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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물 부국, 국민은 절대빈곤
[COVER STORY] 친환경 에너지전환의 딜레마- ② 약탈
[141호] 2022년 01월 01일 (토) 옌스 글뤼징 economyinsight@hani.co.kr

옌스 글뤼징 Jens Glüsing 지몬 하게 Simon Hage
슈테판 슐츠 Stefan Schultz 알렉산더 융 Alexander Jung
닐스 클라비터 Nils Klawitter
<슈피겔> 기자

   
▲ 기니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보크사이트가 매장돼 있지만 대부분의 지역이 중국 등지에 채굴권이 넘어가 주민들은 여전히 가난하다. 2017년 5월 기니에서 보크사이트를 실은 선박이 중국의 한 항구에 들어서 있다. REUTERS

함달라예는 서아프리카 기니 북서쪽에 있는 작은 마을이다. 이곳에 거주하던 마마두 말리크 바(25)는 2020년 이곳을 떠나야 했다. 그를 비롯해 지역주민 700명이 이곳에 매장된 보크사이트 채굴에 방해됐기 때문이다. 기니 곳곳에 매장된 보크사이트는 기니의 ‘금’으로 통한다. 붉은빛이 감도는 광물자원인 보크사이트는 알루미늄이 주성분으로 풍력발전기나 전선에 들어가는 중요한 경금속이다.
함달라예 주민들은 5㎞ 떨어진, 사막처럼 보이는 쓰레기 더미장으로 강제이주됐다. 주민들은 “우리는 마치 화성에 있는 것 같다”고 토로한다. 기니의 보크사이트 공기업 CBG(Compagnie des Bauxites de Guinee)는 척박한 지역으로 강제이주당한 소작농들에게 2021년 11월 1인당 94유로(약 12만5천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했다.

주민들 강제이주
광산업체들이 기니의 서쪽 도시 보케에서 광산업을 시작한 지는 50년도 더 흘렀다. 현재 이 지역은 굴착기가 쉴 새 없이 가동될 정도로 광산업이 성업을 이룬다. 최빈국 중 하나인 기니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보크사이트가 매장돼 있다. 기니 국토 대부분 지역의 보크사이트 채굴권이 거래됐고, 그중에는 중국 광산업체들도 있었다.
그러나 광산업 붐에 따른 환경영향 결과는 참담하기 그지없다. 자연의 다양성이 크게 훼손되고 식수원도 오염됐다고 마마두 말리크 바는 말한다. 이주하기 전 원래 살던 동네에 있는 자신의 오두막집은 4년 전 굴착기 진동으로 폭삭 주저앉았지만 그것에 대한 손해배상은 여전히 감감무소식이라고 한다.
기니의 보크사이트 채굴에서 위험한 대목은 독일 정부가 참여한다는 점이다. 독일 연방정부는 2016년 환경부의 비판에도 광산 확장에 2억4600만유로(약 3282억원) 상당의 대출보증을 해줬다. 독일 경제부는 자국의 참여로 기니에서 공정하게 세계화를 추진할 수 있게 됐다고 한 보고서에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해당 보고서에는 재산을 몰수당한 서아프리카 기니의 농부들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언급되지 않았다. 대신 “독일이 진출한 지역에서 현지인들의 고용 안정”을 이뤘다는 내용만 나온다.
해당 보고서에는 기니의 광산 확장으로 독일 니더작센주에 있는 회사 AOS(Aluminium Oxid Stade)가 10년 이상 보크사이트 채굴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됐다고 나온다. 독일의 유일한 보크사이트 가공업체 AOS는 자동차업계의 주요 금속 납품업체다. 아우디 이(e)-트론 모델에 들어간 알루미늄은 최대 804㎏이나 된다.
서아프리카 기니의 보크사이트 채굴 사례는 ‘독일산’(Made in Germany) 라벨이 붙은 친환경 제품과 그 구성물의 어두운 출처 사이에 어떤 연관이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는 광물자원이 풍부한 기니 등 최빈국들이 직면한 역설적인 현실이다. 이들 국가는 광물자원이 풍부함에도 국민 대다수가 절대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운명 탓이 아니다. 광물자원이 풍부한 노르웨이는 다르기 때문이다. 이 나라는 광물자원 부국이란 장점을 국민 모두에게 이롭게 활용하는 데 성공했다. 이 나라에서 정치는 신뢰할 수 있고, 국가기관은 안정적이며, 범죄율은 낮다. 기니 국민이 (노르웨이 국민처럼) 글로벌 원자재 붐의 수혜를 누리기 위한 열쇳말은 바로 ‘굿 거버넌스’(Good Governance·바람직한 통치체제)다.
보크사이트가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매장된 지역 및 국가는 아프리카, 오스트레일리아 그리고 안데스산맥 지역 등이다. 이 세 곳은 지구에서 가장 건조한 곳으로 기후위기의 극단적인 피해를 보고 있다. 세계 어느 곳보다 극심한 물 부족을 겪는다. 풍부한 광물자원을 가공하는 데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딜레마에도 처해 있다.
글로벌 전력 수요의 최대 3%는 광석을 분쇄하고 곱게 가는 데 사용한다. 이는 독일 전체가 소비하는 전력보다 더 많다. 광산업은 더럽고, 힘들고, 위험한 삼디(3D) 직종으로 분류된다. 실제 광산업만큼 환경을 무자비하게 난도질하는 업종은 찾아보기 힘들다. 광산업체들은 광산에서 광석을 캐내어 선별 작업을 거친 뒤 정화되지 않은 광물 찌꺼기를 제대로 처리하지 않고 흘려보내기 일쑤다. 이로 인해 주변 토양과 지하수를 중금속으로 오염시킨다. 전세계에 이렇게 오염된 침출수 웅덩이만 약 3만2천 개로 추정된다. 2019년 1월 브라질에서 철광석 광산 인근의 댐이 붕괴하고 산사태가 발생하면서 270명 이상이 사망하는 사고도 있었다.
과거에는 광산업체들이 환경에 끼치는 악영향을 무시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제는 사방에서 들어오는 압박이 만만치 않다. 2021년 10월 넷째 주말 과테말라 원주민 마야족은 과테말라 북동부 지역에서 니켈을 채굴하는 한 스위스 광산업체를 상대로 항의시위를 벌였다. 이에 과테말라 정부는 긴급사태까지 발령했다. 투자자들도 대형 광산업체들의 잘못된 행위를 더는 가벼이 여기지 않는다. 투자자들은 환경 측면에서 물음표가 달린 업종과 업체는 아무리 고수익이 보장돼도 투자처에서 과감하게 제외하기도 한다.
그래서 광산 대기업들이 이제 어떤 행동을 취할 때다. 칠레의 구리업체 안토파가스타의 이반 아리아가다(58)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중요한 모든 (친환경) 요건을 충족한다”고 투자자들에게 호소한다. 아리아가다 CEO는 영국 런던정경대학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한 현대적인 경영인이다. 그는 공개 석상에서 항상 넥타이를 매는 나이 지긋한 광산업체 CEO들과는 스타일이 완전히 다르다. 아리아가다 CEO는 가능한 한 안토파가스타를 광산업계의 환경보호 선구자로 자리매김하려 동분서주하고 있다.
아리아가다 CEO에 따르면, 안토파가스타가 로스펠람브레스 구리광산 등에서 사용하는 물의 거의 절반은 산이 아닌 바다에서 끌어오고 있다. 2025년까지 이 비율을 90%로 늘릴 계획이라고 한다. “우리는 물 한 방울도 7~8번 사용한다.” 채굴에 필요한 전력은 2022년이면 100% 재생에너지로 생산할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글로벌 광물자원 시장은 12개 남짓의 대기업이 분할하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스위스 광산업체 글렌코어(Glencore)는 코발트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미국 기업 앨버말(Albermarle)은 최대 리튬 생산업체다. 브라질의 베일(Vale)은 니켈 생산 세계 1위 기업이다. 칠레의 국영 광산업체 코델코(Codelco)는 세계 최대 구리 생산업체이며, 영국의 안토파가스타도 구리 생산업체다.
모든 광산업체가 환경보호 압박이 거세지는 것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 세계적인 광산업체 리오틴토(Rio Tinto)의 야콥 스타우스홀름 CEO는 최근 런던에서 열린 투자자 콘퍼런스에서 “인류는 사고방식을 정말로 바꿔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글로벌 대기업 리오틴토는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일 계획이다. 이렇게 광산업계에서 광물자원 채굴 조건은 점점 강화되고 있다.
칠레 광산의 구리 함유량은 15년 사이 거의 3분의 1이 줄어 현재는 0.7% 수준이다. 3세대 전만 해도 구리 함유량이 2~3%였다. 관련 업계는 과거와 동일한 양의 구리를 채굴하기 위해 더 깊숙이 땅을 파야 한다. 그만큼 전력과 연료 소비량이 늘어난다. 칠레에 매장된 광물자원은 이미 소진됐지만 대규모 광산이 새로 발굴되지 못한 지 몇 년 됐다. 아리아가다 CEO는 “새로운 광산을 하나 만들려면 운도 필요하고, 인내심도 가져야 하며, 집요함도 있어야 한다”며 “우리의 채굴 계획 일정은 수십 년을 기본으로 한다”고 말했다. 광물자원이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후보지를 발견하는 것부터 실제 광물자원 채굴까지는 16년이 족히 걸린다.
현재 광물자원 공급량을 확대하기는 몹시 어렵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현재 운영 중이거나 설치를 계획하는 광산에서 채굴되는 광물자원은 수요를 맞추기에 충분하지 않다. 리튬과 코발트의 경우 향후 수요의 절반만 충족될 것이라고 한다. IEA의 파티 비롤 사무총장은 “주요 광물자원의 공급·투자 계획을 보면 태양광 패널, 풍력발전기, 전기자동차의 신속한 공급에 필요한 수요를 따라잡기 버거운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 글로벌 광물자원 시장은 12개 남짓의 대기업이 분할하고 있다. 2021년 12월1일 칠레 산티아고에 있는 국영 광산업체 코델코의 통제센터 모습. REUTERS

팬데믹으로 광물자원 붐
세계적으로 광물자원 수요가 급증하면서 공급난 우려도 커진다. 아리아가다 CEO는 광물자원 붐을 예상했지만 이 정도의 역동성은 미처 고려하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무엇보다 친환경 기술 수요가 엄청나게 늘었다고 한다. 그는 “세계가 집단으로 신속하게 행동해 기후변화 같은 리스크에 공동 대응해야 한다는 의식이 팬데믹을 통해 생겨났다”고 말했다. 안토파가스타는 이 흐름의 수혜자다.

ⓒ Der Spiegel 2021년 제44호
Raubbau im Namen der Umwelt
번역 김태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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