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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틴 뮐러 Martin U. Müller 토마스 슐츠 Thomas Schulz
팀 제켈 Timm Seckel
게랄트 트라우페터Gerald Traufetter <슈피겔> 기자

▲ 탄소중립에 대한 인식이 커지는데다 공급난이 겹치면서 자전거 등 친환경 중고 제품 거래가 크게 늘고 있다. REUTERS

국제통화기금(IMF)의 최근 통계치만 봐도 독일이 자유무역에 얼마나 의존하는지 잘 알 수 있다. IMF는 ‘포스트 코로나’ 경제성장 전망치를 이전 수준 그대로 유지하지만, 독일 경제성장 전망치는 하향 조정했다. 바덴뷔르템베르크주립은행(LBBW)의 이코노미스트들에 따르면 독일은 중국,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미국, 유럽 국가 등 30개 이상 국가 중에서 수입시 공급 시간이 가장 오래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은 하필 독일 경제에서 대표적 경쟁력으로 칭송받는 효율성이다.
독일 경제는 경쟁국들보다 적기공급생산에 더욱 주력했고, 창고 보관 시스템을 최적화했다. 또한 수출 대국 독일은 자원 부족 국가다. 제품을 독일 국내에서 가공해 전세계로 수출하려면, 일단 수입해야 하는 원자재와 1차 생산품이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을’의 위치 중소기업에 최악 리스크
LBBW에 따르면 글로벌 공급망에서 을의 위치에 있는 중소기업에 공급난은 최악의 성장 및 수익 리스크를 의미한다. 독일에서 자전거를 유통하는 로즈바이크 같은 기업이 이에 해당한다. 마르쿠스 디크만 대표는 독일 보홀트시에 으리으리한 자전거 체험관을 세웠다. 물론 지금은 코로나19로 체험관이 반강제 휴업 중이다. 체험관 제일 위 3개층의 절반은 비어 있다. 평소에는 전기자전거가 전시됐던 곳에 무료한 공허함이 겹겹이 쌓여 있다. 대신 수백만유로 상당의 부품이 창고에 수북하게 쌓여 있다. 지금 부족한 것이 있다면 완제품 자전거일 뿐이다. 디크만 대표는 “아시아에서 수입해야 할 부품이 계속 부족한 상황이며, 자전거 전체 부품의 10%가 없어서 완제품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로즈바이크는 2021년에 애초 예상했던 1억8천만유로가 아닌 1억5천만유로 매출을 올리는 데 그칠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디크만 대표는 차라리 손에 쥘 수 있는 것은 모두 구매하는 리스크를 안기로 결정했다. 재고 물량을 3배로 늘렸고, 6천만유로 상당의 제품을 구매했다. “그래야만 로즈바이크가 크리스마스 시즌에 완제품 형태로 자전거를 납품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디크만 대표가 일단 스스로 재정을 충당해야 하는 리스크를 짊어져야 한다.
디크만 대표는 장기적으로 수입 물량을 줄여야만 글로벌 공급난에 대처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공익사업 ‘무역인들이 무역인들을 지원한다’(Händler helfen Händlern·코로나19 대유행으로 독일 전국에서 비필수 매장들이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에서 2020년 3월19일 설립된 이니셔티브)를 통해 디크만 대표는 팬데믹 동안 다양한 업계의 중국 기업인들과 대화할 기회가 있었다. 대다수 중국 기업인은 중국의 강력한 경제성장과 원자재 수급으로 자국 내 판매 물량은 늘리고 수출 물량은 줄여야 했다고 전했다. “그렇게 되면 유럽은 빈손으로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은 기회도 내포하고 있다. 어쩌면 그다지 글로벌하거나 효율적이지는 않지만, 그만큼 더 친환경적 경제를 수립할 기회 말이다. 또한 외국산 대신 현지 원자재와 1차 생산품을 더 많이 활용하며, 휴대폰에서 바지에 이르기까지 중고 제품을 더 많이 활용하는 경제 수립에 대한 기회 말이다.
소비자는 이미 오래전에 이 지점에 도달했다. 물론 선택의 여지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최근 이베이 중고 상점이 활황이다. 이베이에서 중고 제품 거래 건수는 지난 1년 반 동안 무려 3배나 늘었다. 2021년 3월 이용자 수가 최초로 4천만 명을 넘어섰다. 이는 2020년보다 20%나 늘어난 수치다. 특히 중고 자전거 광고 건수는 40%나 큰 폭으로 늘었다. 장난감, 전자제품 및 가구 중고 거래도 두 자릿수로 증가했다. 중고 자동차만이 예외적으로 수요가 거의 없다.
또한 산업계에서 사고의 전환이 시작됐다. 탄소배출 비용은 점점 늘어나고 탄소중립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운동화 한 켤레를 80유로에 팔기 위해 유해한 탄소를 내뿜는 디젤 컨테이너 선박을 운항하는 것이 정말로 경제적이고 책임 있는 자세일까? IfW 연구원 홀거 괴르크는 탄소세 자체만으로도 “기업에는 원자재를 수입할 동인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대신 유럽을 비롯한 ‘기후 친화적인’ 국가들의 공급업체가 매력적인 대안이 될 것이라고 한다. “이는 탄소중립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기나긴 물류 과정이 생략될 수 있다면 물류 대란을 막는 효과도 가져온다.”
기나긴 물류 과정의 생략이 대량생산에 어떻게 작동되는지는 묀헨글라트바흐의 옛 붉은벽돌 산업 창고에서 시도되고 있다. 패션업체 C&A는 이곳에서 얼마 전부터 청바지를 다시 만들고 있다. 가족기업 C&A는 25년 전까지만 해도 이곳에서 의류를 제작했다. 우베 간스포르트 매니저는 C&A가 “패션업계 전체가 걸어갔던 길을 걷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C&A는 폴란드, 루마니아 그리고 방글라데시로 공장을 옮겼다. 본사와 공장의 거리는 점점 멀어졌고, 임금은 낮아졌고, 전체 시스템은 점점 복합적이고 취약해졌다.

‘메이드 인 유럽’ 부활의 기회
간스포르트 매니저는 직원들이 기계의 보조 역할을 하는 아주 현대적인 생산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C&A의 미래 생산 청사진은 공급망 단축, 고도로 자동화된 생산공정, 유연한 기계 등으로 ‘메이드 인 유럽’(Made in Europe)을 부활시키는 것이다. C&A는 이를 위해 500만유로를 투자했다. 연간 42만 개, 하루 2천 개의 바지가 생산된다. 바지 오프라인 판매가격을 “100유로 아래로 확 떨어뜨리는 것”이 간스포르트 매니저의 목표다.
C&A 공장은 친환경 에너지에서 생산된 전기를 사용하고, 하수는 정화된다. 유기농 면화는 앞으로도 수입해야 한다. 수입에 따른 복잡성을 계속 줄여나가고 현지 생산을 지속하더라도 리스크는 여전히 남는 셈이다. 게다가 최근 공급난으로 C&A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계획대로라면 이미 오래전에 생산공정이 정상화돼야 했는데, 여전히 실험 공정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절단용 로봇 공급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 Der Spiegel 2021년 제42호
Der große Ausverkauf
번역 김태영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