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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지속가능성 병행 꾀하는 정책 매트릭스
[이창곤의 웰페어노믹스] 녹색복지국가를 위한 전략 ① 생태사회정책
[140호] 2021년 12월 01일 (수) 이창곤 goni@hani.co.kr
   
▲ 2021년 11월9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불평등 끝장! 2022대선유권자네트워크’ 발족 기자회견에서 참여연대 등 노동·시민단체 회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녹색복지국가는 대전환기의 새로운 복지국가 비전이다. 인간의 존엄성과 형평성, 사회연대의 가치를 추구해온 복지국가의 오랜 이상을 따르는 동시에 자연과의 호혜적 공존을 지향해 생태적 가치를 이루는 생태위기 시대의 복지국가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지만, 한국을 비롯한 지구촌 공동체가 반드시 가야 할 길이다. 문제는 어떻게 이 길로 들어설 것인가, 나아가 어떻게 녹색복지국가 비전을 현실화할 것인가다.

‘생태적 착취’ 낳는 복지는 그만
무릇 어떠한 비전이나 구상도 ‘선언’만으로 실현될 수 없다. 단순히 복지에 돈을 더 많이 쓴다고 이뤄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복지와 복지국가는 그 자체로 역사적 진전이었다. 하지만 그동안의 복지와 복지국가 발전은 인간의 물질적 안정을 가져오는 데 나름의 구실을 했으나 때로는 자연을 파괴한 “생태적 착취의 결과”(홍성태 상지대 교수)이기도 했다.
생태위기 시대의 복지와 복지국가 관점은 이제 달라야 한다. 분명 달라져야 한다. 녹색복지국가 비전은 “건강한 자연은 그 자체로 가장 중요한 복지”란 인식에 기초한다. 즉, “더는 생태위기를 방치하고 특정 계층의 복지만 높일 수 없다”는 인식이다. 하지만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탄소중립 정책을 부분적으로 실행한다고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무늬만 그린뉴딜’ 전개로는 결코 다가갈 수 없는 목표다.
녹색복지국가 비전은 무엇보다 기후위기 등 생태위기에 혁신적이고 전면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2021년 10월31일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주요 국가의 소극적 모습은 생태위기에 대한 지구촌 대응의 한계와 문제를 여실히 보여줬다. 안토니우 구테헤스 유엔 사무총장은 “불행하게도 집단적인 정치적 의지는 모순을 극복하기 충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주요 국가의 정상이 진전된 과제를 약속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녹색복지국가 비전은 산업과 경제 등 경제사회체제의 큰 전환 없이 가능하지 않다. 한마디로 녹색복지국가 실현은 기존 복지자본주의 체제의 일대 개혁을 동반해야 한다. 이는 녹색복지국가 실현 과정 앞에 엄청난 장벽이 놓여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녹색복지국가 비전을 현실화하는 요체가 정치한 비전보다 “슬기롭고 다층적인 전략”이 강조되는 이유다. 이번호부터는 그동안 밝혀온 녹색복지국가 비전을 현실화하기 위한 전략과 구체적인 과제를 다뤄보려 한다.
녹색복지국가 전략은 복지국가의 기본 이상인 사회권 보장에 기초하는 게 마땅하다. 어떤 정책으로 생태위기 시대의 복합위험에 대응해 시민의 기본권, 즉 사회권을 보장할 것인가란 물음의 답을 찾는 것이다. 사회권을 보장한다는 것은 적절한 건강, 충분한 교육, 알맞은 주거, 쾌적한 환경 등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요소를 적절히 보장해 삶의 안정을 이룬다는 뜻이다.
따라서 핵심은 사회정책의 새롭고도 전면적인 재구성에 있다. 분절적이고 파편적인 기존 정책으로는 이룰 수 없음이 자명하다. 생태위기 시대의 복합위험을 극복하는, 경제사회체제 전환을 꾀하는 정책 프레임이어야 한다. 복지자본주의는 본디 그 내적 특성으로 불평등과 비복지를 낳는다. 이들을 제어하는 장치가 민주주의다. 영국 사회정책학자 토머스 험프리 마셜은 일찍이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대립 속에서 시민의 안정된 삶을 사회권 보장으로 지킬 수 있다고 봤다. 따라서 차별적이고 배제적인 낙후된 사회정책을 개선하고 획기적으로 현대화해 시민 삶의 질을 크게 드높이는 것이 녹색복지국가 비전의 일차적 요체일 수밖에 없다. 녹색복지국가는 곧 보편적 복지국가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화하고 보편적인 사회정책 전개만으로 생태위기 등 복합위험을 헤쳐나갈 수 없다. 앞서 강조한 기후위기 등 생태위기에 적극 대응하는 사회정책이어야 한다. 즉 인간의 권리와 시민 삶의 질을 신장하는 한편, 인간과 자연의 호혜적 공존이란 생태적 가치를 동시에 또렷이 담은 사회정책이어야 한다. 바로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한 사회정책이어야 한다. 이름하여 ‘생태사회정책’이다.
녹색복지국가의 첫 번째 전략은 바로 생태사회정책의 뚜렷한 전개다. 녹색복지국가 비전은 생태사회정책의 전개를 통해 비로소 바람직하고 지속가능한 전환의 궤도에 오를 것이다. 이언 고프 영국 배스대학 교수는 이를 강조하는 대표적인 학자다. 그에 따르면, 생태위기 시대의 사회정책은 복지와 지속가능성 모두를 강화하기 위한 정책이다. 또한 안전한 기후와 더 나은 복지의 시너지를 꾀하는 정책이다.
이언 고프는 그 예로 가뭄, 홍수, 더위의 영향을 줄이는 것과 같은 기후조절 정책, 대기오염과 에너지 빈곤 감소를 실현하는 여러 친환경 정책, 나아가 녹색일자리 기회 확대와 고용의 안전장치 강화 정책 등을 든다. 이런 생태사회정책을 전개하기 위해 그는 ‘녹색 양적완화’를 포함한 국가재정의 급진적인 개혁이 함께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생태사회정책은 “새로운 성장전략”이기도 하다. 그는 이를 “기후 스마트 포용성장 정책”이라고 지칭했다.
생태사회정책은 필연적으로 다양한 ‘정책 꾸러미’(Policy Package) 형태일 것이다. 다양한 정책 간의 융합적 전개, 즉 ‘정책 매트릭스’(Policy Matrix)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조명래 전 환경부 장관도 최근 필자와의 대화에서 “오늘날 환경문제 해결은 기존의 환경정책이란 좁은 틀로는 결코 극복할 수 없다”면서 “환경문제 해결은 이제 경제사회정책, 산업정책 등의 정책 융합을 통해 해결 지점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실제 기후위기는 환경에서부터 보건, 경제, 산업 등 인간사 거의 모든 부문에 걸쳐 위험을 유발하고 있다.

출발은 구체적인 개혁 청사진에서
녹색복지국가는 지구촌 공동체가 함께 추구해야 하는 길이지만 이를 현실화하는 경로와 전략은 나라마다 처한 경제사회적 상황과 정치적 행위자, 시민사회 등의 역량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 사회는 구체적인 현실에 기반을 두면서 우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독창적이고 혁신적인 생태사회정책 꾸러미와 로드맵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출발선은 언제나 ‘여기 지금’이다.

* 복지를 다년간 살피고 책도 펴냈다. 그러다 ‘복지와 경제의 호혜적 융합’의 중요성을 뒤늦게 깨닫고 늦깎이 경제 공부에 매달리는 언론인이자 사회과학도다. 더 나은 사회를 위한 개혁, 그 수단으로서 좋은 정책과 복지정치에 특별한 관심을 쏟는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1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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