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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난 가중에도 정부 ‘시큰둥’
[ISSUE] 프랑스 최저임금 인상?
[140호] 2021년 12월 01일 (수) 뱅상 그리모 economyinsight@hani.co.kr

코로나19 충격 이후 프랑스 경기가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하면서 기업이 인력난에 부딪혔다. 임금을 올려야 한다는 말이 나오지만 정부 개입 없이는 힘들다.

뱅상 그리모 Vincent Grimault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 2021년 9월 프랑스 리옹 국제외식·호텔·식품박람회(SIRHA) 기간에 열린 ‘보퀴즈 도르’ 요리 경연대회의 평가위원들. 프랑스에서 임금이 낮고 노동환경이 열악한 대표적 업종이 호텔·외식업이다. REUTERS

후폭풍을 조심하라! 프랑스 경제와 사회에선 몇 달째 암울한 전망이 끊이지 않았다. 진짜 문제는 부분적실업급여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기업지원책이 끊긴 다음이라는 경고등이 사방에서 켜졌다. 그런데 2021년 가을은 구조조정과 대량실업 소식이 아닌 노동자 급여 인상론으로 떠들썩하다. 불과 몇 주 전만 해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이를 어떻게 설명할까. 첫째로 프랑스 경기가 예상보다 빨리 회복했다. 프랑스 고용률은 2021년 여름 코로나19 유행 이전 수준을 따라잡았다. 부분적실업제 덕에 기업이 노동자를 거의 해고하지 않고 빠르고 강력하게 영업을 재개할 수 있었다. 18개월 이어진 정부 지원으로 기업 재정 상황도 나쁘지 않다. 2021년 1분기 비금융업 기업의 이윤율(수익성 지표)이 35.9%에 이르렀다. 프랑스 통계청(Insee)에 따르면 1949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2020년 급감한 배당금도 2021년 반등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2019년 수준에 가까워질 것으로 보인다. 친기업 성향의 브뤼노 르메르 경제장관조차 2021년 1월 “회사가 (창출된) 가치를 더 잘 공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익 분배를 둘러싼 논의가 프랑스에서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독일(철강업), 영국(최저임금), 미국(아마존·맥도널드) 등 여러 나라에서 최근 몇 년간 사용자가 임금 인상을 피할 수 없었다.

지금이냐 나중이냐
프랑스도 다른 나라를 따라 발걸음을 재촉해야 할 때 아닐까? ‘절대 안 된다’고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은 입 모아 말한다. 경제전망연구소 코렉스코드(COE-Rexecode)의 드니 페랑 소장 역시 그중 한 명이다. 친기업 성향인 페랑 소장은 “지금 프랑스 기업의 재정이 좋은 것은 사실이나, 이는 특수한 상황(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지원책)에 따른 결과”라고 말했다. “일부 산업에선 임금 인상을 고려해볼 수 있다. 그러나 최근 40년간 프랑스 산업 전반에서 부가가치가 기업에 유리하게 분배된 기형적인 일은 없었다.”
경제학자 파트리크 아튀스도 같은 생각이다. 그는 최근 발간한 책에서 대부분의 선진국이 ‘임금 쥐어짜기’를 한다고 고발했다. 그는 프랑스가 그와 정반대로 “임금이 생산성보다 가파르게 증가했다. 기업의 수익성이 과도하게 높지 않은데 이를 줄이는 것은 위험하다”고 주장한다. 경제학자 미레유 브뤼예르 역시 자본 의존도가 낮고 노동 의존도가 높은 기업은 인건비가 많이 들어가 수익성이 낮다”며 “그런 기업은 유연한 재정 운영이 어렵다”고 말했다. 브뤼예르는 툴루즈 2대학 소속 노동경제학자이자 신자유주의 반대 경제학자 모임인 ‘에코노미스트 아테레’의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물론 최근 몇 년간 프랑스 노동자의 평균임금이 물가상승률을 꾸준히 따라간 것은 사실이다. 몇 군데 구멍이 있어도 프랑스 가계 구매력 역시 전반적으로 올랐다. 그러나 전체를 묶어 낸 평균값은 개별값 사이의 큰 격차를 뭉개버린다. 사다리 아래 노동자의 처지를 가린다. 세계화와 저임금 국가 간 경쟁, 탈공업화, 자동화와 같이 몇십 년에 걸쳐 거시경제를 바꾼 큰 변화가 (급여가 꽤 높은) 제조업 일자리를 없애고 그 자리에 (급여가 낮은) 서비스업 일자리를 채워넣었다. 게다가 노조 약화, 기업의 일자리 외주화, 노동유연화로 노동자가 뿔뿔이 흩어지면서 대규모 노동운동을 꾀하기가 어려워졌다.
그 결과, 일해도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프랑스 불평등연구소에 따르면 빈곤선(중위소득의 60%) 아래에서 생활하는 프랑스 인구는 2017년(가장 최근 통계) 210만 명에 이른다. 코로나19로 깨달은 점이 있다면 우리 사회는 수백만 명의 저임금 필수노동자가 떠받치고 있다는 것이다. 위기의 춤사위가 (바라건대) 끝났으니, 이제 악단에 수고비를 치러야 할 때다. 더욱이 최근 에너지 비용이 급증해 저소득층의 걱정거리가 또 하나 늘었다. 겨울은 다가온다.

시장의 자정능력
시장의 자정능력을 기대해도 될까? 몇 주 전부터 여러 회사가 고용에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면 어느 정도 희망이 있어 보인다. 하지만 지금 인력난은 경기가 좋아지면서 나타나는 일시 현상에 가깝다. 게다가 코로나19는 경제구조도 바꿔놓았다. 회복에 시간이 걸리는 업계(호텔·외식, 여가, 교통 등)가 있는가 하면, 갑자기 늘어난 일감에 인력 충원이 시급한 업계(의료, 건축, 정보 등)도 있다. 그래서 시장이 자정능력을 발휘하는 데 시간이 다소 걸릴 것이다.
노동부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2015~2019년 이미 프랑스 산업 전반에서 구직자 수가 감소세에 들어섰음을 알 수 있다. 제조업과 같이 숙련노동자가 만성적으로 부족한 업계만 그런 것이 아니다. 이 기간에 인력난의 가장 큰 배경은 낮은 급여와 열악한 노동환경이다. 대표적으로 호텔·외식업이 그렇다.
업계도 거센 비난을 못 이겨 당장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호텔업 사용자 단체인 호텔산업종사자연합(UMIH)이 노조와 협상에 나서기 전부터 노동자 임금을 6~9% 인상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프랑스 경제전망연구소(OFCE)의 마티뇌 플란은 “코로나19로 달라진 점이 있다면 힘의 균형추가 구직자 쪽으로 좀더 기울었다는 점이다. 이제 고용시장에서 기업이 서로 경쟁해야 한다. 실업자가 넘쳐나 선택의 폭이 넓었던 때와는 다르다”고 말했다.
업종별 협상과 기업 내 협상 모두 평소보다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협상으로 임금 전반이 상승하는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경제학자들은 말한다. 경제연구소 제르피의 올리비에 파세 소장은 (노동자 분산화와 주주 압박 등) 구조적으로 생긴 저임금 문제가 노사 협상만으로 해결되지 않으리라 본다. 미국에서도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노동자가 무더기로 퇴사하는 사태가 벌어지지만, “민간부문 비관리직 구매력은 2021년 3월부터 꾸준히 떨어지고 있다”고 파세 소장은 말했다.

   
▲ 2021년 10월 프랑스 파리 북부 몽마르트르 포도밭에서 일꾼들이 잘 익은 포도를 따서 나르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프랑스 산업 전반에서 구직자 수가 감소세에 접어들었다. REUTERS

정부의 지렛대
시선은 자연히 정부에 쏠린다. 정부가 임금을 직접 끌어올릴 수는 없어도 다른 여러 지렛대를 쓸 수 있다. 첫 번째로 공공부문 노동자 처우를 개선하는 방안이 있다. 돌봄·교육 분야를 비롯한 공공부문은 프랑스와 처지가 비슷한 다른 나라보다 임금이 낮은 편이다. 게다가 대부분 노동자의 임금이 몇 년째 오르지 않았다.
두 번째 지렛대는, 민간부문 저임금 노동자 지원책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주요 국정 과제로 노동 유인책을 통한 빈곤 해소를 내세웠다. 하지만 구체적 방안에서 노동자 임금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정책을 배제했다. 대신에 기업이 (공제받은 세액으로) 노동자에게 특별상여금(2018년, 2020년)을 주거나, (2019년 ‘기업성장과 전환을 위한 행동계획’에 따라 면제받은 사회분담금으로) 노동자 임금에서 변동급여 비중을 높이도록 유도했다. 그리고 저소득 노동자에게 지급하는 근로장려금을 인상했다. 결국 부족한 임금을 전부 국가재정으로 보전한 셈이다.
마크롱 정부의 이런 전략이 기업에는 횡재나 다름없다. 지출 관리가 가능한 선에서 단기적으로 노동자에게 주는 돈은 늘어나지만, 장기적으로 나가는 임금은 그대로다. 반면 노동자는 얻는 게 하나도 없다. 정부지원금은 언제든 끊길 수 있어 소득이 불안정해졌다.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깎을 수 없는 임금과는 다르다. 경력에 따라 임금이 오르는 속도도 줄었다. 특별상여금이든 근로장려금이든 사회분담금을 떼지 않아 퇴직하고 연금으로 돌려받지 못한다.
좌파 정치인 사이에서 기업 부담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몇 년 동안 고용주에게 사회분담금을 감면해주는 정책을 손봐야 한다는 것이다. 미레유 브뤼예르는 “저소득 노동자에게 유리하게 업종별로 임금표를 개정하도록 정부가 강제할 수 있다”며 “저소득층 임금이 제자리걸음인 것은 고소득층 임금이 급격하게 오른 탓도 있다”고 지적했다. 마티외 플란은 “그보다 간접적이지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방식으로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으로 국내 경제 긴장도가 높아져, 결국 임금 인상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최저시급 인상 버튼
정부는 누르는 즉시 효과를 내면서 국가재정에 타격을 주지 않는 버튼을 이미 손에 쥐고 있다. 최저임금(SMIC) 인상 버튼이다. 프랑스 최저임금은 주변 나라에 견줘 높은 편이지만, 2012년 7월 이후 (물가상승률과 연동한 때를 제외하고) 한 번도 오른 적이 없다. 자유주의 경제학자는 최저임금을 올리면 기업의 비용 부담도 늘어나지만, 무엇보다 저숙련노동자에게 피해가 돌아갈 것이라고 주장한다. 저숙련노동자는 고용 비용 대비 생산력이 낮아 일자리를 찾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노동부가 2년 전 발표한 연구보고서를 보면 노동자는 한때 최저임금을 받고 일해도 계속 그 상태로 머물지 않는다. 최저임금은 ‘저임금의 덫’이 아니라 노동시장 진입 통로에 가깝다. 최저임금 올리기? 근처 카페에서 나누기 좋은 이야기 소재다. 그렇게 적은 돈을 받고 커피를 가져다줄 노동자가 있으면 말이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21년 11월호(제417호)
Faut-il augmenter les salaires?
번역 최혜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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