를 어디론가 어떤 식으로든 전송한다. 어바웃유 설립자 타레크 뮐러(33)가 이들에게 원하는 일은 바로 이것이다.
20분간의 완벽한 무대이자 거대한 쇼였다. 뮐러는 이 무대를 꾸미기 위해 디오르, 베르사체, 샤넬과 일하는 에이전시를 고용했다. 그러나 이외에는 프레타포르테(프랑스 파리를 중심으로 뉴욕, 밀라노, 런던 등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패션 컬렉션)와 이번 이벤트의 공통점은 그리 많지 않다. 뮐러는 대중을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나중에 밝혀진 바에 따르면 어바웃유의 (동영상) ‘패션위크’는 5천만 명에게 전달됐다. 여기서 어바웃유는 모델 레나 게르케나 가수 레나 마이어란드루트와 같은 텔레비전(TV) 스타가 만든 컬렉션을 광고한다. 뮐러의 표현대로 이들 스타는 소셜미디어에서 추종자를 “진짜로 데리고 다니는” 사람이다. 기존 TV 광고로는 이런 성과를 거두는 건 불가능하다. 가능하더라도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서) 지불할 수 없다”고 뮐러는 말했다.
이런 방법으로 뮐러는 불과 수십만유로를 들여 어마어마한 관심을 받았다. 어바웃유는 TV 광고를 거의 하지 않는다. 패션지에 홍보 기사를 내는 것도 드물다. 라디오에서 광고하는 일도 없다시피 하다. 어차피 젊은 고객은 거기에 없기 때문이다. 대신에 뮐러와 어바웃유 직원들이 누구를 초청할지, 누구에게 관련 소식을 전할지 선택할 수 있는 자체 이벤트를 연다. 또한 이 ‘콘텐츠’를 고객에게 정확하게 전달하는 정교한 개인 맞춤형 앱이 있다. 고객은 스스로 자신의 구매를 통제한다고 여기고, 이 소프트웨어를 개인의 필요에 맞춰 조정할 수 있으며, 어바웃유를 통해 자신의 취향을 누리며 산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들은 사실 뮐러 일당이 보여주는 상품만 사들일 뿐이다.
2021년 뮐러와 공동 최고경영자(CEO) 하네스 비제, 제바스티안 베츠는 인플루언서 마케팅으로 25개국에서 17억유로(약 2조3천억원)의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전년보다 50% 이상 늘어난 액수다. 이것만 해도 이미 기록적이다. 1400명이 어바웃유에 직접 고용돼 일한다. 전세계에 수천만 명의 팔로워가 있는 인플루언서 1만 명 정도가 협력 대가를 받거나, 자신만의 패션 브랜드를 가진다는 꿈을 실현한다. 최근 히트상품은 팔로워 2억 명을 돌파한 ‘인스타 퀸’이자 미국의 톱모델인 켄들 제너의 컬렉션이다.
어바웃유는 통신판매회사 오토(Otto)가 빠르게 성장하는 온라인 경쟁업제 찰란도(Zalando)에 대항하기 위해 7년 전 설립한 자회사다. 2021년 여름에는 증권거래소에 상장됐다. 어바웃유는 아직 수익을 낸 적이 없다. 2021년 2분기에만 전년의 두 배에 이르는 3500만유로(약 475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 사실에 신경 쓰는 경영진은 한 명도 없다. 주주들도 마찬가지다. 2021년 여름 주식시장에 데뷔했을 때 이 회사의 가치는 50억유로에 조금 못 미치는 것으로 평가됐다. 주가는 예상한 발행가격보다 10%나 상승했다. 비록 최근에 오프라인 점포를 개장하며 열광이 어느 정도 사그라지고 시가총액도 34억유로로 줄었지만, 뮐러와 그가 설립한 회사의 사업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엄청난 속도의 성장에는 대가가 따른다. 그렇지 않아도 속도가 빠른 온라인 패션 사업이다. 여기서 어바웃유는 마모가 심한 ‘순간온수기’ 같아 보인다. 전현직 직원과 이야기해보면 타협이 없고, 시장이 고용주 손에 쥐여준 무기를 끊임없이 남용하는 기업의 이미지가 완성된다.
패션 스타트업은 많지 않다. 독일 함부르크에선 더욱 그렇다. 게다가 어바웃유처럼 직원의 평균연령이 29살이고, 때로는 일이 끝난 뒤 같이 파티하는 쿨한 직장은 거의 없다. 독일에는 패션 전문학교와 마케팅 전문대학이 많다. 이들 학교는 모두 젊고 의욕에 찬 능력자들을 시장에 배출한다. 학사 혹은 석사 학위를 보유하고 비교적 적은 임금을 받으면서 많은 일을 할 준비가 돼 있는 젊은 여성을 어바웃유에서는 내부적으로 ‘패션 팬 걸’이라 부른다고 한다.
어바웃유 전 인사담당자는 “뮐러는 젊은 직원들에게 어바웃유를 경력 발판으로 팔아먹으면서 대학에는 주당 40시간 이상 일을 시키지 않는다고 말한다”고 밝혔다. (어바웃유가 경력의 발판이 된다는) 앞의 이야기는 맞다. 승진이 빠르다. 하지만 노동시간이 보통 60~80시간에 이른다. 특히 마케팅과 정보기술(IT) 분야가 그렇다고 전 인사담당자는 덧붙였다. 하지만 뮐러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면서 자신은 오히려 회사에 40시간 이상 일하지 않아도 되는 부서가 한두 개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매일 5시 정각에 꼭 퇴근하고 싶은 사람은 대기업으로 가라.” 결국 회사의 (한두 부서를 제외한) 다른 부서에서는 (주당 40시간 노동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경력을 쌓고 싶은 사람은 무엇을 해야 할지 알고 있다. 특히 “(성과가) 급여에 빠르게 반영”돼 불과 몇 년 만에 대기업 수준 이상의 급여를 받는다. 게다가 근무시간기록제도를 도입하니 놀라운 결과가 나타났다고 뮐러는 주장한다. “많은 직원이 자신의 근무시간을 과대평가한다. 오전 9시에서 오후 5시까지 사무실에 머문다고 해도 주당 40시간 일하지 않는다. 점심시간과 담배 피우는 시간만 제해도 그렇다.”
뮐러가 개인 책임을 중시하고 기업 차원의 과도한 배려는 할 생각이 없음은 확실하다. 이는 그의 경력과도 많은 관련이 있다. 뮐러는 15살에 첫 사업체를 등록하고 학교에 다니면서 물담배와 카지노칩 가방을 파는 온라인상점을 위해 프로그래밍을 했다. 여기서 번 돈을 정기적으로 함부르크저축은행으로 가져갔다. 그의 사업은 점점 커졌고 곧 100만유로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뮐러는 학교도 간신히 졸업했고 대학을 포기했지만, 사업을 확장해 중국으로 진출했다. 다만 이 사업체는 나중에 파산했다. (파산으로 인한) 빚을 갚기 위해 뮐러는 개인 디지털 에이전시를 설립하고 밤낮으로 일했다. 함부르크의 여러 광고회사를 전전하던 뮐러를 슈테판 콜레(퓨처랩의 창업자이자 강연가)가 통신판매회사 오토와 연결해줬다.

   
▲ 어바웃유 소속 직원이 패션쇼에 앞서 의류 등을 점검하고 있다. REUTERS

모든 노하우 털어 넣어
그렇게 뮐러는 어느 날 함부르크 베르너 오토 거리 1번지의 회색 콘크리트 건물 로비에 서게 됐다. 반바지에 하와이안셔츠를 입고 드래드록(여러 가닥으로 땋은 머리모양)을 한 남자가 안내데스크에서 마케팅 담당 이사 라이너 힐레브란트와 약속이 있다고 말하자, 안내데스크 직원이 그를 들여보내려 하지 않았다. 이런 (차림의) 사람이 마케팅 이사와 약속이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결국 힐레브란트가 그를 데리러 직접 내려와야 했다. 뮐러는 이날 경영전략 워크숍에 초대됐다. (워크숍의 논의) 과제는 젊은 고객을 겨냥한 패션으로 인터넷에서 지속해서 돈 버는 사업모델을 찾는 것이었다.
그 결과, 2013년 어바웃유의 전신인 콜린스(Collins)가 탄생했다. 창업 자본은 2억5천만유로 남짓이었다. 뮐러는 모든 노하우를 이 회사에 털어 넣었다. 그는 회사를 찰란도보다 더 뛰어나고 더 성공적이고 더 빠르게 성장하는 경쟁업체로 키우겠다고 약속했다. 힐레브란트는 “이후 뮐러와 그가 이끈 회사는 우리가 합의한 모든 중간 지표를 충족했다. 거의 무서울 정도다”라고 말했다.

ⓒ Der Spiegel 2021년 제47호
In der Karrieremaschine
번역 황수경 위원

정기구독자는 과거 기사 전체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온라인 회원은 과거 기사 일부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 Economy Insight(http://www.economyinsight.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 기사의견(0)  
 
   * 3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600byte)
   * 욕설이나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운영원칙]
매체소개 구독신청 구독문의기사문의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찾아오시는 길
한겨레신문(주) | 제호 : 이코노미 인사이트 | 등록번호 : 서울 아 01706 | 등록일자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인 : 김현대 | 편집인 : 강대성
발행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효창목길 6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 한겨레 고객센터 1566-9595 | 청소년보호 책임자 : 백기철
Copyright 2010 Hankyoreh.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