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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보호 미명 아래 지구 파헤쳐
[COVER STORY] 친환경 에너지전환의 딜레마- ① 난개발
[141호] 2022년 01월 01일 (토) 옌스 글뤼징 economyinsight@hani.co.kr

풍력발전기, 전기자동차, 태양광 패널은 모두 지구를 지키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이런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난개발로 오히려 자연을 파괴하는 일이 벌어진다면 어찌해야 할까. 실제 ‘친환경’ 제품에 들어가는 광물자원을 채굴하는 과정에서 공통적으로 가난한 나라의 환경이 훼손되고 있다. 에너지전환이라는 대의명분을 위해서라면 어떤 수단도 정당화할 수 있는가. 다른 대안은 없는가. _편집자

옌스 글뤼징 Jens Glüsing 지몬 하게 Simon Hage
슈테판 슐츠 Stefan Schultz 알렉산더 융 Alexander Jung
닐스 클라비터 Nils Klawitter
<슈피겔> 기자

   
▲ 칠레 북부 최대 규모의 로스펠람브레스 구리광산에 있는 광부들의 숙소다. 해발 3600m 높이의 거대 분화구인 이 구리광산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구리가 매장돼 있다. REUTERS

모든 풍력발전기마다 ‘더러운 비밀’이 하나씩 있다. 풍력발전기는 공기를 이용해 깨끗하고 효율적으로 전력을 만든다. 그런데 이 풍력발전기의 날개가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풍력발전기를 구성하는 부품의 소재는 자연에 대한 잔인한 개입으로 만들어졌다.
풍력발전기는 시멘트, 모래, 철강, 아연, 알루미늄으로 이뤄졌다. 발전기, 변속기, 변전소, 케이블에는 엄청난 양의 구리도 들어간다. 중간 크기의 해상 풍력발전기에는 구리 약 67t이 들어간다. 이 정도 양의 구리를 채굴하려면 약 5만t의 흙과 돌을 파내야 하는데 이는 에펠탑 무게의 5배에 이른다. 이렇게 파낸 흙과 돌은 분쇄돼 물에 씻어서 건조된다. 친환경 전력을 생산하기 위해 자연이 엄청나게 파괴되는 셈이다.

풍력발전기 하나에 구리 67t
칠레 북부에 있는 최대 규모의 로스펠람브레스(Los Pelambres) 구리광산은 자연이 얼마나 파괴되는지를 잘 보여준다. 해발 3600m 높이의 거대 분화구인 이 구리광산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구리가 매장됐다. 이곳 흙에는 금속을 함유한 광석이 다량 매장됐는데, 특히 전세계 구리 생산량의 약 2%가 이곳에서 채굴된다.
채굴한 암석을 한가득 실은 3500마력의 덤프트럭들이 언덕 아래로 내려온다. 뒤이어 암석은 컨베이어벨트로 13㎞ 정도 떨어진 골짜기로 운반된다. 골짜기까지 운반된 암석에서 구리를 분리한다. 전력과 물은 먼지가 엄청나게 날리는 이 지역에서 특히 귀중한 자원인데, 구리 분리에는 전력과 물이 대량으로 필요하다.
로스펠람브레스 광산에서 구리를 채굴하는 기업은 안토파가스타(Antofagasta)로 영국 런던에 본사가 있고 구리광산의 지분 60%를 보유하고 있다. 안토파가스타는 2013년 로스펠람브레스 구리광산 운영을 위해 수력발전소를 지었다. 인근 농부들이 반대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이 지역의 물 부족이 광산 때문이라고 비판한다.
그런데도 광산이 더 확장되고 있다. 안토파가스타는 칠레 전국 곳곳의 태평양 연안에서 바닷물을 펌프로 끌어올려 소금기를 제거하고 있다. 안토파가스타 경영진은 바닷물을 활용해 이 지역에서 광산업을 몇 년 더 운영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전기케이블, 전기모터 그리고 풍력발전기에 들어갈 구리 수요가 지속해서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풍력발전 같은) 친환경 기술은 지구를 구한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 기술을 운용하기 위해 오히려 지구가 파헤쳐지고 있다. 선진국들의 가장 중요한 화두인 에너지전환의 역설적인 이면이다. 친환경 에너지전환 과정에서 나타나는 환경파괴는 2021년 10월 말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 참가한 대표단의 주요 관심사이기도 했다. 부유한 (지구) 북쪽이 친환경적으로 올바르게 살아갈 수 있거나, 혹은 최소한 그렇다고 믿기 위해, 빈곤한 남쪽의 토양이 무자비하게 약탈당하는 게 현실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거주하는 국제생태발자국네트워크(GFN)의 마티스 바커나겔 회장은 “이는 대재앙적인 상황으로 우리는 스스로 미래를 꼼꼼하게 숙고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스위스 바젤 출신으로 1962년생인 마티스 바커나겔 회장은 환경운동 부문에서 영향력 있는 전문가로 손꼽힌다. 그는 전세계 지속가능성에 대한 인식을 환기한 은유적 표현 두 가지를 탄생시켰다. 첫째로 ‘생태발자국’은 인간이 지구에서 삶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의식주 등을 제공하기 위한 자원의 생산과 폐기에 드는 비용을 토지로 환산한 지수다. 바커나겔 회장의 추정치에 따르면 현재 지구가 회복하려면 지구가 1.75개 필요하다. 인류가 독일인들처럼 지구를 마구 사용한다면, 심지어 지구는 3개까지 필요하다.
다른 은유적 표현은 ‘지구 생태용량 초과의 날’(Earth Overshoot Day)이다. 이날은 물, 공기, 토양 등 자원에 대한 인류의 수요가 지구의 생산 및 폐기물 흡수 능력을 초과하는 시점을 일컫는다. 인류가 한 해에 주어진 생태자원을 모두 소진하는 날이다. 2021년에는 지구 생태용량 초과의 날이 7월29일이었다. 바커나겔 회장이 만든 두 표현은 “인류는 현재를 지불하기 위해 미래 자원을 미리 끌어다 쓰고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인류가 하루에 원유 9천만 통을 소비하거나, 건물이나 도로 혹은 경작지 용도로 토지를 쓰거나, 매장된 천연자원을 채굴하는 것은 미래 세대가 사용할 자원을 미리 끌어와 쓰고 있음을 의미한다. 지구는 한정돼 있으므로, 인간은 무슨 용도로 지구를 먼저 사용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고 바커나겔 회장은 지적한다. 구리를 채굴하기 위해 지구를 사용한다면 비트 재배를 위한 지구가 부족해지는 셈이다. 하지만 화석연료를 단순히 전기연료로 교체하고, 6기통 재규어를 배터리로 구동하는 테슬라로 바꾸는 정도만으로 환경보호를 위해 할 일을 다 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근시안적 사고에 지나지 않는다.

   
▲ 친환경 에너지전환 과정에서의 환경파괴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 참가한 대표단의 주요 관심사이기도 했다. 급진적 환경운동가가 2021년 11월13일 글래스고에서 열린 기후변화 관련 회의 단상에 올라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REUTERS

풍력발전에 다량의 탄소배출
전기자동차를 몰고, 풍력과 태양에너지로 만든 전기를 사용하며, 지하실에 리튬이온배터리를 설치해 자신이 마치 지속가능성의 선구자라도 된 듯 만끽하는 현실에서, 이런 문제점을 인지하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기후 기술의 토대가 된 광물자원의 생산이 지구와 환경에 오히려 부담이 된다는 사실을 누가 짐작이나 했겠는가? 풍력발전기 부품으로 사용되는 희토류인 네오디뮴 1t 생산에 이산화탄소 77t이 배출된다는 사실을 누가 알겠는가? 심지어 철강 1t 생산에도 이산화탄소 1.9t이 발생한다.
미국의 과학자이자 환경학자 도넬라 메도즈와 동료 연구원들이 로마클럽 보고서에서 ‘성장의 한계’를 경고한 지 50여 년이 지난 지금, 자연의 난개발은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차원에 접어들었다. 세상을 지속가능하게 하기 위한 모든 기술에서 정작 광물자원의 대규모 수요는 항상 과소평가되고 무시돼온 요인이다. 풍력발전기, 태양광시설, 전기자동차, 리튬이온배터리, 고압선, 연료전지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생산과정에서 광물자원이 대규모로 소비된다는 것이다.
가로세로 길이 각각 1㎞의 태양광발전소 모듈에는 은 11t이 사용된다. 테슬라 모델S에는 휴대전화 1만여 개에 들어갈 만큼 많은 리튬이 사용된다. 전기자동차에는 내연기관차와 비교해 주요 광물이 무려 6배나 더 많이 사용된다. 전기차의 배터리 시스템에는 구리, 흑연, 코발트, 니켈 등이 집중적으로 사용된다. 육상 풍력발전단지에는 비슷한 성능의 가스발전소보다 광물자원이 무려 9배나 더 사용된다.
광물자원이 귀한 몸이 된 것은 각 광물의 특수성 때문이다. 코발트나 니켈은 배터리의 에너지 집적도를 높여준다. 네오디뮴은 풍력발전기의 자기력을 강화해준다. 백금은 연료전지에서, 이리듐은 전해조에서 프로세스를 가속한다. 구리는 전도성 때문에 모든 전기설비에 사용된다. 전세계의 전선에는 구리 약 1억5천만t이 들어 있다. 인류는 지금 겨우 에너지전환의 시작 단계에 서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추정에 따르면 주요 광물 수요는 2040년까지 전세계적으로 4배나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배터리에 들어가는 금속인 리튬의 수요는 무려 42배나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IEA의 파티 비롤 사무총장은 “주요 광물은 향후 깨끗한 글로벌 에너지 시스템의 핵심적 요소가 되고 있다”고 말한다. 에너지경제학 박사인 그는 그동안 광물자원을 다룬 적이 거의 없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애널리스트로 경력을 시작했다. 이후 OPEC과 반대 성향인 IEA에서 석유와 가스 분야를 담당했다. IEA는 석유파동의 영향으로 1974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틀에서 설립된 프랑스 파리 기반의 국제기구다. 1973년 석유파동은 전세계가 일부 석유 국가에 얼마나 의존적인지를 뼈아프게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그로부터 거의 50년이 지난 현재, 비롤 사무총장은 선진국들이 이제는 석유가 아닌 희토류에 의존하는 현상을 목도한다. 그런데 희토류 의존은 석유 의존보다 훨씬 치명적일 수 있다. 주요 광물이 일부 국가에 집중적으로 매장됐기 때문이다. 글로벌 니켈 매장량의 45%가량이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에 매장돼 있다. 전세계 희토류 금속의 60%가 중국산이다. 콩고에는 글로벌 코발트 생산량의 약 3분의 2가 매장됐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백금 시장의 70%가량을 독점하고 있다.
광물자원의 지리적 편중은 석유보다 더 극심하다. OPEC은 글로벌 석유 공급량의 35%를 차지하는 반면, 광물자원의 경우 10개 국가에 70%가 집중 매장돼 있다. 지질학적 관점에서 수급난을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건 그나마 다행이다. 희토류는 이름처럼 희소하지 않다. 희토류가 중국에만 매장된 것은 더욱 아니다.
그렇지만 희토류 채굴에 드는 비용이 점점 늘고 있다. 광석 품질은 나빠지고 자원 함유량도 계속 낮아지고 있다. 공급은 줄어들지만 수요는 엄청나게 늘면서, 광물자원 가격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12개월 만에 주요 금속 가격이 크게 올랐다. 니켈은 26%, 구리는 43%, 알루미늄은 56% 인상됐다. 탄산리튬 가격은 1년 만에 t당 3배나 올라 2만달러가 넘는다. 동시에 금속 비축량은 세계적으로 크게 줄었다. 세계적으로 광물자원의 공급과 수요 사이에 균형이 깨진다는 방증이다.
IEA 비롤 사무총장은 석유사업에서처럼 현 상황에서 기시감을 느끼고 있다. 과거 석유시장과 마찬가지로 금속시장도 수급난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비롤 사무총장은 “대의명분과 실제 공급 사이에 엄청난 간극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후보호라는 대의명분과 구매 가능한 구리·니켈·리튬을 충분히 확보하려는 현실 사이에 간극이 존재하는 것이다.

   
▲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희토류를 채굴해 운송하고 있다. 광물자원은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일부 소수 국가에 주로 매장됐다는 점에서 광물자원 수급이 글로벌 안보 문제가 되고 있다. REUTERS

광물자원, 글로벌 안보 이슈로
이런 광물자원은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일부 소수 국가에 주로 매장됐다는 점에서 광물자원 수급이 글로벌 안보 문제가 되고 있다. 비롤 사무총장은 “공급과 수요 사이에 파열음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세계 각국은 이제 석유가 아닌 희토류나 리튬 확보를 둘러싼 전쟁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인가? 광물자원 채굴은 윤리적으로 정말 정당화될 수 있을까? 그리고 친환경 기술은 실제 얼마나 깨끗한 것일까?

ⓒ Der Spiegel 2021년 제44호
Raubbau im Namen der Umwelt
번역 김태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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