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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 감축 없고 에너지 전환도 실패
[COVER STORY] 프랑스 가스값 폭등
[140호] 2021년 12월 01일 (수) 쥐스탱 들레핀 economyinsight@hani.co.kr

프랑스에서 난방과 발전 연료로 쓰이는 천연가스의 가격이 폭등했다. 프랑스 정부가 주택 단열 개선 사업을 서두르고 다른 유럽 나라와 에너지정책을 통일해야 충격을 줄일 수 있다.

쥐스탱 들레핀 Justin Delépine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급한 불부터 꺼야 했다.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자 프랑스 정부는 ‘소화기’를 꺼내 들었다. 가스 요금 인상 충격을 흡수하고 전기료를 지금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장 카스텍스 총리가 9월 말 ‘요금 방패’를 쓰겠다고 밝혔다.
다른 원료보다 천연가스의 가격이 크게 올랐다. 코로나19로 멈췄던 세계경제가 회복세에 들어서면서다. 멈췄던 기계가 다시 움직이니 에너지 수요가 늘었다. 더욱이 유럽 천연가스 저장량이 이례적으로 낮아 이번 가스 요금 상승의 충격이 더 크게 느껴진다. 2020년에서 2021년으로 넘어가는 유럽의 겨울은 유난히 추웠다. 보통 유럽 에너지 공급업체는 겨우내 판매할 에너지를 그해 여름 저장한다. 그런데 지난 몇 달 사이 수요가 늘어 가격 상승 압박이 더 커졌다. 여기까지가 경기적 요인이다.
구조적 요인도 있다. 유럽에서 쓰는 천연가스의 상당 부분은 러시아에서 수입한다. 전체 수입 물량의 41%에 이를 정도로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가 높다. 노르웨이산과 알제리산은 각각 16%와 8%로 훨씬 적다. 이런 점을 모르지 않는 러시아는 공급줄을 조여 가격을 올린다. 몇 달 안에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 가동을 결정해야 하는 독일 당국에 우회적으로 압력을 가하기 위해서다.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은 발트해를 사이에 두고 러시아와 독일을 직접 연결하는 천연가스관이다. 이를 통하면 러시아는 가스 수출량을 2배로 늘릴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를 거치는 노르트스트림1과 달리 지정학적 갈등으로 생기는 공급 불안을 피할 수 있다.
경기적·구조적 요인이 모두 맞물린 결과, 가스 도매가격이 3배 넘게 치솟았다. 가스 도매가 가운데 에너지 공급업체가 거래소에서 내는 가격과 프랑스 에너지규제위원회(CRE)가 세금과 운송 비용을 포함해 책정하는 판매가격은 다르다. 프랑스 소비자가 받는 가스비 고지서에서 순수 가스값은 3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 이탈리아 미네르비오에 있는 에너지 인프라 회사 스남(SNAM)의 지하 천연가스 저장시설. 유럽 에너지 공급업체는 보통 겨우내 판매할 에너지를 그해 여름 저장한다. REUTERS

사회갈등 줄이기
물론 원가가 이렇게 가파르게 오르면 소비자가 충격받을 수밖에 없다. 에너지규제위원회의 가스 판매가가 줄곧 오르는 추세다. 9월에 8% 오르자마자 바로 다음달인 10월에 또 12% 올랐다. 이 가격을 바탕으로 프랑스 전통 에너지회사인 엔지(Engie)가 최종소비자에게 매기는 요금은 2021년 봄부터 지금까지 57% 올랐다. 엔지가 책정한 가스요금에 따라 경쟁 에너지회사도 요금을 조정한다.
프랑스 정부는 저소득층의 난방비 부담이 지나치게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2022년 4월까지 가스요금을 동결했다. 몽펠리에대학 소속 경제학자 보리스 솔리에는 이를 두고 “정부가 주는 공짜 선물이라기보다 계절 변수 제거에 가깝다”고 말했다. 정부가 약속한 날짜까지 가스요금은 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정부 예상대로 2022년 봄에 가스 원가가 떨어지고 기온이 올라도 가스요금은 따라 내리지 않는다. 올겨울 ‘인상 없음’은 다음해 봄여름 ‘인하 없음’으로 상쇄한다.
정부는 전기요금도 조정하기로 했다. 유럽에 있는 전기 공급업체 5곳 가운데 1곳이 천연가스를 원료로 쓰는 탓에 가스 원가가 오르면 전기요금도 오른다. 매달 원가에 연동하는 가스요금과 달리 전기요금은 6개월마다 조정한다. 다음 조정 날짜는 2022년 2월이다. 원래대로라면 인상률은 15%여야 하지만, 정부는 4%로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공급 불안
가스·전기 요금 인상률 제한으로 일단 불만이 폭발하는 것은 막았다. 하지만 근본적인 에너지 공급 불안은 잠재우지 못했다. 불안의 크기만 관리한다.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 가구별 처지를 생각하지 않고 모두에게 똑같이 제한된 인상률을 적용한다. 솔리에 말을 빌리면 “전체 지출에서 에너지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작아 돈을 더 낼 여력이 있는” 가구도 이번 정부 정책의 혜택을 받는다.
“정부가 에너지 수표 제도를 개편하는 방향으로 가야 옳았다”고 솔리에는 말했다. 프랑스는 현재 저소득층 580만 가구를 대상으로 난방비 등에 쓸 수 있는 최대 277유로(약 37만원)의 에너지 수표를 지급하고 있다. 에너지 전환을 위한 프랑스 전문가 단체인 클레르의 장바티스트 르브랭 소장은 “프랑스 환경에너지관리청(Ademe)에 따르면 단열 상태가 나쁜 주택은 지원 금액을 최대 710유로까지 올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2021년 추가로 지급하겠다고 밝힌 지원금은 100유로에 그친다.

   
▲ 2020년 9월 발트해를 사이에 두고 러시아와 독일을 직접 연결하는 노르트스트림2 천연가스관을 설치하는 러시아 선박이 독일 자스니츠 무크란 항구에 정박해 있다. REUTERS

유럽 에너지정책
요금 인상만 막는 정책의 허점은 무엇보다 에너지 절약처럼 비용 절감에 훨씬 효과적인 방안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르브랭 소장은 “정부의 가스·전기 요금 정책은 프랑스 에너지 전환 정책이 몇 년째 실패를 거듭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우리 사회와 경제의 약점은 지나친 에너지 소비량이다. 이번에도 정부는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방안을 고민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어떤 프랑스 정부도 주택 단열 개선 사업 등으로 에너지소비효율을 높이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 프랑스 국민이 높은 에너지 비용을 치른다는 설명이다.
프랑스 정부는 에너지 가격 상승에 유럽 전력시장의 책임이 크다고 본다. 천연가스 원가 상승만으로는 전력 생산 비용이 오르는 현상을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프랑스에서 가스발전이 전체 발전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밖에 되지 않는다. 실제로 프랑스 전력 도매시장은 유럽 시장, 다시 말해 유럽의 전력 생산 연료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문제는 그 가운데 가스(19%)와 석탄(13%)의 비중이 높다는 것이다.
유럽 전력시장은 한계비용을 가격결정 기준으로 삼는다. 마지막으로 가동하는 발전소가 전력 가격을 결정하는 것이다. 전력이 모자라면 추가로 발전소를 가동하는데, 이때 추가 전력 생산에 들이는 비용이 한계비용이다. 최소 전력 생산 비용인 셈이다. 유럽은 풍력과 태양광 발전소를 가장 먼저, 그다음 원자력발전소를 돌려 전력을 공급한다. 그래도 모자란 전력은 가스와 석탄 등 화력발전소에서 생산한다. 전기에너지는 저장할 수 없어 생산량을 수요량에 항상 맞춰야 하는 특수성이 있다. 그래서 이런 공급 방식을 따른다.
전력망 연결도 문제로 지목된다. 유럽은 나라별로 전력망을 갖추고 있지만, 그 전력망이 서부 유럽 하나로 통합돼 있다. 생산 전력이 국경을 쉼 없이 넘나들면서 전력망으로 연결된 나라들끼리 상호 의존한다. 사실 프랑스는 전력 수요에 대응할 생산설비를 충분히 갖추고 있다. 프랑스 본토에서 쓰는 전력은 대부분 본토에서 생산한다. 그러나 전력 생산의 관건은 1년 동안 쓸 전기를 만들 수 있는지가 아니다. 그때그때 변하는 전기 사용량에 맞춰 공급량을 탄력적으로 조절할 수 있느냐다.
솔리에는 “프랑스가 평소에는 전력 수입량보다 수출량이 많다. 하지만 1년 가운데 가장 추운 2월 무렵 400시간 동안에는 수입량이 월등히 많다”고 설명했다. 프랑스는 난방기기로 전기 라디에이터를 압도적으로 많이 쓴다. 달리 말해 난방 시스템이 취약하다.
유럽 전력시장의 약점 가운데 하나는 너무 다른 발전 방식을 하나로 묶는 것이다. 프랑스는 앞으로도 지금과 같이 원자력 발전 비중을 높게 유지할 것이다. 반면에 독일은 원전에 등을 돌리고 풍력발전을 발전시켰다. 네덜란드는 가스발전 의존도가 높다. 한 나라의 기술적·정치적 선택이 다른 선택을 한 이웃 나라에 직접 영향을 끼친다. 유럽 공동 에너지정책의 부재가 가스값 파동으로 드러난 것이다.

   
▲ 프랑스 북부 밀밭과 유채꽃밭에 설치된 에너지회사 엔지의 풍력발전기. 프랑스 정부는 전기요금과 난방비 부담이 늘어나자 탄소배출 감축을 위한 에너지 전환의 방향을 풍력·태양광이 아니라 원자력 발전으로 틀었다. REUTERS

인위적 가격경쟁
유럽 전력시장 구조도 바꿔야 하지만, 문제는 더 남았다. 마지막으로 가동하는 발전소가 전력 가격을 결정하는 지금의 방식이 괜찮은 걸까? 아니면 이 가격이 소비자가격에 반영되는 방식을 바꿔야 할까?
프랑스 정부가 잘 인식하지 못하지만, 유럽연합이 전력시장에 도입한 경쟁체제 역시 전기요금 인상에 책임이 있다. 프랑스 소비자는 프랑스에서 가장 오래된 전력 공급 회사인 프랑스전력공사(EDF) 말고도 토탈에너지나 알픽과 같은 대안 업체로부터 전력을 공급받는다. 문제는 전력 공급자 간 경쟁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에 가깝다는 점이다. 프랑스전력공사를 제외하고 프랑스에서 전력을 생산하는 업체가 거의 없다. 그래서 대안 공급업체는 소비자에게 판매할 전력의 대부분을 프랑스전력공사에서 산다.
프랑스 정부는 공급자 간 경쟁이 유지될 수 있게 이른바 ‘블루 요금’이라는 규정 요금 제도를 도입했다. 프랑스전력공사가 소비자에게 부과하는 요금이다. 정부는 블루 요금과 경쟁 공급업체에 제시하는 거래 가격의 차이가 크지 않게 블루 요금 인상률을 제한한다. 경쟁 업체가 프랑스전력공사의 독점 지위를 위협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런데 프랑스전력공사의 전기요금은 예전처럼 발전 비용이 아닌 유럽 전력 도매시장의 거래 가격에 따라 매겨진다. 가격경쟁을 인위적으로 유지하려다보니 소비자 전기요금을 지금처럼 올리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프랑스전력공사 규정 요금을 발전 비용과 연동하는 방식으로 바꾸면 프랑스 국민의 난방비 부담이 크게 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요금 책정 방식은 경쟁 체제의 끝을 의미한다.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프랑스전력공사에 더 큰 비중을 둬야 함을 뜻하기도 한다. 현재 프랑스 정부는 에너지 전환의 방향을 원자력발전으로 틀었다.
이번 가스·전기 요금 파동으로 에너지 가격이 상승 추세라는 것을 다시 한번 알게 됐다. 유럽 발전산업은 화석에너지에 의존할수록 취약해질 것이다. 프랑스 정부는 유럽 에너지시장 탓을 하지만, 이번 가격 폭등의 근본 원인은 원료에 있다. 우리가 그토록 놓지 못하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천연가스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21년 11월호(제417호)
Que faire face à la flambée des prix de l’énergie?
번역 최혜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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