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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이 월급으로 어떻게 살지?
[핀란드 복지국가 산책]
[140호] 2021년 12월 01일 (수) 신소영 soyoung.fin@gmail.com

신소영 자유기고가

   
▲ 핀란드 수도 헬싱키의 거리에서 아이들이 자전거를 타고 있다. 핀란드에서는 시민은 물론 시민권이 없는 외국인노동자까지 소득에 따라 다양한 양육 지원을 해준다. REUTERS

핀란드에서 살 때의 일이다. 핀란드의 한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같은 대학 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던 남편은 새로 진행되는 프로젝트에 따라 계약기간이 연장됐다. 더불어 계약 내용에 따라 월급이 줄기도 하고, 계약 기간이 늘거나 줄기도 했다. 한번은 학과의 자금 사정이 나빠지고 새 프로젝트가 바로 시작되지 않으면서 남편이 모호한 위치에 처한 때가 있었다. 다행히 함께 일하는 교수가 이곳저곳에서 펀드를 받아 남편이 계속 자리를 유지하도록 도와주기는 했다. 하지만 일시적인 자리였기 때문에 계약기간이 6개월, 이후에는 3개월로 아주 단기적으로 연장됐고 그만큼 월급도 줄었다. 보통 남편이 받던 월급은 적지도, 그렇다고 많지도 않았다. 세전 월급을 보면 많이 받는 것 같은데 월급의 3분의 1을 세금과 연금으로 내다보니 정작 우리 손에 들어오는 돈은 그리 많지 않았다.

월급 줄자 어린이집 원비 감면
그런데 새로 맺은 계약에서 평균 월급의 30% 이상이 줄었다. 특별히 낭비하며 산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는데 줄어든 월급을 보니 한숨이 나왔다. 늘 숫자만 채워넣었지 제대로 검토해보지 않던 가계부를 펼쳤다. 먼저 쓸데없는 지출을 당장 줄여야 했다. 한 달 생활비에서 가장 많은 지출을 차지하는 부분은 월세였다. 그렇다고 크리스마스 때마다 정성스럽게 털양말을 짜서 보내주거나 아이들에게 작은 선물을 만들어 보내주는 상냥한 집주인에게 월세를 내려달라고 할 수는 없었다. 그마저도 우리는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월세로 살고 있었다.
월세 다음으로 많은 지출을 차지하는 것은 식비였는데 별로 줄일 구석이 없었다. 물가가 비싸다는 북유럽에 대한 선입견과 달리, 핀란드의 장바구니 물가는 한국보다 비싸지 않은 편이다. 마트에서 세 식구의 일주일치 식량을 사는 것은 큰 비용이 들지 않고, 매번 사는 물건이 정해져 있다보니 지출액도 고정적이었다.
의외로 목돈이 나가는 부분이 어린이집 원비였다. 공립 어린이집에 하루 8시간, 주 5일을 풀타임으로 다니는 우리 아이의 어린이집 원비는 290유로(약 39만원)다. 부모의 소득에 따라 원비가 차등 부과되는데, 그동안 특별히 감면받을 만한 사유가 없던 우리는 원비의 100%를 내며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었다. 월급이 줄었으니 그만큼 원비가 감면되지 않을까 싶어 당장 남편의 새 계약서와 곤두박질친 월급명세서를 어린이집에 들이밀었다. 혹시나 우리가, 특히 아이가 어려운 외국인 가정에서 힘들게 사는 것으로 비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런 걸 따질 여유는 없었다. 어린이집 선생님에게 건넨 서류는 원장 손을 거쳐 시의 담당자에게 넘어갔고, 몇 주 뒤 어린이집 원비가 100% 감면됐다는 통지문을 받았다.
원비를 감면받고 나니 개인 지출을 줄일 수 없다면 사회 보조를 받는 것도 방법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장 핀란드 사회보험청인 켈라(KELA) 사이트를 뒤져 우리가 받을 수 있는 복지 혜택이 무엇인지 알아봤다. 우리에게 해당하는 부분은 주택지원금이었다. 소득이 낮으면 월세의 일부를 켈라에서 지원받을 수 있는 제도였다. 역시 켈라에 남편의 월급명세서를 제출하자, 매달 월세 250유로를 지원하겠다는 결정을 받았다. 이렇게 해서 어린이집 원비 지원, 월세 지원금만으로 차감된 월급의 상당 부분을 보전할 수 있었다.
그리고 정말 다행인 점은 우리가 이런 혜택을 받기 위해 증명해야 할 부분이 남편과 내가 한 달에 벌어들이는 소득이 얼마인지뿐이었다. 부동산이나 자동차 소유 여부 같은 다른 재산 문제는 따지지 않았다. 핀란드어를 못하는 외국인인 우리가 복잡하고 많은 행정 절차를 거쳐야 했다면 머리가 꽤 아팠을 것이다.
이외에도 핀란드에 살면서 많은 세금 혜택을 받았다. 필자가 핀란드로 이주한 직후에는 한국에서 일했던 경력을 인정받아 실업급여를 매달 500유로 정도 받았다. 아이를 가진 뒤에는 출산 예정일 전 50~30일부터 출산휴가를 쓸 수 있는데 이때 650유로 정도의 수당을 받았다. 아이를 낳은 뒤에는 아이가 9개월이 될 때까지 매달 ‘부모수당’ 550유로 정도를 받았다. 이후에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고 집에서 직접 양육해 ‘육아수당’을 매달 550유로 받았다. 육아수당은 아이가 만 3살이 될 때까지 받을 수 있다. 육아수당은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순간 끊긴다.

국가 지원, 양육에 큰 안정감
나는 출산수당과 부모수당을 모두 받았고 육아수당 역시 큰아이가 20개월쯤 어린이집에 가기 전까지 계속 받았다. 둘째 아이가 태어난 뒤에도 출산수당과 부모수당, 육아수당을 받았다. 그리고 아이들은 만 17살이 될 때까지 자기 명의로 어린이수당을 매달 97유로씩 받고 있다. 물론 아이들 앞으로 나오는 수당은 부모인 나와 남편이 관리하지만, 아이들이 자신의 분윳값과 기저귓값은 가지고 태어나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지방자치단체가 아닌 중앙정부에서 국민과 외국인 납세자에게 지급하는 복지 혜택이다.
이후 연구소에서 남편의 계약이 연장되면서 월급이 제자리로 돌아왔다. 사실 조금 올랐다. 그만큼 세금 부담도 늘어 실제 남편이 받는 수령액은 월급이 오르기 전과 후의 차이가 나질 않는다. 그리고 현재의 정상 월급에서 다시 어린이집 원비를 100% 내고 월세 지원금을 받지 못하게 되자, 우리의 한 달 수입과 지출 비율은 월급이 줄었을 때나 지금이나 큰 변화가 없다. 월급이 오르면 그 수입으로 생활하면 되고, 월급이 줄어들면 부족한 부분만큼 복지 혜택으로 생활의 안정을 찾을 수 있다.
물론 우리가 받는 복지수당만으로 삶을 유지하거나 아이를 키우는 데 부족함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점은 전체 가정경제를 놓고 볼 때, 일정 기간의 고정적인 국가 지원은 아이를 키우는 데 안정감을 준다는 것이다. 우리는 핀란드 시민권을 가지지 않은 외국인노동자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세금을 낸 만큼 혜택을 받는 사회안전망 속에 있었다.

* 한국에서 법조 전문지 기자로 일하던 중 핀란드에서 일하는 남편을 만나 낯선 땅에서 두 아이를 낳고 키우며 만 6년을 전업주부로 살았다. 이력을 살려 간간이 핀란드의 정치·교육·문화 뉴스와 한인 동포 소식을 고국에 전하는 YTN 핀란드 해외리포터로 활동했다. 더불어 국내의 한 장애인권단체가 발간하는 월간지에 핀란드 장애인 관련 복지제도를 소개했다. 최근 고국에 돌아와 핀란드에서 겪은 출산·육아 경험을 담은 책을 준비 중이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1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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