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특집
     
숲과 강, 권리주체로 인정하자
[SPECIAL REPORT] 세기의 테마, 멸종- ③ 해결책
[142호] 2022년 02월 01일 (화) 프리츠 하베쿠스 economyinsight@hani.co.kr

프리츠 하베쿠스 Fritz Habekuss
베른트 울리히 Bernd Ulrich
<슈피겔> 기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21년 10월12일 중국 쿤밍에서 열린 제15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REUTERS

인간이 진화하기 전에 지구에는 6조 그루의 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현재는 3조 그루밖에 남지 않았다. 그마저도 이번 세기말에는 절반으로 줄어들 것이다. 산호초는 아마 99% 사라질 것이다. 그러나 지구는 허무주의자다. 지구에 멸종은 대수로운 일이 아니다. 진화에는 목적이 없고 자연은 하나의 가치이지만 내재적 가치를 가지고 있지 않다. 수백만 년 뒤 생물다양성이 다시 오늘날만큼 커질 수도 있다. 그때는 어쩌면 2m 크기의 쥐가 세상을 지배할 수도 있다. 아니면 더는 척추동물이 아니라 지능이 있는 점액곰팡이가 이 세상의 주인이 될지도 모른다. 지구 시스템이 불안정해지는 시점이 언제가 될지 걱정해야 하는 존재는 바로 인간이다

팬데믹, 생태계 파괴의 결과
인간에 의한 파괴가 인간을 향하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세계는 지금 조금은 알게 됐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너구리에서 유래했는지, 박쥐에서 유래했는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생태계의 파괴 정도와 감염병 발생 사이에 연관성이 있음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요약하자면 생태계 파괴가 심할수록 감염병의 치명성이 높다. 에볼라바이러스는 박쥐로부터 전염됐다.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는 침팬지에게서 왔다. 지카바이러스는 간염바이러스와 마찬가지로 영장류에서 전파됐다.
그렇다면 이런 동물이 언제 인간과 접촉할까? 사냥당해 먹히거나, 서식지가 파괴돼 인간의 마을에 침입할 때다. 바이러스는 스스로 새 숙주를 찾아가지 않는다. 바이러스는 접촉을 통해 전파된다. 연구자들은 수십 년 전부터 이것을 경고했다. 그러나 오랫동안 아무도 그들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최근에야 인간에게 전염되는 동물성 질병을 칭하는 전문용어 인수공통전염병(Zoonosis)이 학계 논문 외 다른 매체에서도 거론되기 시작했다.
멸망의 길이 동물에게서 시작해 인간으로 이어지는 것만은 결코 아니다. 그 반대 사례가 훨씬 더 많다. 수십 년 전까지만 해도 약국에서는 아프리카발톱개구리를 키웠다. 임신한 여성의 소변을 주사하면 개구리가 알을 낳았기 때문에 임신 테스트에 활용됐다. 하지만 이 개구리를 통해 개구리의 피부호흡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항아리곰팡이가 전세계로 퍼졌다. 항아리곰팡이는 개구리에게 가장 치명적인 바이러스다. 항아리곰팡이 때문에 개구리 100여 종이 멸종했고, 500여 종이 멸종위기에 놓였다. 전체 양서류종의 8%에 해당하는 숫자다.
멸종, 기후위기, 감염병 대유행은 다양한 방식으로 서로 연결돼 있다. 독일의 저명한 생태시스템 연구자인 농생태학자 요제프 제텔레는 최근 저서에서 ‘삼중 위기’를 이야기했다. 예를 들어 많은 생물종이 사는 건강한 습지는 더 많은 탄소를 저장하지만, 파괴된 습지는 탄소를 주변 환경으로 방출한다. 온전한 숲은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퍼질 기회를 주지 않는다. 감염병은 개간지 근처에서 시작된다. “모든 것은 모든 것과 관련이 있다”는 근대 지리학자 알렉산더 훔볼트의 말은 짜증 날 정도로 옳다.
그러므로 코로나19 대유행을 단일 사건으로 보는 것은 너무 근시안적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성공’에는 그 이전의 이야기가 있었던 셈이다. 어쩌면 이 바이러스의 다른 측면이 중요해질 수도 있다. 코로나19는 세계를 마비시킬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지만, 발병 뒤 전세계가 망할 정도로 치명적이지는 않다. 코로나19 대유행을 통해 세계가 더 나은 방향으로 가는 전환점을 맞이할 수도 있다. 인류가 배울 능력이 있다면 말이다. 다행히 그런 징후가 늘어나고 있다. 2021년 4월 독일연방 헌법재판소는 ‘미래를 위한 금요일’이 제기한 소송을 인용하고, 독일연방 정부에 불충분한 기후보호 계획을 개선할 것을 촉구했다.
자연계 그리고 그 안의 연관관계와 조정 요소에 대한 지식이 지금보다 더 풍부했던 적이 없다. 몇 년 전과 달리 정치권에서 생태위기가 극적이고 현실적인 위기라는 사실을 더는 부정하지 않는다. 이제 논란의 대상은 무엇을 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느냐다.
기후위기와 달리 멸종의 순수한 기술적 해결책은 없다. 언젠가 에너지의 대부분을 배출가스 없이 생산해 인류가 지금까지 살던 방식대로 앞으로도 계속 사는 것은 상상할 수 있다. 하지만 자연의 위기에는 이런 논리가 적용되지 않는다. 모든 생물종은 생존을 위해 온전히 기능하는 생태계가 필요하며 인간도 예외가 아니다. 성공적인 해결책을 만들려면 정말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생물다양성 상실은 시스템적인 수단만으로 멈출 수 없다.
그래서 정치인들에게 더욱 어려운 문제다. 어떤 대책의 효과 유무는 그 결과를 측정해야 판단할 수 있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조례, 법률, 협약으로 이어지는 정치적 절차를 시행할 수 있다. 기후위기는 단일 분자인 이산화탄소의 양으로 환산할 수 있다. 즉, 기후보호 대책이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얼마나 높은지를 기준으로 삼아 판단할 수 있다.

   
▲ 환경운동가들이 손을 맞잡고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이 자연보존을 위해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REUTERS

더 격렬해지는 인간의 광기
그러나 자연의 온전함과 기능성은 어떻게 측정해야 하는가? 자연은 인간이 그 일부만 간신히 이해하는 복잡한 시스템이다. 쥐의 게놈이 브리태니커백과사전의 인쇄판보다 더 많은 데이터를 담고 있다. 이 때문에 종의 보존을 위해서는 완전히 다른 자세가 필요하다. 무지를 인정하고, 의심스러운 경우 생물에 손대지 않고 살던 대로 살게 놔두어야 한다. 겸손해야 한다.
이는 새로운 것도 아니고 이해하기 어려운 것도 아니다. 그런데 왜 동료 피조물에 대한, 그와 함께 인간 자신에 대한 광기가 여전히 계속되고 심지어 더 격렬해지는 것일까? 정치에서 종의 소멸은 지금까지 아무런 의미를 가지지 못했다. 심지어 유력 정치인들의 핵심 연설에서도 거의 언급되지 않았다. 멸종은 어쩌면 미친 일이기 때문에 계속되는지도 모른다. 모든 새로운 개간은 이전 개간을 합법화하고, 모든 카레소시지는 우리의 육류 소비가 정상이라는 환상을 유지한다.
결과가 명백한 상황인데도 변화가 이뤄지지 않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는 게 훨씬 쉬울 수도 있다. 시계의 시침을 온종일 바라보고 있어도 (속도가 느려) 시침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느끼지 못한다. 자연도 마찬가지다. 누가 50년 전에 댕기물떼새나 공작나비가 얼마나 많이 초원 위를 날아다녔는지 기억하겠는가? 200년 전에는 도대체 몇 마리였는가? 생태학자들은 이를 ‘기준선의 이동’이라고 말한다. 정상의 기준이 우리가 느끼지 못할 정도로 천천히, 매년 조금씩 이동하는 것이다.
정치적 논쟁에선 자연의 손실을 이야기할 여지조차 없다. 숲이 벌목되는 것을 가슴 아파하는 사람은 자신의 슬픔을 주제로 삼아서는 안 된다. 다른 사람들이 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하려면 말이다. 그보다는 법률 위반이나 생태학적 가치를 논하는 것이 도움된다. 절대로 감정에 호소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여기서 권력에 관해서도 이야기해야 한다. 기후와 종, 즉 미래를 대하는 서로 다른 접근 방식은 많은 사람이 잃을 게 있다는 사실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벌목, 도축, 자동차 제조, 석유 시추, 어획으로 돈을 버는 사람들, 그리고 이런 사업을 개인적으로 하지는 않지만 이를 통해 이득을 얻는 많은 사람이 있다. 반면 어리석은 자연 파괴의 원인으로 여기에서 언급된 모든 것은 곧 변화의 동기가 될 수도 있다. 원시적인 사냥과 포식의 습관을 버리고, 적어도 부유한 국가와 계급에서는 현재의 수준보다 더 많은 번영을 계속 추구하는 것이 불합리함을 인정하면 완전히 다른 길이 열릴 수도 있다. 아주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방법이다.
과학은 정책 입안자들이 참고하도록 간단하고 명확한 지표를 제공할 수 있다. 정치권은 지금까지 재계가 아웃소싱해왔던 환경 비용을 실제로 지급하게 할 수 있다. 자동차 제조사가 오스트레일리아의 탄광(판금), 인도의 제혁소(시트), 인도네시아의 고무농장(타이어)으로 인한 환경 피해를 보상해야 한다면 그 뒤에도 폴크스바겐의 골프(자동차)를 여전히 2만2천유로(약 3천만원)에 사들일 수 있을까?

숲과 강에도 권리가 있다
숲, 강, 해변을 권리의 주체로 인정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 이것은 생각보다 현실적이다. 이미 뉴질랜드와 에콰도르에서 시행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협회나 주식회사가 권리주체로서 소송할 수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왜 인간의 생존에 훨씬 더 필요한 숲이 권리주체가 되지 못하는가? 자연을 생각할 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은 자연은 인간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냥 가만히 놔두면 된다. 자연에 맡겨진 곳, 야생 생태계가 생기는 것이 허용된 지역에서는 사라진 생물이 되돌아오고 기후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이산화탄소가 포집된다. 살아남기 위해 존재하는 그대로 내버려둔다. 그리 나쁘게 들리지 않는 소리다. 그렇지 않은가?

ⓒ Die Zeit 2021년 제48호
Unser Aussterben
번역 황수경 위원

정기구독자는 과거 기사 전체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온라인 회원은 과거 기사 일부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 Economy Insight(http://www.economyinsight.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 기사의견(0)  
 
   * 3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600byte)
   * 욕설이나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운영원칙]
매체소개 구독신청 구독문의기사문의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찾아오시는 길
한겨레신문(주) | 제호 : 이코노미 인사이트 | 등록번호 : 서울 아 01706 | 등록일자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일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인 : 최우성 | 편집인 : 박종생
발행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효창목길 6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 한겨레 고객센터 1566-9595 | 청소년보호 책임자 : 박종생
Copyright 2010 Hankyoreh.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