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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마다 한 생물종이 사라진다
[SPECIAL REPORT] 세기의 테마, 멸종- ① 죽음의 행렬
[142호] 2022년 02월 01일 (화) 프리츠 하베쿠스 economyinsight@hani.co.kr

지구상에서 수많은 생물이 사라지고 있다. 대부분 인간의 욕망 때문이다. 어떤 종도 홀로 존재할 수 없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한 생물이 멸종할 때마다 인류 또한 더 위험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는 사실을 인간은 알아야 한다. <슈피겔>이 생물의 멸종 현상과 그 의미를 살폈다. _편집자

프리츠 하베쿠스 Fritz Habekuss
베른트 울리히 Bernd Ulrich
<슈피겔> 기자

   
▲ 인도네시아의 한 해변에 파도에 휩쓸려온 멸종위기종인 죽은 향유고래를 아이들이 보고 있다. REUTERS

지구상에서 동식물이 빠른 속도로 멸종되고 있다. 동물원에 갇히고, 애완동물로 밀반입되고, 숲에서 쫓겨난다. 영장류 형제자매들의 운명을 보여주는 사진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 자연 풍경이 콘크리트 아래로 사라지고, 사막이 확장되고, 생명공동체가 전멸한다. 수백만 년 동안 진화가 만들어낸 것이 수십 년 안에 사라질 것이다. 이 거대한 죽음이 인간이라는 털 없는 동물에게 끼친 파급효과는 극적이다. 그럼에도 종의 절멸이라는 세기의 테마는 아직 대중에게 주변적인 문제로 여겨진다. 정치권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어떻게 이럴 수 있는가? 어떻게 근본적이고 실존적인 문제가 그토록 소외될 수 있는가?

멸종에 관한 일곱 번의 ‘아니요’
‘종의 죽음’이라는 주제는 편견에 둘러싸이고, 모호함으로 포장되고, 동정심에 엮이고, 냉혹한 이해관계에 억눌리고 있다. 이제 멸종을 사람들에게 인식시키고, 아직 시행되지 않은 일, 즉 구제책으로 시선을 돌리도록 할 때다. 그러나 먼저 최소한 일곱 번은 (그간의 안일한 인식에 대해) ‘아니요’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아니요. 멸종위기에 처한 종은 향유고래도, 쥐치복과도, 북극제비갈매기도 아니다. 이 모든 일의 원인이고 이대로 계속 가면 자신도 살아남을 수 없는 것은 인간이다.
아니요. 이는 우리 아이들의 침대에 봉제 장난감으로 놓인 유명한 포유동물에 관한 것이 아니다. 생명의 섬세한 전체 그물망, 미생물, 바이러스, 곤충 그리고 지의류에 관한 문제다.
아니요. 지금 필요한 것은 동정심이 아니다. 그러기에는 이미 늦었다. 관심과 이성과 해결책이 필요하다. 즉, 정치가 개입해야 한다.
아니요. 멸종에 대한 인식이 더 커졌어도 동식물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실천이 따르지 않는 인식은 아무 소용이 없다.
아니요. 아무도 지키지 않는 생물다양성협약은 체결해도 의미가 없다. 퇴임한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는 전세계 육지와 바다 지역의 30%를 보전한다는 협약에 서명했다. 그러나 대지와 숲을 파괴하는 농업·교통 정책을 추진했다.
아니요. 멸종은 기후위기의 동생도 아니고, 두 번째로 큰 문제도 아니다. 두 위기는 서로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축적되고 서로 강화한다.
아니요. 멸종은 아마존 지역이나 보르네오 같은 자연 지역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사는 이곳, 독일과 유럽에서도 우리가 고향이라고 부르는 곳을 파괴하고 있다. 동물과 식물이 소멸하고, 숲과 강이 비워지고, 시와 노래가 사라진다. 물론 아름다움, 겸손, 존엄, 슬픔을 빼놓고 멸종을 논하기는 어렵다. 이는 필수 요소다.
모든 것이 거창하게 들린다면 아주 작은 봄처녀나비부터 시작하자. 일본에서 유럽까지 분포하는 (혹은 분포했던) 이 나비는 말 그대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한 생물이다. 날개를 편 크기가 약 3㎝이고, 날개 색깔이 갈색이며, 뒷날개 아래쪽 가장자리엔 노란색의 눈알 모양 무늬가 있다. 봄처녀나비는 1년 중 대부분을 알, 애벌레, 번데기 상태로 보낸다. 그 뒤 6월이 되면 번데기가 성충이 된다. 이후 한 달 동안 봄처녀나비는 강변 풀밭 위를 천천히 날아다니며 꿀을 찾고 알을 낳는다. 아주 정상적인 나비의 일생이지만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봄처녀나비는 1960년 이래 독일에서 멸종된 것으로 여겨졌다. 경지 정리, 배수 공사, 농업의 집약화와 집중화, 농업 생산력 강화에 희생 제물이 됐다. 1996년 아마추어 곤충학자가 사라진 종을 한 초원에서 다시 발견했다. 현재까지 이 초원에 봄처녀나비가 서식한다. 독일에서 봄처녀나비에게 남겨진 다른 공간은 없다. 단 1헥타르의 풀밭뿐이다. 좋을 때는 수백 마리의 봄처녀나비가 날아다니지만, 좋지 않을 때는 20마리도 되지 않는다. 발견 장소는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았다. 수집가들이 몰려와 몇 마리 남지 않은 나비를 잡을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봄처녀나비는 수집가들 때문에 사라진 것이 아니다. 대멸종의 원인은 다른 데 있다. 바로 농약, 서식공간의 소멸, 기후변화 때문이다.
오스트리아의 상황도 마찬가지로 위태롭다. 스위스에서는 몇 년 전에 유감스럽게도 한 농부가 봄처녀나비가 아직 살고 있는 마지막 초원의 풀을 잘못된 시점에 베었다. 그래서 스위스에서도 봄처녀나비가 멸종했다.
멸종 이야기에서 흔히 그렇듯이 잘 기록된 봄처녀나비의 비극 외에 기록되지 않은 수많은 이야기가 있다. 습지에는 이 갈색 나비만 사는 게 아니라 많은 생물종이 산다. 검은도루박이, 서양실골풀, 뾰족꽃골풀, 동의나물, 가는동자꽃, 넓은잎습지난초, 산애기메뚜기, 짧은날개쌕쌔기 등 현재 이들을 위한 땅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인간이 차지해버렸기 때문이다. 인간 자신을 위해, 식량을 생산하기 위해, 큰 바비큐 그릴을 파는 대형 건축자재 매장을 세우기 위해, 그 바비큐 그릴 위에 올라갈 육류를 생산하는 축사를 세우기 위해 말이다.

   
▲ 멸종위기종인 봄처녀나비는 수집가들 때문에 사라진 것이 아니다. 원인은 농약, 서식공간 소멸, 기후변화 때문이다. erik-karits. unsplash 제공

봄처녀나비의 교훈
한 생물이 다른 생물에 밀려나는 것은 생태계의 공존과 경쟁에서 특별한 일이 아니다. 특별한 것은 인간의 특수한 본성이다. 인간의 성공 비결은 새로운 생활공간에 침투하는 놀라운 능력이다. 인간은 개척종이다. 일단 정착하면 주변 환경을 바꾸기 시작한다. 다른 생물종에게 이는 적응하거나, 멸종하거나 혹은 이주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어디로?
한 동물이 아무리 강력해도 혼자 존재할 수 없다. 봄처녀나비와 마찬가지로 인간은 복잡한 생태구조 속에 산다. 인간이 숨을 쉬려면 숲의 나무와 바다의 규조류가 생산하는 산소가 필요하다. 또한 우리는 생존을 위해 몸속에 수백만 개의 미생물이 필요하다. 다양한 장내 미생물이 없으면 섭취한 음식물을 소화할 수 없다. 그리고 얼마 전 이곳에서마저 생물다양성이 감소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인간은 변덕스러운 진화의 산물이다. 필요 이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지능은 확실히 진화론적 측면에서 이점이다. 인간의 두뇌는 사바나에서 생존하는 데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삶의 의미나 우주의 종말을 묻는 생물은 아마 인간뿐일 것이다. 그러나 동물이면서 동시에 모든 동물을 초월한 존재라는 이중적인 형태는 불쾌한 결과를 낳았다.
첫째, 인간 속의 동물은 여전히 한때 생존에 필요했던 것을 계속 추구하고, 점점 더 많이 추구한다. 인간의 사고에 무조건적 확장 의지가 각인된 것 같다. 둘째, 인간은 많은 것을 생각할 수 있지만 상상은 하지 못한다. 인간은 우주가 팽창한다는 것은 알지만 어디로 팽창하는지 머릿속에 그려내지 못한다. 인간은 인간의 아기와 지능이 있는 동물이 언어 없이 생각할 수 있다는 사실은 알지만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는지는 상상하지 못한다. 그 결과 인간은 스스로를 제한하는 것을 힘들어하며 다른 종, 특히 오랫동안 인간이 야생성을 제거해온 생물(가축)에 공감 능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인간은 많은 동물을 죽인다. 그러나 이는 생존을 위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일종의 습관적인 광기에 가깝다. 독일에서만 매년 닭 6억5천만 마리, 돼지 5300만 마리, 칠면조 5300만 마리가 고의로 도살된다. 그 결과 불과 수십만 년의 역사를 지닌 이 털 없는 원숭이에게 또 다른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40억 년이 넘는 지구의 역사에서 처음으로 단일종이 지배적인 지구물리학적 요인이 되는 데 성공했다.
호모사피엔스의 전진은 처음에는 느리게 진행됐다. 수천 년 동안 인간이 행성에 미치는 영향은 국지적이었고, 되돌릴 수 있었다. 20세기 중반에 이르러 지구과학자들이 말하는 ‘거대한 가속’(Great Acceleration)의 시기가 시작됐다. 이 시기에 기하급수적인 인구 증가, 급속한 경제성장, 휴대전화와 자동차의 대중화, 댐 건설 증가가 나타났다. 그 대가는 마찬가지로 기하급수적인 어류의 이동성 단절, 열대우림 벌채, 대기 중 메탄·질소산화물·오존량의 증가다.
거대한 가속을 진보로, 자연에 대한 문명의 승리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유례없는 정복으로 볼 수 있다. 아마 둘 다 맞을 것이다. 어쨌든 인류는 이제 전세계 생물의 총질량을 뛰어넘을 정도로 많은 양의 물질을 생산했다. 인간과 가축의 무게는 지구상 모든 육지 척추동물을 합친 것보다 더 크다. 20세기 중반에 시작된 인구 급증은 부유한 산업국가의 소비 폭발을 동반했다. 지구는 인구과잉으로 신음했다. 인류는 점점 더 많은 공간이 필요해졌다. 인구가 늘고, 이들이 점점 더 많이 먹고, 소유하고, 소비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봄처녀나비, 코끼리, 참치를 위한 공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과학자들은 10분마다 한 생물이 멸종된다고 추정한다. 대부분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사라진다. 약 900만 종으로 추산되는 동물, 식물, 균류 중 200만여 종만이 학술적으로 기록됐기 때문이다. 아주 많은 사람이 여전히 생존을 위해 자연에 저항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들은 마치 그들이 아직도 야생의 세력과 원시적인 투쟁을 하고, 영구적인 자기방어를 하며, 그들을 방해하거나 식욕을 돋우는 것은 무엇이든 먹고 죽일 자격이 있는 것처럼 행동한다.

   
▲ 2021년 11월 8일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가 서울 마포구 문화비축기지 외벽에 기후위기로 인한 생물 멸종을 경고하는 프로젝션 매핑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연을 애완동물화
그러나 인류는 이미 자연을 파괴할 뿐만 아니라, 자연을 경시하고, 공원화하고, 애완동물화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짧게 말해 자연을 격하하고 있다. 아시아의 부유한 남성들은 미친 주술사처럼 코뿔소 뿔가루를 음료에 섞어 마신다. 이 동물의 장엄한 야생성을 자신의 몸에 받아들이기 위해서다. 하지만 남아프리카에서는 바로 이 목적을 위해 코뿔소가 사육된다. 가축이 된 코뿔소의 야생성은 코뿔소 음료를 마시는 하노이의 부유한 베트남인과 별 차이가 없을 것이다. 부유한 서방국가 사람들은 아직도 큰 야생동물을 사냥하기 위해 아프리카로 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그들이 죽인 사자 옆에서 자랑스럽게 사진을 찍는다. 하지만 이 대형 고양이과 동물도 사육되는 일이 많다. 이런 사냥은 퇴근 뒤 택시를 타고 동물원에 가서 사자 한 마리를 쏴 죽이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이는 정복과 동화의 의식을 통해 충족하는 공허한 원시적 욕구일 뿐이다.

ⓒ Die Zeit 2021년 48호
Unser Aussterben
번역 황수경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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