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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치 못 끄는” 일중독자
[SPECIAL REPORT] 세기의 기업가 일론 머스크 해부- ② 기질
[140호] 2021년 12월 01일 (수) 지몬 하게 economyinsight@hani.co.kr

지몬 하게 Simon Hage
기도 밍겔스 Guido Mingels
<슈피겔> 기자
헬레네 라우베 Helene Laube 자유기고가

   
▲ 일론 머스크는 머릿속에 항상 아이디어 100만 개가 돌아다닌다고 할 정도로 아이디어뱅크다. 그는 야심차게 ‘스타베이스’라는 이름의 우주 신도시 계획을 세웠다. 일론 머스크 인스타그램

“수많은 사람이 일론 머스크가 되고 싶어 하지만 그러지 못합니다.”
유명 팟캐스터이자 코미디언인 조 로건이 일론 머스크와의 인터뷰에서 던진 말이다. 이에 대한 머스크의 답은 “사람들이 실제로 일론 머스크가 되는 것에 그렇게 즐거움을 느낄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였다.
“일론 머스크로 살아가면서 무엇이 가장 어려운가요.” 로건의 질문이 이어졌다. 머스크의 답은 이랬다. “스위치를 끄는 것이 몹시 어렵다.”(머리에서 일 생각을 지우고 휴식하는 게 가장 어렵다는 뜻.)

무궁무진한 아이디어뱅크
머스크는 실제로 ‘스위치’를 끄지 못한다. 머릿속에는 항상 아이디어 100만 개 정도가 돌아다닌다. ‘일론 머스크’를 구글에 검색하면 그의 무궁무진한 아이디어가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잘 알 수 있다. “머스크는 스타베이스(Starbase)라는 이름의 우주 신도시를 건설할 계획이다. 머스크는 2026년 화성에 인간을 보내려 한다. 그는 더 환경친화적인 비트코인을 만들려 한다. 사람의 두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려 한다. 대대적으로 교육을 개혁할 계획이다. 위성으로 차량과 인터넷을 연결할 계획이다.”
독일 출신의 우주공학 엔지니어 한스 쾨니히스만(58)은 20여 년 전 미국 캘리포니아주 남부의 모하비사막에서 열린 로켓광들의 모임에서 머스크와 처음 마주쳤다. 머스크는 모하비사막의 쌀쌀한 2월 날씨를 예측하지 못하고 얇은 가죽 점퍼 차림으로 나타났다.
그로부터 몇 달 뒤 머스크가 스페이스X를 설립했다. 머스크는 쾨니히스만에게 연락해 그를 직원 1호로 채용했다. 그리고 당시 모하비사막에서 만난 엔지니어들도 스페이스X 직원으로 채용했다. “머스크는 당시 자본금 3억달러를 갖고 있었다. 나는 이 정도면 우주항공업체 3년을 운영하는 데 충분하다고 생각했다”고 쾨니히스만은 말했다. 2만여 명이 일하는 미 항공우주국(NASA) 같은 곳이 아니라 “일종의 차고 같은 곳에서” 200명이 일하는 업체가 로켓을 만든다는 생각은 쾨니히스만에게 충분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성장하고 베를린과 브레멘에서 우주항공 기술을 전공한 쾨니히스만은 1990년대에 미국으로 이민 갔고, 캘리포니아주의 우주항공업체 마이크로코즘(Microcosm)에서 일했다. 쾨니히스만은 스페이스X에서 로켓 발사 선임엔지니어로서 “로켓 발사만 100여 회를 시험했다”고 한다.
스페이스X 본사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중심지에 있는 호손이나 공항에서도 멀지 않다. 생산기지 지붕에 세워진 거대한 ‘X’자가 눈에 들어온다. 출입구 앞에는 ‘팰컨9’(Falcon 9)이 하늘을 향해 솟아 있다. 팰컨9은 스페이스X가 2015년 12월 최초로 발사한 2단 발사체로, 우주비행 뒤 성공적으로 다시 지구에 착륙했다.
쾨니히스만은 <슈피겔> 취재진을 본사 메인홀로 안내했다. 메인홀 천장에는 스페이스X가 궤도로 쏘아 올린 최초의 우주선 드래곤이 걸려 있다. 쾨니히스만이 ‘어항’이라고 불리는 대형 유리 공간의 통제센터를 가리켰다. 로켓과 우주선 발사를 조종하는 곳이다. 통제센터는 쾨니히스만의 제국이기도 하다.
통제센터 바로 옆에는 구내식당이 있다. 구내식당에서 식사하면서 통제센터에 길게 줄지어 놓인 모니터의 데이터를 분주하게 지켜보는 엔지니어들을 관찰할 수 있다. 특별히 현란해 보이는 것은 없지만 “통제센터에서 현재 스타링크22(Starlink 22)가 준비 중”이라고 쾨니히스만은 설명했다. 이날 위성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의 22번째 발사에서 위성 60기가 ‘팰컨9’에 실려 우주궤도로 발사될 예정이다.
팰컨9은 이후 다시 지구로 돌아와 바다 위에 떠 있는 ‘OCISLY’라는 이름의 무인 해상 바지선에 착륙할 예정이다. OCISLY는 ‘Of Course I Still Love You’(당연히 나는 너를 여전히 사랑한다)의 줄임말이다. 작명이 머스크답다. 이 이름은 영국 스코틀랜드 출신의 공상과학(SF) 작가 이언 뱅크스에 대한 오마주로, 그의 소설 <게임의 명수>(The Player of Games)에 나오는 지구 크기의 우주선 이름이기도 하다.
스페이스X의 자회사 스타링크는 머스크가 운영하는 기업 중 가장 과소평가됐다고 업계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우주에서 인터넷 접속을 위한 위성 접시안테나는 이미 있지만, “제대로 시작하려면 최소 1년은 더 걸린다”고 쾨니히스만은 말했다. 그래도 그 기간이 지나면 스타링크는 “화성 탐사 재정 충당에 필요한 자금을 벌어들일 것”이라고 한다. 위성인터넷 서비스 기술이 충분히 발전한다면 오히려 지상에서의 인터넷 서비스보다 우위에 서게 될 것이라고도 한다.
그뿐만 아니다. 위성인터넷 서비스는 머스크의 전기자동차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래서 테슬라의 전기자동차 전체가 촘촘하게 인터넷과 연계되면 자율주행의 지속적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스타링크에 뒤질세라 아마존이 우주 인터넷 사업 ‘카이퍼’(Kuiper)를 시작한 것만 봐도 스타링크의 중요성을 잘 알 수 있다.

   
▲ 머스크는 부유하고 영향력 있는 엘리트층에게만 매력적인 아이디어를 내놓는다는 비판도 받는다. 일론 머스크 인스타그램

중언부언 없는 소통 방식
쾨니히스만은 2021년 직위에서 물러나 현재는 고문으로만 활동한다. “머스크 아래에서 18년 이상 책임자로 일했다. 이렇게 오랫동안 자리를 지킨 사람은 내가 유일하다.” 쾨니히스만의 자부심이 가득한 어투에도 피곤함은 지울 수 없다. 그는 머스크와의 소통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머스크는 미국적이지 않고 오히려 독일적인 소통 방식을 가졌다고 한다. “머스크는 중언부언이나 일체의 미화가 없고 상대방에게 아픈 말이라도 직설적으로 한다. 어디에서 업무 진행이 막히는지 파악하려 한다.” 미국인들은 보통 이런 방식의 소통을 낯설어하지만, 머스크는 천성적으로 이를 해낸다고 한다.
쾨니히스만은 “머스크와 나, 둘 모두 기술적으로 사고한다”고 말했다. 머스크는 어느 직종의 직원들보다 더 엔지니어의 말에 귀 기울였다. 머스크와 소통하려면 마치 기계처럼 사고해야 한다고 쾨니히스만은 말했다. “머스크는 기계처럼 움직이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머스크는 대체 어떻게 해서 민간은 물론이고 국영 우주탐사기업들보다 앞서가게 됐을까? “우리는 여느 우주탐사기업들보다 훨씬 더 많은 리스크를 감수한다. 우리는 발사하고 착륙에 실패하더라도 성공할 때까지 시도한다는 정신으로 도전해왔다.” 이런 사고방식은 NASA나 유럽우주청(ESA·European Space Agency)에는 낯선 것이다. 쾨니히스만은 “NASA나 ESA에서는 일단 5년 동안 실현 가능성을 조사하는 타당성 조사를 하는데, 이후엔 결국 아무런 시도도 이뤄지지 않는다”고 무시하는 투로 말했다. 반면 스페이스X는 로켓이 고장 나도 “이를 통해 새로운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면 큰 문제가 아니다”라고 한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호손에는 머스크의 스페이스X 외에 테슬라디자인센터(Tesla Design Center)가 있다. 그 맞은편에는 머스크의 굴착회사 보링컴퍼니(Boring Company)의 하이퍼루프(저압의 튜브 안에서 공기압 차이를 이용해 빠르게 이동하는 초고속열차) 프로젝트를 위한 길이 2㎞ 테스트 트랙 입구가 있다.
이곳은 어디로 시선을 돌리든 머스크의 세계가 펼쳐 있다. 머스크는 보링컴퍼니를 통해 로스앤젤레스나 라스베이거스 등의 대도시 지하에 터널을 건설해 만성적인 교통체증을 해결하려 한다. 하이퍼루프를 통해 도시들은 초고속열차로 연결될 계획이다. 워싱턴에서 뉴욕까지 초고속열차로 30분 만에 도착할 수 있게 된다. 스타링크와 하이퍼루프, 두 프로젝트는 현재 당장 응용 가능하다기보다는 비전에 더 가깝다.
스페이스X가 제작한 로켓이 실제로 발사돼 우주를 향했다가 다시 지구에 착륙하는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우리는 오랫동안 사람들의 비웃음을 샀다”고 쾨니히스만은 말했다. “스페이스X가 팰컨9에 성공하자,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들 했다. 두 번째 로켓과 세 번째 로켓의 발사 성공 후에도 주위 반응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제는 머스크가 스페이스X와 화성 탐사에 누구보다 진지하며, 인류가 두 개 이상의 행성에 존재해야 한다고 정말 믿는다는 사실을 의심하는 이는 단 한 명도 없다.
머스크는 로켓과 우주캡슐이 결합한 형태인 재활용 가능한 우주선 ‘스타십’(Starship)으로 이 꿈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갔다고 확신한다. 이제는 NASA조차 이를 확신하고 있다. NASA는 아폴로 프로그램 이후 처음으로 29억달러(약 3조4천억원)짜리 달착륙 탐사 프로젝트를 스페이스X에 의뢰했다. NASA의 지원으로 스페이스X는 스타십을 개발해 미국인 우주비행사들을 달에 착륙시킨다. 머스크는 목표 시점이 2024년이라고 했다. 그리고 머스크는 2030년까지 화성 착륙을 계획하고 있다.
실리콘밸리 역사학자 프레드 터너 미국 스탠퍼드대학 교수에 따르면,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이나 일론 머스크 등 슈퍼 기업인들이 지구를 벗어나 우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이유와 로켓으로 우주를 정복하려는 이유는 명약관화하다. “이들에게 로켓은 남근과 같은 상징을 갖고 있다.”
터너 교수는 이들에게 우주탐사는 ‘자아(에고) 프로젝트’이자 남성의 광기나 다름없다고 평가절하한다. 원래 머스크의 팬이던 터너 교수는 저서 <반문화에서 사이버문화로>(From Counterculture to Cyberculture)에서 캘리포니아의 디지털 공룡기업 탄생을 히피 운동의 연장선상에서 바라봤다.
“결론적으로 사회에 득보다는 해악을 더 많이 끼치는 아마존·구글·페이스북과 달리, 테슬라는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바꿀 잠재력이 있다.” 하지만 터너 교수는 “개인적으로 나는 절대 화성에 이주하고 싶지 않다”면서 스페이스X만큼은 거두절미하고 냉정하게 평가한다. 머스크의 에너지를 차라리 지구에 집중했으면 한다. 화성 탐사는 “그냥 미친 짓에 불과”하다.
그러나 머스크는 수차례 불가능해 보이는 것을 해냈다. 그래서 그가 이제 무엇을 시도해도, 세상에서 가장 미친 아이디어를 제안해도 일반 대중은 진지하게 받아들인다. 머스크의 야심만만한 비전이 눈먼 짓이라고 비판하는 사람들을 이제 찾아보기 힘들다.

   
 

“엘리트층에만 매력적인 사업” 비판도
재럿 워커는 머스크를 여전히 비판하는 소수에 속한다. 미국 포틀랜드의 유명한 대중교통 전문가이자 컨설턴트인 워커는 머스크의 일부 사업 구상이 “엘리트 심리가 투영된” 완벽한 사례라고 비판한다. “머스크의 일부 아이디어는 부유하고 영향력 있는 엘리트층에는 매력적으로 보인다. 그래서 엘리트층은 머스크의 아이디어가 사회 전체에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
머스크가 보링컴퍼니를 통해 도심에 차량용 지하터널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구상은 완전히 난센스라고 워커는 일축한다. “도심 지하터널 네트워크는 도심 교통문제를 전혀 해결하지 못한다.” 또한 전기자동차는 환경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지 모르나, 도심의 만성적인 주차난에는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했다. 워커가 한번은 머스크를 비판하는 글을 트위터에 올리자, 머스크는 “귀하는 바보입니다”라는 차가운 어조의 댓글을 달았다.

ⓒ Der Spiegel 2021년 제41호
Der Überflieger
번역 김태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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