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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당첨 같은 선물 여유로운 느낌, 너무 좋다!
[GLOBAL ] 독일 기본소득 실험
[141호] 2022년 01월 01일 (토) 데니스 데트머 economyinsight@hani.co.kr

2021년 6월부터 일부 사람이 매월 1200유로(약 160만원)를 받는다. 세금도 떼지 않고 조건도 없는 기본소득으로 말이다. 베를린에 있는 독일경제연구소(DIW)의 한 연구팀은 이 제도가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고 있다. 200만여 명이 이 실험 프로젝트 ‘나의 기본소득’에 지원했다. 베를린의 한 민간단체가 기획했고, 재정은 모금으로 마련하고 있다. 이 실험은 조건 없이 주는 기본소득으로 삶의 안전성이 높아지고 자기실현 기회가 많아지며, 직업선택에도 긍정적 효과를 보리라는 가설에 기초한다. 지원자 중 다음 세 조건을 충족하는 122명이 뽑혔다. 나이는 21~40살이고, 중간 정도의 수입이 있고, 1인 가구여야 한다는 조건이다. 데니스 데트머(29)는 그중 한 명이다. 군인이고 마이센에 산다. 그는 3년간 진행될 이번 실험 참여 경험을 <슈피겔>에 알렸다.

데니스 데트머 Dennis Dettmer

   
▲ 2018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 현장의 한 테이블 위에 ‘보편적 기본소득’이란 문구가 적혀 있다. REUTERS

4월19일 전자우편이 왔다. “축하합니다. 당신은 3년간 매월 기본소득 1200유로를 받을 것입니다. 당신이 이 파일럿 프로젝트에 참가하실지 확인해주세요.” 내가 122명 중 한 명이고, 6월부터 36개월 동안 기본소득을 받을 것이라는 설명이 덧붙여 있었다. 그 대가로 내가 이 기간에 여섯 차례의 설문에 답해야 한다고 했다. 각 설문에 답하는 데 약 25분이 걸리고, 스트레스 정도를 측정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머리카락을 제공할 수 있다는 내용도 있었다. 전자우편의 끝에는 “추신: 이 전자우편은 정말로 진짜입니다. 진심으로 축하합니다!”라고 쓰여 있었다.
전자우편 내용이 정말 진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나의 기본소득’이라는 단체에 전화했다. 사실 믿을 수 없었다. 이후에도 확신이 들지 않았다. 독일 쾰른공과대학의 안토니오 브렛슈나이더 교수가 5월 약 90분간 진행한, 나의 어린 시절과 내가 어떻게 사는지를 묻는 인터뷰에 응하면서 그제야 실감이 났다.

어느 날 날아온 축하 전자우편
학교를 졸업한 뒤, 나는 2011년 독일 연방군에 입대했다. 부사관으로 8년간 복무해 경력을 쌓기로 했다. 내가 사는 나라를 위해 무언가 좋은 일을 한다고 생각했다. 그동안 여러 곳에서 근무했는데, 지난 2년은 슈트라스부르크 근처에 주둔했고, 2015년부터는 헤센주 프랑켄베르크에서 주둔하고 있다. 일정 기간 복무하는 군인으로서 월수입은 세금과 사회보험료를 제하고 2천유로(약 266만원)다. 여기에 (기본소득이) 추가로 1200유로가 들어왔는데, 세금은 떼지 않았다. 기본소득은 대가 없는 선물이기 때문이다. 마치 로또에 당첨된 기분이었다.
그러나 이 기본소득으로 내 미래 계획이 달라지는 것은 없다. 3년 뒤엔 1200유로의 기본소득도 어차피 끝나지 않는가? 나는 이미 제대해야 했으나, 계약 기간이 2030년까지로 연장돼 중사로 계속 복무하고 있다. 군 복무 중이지만 직업교육을 받기도 했다. 직업교육은 나한테 중요하다. 군대를 떠나 민간 경제 분야에서 일하고 싶어질 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 실제 군의 허가를 받고 공무원을 대상으로 보험을 중개해 부수입을 약간 올린 적도 있었다.
나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에도 관심이 있다. 오래전부터 정치권에서 ‘모두를 위한 조건 없는 기본소득’을 논의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당시 기본소득이 도대체 무엇인지, 장단점은 무엇인지 등 나름대로 정보를 찾아봤다. 여러 기사도 읽었다. 유튜브에 흥미로운 논의들이 있었다. 찬성과 반대에 대한 논거를 들을 수 있었다.
원칙적으로 기본소득 아이디어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많은 사람에게 삶의 안전성을 보장해주고 스트레스를 줄여줄 것이다. 여러 형태의 기본소득이 있을 것이다. 결국 중요한 문제는 모두에게 기본소득을 배분할 만큼 재정이 넉넉한지다. 아무튼 나는 기본소득에 찬성한다.
돌이켜보면 참 신기하다. 내가 기본소득에 대해 알아본 지 얼마 되지 않아 기본소득 실험에 지원한 것이다. 어느 날 오후 페이스북에서 관련 정보를 보았다. 그리고 그날 저녁 8시 뉴스 방송에서 다시 관련 소식을 들었다. 내가 기본소득 프로젝트에 지원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어떻게 기본소득을 운영하는지 직접 보고 싶었으니까.
‘나의 기본소득’ 프로젝트에 뽑힐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기에 지원 사실을 누구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았다. 부대의 동료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여자친구에게도 처음에는 알리지 않다가 나중에 털어놓았다.
2021년 초부터 나는 주말마다 마이센에 거주한다. 그곳에서 여자친구와 함께 지낸다. 여자친구는 교사다. 프랑켄베르크 부대에도 방이 하나 있다. 목요일 혹은 금요일 근무가 끝나면 마이센에 와서 일요일 밤에 돌아간다. 6월1일, 마침내 내 은행 계좌로 1200유로가 입금됐다. 그제야 기본소득 실험이 진짜임을 실감했다. 돈을 얻는다는 건 정말 기분 좋은 일이다. 슈트라스부르크 시절부터 소소한 아르바이트들을 했다. 이제 좀 여유가 있다고 느끼니 너무나 좋다.
나는 월급 계좌와 예금 계좌가 따로 있다. 항상 흑자를 유지하도록 주의를 기울인다. 여자친구와는 따로 수입과 지출을 관리한다. 그렇지 않았다면 기본소득 실험에 참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월세 500유로 중 절반은 내가 부담한다. 전기요금은 내가 낸다. 대신 여자친구는 자기 돈으로 가끔 장을 본다. (부대가 있는) 프랑켄베르크에서는 방세로 월 50유로를 낸다. 그곳 생활비는 저렴하다. 부대 내 식당에서 저렴하게 먹을 수 있고 가끔 동료와 맥주를 마신다. 그게 전부다.
월수입 2천유로 가운데 자유로이 쓸 수 있는 돈이 얼마나 남는지 계산해봤다. 먼저 필수 비용으로 집세, 보험료, 식비가 있다. 가장 많은 지출은 차량 기름값인데 최소 약 450유로가 매월 나간다. 기차를 이용할 수도 있지만 그럴 경우 여자친구와 주말을 보내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기본소득을 받기 전, 비용을 제하고 나면 451.60유로(약 60만원)가 남았다. 그걸로 살아갈 수는 있으나 월말이 되면 남는 게 거의 없었다. 처음 기본소득을 받았을 때, 바로 그즈음 1996년형 포드가 고장이 났다. 내 꿈은 테슬라 자동차를 사는 것이다. 머릿속에서 따져봤다. 매월 기본소득으로 받는 1200유로를 전부 3년간 투자하면 테슬라 차를 사기에 충분한 금액이 된다. 하지만 테슬라를 사지 않기로 결정하고, 크루즈컨트롤(자동 속도조절 장치)이 달린 중고 포드 포커스(2015년형)를 샀다. 이 차는 기본소득이 없더라도 살 수 있었을 것이다.
내가 (실험 참가자로) 뽑혔을 때, 당연히 상관에게 실험에 참여해도 될지 허락을 구했다. 그는 여러 차례 꼼꼼히 설명을 들었다. 시간이 좀 걸렸지만 상관은 허락했고 축하해줬다. 그 뒤 나는 동료들에게도 이야기했다. 놀랍게도 기본소득 실험에 참여한 동료가 있었다. 동료들이 내가 기본소득을 받는 것에 질투를 느끼는 것 같지는 않았다. 기껏해야 “아, 내가 못 받아서 유감이야. 대신 네가 맥주를 사라”고 했을 뿐이다.
마이센에는 아직 친구가 많지 않다. 가족과는 연락하고 지내지 않는다. 나는 절약하는 교육을 받았다. 아버지는 지붕 공사 기술자였고 어머니는 상점 점원이었다. 어릴 때 두 분은 결별했다. 나는 어머니와 살았다. 초등학교를 마친 뒤 보통학교(Hauptschule)로 진학했고, 이후 레알슐레(Realschule·실용교육을 강조하는 독일의 중등학교)로 전학했다.
어머니는 녹내장 환자였다. 어느 순간 잘 보지 못하게 돼 직장을 잃었다. 살림은 항상 빠듯했다. 용돈이라고는 없었으며, 어쩌다 만화책을 사라고 3마르크(약 2천원)를 받았다. 차는 없었고 상당 기간 하르츠4(실직에 따른 일종의 기초생활보장제도)를 받았다. 그런대로 살아가기는 했으나, 종종 토마토소스를 얹은 국수밖에 먹을 것이 없었다.
14살이 되던 해, 아버지 집으로 옮겼다. 거기는 달랐다. 아버지는 하노버 근처에 자기 집이 있었고 자동차도 두 대나 있었다. 아버지는 수입이 좋았다. 나는 용돈으로 20유로(약 2만6천원)를 받았다. 그것보다 더 필요하면 돈을 벌어야 했다. 어느 해 여름엔 블루베리를 따는 아르바이트를 했고 그때 번 돈으로 생애 첫 컴퓨터를 샀다. 청소년 시절에 가장 큰 소원은 모페드(소형 이륜차) 운전면허증을 따는 것이었으나 아무도 그 비용을 내주지 않았다.
아버지는 돈 쓰는 데 신중했다. 돈을 허투루 쓰지 않았다. 내가 무언가를 원하면 아버지는 두세 번 그게 정말 필요한지 물었다. 지금도 나는 무엇을 살 때면 스스로 이 질문을 한다. 그래서 할인행사를 할 때 약 200유로를 주고 텔레비전을 샀지만, 비싼 가구는 일절 없다. 내 취미는 골프를 치는 것이다. 비싼 취미로 들리겠지만 그렇지 않다. 골프채는 중고로 저렴하게 샀으며, 할인 사이트에서 연회비 105유로를 내는 자유 회원이다. 이 사이트에서는 약 45유로만 내도 회원이 될 수 있다. 회원은 독일 전역에 있는 특정 골프장에서 골프를 칠 수 있다. 골프장 사용료는 별도로 부담해야 한다.

   
▲ 기본소득을 주창하는 민간단체들은 자체적인 실험을 전개하는 한편, 기본소득을 도입하라는 거리시위도 한다. 2016년 스위스에서 ‘모두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라’ 는 시위가 열렸다. REUTERS

수입 늘었어도 낭비하지 않아
(기본소득으로) 수입이 늘었지만 그렇다고 낭비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추가로 들어온 이 돈을 함부로 쓰지 않았다. 1200유로 중 약간은 암호화폐에 투자했다. 자동차를 사기 위해 대출한 돈은 1년 안에 갚을 것이다. 어쩌면 조금 기부할 수도 있겠다. 7월에 29살 생일을 맞았을 때, 여자친구와 함께 마이센의 그리스 음식점에서 외식했다. 보통 같으면 하지 않았을 일이다. 이제는 가끔 외식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게 전부다. 어쩌면 여자친구와 이집트 여행을 할 수도 있다. 전에 한 번 가봤는데 다시 가고 싶다. 1200유로가 있기 때문에 크게 절약하거나 오래 고민할 필요 없이 할 수 있는 일이다.

ⓒ Der Spiegel 2021년 제48호
Wie ein Lottogewinn
번역 최현덕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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