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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의존, 잦은 비 숱한 장벽 넘어야
[BUSINESS] 독일 자동차업계의 자율주행 도전- ② 난제
[141호] 2022년 01월 01일 (토) 지몬 하게 economyinsight@hani.co.kr

지몬 하게 Simon Hage
마르틴 헤세 Martin Hesse
<슈피겔> 기자

   
▲ 날씨와 도로 사정에 상관없이 주행 중에 음악을 들으며 신문을 보는 등 두 손이 자유로운 완전자율주행 차량은 과연 언제 가능할까. REUTERS

피닉스나 애틀랜타 같은 미국 대도시와 달리 베를린, 로마, 파리의 도로는 명확한 격자무늬로 배치돼 있지도 않고 폭도 좁다. 게다가 자주 비가 내리는 유럽의 기후는 자율주행 로봇을 사용하기 더 어렵게 한다. 독일 도시가 얼마나 로봇 혁명에 준비돼 있지 않은지는 함부르크 사례에서 잘 볼 수 있다. 2021년 9월21일부터 베르게도르프 지역에서 자율주행 셔틀이 도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시험 기간에 고객은 기차역에서 약 2㎞ 떨어진 주택지구까지 자율주행 셔틀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제조업체인 프랑스 스타트업 이지마일(EasyMile)은 국제시장 출시를 위해 함부르크에서 경험 쌓기를 원했다. 미래에는 기차역에서 집까지 짧은 거리를 이동하는 데 더는 자가용이 필요 없으리라는 게 이 실험의 핵심 아이디어였다.
케이블카를 연상시키는 상자 모양의 미니버스에는 거대 철도차량 제조업체 알스톰, 독일 부품 제조업체 콘티넨탈 등 유명한 기업들의 기술이 담겼다. 그럼에도 자율주행 셔틀의 시험운행은 마치 마차에 탄 것처럼 덜컹댔다. 이 미래형 차량의 속도는 시속 18㎞로 제한된다. 대략 꿀벌의 비행 속도와 같다. 차량은 프로그래머가 차량의 내비게이션에 입력한 이른바 ‘디지털 트랙’이라는 고정 경로를 따라 주행한다.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미니버스는 도로와 아주 가까운 위치에 있는 공사장 울타리 앞에 갑자기 멈춰 섰다. 만약을 대비해 차에 함께 타고 있던 안전 운전요원이 개입해야 했다. 운전요원은 조이스틱을 이용해 최대 시속 5㎞로 셔틀이 울타리를 지나가도록 했다.

느리고 덜컹대는 자율주행 셔틀
이렇게 원치 않은 중간 정차는 수백m마다 한 번씩, 레이더와 카메라 센서가 나뭇가지나 거리로 튀어나온 주차된 자동차 등 미지의 물체를 감지할 때마다 발생했다. 특히 다른 차량이 셔틀에 바짝 붙어 추월할 때마다 매번 수행하는 급제동이 매우 불편했다. 경보가 울리고, 그 뒤에는 차량 정체가 발생했다. 셔틀이 아주 조심스럽게 전진하고, 위험 감수보다 속도 줄이기를 선택하도록 프로그래밍된 것은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다. 동시에 20분간의 시험주행 결과는 현시점에 인간의 도움 없이 자율주행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
지난 수개월간 뮌헨에서 마인킨치히 지역의 바트조덴잘뮌스터에 이르기까지 독일의 다양한 도시에서 이와 유사한 프로젝트 40여 개가 실행됐다. 미국 캘리포니아, 애리조나, 텍사스에서의 대규모 파일럿 프로젝트와 비교할 때 이는 “작은 놀이터”에 불과하다고 베를린과학센터의 ‘디지털 이동성 및 사회적 차별화’ 연구그룹 책임자 안드레아스 크니는 비판한다. 그의 관점에서 자동차산업계, 교통서비스 제공업체, 지방자치단체는 도로교통의 전환을 위한 자율주행을 이용할 기회를 놓쳤다. 이는 “총체적 시스템 실패”라고 크니는 말했다.
자율주행 셔틀 같은 대체 운송 콘셉트를 위한 공간을 더 확보하려면 주차요금의 파격적인 인상 등을 통해 일관되게 개인 소유 자동차를 도심에서 몰아내야 한다. 그래야 셔틀이 자체적인 주행 경로를 따라 이동하면서 장애물을 피해갈 수 있다.
이러한 아이디어는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다. 크니는 지자체들이 자동차 로비 세력과 갈등을 일으키고 싶어 하지 않는다며 “주차 공간이 없어질 때마다, 이는 즉시 독일의 번영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자동차 제조업체가 로보택시(무인 자율주행 택시)와 새로운 형태의 이동성을 개발하는 대신, 시장에 대규모로 차량을 출시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비난했다.
크니만 이런 의견을 가진 게 아니다. ZF프리드리히스하펜(ZF Friedrichshafen) 같은 대형 자동차부품 제조업체도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기술을 사용할 것을 요구한다. ZF 자회사인 ‘모빌리티 솔루션스’(Mobility Solutions)의 최고경영자 안네테 폰 롤베크는 “도시 거주자들이 장기적으로 더는 교통체증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므로 그는 “버스, 택시, 트럭은 자율주행의 첫 번째 응용 분야가 돼야 한다”고 말한다. 물론 아무런 사심 없이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아니다. ZF는 자사가 센서와 소프트웨어를 납품하는 네덜란드의 로보셔틀 운영회사(2getthere)를 소유하고 있다. 그 외에 ZF는 아마존의 자동차 자회사인 죽스(Zoox)와도 협력하고 있다.
ZF의 경쟁사인 보슈도 벤츠와의 협업이 종료된 뒤 자체적으로 자율주행 택시 개발을 계속하려 한다. 그러나 현재는 “가까운 시일 안에 사용할 수 있는 응용프로그램을 주로 개발하고 있다”고 모빌리티 솔루션 부서의 전무이사 하랄트 크뢰거는 말한다.
물류 분야에서는 도심 교통보다 훨씬 빠르게 자율주행 기술이 적용될 수 있다. 창고 안에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에 창고에서 자율주행 트럭을 운행하는 것은 도로보다 덜 위험하다. 또한 장거리 노선의 경우 운전자를 없앰으로써 절약되는 비용이 엄청나다. 연구에 따르면 거의 50%의 비용 절감이 가능했다.
독일 자동차 제조업체와 부품 공급업체가 미래의 시장에서 중요한 구실을 하리라는 점을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다만 새로운 경쟁자가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다. 그중에는 지금까지 자동차 세계와 그다지 관련 없던 기업도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크리스티아노 아몬은 국제자동차전시회(IAA)에서 거의 주목받지 못했다. 아몬이 2021년 6월부터 이끄는 미국의 칩셋 제조사 퀄컴(Qualcomm)은 스마트폰 핵심 부품 제조와 네트워크 성능으로 유명하다. 2021년 아몬은 뮌헨에서 마치 교회 설교자처럼 연설했다. 많은 자동차와 부품 제조업체 수장들이 그의 연설을 들었다.
휴대전화와 마찬가지로 자동차도 디지털 생태계의 일부가 되리라는 게 그의 메시지였다. “우리는 모든 차량을 클라우드와 연결할 것”이라고 아몬은 말했다. 네트워크, 자동화 및 자율주행은 자동차 제조업체가 고객과 상호 소통하고 사업할 놀라운 기회를 열어줬다. 새로운 5세대(5G) 표준이 확립되면 아몬은 자동차를 차세대 대규모 인터넷 장치로 만들고 싶어 한다. 퀄컴은 거의 50억달러를 들여 스웨덴의 주행 보조 시스템 전문기업 베오니어(Veoneer)를 인수했다. 퀄컴에 따르면 전세계 자동차 제조업체 26곳 중 23곳에서 퀄컴과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퀄컴은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의 핵심 구성 요소를 제공하는 자체적인 자율주행 플랫폼과 함께 제대로 시작하기를 바란다.
이러한 새로운 경쟁자는 독일 자동차산업에 만만치 않은 도전이다. 이에 딸린 일자리가 180만 개에 이른다. 아몬 최고경영자(CEO)가 강조하듯이 퀄컴이 친구가 될지, 아니면 제조업체와 공급업체의 핵심 사업을 노리는 적이 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많은 독일 자동차 제조사가 이런 도전이 얼마나 빨리 일어날지를 이제야 깨닫고 있다. 인공지능, 반도체, 클라우드컴퓨팅 그리고 소프트웨어에서 그들은 다른 나라보다 몇 년 뒤처져 있다.

   
▲ 완전자율주행의 갈 길은 아직 멀다. 2018년 8월 일본 도쿄에서 한 자동차업체가 자율주행 택시 ‘로보택시’를 선보이고 있다. REUTERS

‘데이터 주권’ 찾아야
미국 엔비디아(Nvidia)의 그래픽카드와 인공지능이 없으면 벤츠는 자율주행 계획을 수행할 수 없다. BMW도 모바일아이(Mobileye)의 카메라 기술과 인텔 칩셋의 처리 능력 없이는 아무것도 작동하지 않는다. 폴크스바겐은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컴퓨팅, 파트너사 ‘아르고 AI’의 레이저 레이더 시스템이 필요하다. 또한 중국 쪽 경쟁업체는 이미 자율주행 모델로 독일 진출을 꾀하고 있다. 렌터카 회사 식스트(Sixt)는 현재 뮌헨에서 모바일아이, 중국 전기자동차 스타트업 니오(Nio)와 함께 로보택시를 선보이고 있다.
독일 기업은 현재 되도록 많은 통제권, 특히 완전 네트워크화된 차량이 앞으로 수집할 정보에 대한 통제권을 되찾아올 방법을 찾고 있다. 이것이 성공하지 못하면 “자동차의 데이터 주권이 구글, 애플, 테슬라에 넘어갈 위험이 크다”고 폴크스바겐의 최고경영자 디스는 경고한다. 그렇게 되면 유럽은 아시아와 미국의 하이테크 대기업에 영구적으로 의존하게 될 것이다.

ⓒ Der Spiegel 2021년 제40호
Revolution in Trippelschritten
번역 황수경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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