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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가게 장점 살리고 인터넷·대형매장과 공존
[ISSUE] 배달경제 시대- ② 소상공인 길 찾기
[141호] 2022년 01월 01일 (토) 뱅상 그리모 economyinsight@hani.co.kr

뱅상 그리모 Vincent Grimault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 2021년 4월 프랑스 낭트 시민들이 전통시장에서 장을 보고 있다. 동네 가게들은 대형 유통체인과 디지털유통의 틈새에서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쏟는다. REUTERS

춥고 번잡하고, 거기다 코로나19에 걸릴 위험을 무릅쓰고 굳이 나가야 하나 고민이다. 따뜻한 집에서 뭐든 주문할 수 있는데 말이다. 어떤 이들은 이미 오래전에 인터넷쇼핑몰로 넘어갔다. 오늘날 프랑스에서 인터넷으로 물건이나 서비스를 산 경험이 있는 사람은 4160만 명에 이른다.
전자상거래 시장은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전부터 성장하고 있었다. 그 추세가 코로나19로 급물살을 탔다. 2020년 인터넷 결제를 처음 이용해본 프랑스 소비자 수는 150만 명이다. 인터넷에서 거래된 상품은 프랑스 전체 상품 거래의 13.1%를 차지한다. 프랑스 전자상거래원격판매협회(FEVAD)에 따르면 매년 1%포인트 오르던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는 불과 1년 만에 3.3%포인트 올랐다. 이 수치도 평균값이어서 전자상거래 시장의 성장세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최신 가전제품(33%), 전자제품(27%), 최신 문화상품(24%), 의류(21%) 등 품목에 따라 거래의 디지털화가 더 많이 진전됐다.
인터넷쇼핑이 이렇게 급격히 성장하면서 동네 가게는 더 깊은 궁지에 빠졌다. 안 그래도 교외 대형 유통업체에 손님을 빼앗기고 있었다. 도시계획전문상거래발전협회(PROCOS)에 따르면 2013~2021년 도심 매장과 유통업체의 이용률은 각각 39%, 30% 하락했다. 시내 매장 공실률은 10%를 넘어섰다.
그뿐이 아니다. 대형 유통매장이 들어서기 시작한 1960년대는 소비가 빠르게 증가하던 시기였다. 이와 반대로 인터넷 유통업은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시점에 불쑥 나타났다. 지금은 대부분의 가계가 필요한 살림을 어느 정도 갖춘 상태에서 구매력을 서서히 잃고 있다. 게다가 환경의식이 높아지면서 의류 등 몇몇 시장에선 탈소비 조짐도 보인다.
인터넷쇼핑은 물량 공세만 펼치는 게 아니다. 인터넷 유통의 주체는 그 존재 자체로 위협이다. 거래의 75%가 전체 인터넷 유통업체의 1%에서 이뤄질 정도로 집중돼 있다. 가장 대표적인 아마존의 프랑스 이용자가 2450만 명이나 된다. 인구 두 명 중 한 명꼴이다.
아마존을 비롯해 프랑스 인터넷쇼핑몰 세디스쿤트(Cdiscount)와 비피(Veepee), 미국 인터넷 경매사이트 이베이 등 몇몇 업체는 판매 활동만 하는 게 아니다. 구매 이력 등 꾸준히 모은 소비자 개인정보를 활용해 소비자에게 편향된 취향을 주입한다.

두 번째 파도
그렇다면 소상인은 이대로 가게 문을 닫아야 할까. 그러기엔 너무 이르다. 소상인이 누구인지 먼저 정의할 필요가 있다. 소상인은 통계상으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프랑스 통계청(INSEE)은 동네 책방과 대형마트를 모두 소매업이라는 한 범주로 묶는다. 필리프 모아티 사회소비관찰연구소(옵소코) 소장은 소상인을 “소비자 집 근처에서 작은 가게를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사업자”로 봐야 한다고 말한다.
이런 정의라면 소상인은 이미 아주 오래전에 사라지고 없어야 한다. 사회학자 뱅상 샤보는 “소상인이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는 1852년 파리에 첫 대형 매장이 생겼을 때 처음 제기됐다가, 대형 유통업체가 생겨난 1960년대에 심해졌다”고 말했다.
필리프 모아티는 “대형마트 등장이 지금의 인터넷쇼핑몰보다 큰 변화를 몰고 온 것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1997~2000년 처음 문을 연 온라인쇼핑몰은 전체 유통시장의 13.1%를 차지한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비중이 그렇게 크지 않다. 대형 유통업체에선 그 비중이 (첫 대형마트가 생긴) 1963년과 1986년 사이 고작 20여 년 만에 0.9%에서 23.5%로 껑충 뛰었다.
동네 가게는 대형마트 등장이라는 첫 번째 파도를 잘 넘겼다. 그리고 이제 두 번째 파도에 맞서 변하고 있다. 젊게 단장한 정육점, 식료품점, 양품점 등이 손님을 모으고 있다. 사회학자 소피 노엘은 독립서점에 관한 논문에서 “동네 가게를 찾는 일이 투쟁이나 다름없어졌다”고 썼다. “동네 가게의 고유한 정체성은 더 조화롭고 인간적인 사회를 향한 갈망과 결이 같다. 이런 갈망은 자본주의에 대한 다양한 비판에서 시작됐다.”
뱅상 샤보는 “동네 가게가 디지털화할 수 없는 측면을 나눈다는 점에서 가치 있다”며 “동네 가게에선 의견을 나누고 믿음을 쌓는 등 사람과 관계를 맺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필립 모아티는 그런 가게가 “도시에 사는 부유층이 가끔 기분 전환하러 가는 곳에 가깝다. 그들도 큰 장은 주로 대형마트에서 본다”고 한계를 지적했다.

삼각 유통업
달리 말해 동네 가게와 대형마트, 인터넷쇼핑몰은 단순 비교를 하기 어렵다. 대부분의 소비자는 셋 사이를 왔다갔다 한다. 다양한 유통 형태가 상호의존하는 셈이다. 카르푸나 오샹 같은 대형마트가 어렵다는 소식은 소상인에게 좋은 소식인 것처럼 들릴 수 있다.
그러나 덩치 큰 유통업체는 소비자를 도시 외곽뿐 아니라 소형 체인점이 있는 시내로도 끌어들인다. 도시 외곽과 시내에 있던 소비자가 아마존으로 옮겨가면 간접적이나마 대형 유통업체 덕을 보던 동네 가게가 손님을 잃을 수 있다. 게다가 시장의 디지털화가 소상공인에게 몹시 나쁜 일만은 아니다. (웹사이트, 사회관계망 등에서) 홍보하고 매출도 올리는 기회일 수 있다.
2020년 인터넷쇼핑몰 수는 12% 증가했다. 국민 이동제한령에 따른 매출 급감을 피하기 위해 여러 ‘전통’ 가게가 (배송, 포장주문용) 디지털 시스템을 갖췄다. 아마존 등 힘 있는 오픈마켓 플레이스(인터넷 장터)에 상품을 팔려고 내놓는 가게도 있다.
“인터넷이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판매자와 소비자의 연결을 중개하는 구실이 사라지리라는 전망이 있었다. 지금은 만남을 위한 물리적 공간이 항상 필요할 것임을 안다. 이제 질문은 새롭게 짜인 시장에서 오프라인 매장을 이끄는 주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이냐다.”(필리프 모아티) 답의 일부는 정책에 달렸다. 동네 상권을 살리느냐, 대형마트와 물류센터의 성장에 탄력을 주느냐. 상충하는 두 목표가 우리 중 누구와도 무관하지 않다. 내일 장을 어디서 어떻게 볼지 결정해야 하니까.

ⓒ Alternatives Economiques 2021년 12월호(제418호)
Le petit commerce va-t-il mourir?
번역 최혜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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