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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 급반등·에너지 전환 겹쳐
[COVER STORY] 세계 ‘에너지 충격’- ① 배경
[140호] 2021년 12월 01일 (수) 뤄궈핑 economyinsight@hani.co.kr

세계경제가 에너지난으로 휘청거리고 있다. 치솟는 기름값이 다른 소비재 가격까지 끌어올려 코로나19로 고통받는 가계를 더욱 주름지게 한다. 유럽에선 난방용 천연가스 비용이 폭등해 서민들의 겨울나기 걱정을 키우고, 중국에선 전력 부족으로 탄소배출 주범인 석탄의 생산을 되레 늘리도록 독려한다. 최근 에너지 부족에는 섬세하지 못한 에너지 전환 과정의 탓도 거론된다. 2021년 하반기 세계 에너지 공급 대란의 원인과 대책을 짚었다. _편집자

뤄궈핑 羅國平 자오쉬안 趙煊 <차이신주간> 기자

   
▲ 2021년 9월 영국 맨체스터 지역에 쓰지 못하게 된 가스관 아래로 새 가스 공급망이 복잡하게 깔려 있다. 최근 영국에서 천연가스 가격과 전기요금이 폭등해 에너지 공급회사 여럿이 파산했다. REUTERS

“이번 겨울에도 전등이 계속 켜져 있을 거라고 확신합니까?”
“확신합니다.”
언뜻 들으면 제2차 산업혁명 초기에 나눈 대화 같지만 2021년 10월 초 영국 방송 비비시(BBC) 진행자 앤드루 마가 크와시 크와르텡 영국 기업에너지산업전략부 장관에게 던진 질문이었다. 9월부터 시작된 영국의 석유 공급난이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천연가스와 전기요금이 폭등했고 에너지 공급회사 여럿이 파산했다.
10월5일 영국의 대표적 천연가스 가격지표인 NBP 현물가격이 1MMBtu(100만Btu)에 40달러(약 4만7천원)를 기록해 하루 사이에 20% 상승했다. 사상 최고치다. 유가로 환산하면 배럴당 약 232달러다. 2021년 3월 말 기록한 연중 최저가보다 6배 이상, 2020년 최저가에 견줘 35배 이상 오른 가격이다.
천연가스는 물리적 특성 때문에 서유럽, 북미, 동아시아 3개 시장으로 나눈다. 최근 영국 NBP 가격이 세계 주요 천연가스 지표 가운데 최고가를 기록했다. 10월5일 네덜란드 TTF 천연가스 가격은 39.46달러/MMBtu, 미국 헨리허브 천연가스 현물가격은 6.37달러/MMBtu로 마감했다. 이날 39.7달러/MMBtu였던 동북아 플라츠 액화천연가스(LNG) 현물가격 JKM은 10월6일 56.3달러/MMBtu로 뛰어올랐다. 해당 지수를 발표한 이후 가장 높다.

놀라운 가격 폭등
영국의 에너지 부족 사태는 브렉시트(유럽연합 탈퇴)와 관련이 있지만, 에너지 부족은 영국만의 상황이 아니다. 유럽과 미국, 러시아의 천연가스 재고 물량이 모두 줄었다. 유럽에서는 알루미늄, 철강, 화학비료 공장을 포함한 여러 기업이 생산량을 줄이거나 공장을 일시 폐쇄했다. 동유럽의 알바니아와 몰도바 정부는 긴급사태를 선포했다. 중동의 레바논은 일시적으로 전국에 전력공급을 중단했고, 아시아의 중국과 인도는 석탄 공급난을 겪고 있다.
유럽은 천연가스 발전 비중이 높아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면 전기요금도 동반 상승한다. 10월12일 영국의 전기요금은 1㎾h당 0.461파운드(약 730원)로 올랐다. 10월 상순 독일 전기요금이 1㎾h당 0.3유로(약 400원)를 넘겼고, 스페인에선 0.2885유로까지 올랐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의 통계를 보면 유럽연합(EU)과 영국의 2020년 천연가스 수요에서 전력 부문 비중이 가장 컸다. 약 3분의 1을 전력과 열전기 부문에 사용했다.
다른 에너지 가격의 상승도 도드라졌다. 10월 상순 중국의 발전용 석탄 선물가격이 t당 1700위안(약 31만4천원)까지 올라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가격은 배럴당 82달러까지 급등해 7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북해산 브렌트유 선물은 배럴당 85달러로 3년 만에 최고 기록을 세웠다.
1년 반 전까지만 해도 코로나19의 충격으로 에너지 수요가 급감했고 국제유가도 사상 최저로 떨어졌다. 네덜란드 TTF 천연가스 현물가격은 2020년 5월 0.99달러/MMBtu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동북아 LNG 현물가격 역시 2020년 4월 1.75달러/MMBtu로 최저였다. WTI 원유 가격은 2020년 4월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배럴당 -37.63달러까지 떨어졌다.

   
▲ 영국 웨일스 밀포드헤이븐에 있는 액화천연가스(LNG) 저장소. 유럽은 천연가스 발전 비중이 높아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면 전기요금도 동반 상승한다. REUTERS

최악의 해?
이번 에너지 공급난과 가격 폭등은 세계적인 에너지 위기를 의미하는 것일까? “올해는 최악의 한 해가 될 것이다.” 왕넝촨 중화에너지(中化能源)주식유한공사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다소 비관적으로 말했다. 2021년에는 기후 이변으로 에너지 수요가 급증했다. 설상가상으로 다가오는 겨울이 예년보다 추울 것으로 여러 기관에서 예측한다.
과거에는 에너지 위기가 석유 분야에서 일어났다. 지금은 에너지 전환기의 가교 에너지인 천연가스로 바뀌었다. 1973년과 1979년 석유 공급이 중단되자 국제사회는 에너지 위기를 겪었다. 미국과 일본 등 주요국 경제가 큰 타격을 받아 마이너스 경제성장을 빚기도 했다. 이번 천연가스 위기의 여파로 독일의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4.1% 올라 1993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럽 각국은 감세와 가격 제한, 보조금 지급 등 여러 방법을 동원해 에너지 시장을 살리고 천연가스와 전기요금 상승에 따른 사회적 충격을 완화하고 있다. EU 에너지부 장관은 10월26일 에너지 위기 대응을 위한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관계자들은 2021년 겨울, 어쩌면 2022년 봄까지 에너지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국제 원자재 시장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에스앤피(S&P)글로벌은 천연가스 시장을 분석한 보고서에서 최근 천연가스 수급 불균형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하면 “이른 시일 안에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을 가능성은 낮다”고 지적했다.
단기적으로 볼 때 이번 에너지 부족 사태의 주요 원인은 코로나19다. 코로나19 사태로 수요가 급격하게 줄었다가 다시 반등했지만, 공급은 수요의 변동 폭을 따라가지 못해 단기적인 수급 불균형 현상이 나타났다. 또 에너지 구조를 전환하는 동안 풍력발전과 태양광발전이 충분한 전력을 공급하지 못했다. 석유와 천연가스 생산에서는 여러 해 동안 투자가 부진해 코로나19 사태와 극단적인 기후변화의 압박을 이겨내지 못했다.
“지금까지 에너지 구조 전환을 추진하면서 큰 도전과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간과했다. 최근 유럽과 미국은 물론 중국도 에너지 전환을 추진하면서 무의식적으로 전환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라고 믿었다.” 왕하이빈 중화그룹(中化集團) 경제기술연구센터 석유화학공업연구부 연구원에 따르면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까지 시장에서는 석유와 천연가스 공급이 충분해 유가와 천연가스 가격이 오랫동안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판매자 우위에서 구매자 우위 시장으로 바뀔 것으로 전망했다. 100년 만에 겪게 된 전염병으로 에너지 시장 구도가 바뀔 것이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
양젠훙 스촹에너지컨설팅(世創能源資訊公司) 수석연구원은 “지금도 세계가 화석에너지에 고도로 의존하고 있고, 유럽과 미국도 여전히 석유시대에 살고 있으며, 중국은 석탄시대에 머물러 있다”며 “가장 비중이 큰 에너지가 부족한데 어떻게 버티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로버트 컴튼 독일무역투자청(GTAI) 에너지청정기술 전문가는 말했다. “예측할 수 없고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세계시장에서 아직도 천연가스와 석유에 심각하게 의존한다는 사실이 증명됐다.”
전력시장의 수요와 공급이 급변했지만, 신에너지는 태생적인 변동성 때문에 대안이 될 수 없다. 에너지저장장치나 수소에너지 등의 수급 조절 기술은 상업화로 가는 걸림돌을 해결하지 못했다. 수십 년에 걸쳐 진행될 에너지 구조 전환 과정에서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시장 충격에 어떻게 잘 대응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더욱 이성적이고 안정적으로 에너지 전환을 추진할 수 있을까?

   
▲ 2021년 2월 프랑스 파리의 눈 덮인 몽마르트르 언덕 거리를 시민들이 걸어가고 있다. 이번 겨울의 추위는 난방용 천연가스의 수요와 가격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다. REUTERS

천연가스의 ‘배신’
왕넝촨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정답은 이성적인 투자”라고 말했다. “너무 성급했다. 에너지 전환은 복잡하고 장기적인 과정이라 서두르면 안 된다. 조금씩 화석에너지를 줄이고 세부 기술에 주목하며 다양한 에너지를 여러 경로로 공급해서 탄력성을 키워야 에너지 전환에 성공할 수 있다.”
세계 주요 시장의 에너지 가격 가운데 특히 천연가스 가격이 가파르게 올랐다. 이번 천연가스 가격 상승에서는 유럽 시장이 문제의 핵심이었다. 유럽 지역의 수요가 살아났지만 공급이 부족했다. 천연가스 재고가 떨어지자 2021년 겨울 천연가스 공급이 부족할 것이란 우려가 커졌고, 유럽 TTF 천연가스 가격지수가 상승했다. 미국에너지정보청(EIA) 자료를 보면 2021년 9월28일 기준으로 유럽 천연가스 재고가 전체 용량의 74%에 그쳤다. 2020년 말에 비해 22% 이상, 최근 5년 평균 수준보다 16% 이상 적었다.
에너지 비축분이 부족한 상황에서 북반구의 겨울철이 다가왔다. 투자은행 중국국제금융주식유한공사(CICC)에 따르면, 2021년 8월 미국해양대기청(NOAA)은 이번 겨울에 라니냐 현상 발생 확률이 70% 이상으로 추위가 지속될 수 있고 천연가스와 석탄 등 발전용 에너지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북반구는 2020년에도 추운 겨울을 보냈다. 루샤오 IHS마킷 천연가스 연구 책임자는 “작년 겨울 유럽 지역의 추위가 길었고 2021년 5월까지 기온이 낮아 천연가스 재고가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고 말했다. “보통은 3월 말~4월 초부터 저장고에 천연가스를 넣기 시작하는데 지난겨울이 길어져 올해 6월이 되어서야 천연가스를 대량 주입하기 시작했다. 천연가스 재고 물량이 평균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유럽은 세계 천연가스 시장에서 ‘조절기’ 구실을 한다. “유럽 시장은 수요와 공급 모두 경쟁이 충분하다. 탄력성이 강하다. 수송관을 이용한 천연가스나 액체로 만들어 배로 운반하는 LNG 등 다양한 천연가스 공급원이 경쟁하고 저장시설도 충분하다.” 루샤오에 따르면 북반구의 겨울과 수요 회복세에 직면한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동아시아 지역의 한국·일본·중국은 수요의 비탄력성이 강해 세계시장에서 현물 LNG를 흡수했다. 유럽은 재고를 소비한 뒤 바로 저장고를 보충하지 못했다. 새로운 겨울을 앞두고도 천연가스 저장고 수위가 낮은 것이다.
EU에너지규제기관협력청(ACER) 자료를 보면 2021년 9월까지 유럽의 LNG 수입이 전년 동기 대비 20% 줄었다. 아시아 지역의 수요가 살아나고 LNG 현물 물량을 확보하려는 경쟁 때문에 유럽의 현물 LNG 수입 물량이 줄어든 것으로 EIA는 분석했다. 2021년 4~9월 유럽의 수입 LNG 송출량이 최근 3년 만의 최저 수준인 하루 평균 72세제곱피트(ft3)였다. 2020년보다 18%, 2019년에 견줘 22% 줄었다.
ACER는 천연가스 가격을 결정하는 주요 요인으로 유럽의 날씨와 경제활동 수준을 들었다. 2021년 겨울에도 날씨가 수요를 결정하는 주요 변수가 될 것이다. 주민 생활에서 사용되는 천연가스는 전체 사용량의 40%, 전기의 30%를 차지한다.

   
▲ 2021년 9월 중동 레바논 파나르의 제지공장에서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 최근 에너지 부족으로 레바논은 일시적으로 공장 조업을 중단했다. REUTERS

가격 상승 순환구조
예년보다 추운 날씨와 재고 부족 외에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이 오른 것은 석탄 및 탄소배출권 가격 상승과도 관련이 있다. 에너지자문기관 우드매켄지의 두징징 천연가스 LNG 컨설턴트에 따르면 2021년 9월 기준으로 유럽 ARA(암스테르담·로테르담·앤트워프) 발전용 석탄의 월평균 가격이 t당 67달러에서 173달러로 올랐다. 연초에 40달러를 넘겼던 탄소배출권 가격은 75달러에 근접해 천연가스 가격 상승 가능성이 커졌다.
2020년 3월 EU는 2030년 온실가스 배출 목표를 ‘1990년 대비 40% 감축’에서 ‘최소 55% 감축’으로 목표를 상향 조정했고, 2021년 6월 입법절차를 끝냈다. EU가 기후 목표를 실현하는 데는 탄소배출권 거래가 중요하다.
석탄과 탄소배출권 가격이 상승하자 석탄화력발전은 위축됐고 유럽 천연가스 수요와 가격이 상승했다. 천연가스 가격이 오르자 유럽 일부 지역에서는 일시적으로 석탄을 다시 사용했다. 그러나 탄소배출 할당량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석탄 수요가 다시 탄소배출권 가격을 밀어 올렸다. 천연가스와 석탄, 탄소배출권이 서로 가격을 올리는 순환구조가 만들어졌다.
아시아 JKM 가격지수와 유럽 TTF 가격지수의 연동도 강해져 함께 가격이 올랐다. 루샤오는 “아시아 시장은 현물거래량이 적고 시장 기반이 약하며 장기계약 비중이 높아 국제가격지수를 참고한다”고 말했다. 유럽 에너지 시장은 미국보다 국제시장과 더욱 긴밀하게 연계되어 있다. 미국 헨리허브 가격에 비해 아시아 현물과 유럽 TTF 가격의 연관성이 더 높다.
아시아 지역의 수요가 왕성한 것도 천연가스 가격 상승을 이끄는 요인이다. LNG 현물가격이 오르면 가격에 민감한 고객사는 보통 구매량을 줄인다. 하지만 중국은 겨울철 수요에 대비하기 위해 수입을 계속 늘렸다. 중화그룹은 9월30일 “겨울철 에너지 공급 보장 업무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올해 겨울부터 내년 봄까지 해외 LNG 자원 242억㎥를 확보하고 회사가 보유한 LNG 터미널 설비를 최대한 가동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겨울철 전력 공급과 부하 조절에 필요한 자원을 비축하기 위해 10월 말까지 유효저장량을 동기 대비 15.5% 증가한 16억9천만㎥까지 늘린다는 방침이다.
중국석유천연가스그룹도 여러 경로로 천연가스를 확보했다. 그룹 국제사업 부문은 10월12일 “중앙아시아 에너지 기업과 단기 천연가스 구매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2021년 10월 초부터 2022년 3월 말까지 중앙아시아 천연가스 수송관을 통해 천연가스를 공급받아 중국의 겨울철 천연가스 수급 불균형을 일부 해소할 계획이다. 지난 1~9월 이 회사가 수송관을 통해 수입한 물량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25% 늘어난 87억㎥에 이른다.
미국의 헨리허브 천연가스 가격지수는 상대적으로 상승폭이 적었다. 하지만 미국의 재고 비축량도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EIA 자료에 따르면 10월1일 기준으로 미국 천연가스 재고는 3조2880억ft3다. 전년 동기 대비 13.9%, 최근 5년간 평균 수준보다 5.1% 낮은 수치다. EIA는 “2021년 여름 무더위로 전력 소비가 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9월24일 EIA는 “2021년 미국 산업 부문의 천연가스 소비량이 하루 232억ft3로 늘어나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인 2019년의 하루 231억ft3 수준을 넘었다”며 산업 부문 천연가스 연간 소비량이 1997년 이후 최고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양젠훙 수석연구원은 “코로나19 사태로 에너지 수요의 흐름이 깨졌다”며 “세계 수요가 급격하게 줄었다가 다시 반등했지만 공급이 속도를 맞추지 못했다”고 말했다.

ⓒ 財新週刊 2021년 제40호
能源再衝擊
번역 유인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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