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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요현상’으로 수요 폭증
[집중기획 ] 글로벌 원자재 공급난 ① 실태
[140호] 2021년 12월 01일 (수) 마르쿠스 뵘 economyinsight@hani.co.kr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서 아이들 선물을 사줄 부모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장난감을 사고 싶어도 매장에 공급되지 않아 살 수 없기 때문이다. 전자제품이나 생필품까지 공급 부족 문제가 심각하다. 여기에 가격마저 오르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 때문만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공급난이 세계경제 회복에 걸림돌이 될 위험이 충분히 있다고 우려한다. 영국에는 최악의 구인난까지 들이닥쳤다. 어찌 된 일인가. <슈피겔>이 글로벌 원자재 공급난과 브렉시트 이후 영국의 구인난을 짚었다. _편집자

마르쿠스 뵘 Markus Böhm 지몬 부크 Simon Book
크리스티나 크니르케 Kristina Gnirke 마르틴 헤세 Martin Hesse
마르틴 뮐러 Martin U. Müller 토마스 슐츠 Thomas Schulz
팀 제켈 Timm Seckel
게랄트 트라우페터Gerald Traufetter
<슈피겔> 기자

   
▲ 중국의 한 공장 모습. 글로벌 공급난의 원인으로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중국 항구들이 몇 주 동안 문을 닫은데다 에버기븐호 좌초, 미국 텍사스 눈사태, 일본 지진, 대만 가뭄 등이 거론된다. REUTERS

잉고 뢰프너(45)는 마우스 클릭 두 번으로 각 제품의 재고 현황을 파악할 수 있다. 컴퓨터 화면에 띄운 엑셀 파일에서 레고 클래식 재고가 4상자로 표시돼 있다. 장난감 제조업체 브루더의 ‘존디어 트랙터’는 현재 품절 상태고, 그나마 10상자가 입고될 예정이다. 만약 입고된다면 말이다. 방금 원격조종 모터보트 상품은 늦게라도 입고됐다. 뢰프너는 한숨을 쉬며 말한다. “원래 6월에 들어왔어야 하는 상품이 10월에야 겨우 입고됐다. 그래서인지 이제는 이 제품을 찾는 고객이 아무도 없다.”

주문 넣어도 수개월째 무소식
독일 작센주 토르가우에서 뢰프너는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장난감 매장을 운영한다. 구도심의 유서 깊은 건물에 자리잡은 장난감 매장에서 곰인형과 장난감 병정, 플레이모빌 등을 판매하고 있다. 뢰프너는 1685년 이래 12대째 장난감 매장을 물려받아 운영하고 있다. 매장을 리모델링했고 크게 키웠으며 디지털화했다. 연간 매출액은 500만유로(약 67억원)에 달한다. 취급하는 제품 종류만 4만 개에 이른다. 그는 크리스마스 시즌을 위해 주문을 서둘렀다. 평소의 2배인 60만유로에 달한다.
이렇게 대규모로 발주해 입고된 재고도 충분한 양은 아니다. 앞으로 팬데믹 상황이 정상화하면 매장 매출이 3분의 1이나 더 늘어날 텐데 추가 주문이 어렵다며 뢰프너는 한숨을 내쉰다. 그가 제품을 추가 주문할 수 있으려면 컨테이너 선박에서 원자재가 하역되고, 원자재를 실은 트럭이 공장에 도착하고, 공장에서 생산이 이뤄져야 한다. 이런 과정이 현재 이루어지지 않아 제품을 추가 주문할 수 없다. 브루더에는 아무리 주문을 넣어도 수개월째 감감무소식이고, 레고의 경우 뢰프너에게 할당된 연간 주문량이 이미 8월에 소진됐다. 독일의 장난감 제조업체 슐라이히는 아예 주문 자체를 받지 않고 있다.
“이렇게 심각한 공급난은 사회주의 시절에도 경험하지 못했다. 물론 사회주의 시절에도 주문한다고 모두 입고되지 않았다. 그래도 아버지가 러시아제 자동차 라다를 몰고 독일~체코 국경 지역의 에르츠게비르게 지역으로 가서 생산업체로부터 직접 장난감을 받아 트레일러에 싣고 오기도 했다. 그런데 아시아에서 수입하는 장난감을 이런 방식으로 들여올 수 없는 노릇 아닌가.”
독일은 팬데믹 두 번째 가을에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 경험하지 못했던 급성 ‘결핍 경제’(Shortage Economy)를 겪고 있다. 공급난은 분야와 지역을 가리지 않았다. 코로나19 대유행은 공급망을 극한의 상황으로 내몰았고, 심지어 끊어놓기도 했다. 전세계적으로 항구마다 컨테이너 선박들이 바다 위에 떠 있고, 운임 요율은 급등하고 있다. 전세계가 1차 생산품과 원자재 공급난을 겪었고, 공장은 가동을 멈췄다. 거의 모든 제품이 어디든지 최단기간에 공급되는 세계화는 언제라도 부서질 수 있는 불안정한 시스템으로 드러났다.
독일 킬세계경제연구소(IfW)의 추산치에 따르면, 현 공급난은 독일 경제에 400억유로(약 53조6천억원)에 상당하는 비용을 발생시킬 것이라고 한다. 2021년 10월27일 독일 정부는 4월에 발표했던 올해 경제성장 전망치 3.5%를 2.6%로 하향 조정했다. 뮌헨의 독일 ‘IFO 경제연구소’도 2021년 경제성장 전망치를 3.3%에서 2.5%로 하향 조정했다. 독일 국책은행인 재건은행도 글로벌화 속도가 “현저하게 느려졌다”고 수출 대국 독일에 경고했다.
현재 전세계 국가마다 엄청난 경제적 ‘요요현상’이 진행 중이다. 각국 정부의 대규모 지원금이 구매욕을 촉발하면서 각종 매장과 슈퍼마켓 진열대는 빠른 속도로 비어가고 있다. 역설적으로 팬데믹 이후 빠른 경기회복이 오히려 경기회복의 목을 조르는 현실이다. 전문가들이 일컫는 ‘공급난’(shortage)은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며, 신속한 경기회복 분위기도 감지되지 않는다. 따라서 산업계는 팬데믹으로 잃어버린 생산량을 회복하고 창고를 채울 기회를 얻지 못한다.
건설업계 기업의 90%는 원자재 공급난을 호소하고 있다. 자전거 유통업계는 모든 업체가 예외 없이 원자재 공급난을 겪고 있다. 자전거산업협회는 자전거 가격이 10~15% 인상될 것으로 내다본다. 독일 수공업중앙협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관련 업체의 4분의 3이 ‘공급난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뷔르트의 경우 원자재 공급난으로 원자재 입고 기간이 10주로 늘어났다. 독일 슈퍼마켓 체인 알디는 행사 상품 판매 일정을 연기하고 있다. 전체 중소기업의 48%가 철강, 목재, 반도체 수급난을 겪고 있다.
독일 최대 산업인 자동차 제조업체의 매출은 3분의 1이나 급감했다. 건설업계에서는 나사 하나 구하는 것도 행운이 필요하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았다.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5 구매는 이제 기적에 가까운 일이 되었다. 그렇다고 암시장까지 갈 생각은 없어서 얌전히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사람은 플레이스테이션5가 머지않아 입고될 것이라는 전화를 언젠가 받을지도 모른다. 세탁기, 보석, 시계 혹은 운동화 등도 부분적으로 공급에 수개월이 소요되며 설령 공급되더라도 엄청난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

크리스마스 때 가격 폭등 예상
이 모든 일이 크리스마스를 불과 몇 주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일어나고 있다. 전문가들과 관련 산업협회들은 크리스마스 선물을 일찌감치 사들이거나 대안을 고민하거나 가격 인상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조언한다.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분명히 비싸질 것”이라고 독일 IFO 경제연구소는 경고한다. 하지만 IfW 연구원 홀거 괴르크는 결핍 경제에서 핵심적인 문제가 바로 “현 공급난이 일시적 현상인지, 아니면 지속적 현상이 될 것인지”에 있다고 한다.
일부 대기업이 ‘적기공급생산’(재고를 쌓아두지 않고 필요한 때 제품을 공급하는 생산방식) 원칙에 따라 공급망 최적화와 비용 절감을 한 것이 부메랑으로 되돌아온 것일 수도 있다. 아주 단순한 오류 하나만 발생해도 최대한의 비용 절감에 맞춰진 물류는 일대 혼란에 빠질 수 있다.
최근 발생하는 글로벌 원자재 공급난의 원인은 다양하다. 일단 중국 항구들이 코로나19 확산으로 몇 주 동안 문을 닫았다. 2021년 봄 수에즈운하의 에버기븐(Ever Given)호 좌초 사고 외에 미국 텍사스 눈사태, 일본 지진, 대만 가뭄, 그리고 인도네시아 홍수도 있었다. 미국인들은 이를 ‘대환장파티’(clusterfuck)라고 부른다.

   
▲ 2021년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춰 독일에서는 레고 등 장난감 주문이 폭주하지만, 원자재 공급난으로 장난감 제조업체들은 아예 주문 자체를 받지 못하는 형편이다. REUTERS

빈번해진 기후위기 등 치명적 외부 충격
컨설팅기업 매킨지는 글로벌 생산을 저해하는 이러한 외부 충격이 앞으로 더욱 빈번하고 치명적으로 일어날 것이라고 2020년에 경고한 바 있다. 그 원인은 극단적 기후 현상, 뜻하지 않은 사건·사고, 그리고 코로나19 대유행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이러한 외부 요인은 언젠가는 극복될 수 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부추긴 미국과 유럽의 무역전쟁은 지속적인 피해를 야기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바이 아메리카’(Buy America) 계획과 해외 기업에 대한 관세 부과 등 보호무역주의 대책은 강대국들의 상호 제재라는 악순환을 야기했다. 그 여파가 전세계의 점점 더 많은 지역으로 전파되고 있으며, 반작용을 부추기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의 구조는 이미 상당히 약화했다. 영국은 자국에 피해가 되돌아올 것까지 감수하면서 해외 노동력과 수입업체들을 쫓아내고 있다. 그 여파가 자국의 주유소 기름 대란으로 이어지더라도 말이다. 유럽연합(EU)은 탄소 국경세 도입 등 해외 경쟁업체들로부터 유럽 기업들을 보호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기업인 슈테판 베르케스 같은 사람들에게 이는 전혀 긍정적인 징조가 아니다. 베르케스는 전자제품, 가구, 가축 사료 등을 아시아에서 수입하고 있다. 대다수 수입품은 이윤이 크지 않는 저가제품으로 대형 할인마트에서 특가상품 위주로 판매한다. 그의 사업은 수년간 순탄하게 이루어졌는데, 이제는 그도 아시아에서 보호무역주의 문제를 피부로 느끼고 있다.
중국은 오스트레일리아와 무역전쟁을 시작한 후, 석탄을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더는 수입하지 않는다. 그 결과 중국은 유례없는 전력난을 겪으며, 적잖은 중국 공장들이 가동을 멈췄다. 물류도 완전정지 상태다. 컨테이너 선박의 운임 요율이 폭발적으로 인상됐고, 항구마다 선박들의 적체 현상으로 운행 시간이 거의 2배로 늘어나는 등 불운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그렇다고 항공편을 이용하는 것도 현재 운임 요율을 고려하면 수지타산이 전혀 맞지 않는다. 아시아에서 수입한 개 사료 8t을 항공편으로 공수하는 데는 무려 6만4천달러(약 7500만원)가 들어간다. 베르케스는 항공편 이용이 완전히 비경제적이라면서, 개 사료를 유럽 현지에서 생산 의뢰하는 것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산업 전반에 나타난 도미노효과
사실 ‘리쇼어링’(국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이 항상 수지타산이 맞는 것은 아니다. 독일 가전제품 브랜드 밀레가 대표적인 사례다.
밀레는 세탁기, 건조기 및 식기세척기 대부분을 독일 본국에서 생산한다. 심지어 전자제품의 플레이트도 현지에서 땜질 작업을 거친다. 하지만 플레이트에 올리는 콘덴서는 대부분 아시아에서 수입한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아시아에서 수입해야 한다. 하지만 코로나19 대유행 여파로 콘덴서 생산이 중단됐다. 그 결과 소비자는 일부 세탁기 모델의 경우 주문 후 최대 16주, 식기세척기는 12~14주 정도 기다려야 받을 수 있다.
독일 IFO 경제연구소의 클라우스 볼라베 연구원은 이를 ‘도미노효과’라고 부른다. 도미노효과는 현재 모든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다. 작은 부품이 하나라도 부족하거나 촘촘한 글로벌 무역망에 아주 미세만 금이 하나라도 생기면 상당한 여파를 초래해 소비자는 무조건 기다릴 수밖에 없다.

ⓒ Der Spiegel 2021년 제42호
Der große Ausverkauf
번역 김태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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