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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주의 이유 있는 10년 제자리걸음
[재무제표로 읽는 회사 이야기] 금융지주사 주식
[142호] 2022년 02월 01일 (화) 찬호 Sodohun@naver.com

찬호 공인회계사

   
▲ 2022년 1월1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에서 직원이 주가와 환율 수치가 표시된 전광판 앞을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은행’이란 말을 들을 때 우리는 보통 ‘안정감’ ‘꾸준함’ 등을 떠올린다. 그런데 주식 차원에서 투자자들이 은행주를 바라보는 감정은 어떨까. 대부분의 보유자는 한숨만 내쉴 것이다. 흔히 은행주라고 말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금융지주사 주식이다. 우리나라 은행은 실상 금융지주의 100% 자회사여서, 상장은 개별 은행이 아닌 금융지주사에 의해 이뤄진 것이기 때문이다.

10년 새 네이버 8배 상승
섹터별로 차이가 있겠지만, 코스피가 지난 10여 년간 2000에서 3000으로 약 50% 상승하는 사이 네이버는 8배, 셀트리온은 5배가 올랐다. 그 덩치 큰 삼성전자마저 3배가 올랐다. 이에 비해 KB금융, 신한금융 등 금융지주 주식들은 지지부진하다. KB금융의 경우 2022년 첫날 주가 기준 5만5300원이었다. 이는 2009년 고점이던 6만4100원보다 낮은 금액이다. 코스피 내 다른 섹터 대비 높은 배당률을 고려해도 10년 넘게 제자리걸음 중이다
미국의 은행주 주가들을 보면 우리나라 투자자들은 더 소외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미국 1위 은행인 제이피모건체이스는 지난 10년간 6배 성장했고, 이는 같은 기간 에스앤드피(S&P) 지수 상승률의 2배가 넘으며 나스닥 지수의 상승률과 비슷하다. 게다가 제이피모건체이스는 매년 배당도 많이 한다. 이런 차이가 왜 발생하고, 국내 금융지주사들의 주가가 지지부진한 이유를 재무제표를 통해 살펴보자.
한국과 미국의 금융지주(은행) 주식의 재무제표를 살펴보기에 앞서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의 개념부터 이해해야 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상업은행은 예금을 바탕으로 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전통적 은행업이며, 투자은행은 자기자본금을 활용해 글로벌 금융시장 투자, 자산관리, 모험자본, 인수합병(M&A) 중개 등을 수행하는 곳이라고 정의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상업은행의 역할은 지주사 내 은행들이 수행하며, 투자은행 역할은 은행과 대형 증권사가 주로 수행한다. KB금융지주의 예를 들면 상업은행은 KB금융지주 내 KB은행, 투자은행은 KB금융지주 내 KB은행 특정 부서와 KB증권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금융지주사 내에서 투자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 대부분의 수익이 예대마진에서 발생하는 상황이다. 2010년대 들어서야 금융 당국에서 초대형 투자은행 육성 방안 등의 제도를 내놓으면서 대형 증권사 등에서 투자은행 역할을 확대하려 시도하고 있다.
이에 비해 미국은 상업은행에 견줄 만한 많은 투자은행이 있다. 투자은행과 상업은행 간 겸업이 분리됐던 1990년대의 상위 100위 기업에는 뱅크오브아메리카, 체이슨맨해튼 등 상업은행뿐 아니라 메릴린치, 제이피모건 등 투자은행이 순위에 포진해 있었다. 제이피모건체이스는 1990년대 체이스맨해튼(상업은행)과 제이피모건(투자은행) 간 합병의 결과물인데, 상업은행 기능뿐 아니라 강력한 투자은행 기능을 포함한 다각화된 포트폴리오를 가진 회사다.
실제 2020년 기준만 놓고 봐도 KB금융지주의 수익 중 이자이익은 9조7천억원으로 투자은행 등 부문에서 벌어들이는 비이자이익(3조원)의 3배가 넘는다. 최근 10년간 비이자이익의 비중이 조금씩 상승했지만 아직도 이자이익 위주의 수익구조인 것이다. 이에 비해 같은 기간에 제이피모건은 비이자이익(78조원)이 이자이익(65조5천억원)을 능가하며 이자이익의 증가 속도보다 더 빠르다. 시중금리에 종속적이며, 은행 간 차별화가 적어 경쟁은행 대비 독보적으로 성장하기 어려운 예대마진보다 진짜 ‘실력’을 알 수 있는 비이자이익 부문의 지속적인 증가에서 제이피모건의 투자 매력이 충분히 느껴진다.
또한 자기자본을 활용하는 배당과 자사주 매입에서도 제이피모건은 국내 금융지주들에 비해 주주에게 후하다. 자사주를 매입하면 시중 유통 물량 감소로 시장의 주식가치가 올라갈 수 있고 자사주에는 배당청구권 등이 없으므로 투자자 보유 주식의 배당률이 높아지는 등 간접적인 주가 상승 효과가 있다. 제이피모건은 수익을 벌어들이는 대로 3% 이상의 배당 지급과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주에게 환원한다. 자사주 매입까지 고려하면 거의 100% 환원율을 보여주는 셈이다. 국내 금융지주의 배당률은 순이익 대비 20% 정도에 지나지 않고, 자사주 매입도 연간 벌어들이는 수익의 10% 정도 수준이다. 국내 금융지주들이 글로벌 규모에 비견할 만한 크기가 되려면 지속적인 자본 확충이 필요할 수는 있으나 투자자에게는 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비이자이익 부문 역량 확대와 배당성향 증가가 장기간 답보상태인 국내 은행 주가를 견인할 수 있을 것이다. 손익계산서에서 알 수 있듯이 예대마진 증가는 한정적이다. 게다가 예대마진은 반도체나 자동차처럼 제조회사의 역량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므로 특정 은행이 치고 나가기 어렵다. 따라서 지주 내 증권사들의 투자은행 역할이 중요하다고 하겠다. 투자은행 등 비이자이익 부문의 성장이 커진다면 투자자의 관심이 커질 수 있다.

   
 

배당 기대하는 투자자에겐 매력
한편 카카오 등 고성장주에 투자하는 이들의 성향과 금융지주사에 투자하는 이들의 성향은 판이하다. 금융지주사 주식의 장기 투자자들은 큰 주가 상승보다는 안정적인 배당 수익을 더 바랄 것이다. 시중금리 이상의 배당수익률을 원하는 투자자에게는 주가 자체는 매해 큰 성장을 하지 않으나 예대마진을 기반으로 한 안정적인 배당금을 지급하는 금융지주사 주식이 매력적일 것이다. 배당성향을 지속해서 높이면 배당수익률을 노리고 들어오는 투자자가 늘어나고 이는 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 10여 년간 자본시장 언저리에서 밥벌이하는 공인회계사다. 시장 거품을 늘 걱정하지만, 우리가 숨을 거둔 뒤에도 자본시장은 계속 돌아간다고 생각한다. 회사가 모두에게 공개하는 재무제표 등 공시 정보를 통해 기업의 속살을 톺아보는 글을 독자와 함께 나누려 한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2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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