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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피한 불평등은 없다 조세·노동·교육에 달렸다”
[INTERVIEW] 세계불평등연구소 공동소장 뤼카 샹셀
[142호] 2022년 02월 01일 (화) 크리스티앙 샤바뇌 economyinsight@hani.co.kr

세계불평등연구소(World Inequality Lab)가 세계 소득·자산 불평등의 동역학에 관한 방대한 자료를 실은 ‘세계 불평등 보고서 2022’를 발간했다. 이번 보고서는 두 세기 전부터 지금까지 국가 또는 개인 사이에 소득 격차가 얼마나 어떻게 벌어졌는지 분석했다. 남녀 불평등 문제는 왜 임금 차원을 넘어 더 폭넓게 바라봐야 하는지 그 이유를 짚었다. 환경문제를 다룬 장에서는 프랑스 부유층이 빈곤층보다 환경오염에 얼마나 더 큰 책임이 있는지 고발한다.
보고서 발간을 지휘한 세계불평등연구소 공동소장 뤼카 샹셀(Lucas Chancel)을 만나 이들 문제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듣고, 불평등 해소 정책으로 무엇을 제안하는지 물었다. 파리경제학교(PSE)와 파리정치대학 겸임교수로 있는 샹셀 소장은 몇 년째 사회 불평등과 지구온난화 대응 정책의 관계를 연구하고 있다.

크리스티앙 샤바뇌 Christian Chavagneux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 2019년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벌어진 총파업에 참가한 시위대가 노란 조끼를 입고 정부의 연금개편 계획에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REUTERS

나라별, 지역별로 불평등 정도가 크게 다르다. (세계화, 디지털혁명 등) 자본주의 구조의 동역학이 한 나라의 사회·정치 요인보다 불평등에 끼치는 영향이 작은 것인가.
그렇다. 이번 연구에서 여러 나라를 광범위하게 조사한 결과 나라별로 택한 노선이 얼마나 다른지 알 수 있었다. 불평등은 단지 세계화, 저임금 국가 사이의 경쟁, 경제의 디지털화 같은 거대한 흐름 속에서 생겨났다고 볼 수 없다. 불평등 역학을 설명하려면 인구 변화나 생산성 손실을 함께 따져봐야 한다. 어떤 이들은 그런 큰 흐름을 내세우며 불평등이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불가피한 현상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한 나라의 불평등 정도를 결정하는 것은 다름 아닌 그 나라의 조세·교육·노동 등 다양한 정책이라는 사실이 이번 연구에서 밝혀졌다.

공정한 재정 배분이 열쇠
각국이 자국 경제를 나아지게 할 방안을 전부 잃은 것은 아니란 뜻인가.
물론이다. 모든 나라가 공공서비스를 늘리고 그 재정을 공정한 방식으로 마련하는 방안을 갖고 있다.
소득 재분배로 불평등을 줄일 수 있지만 격차가 여전히 크다. 소득 격차의 일차적 원인은 무엇인가.
이번 연구에서 개인의 소득뿐 아니라 자산까지 확장해 조사한 결과, 시대와 지역에 상관없이 자산 쏠림이 심각하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소득 하위 50%가 보유한 자산은 전체 자산의 2~5%로 비중이 아주 작다. 상위 10%가 전체 자산의 60~80%를 소유한다. 이 정도로 자산 쏠림이 심각하면 오늘의 자산 불평등이 내일의 소득 불평등을 만드는 악순환이 될 수밖에 없다.
자본을 투자해 얻는 소득이 일해서 번 소득보다 빨리 늘어난다. 그렇게 소득 격차가 점차 커지면서 눈덩이 효과로 자산 격차가 또다시 벌어진다. 이런 사슬을 느슨하게 할 수 있다. 개인의 부를 생애 전 기간과 재산 상속 시기에 재분배하면 된다. 인구의 절반이 상속재산이나 투자자본 없이 태어난다. 지금의 조세정책으로는 자산 접근성을 확대하지 못한다.
상위 10% 또는 1% 부자라고 하면 전세계적으로 단일한 사회집단에 속한 사람을 말하는가.
세계 부유층 사이에 공통점이 있다. 최상위 부자는 주로 금융자산 형태로 재산을 보유한다. 0.1% 또는 0.01%의 경제·금융 엘리트는 세계 곳곳에 자본을 투자한다. 주목적이 세금회피인 게 많다. 이런 방식으로 7~8%대 연간 수익률을 유지한다. 반면 중산층은 2~3%대 수익률을 겨우 올린다.
세계 어디서든 최고 자산가들이 하는 말은 비슷하다. ‘이미 세금을 너무 많이 내고 있다. 세금을 올리면 경제가 무너질 것이다.’ 하지만 이번 연구에서 부유층의 소득 대비 세 부담은 중산층과 서민에 견줘 적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 결과는 부유층 증세의 근거로 삼을 수 있다는 점에서 경제적으로 의미가 크다.
보고서를 보면 두 세기 역사에서 불평등이 줄어든 시기에도 그 수준은 여전히 높았다. 역사학자 발터 샤이델은 불평등이 해소되는 데 3만 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인간 사회가 불평등해야 ‘정상’인 것은 아닌가.
불평등을 이야기할 때 정상이란 것은 없다. 불평등 정책 여부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 한 걸음 뒤에서 역사를 바라보면 완전하진 않지만 여러 진전이 있었다. 투표할 권리, 교육받을 권리, 치료받을 권리가 백인 남성, 여성, 소수인종에게 차례로 보장됐다. 사회적 국가가 진정한 발전을 한 것이다. 불평등이 여전히 심각한 것은 그 역사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불평등 해소를 위해 할 일이 많이 남았다. 이것이 진보를 결집하는 원천이 돼야 한다.

   
▲ 2019년 10월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가 주최한 ‘불평등과의 전쟁’ 토론회에 참석한 뤼카 샹셀 세계불평등연구소 공동소장이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유튜브

진보 재결집의 원천
지난 두 세기의 세계 불평등 역사를 국가 또는 개인 간 불평등 가운데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나.
식민지 시대 이전엔 개인 간 소득이나 자산의 격차가 불평등의 주원인이었다. 그러다 서구 제국주의와 산업혁명 이후 상황이 크게 바뀌었다. 1820~1950년 부자 나라와 가난한 나라 사이의 불평등이 4배 증가했다. 최근 이 문제에 관해 흥미로운 연구가 있었다. 선진국이 일으킨 산업혁명은 식민지 과정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었음이 연구 결과 밝혀졌다.
1980년대부터 국가 간 불평등은 상당히 줄었지만, 19세기 초와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제국주의가 세계경제에 남긴 위계가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달라진 점은 1980년 이후 개인 간 불평등이 다시 심화했다는 것이다. 오늘날에는 개인 간 불평등으로 세계 불평등을 더 잘 설명할 수 있다. 19세기 초와 마찬가지로 말이다.
세계 인구의 절반은 여성이다. 여성 소득이 세계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인지 궁금하다.
남녀 불평등을 연구할 때 같은 직무를 맡은 남녀의 급여 격차에 주로 관심을 둔다. 하지만 남녀 불평등 문제는 여성이 노동시장에 진출하지 못하거나 고소득 직업을 갖지 못해 비롯된 게 많다. 그래서 이번 연구에서는 여성이 하는 일의 성격과 남녀 급여 격차를 모두 연구 지표로 삼았다.
여성 소득이 세계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마오쩌둥이 “하늘의 반쪽은 여성이 떠받친다”고 했는데 말이다. 이 비중은 1990년대부터 서서히 늘어나 약 31%에서 35%까지 올랐다. 하지만 지금 같은 속도로 절반에 도달하려면 한참 걸릴 것이다.
남녀 소득 불평등을 해소하려면 성별과 상관없이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법률로 정해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 같은 해법도 있다. 최저임금을 올리면 여성 평균소득이 가장 먼저 오른다. 여성 비중이 높은 돌봄 직종의 임금을 인상하는 것도 같은 효과를 낸다.

상위 10%, 환경 5배 오염
프랑스는 소득 상위 10%가 하위 50%보다 환경을 5배 더 오염시킨다. 사회와 환경을 고려한 조세제도가 필요해 보인다.
기후변화는 국가 간 불평등과 개인 간 불평등을 모두 심화한다. 첫째, 빈곤층이 기후변화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다. 둘째, 부유층이 재화와 서비스를 소비하고 탄소배출에 책임이 있는 기업에 투자하는 과정에서 지구환경을 오염시킨다. ‘노란조끼운동’(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의 유류세 인상을 계기로 중산층과 서민의 부담을 늘리는 조세정책에 반대하는 운동)에서 봤듯이, 유류세를 보편적으로 늘리는 방법으로 모든 국민이 자동차를 덜 타게 할 수는 없다. 생계를 위해 자동차가 필요한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탄소배출량을 줄이지 못하고 구매력만 잃는다. 이들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다.
반대로 투자하는 사람은 친환경 기업과 환경오염 주범 기업 가운데 어디에 투자할지 고를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친환경 기업에 투자하도록 권장하는 정책이 없다. 이 방향으로 정책을 세워야 한다. 그러려면 정부가 각 기업의 탄소배출량 정보를 지금보다 많이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 점은 점차 개선되고 있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소득세를 처음 도입했을 때도 모든 사람의 소득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도입을 반대하는 이들이 있었다. 개인소득 정보는 소득세를 매기기 시작하면서 보완해나갔다. 기업 탄소배출량도 마찬가지다. 탄소에너지 개발에 계속 투자하는 기업에 먼저 무거운 세금을 물릴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기업이 친환경 분야에 투자하면 그만큼 세금을 공제해주면 된다.
기후 불평등을 줄이는 사회·환경 정책의 기반으로 조세제도 이외에 무엇이 있나.
첫째로 지구온난화 대응 투자를 대폭 늘려야 한다. 민간의 투자 방향을 잡아줄 수 있지만, 정부도 제 몫의 투자를 해야 한다. 정부의 이런 노력에 최고 자산가들이 기여하게 해야 한다. 둘째로 에너지전환을 담당하는 공공서비스를 만들 필요가 있다. 사회보험공단에 환경오염, 지구온난화 등 기후위기로 피해를 본 국민을 지원하는 부서를 만드는 것이다. 사회정책과 환경정책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 말로만 외치지 말고 일상에서 실천해야 한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22년 1월호(제419호)
Les inégalités n’ont rien d’inéluctable
번역 최혜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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