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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과 공정한 전환, ‘쓸모 있는’ 경제학자
[조계완의 글로벌 경제와 사회]
[142호] 2022년 02월 01일 (화) 조계완 kyewan@hani.co.kr

한겨레 기자

   
▲ 2021년 8월2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열린 ‘공정한 노동전환, 정의로운 기후대응’ 시민사회·노동조합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위험의 외주화 즉각 중단과 발전소 비정규직 정규직화 이행, 노동자와의 대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한겨레 김경호 선임기자

“차가운 머리, 뜨거운 가슴”이란 말로 유명한 앨프리드 마셜은 경제학을 시작할 무렵, 가난에 찌들고 삶에 지친 남자의 초상화를 고서점에서 구매해 성스러운 수호신처럼 모셔놓고 매일 그 얼굴을 쳐다보면서 자신이 이론적 유희에 빠지는 위험을 경계했다고 한다. 제자인 경제학자 아서 피구도 스승의 그 가슴을 따라 “경제학은 음침한 뒷골목의 불결함과 궁핍한 삶의 암울함에 분개하는 사회적 정열”에서 시작된다고 말했다.
전통적으로 ‘과학’으로서 경제학은 효율적인 시장 자원배분과 개인·기업들의 효용 및 이윤 극대화를 이론적으로 분석하고 예측할 뿐이고, 정의·공정·민주주의·권력 그리고 분배를 둘러싼 사회적 관계 등 ‘가치와 윤리’ 영역은 경제학 세계에서 추방해야 한다고 말해왔다. 그런데 기후변화와 탄소중립, 그린·디지털뉴딜 시대에 자동차·철강·조선·화학 등 모든 업종에서 산업전환과 노동 이동·전환이 대대적으로 일어나면서 ‘공정과 정의’가 우리 시대의 경제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제정을 앞둔 ‘산업구조 전환에 따른 노동전환 지원에 관한 법률’은 이런 사회경제적 변화에 따른 일자리 파괴 현상을 ‘공정하고 정의로운 전환’이라는 목표 아래 다룬다. 개별 기업과 산업, 지역경제에서 한국판 뉴딜 정책에 따른 노동전환의 기본계획과 지원방안을 노동-자본-정부가 어떻게 정의롭게 마련할 것인지가 요체다.
“수요와 공급 이 두 단어만 배우면 앵무새조차도 ‘훈련받은 경제학자’ 행세를 할 수 있다”는 풍자는 경제학 전공자들을 씁쓸하게 하지만, 기실 그들이 다루는 세계는 ‘모든 경제주체의 선택할 자유’라는 근본원리 아래 최적의 수량·가격을 도출하고 소비·생산 함수를 분석하고 균형 시장가격을 발견하는 따위의 추상적이고 어지러운 수리과학이다. 그러나 탄소중립과 그린·디지털 물결은 애초부터 저 ‘선택할 자유’라는 가정이 제대로 성립하지 않는 ‘주어진’ 경제 충격이다.
20세기에 전세계 경제교과서 중 가장 많이 팔린 <경제학>(폴 새뮤얼슨)은 서문에 “당신은 인생을 살아가는 내내 경제법칙의 혹독한 진실에 항상 맞닥뜨리게 될 것”이라고 겁주면서 경제학 제국을 설파했다. 그러나 경제학 전문가들이 현실을 진단·분석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각종 경제통계를 분주하게 쏟아내지만 대공황·오일쇼크·금융위기 등 역사적 경험에서 경제학자의 예상은 대부분 실패했거나 위험을 사전에 예측하지도 못했다. 어쩌면 모든 예측은 본질적으로 ‘틀리기 위해’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모든 인간 행동과 자연의 변화에는 원천적으로 무지 혹은 이성의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불과 수십 년 전만 해도 기후변화가 인류 문명의 최대 위협으로 곧 등장하리라고 경고한 경제분석가는 없었다.
요컨대 대한민국 어디에서든 공정하고 정의로운 경제·산업·노동 전환이 당면 과제로 떠오른 지금, 이기적인 개별 경제주체들의 합리적 선택 원리나 ‘경제성장과 시장 효율성에 따른 소득수준 수렴과 불평등 해소’ 따위의 경제학 전문 용어는 ‘정의와 공정’이라는 가치 어휘로부터 견제받을 필요가 있다. 물론 자본주의 상품시장에 정의·공정 같은 윤리적 용어를 들이대기 어려운 건 사실이다. 그럼에도 복잡한 경제 연립미분방정식 모형을 능숙하게 풀어온 수리경제학 기초라는 발판은 이제 걷어치우고, 공정한 전환이라는 ‘이야기’를 시대와 함께 나누는 경제학자가 더 많아지길 기대한다. 어쩌면 마셜의 <경제학 원리>(1890)를 끝으로, 이후 윤리학의 실종이 경제학의 빈곤을 초래한 건 아닐까? 애덤 스미스는 영국 글래스고대학의 ‘도덕철학자’였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2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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