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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의 ‘중국 올인’과 군사중심주의
[이용인의 글로벌안테나]
[140호] 2021년 12월 01일 (수) 이용인 yyi@hani.co.kr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1년 9월21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그는 연설에서 “미국은 힘의 모범이 아니라, 모범의 힘을 보여줄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립서비스’라는 비판이 나온다. REUTERS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이 지나지도 않았는데 외교정책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질서 없는 미군 철군이 비판의 방아쇠를 당겼다. 하지만 그 바탕에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외교정책과 아무런 차별성도 보여주지 못한 채 트럼프의 정책을 도돌이표처럼 답습한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미국의 세계 무대 복귀를 선언한 바이든의 ‘미국이 돌아왔다’(America is back)와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가 하등 다를 게 없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에 올인하는 정책, 군사중심주의 등이 도마 위에 올려진다.
미국의 중도보수 성향 싱크탱크인 신미국안보센터(CNAS)의 리처드 폰테인 최고경영자(CEO)는 2021년 11월2일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 기고문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중국 올인’ 정책을 비판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쿼드(Quad·미국, 인도, 일본, 오스트레일리아 4개국의 비공식 안보회의체)를 이어받았고, 오커스(AUKUS·미국, 영국, 오스트레일리아의 3국 안보결사체)를 출범시켰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중국과의 관계를 21세기의 “가장 거대한 지정학적 시험”이라고 묘사했다. 심지어 콜린 칼 미 국방부 정책 차관은 중국에 대응하려면 “전 사회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폰테인 CEO는 단일 이슈를 특별대우하는 미국 외교정책의 이런 경향이 냉전 기간과 이후 수십 년 동안 다양한 방식으로, 그리고 주기적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한다. 특정한 전략적 도전이 다른 모든 것보다 압도적이라는 합의가 형성된다. 이에 발맞춰 정책 입안자들은 다른 지역이나 이슈에 대한 관여는 낭비적이며 비효율적이라고 선언한다. 이어 ‘미국이 눈길을 주지 않은 사이에 은밀하게 힘을 길러온’ 최우선적 위협에 국가적 차원에서 즉각 대응하기로 결정한다는 것이다.

단일 이슈에 올인하는 외교정책
예를 들어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발사 이후에는 소련의 위협이 부각됐다. 미국은 공산주의 확산을 저지한다며 라오스·앙골라·그레나다 등 수십 개 나라의 국내 정치에 개입했다. 9·11 테러 이후에는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모든 지역에서 테러 위협에 대응하다보니 외교·군사·정보 자산을 중국과 러시아에서 빼냈다. 바이든 행정부의 현재 대중국 정책도 이와 비슷해질 위험성이 있다는 것이다.
단일 이슈에 몰입하는 접근 방식은 “복수의 지역에서 복수의 위협이 상존하는 세계”와 맞지 않는다고 폰테인은 주장한다. 러시아 해커 그룹이 미국 대선을 비롯해 약 27개국에서 사이버공격 등을 했지만, 민주주의 정치시스템을 방어하려는 국제적 공동 노력은 없다는 것이다. 또한 중국의 일대일로에 대응하느라 미국~멕시코 국경으로 이민자가 몰려오는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온두라스 등 중남미 국가에 일관된 전략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첨단기술이나 혁신과 관련해서도 중국이 유일한 경쟁자처럼 얘기하지만 인도나 유럽 국가들도 미국의 입장과 충돌하는 기술·무역 정책을 취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폰테인은 “중국이라는 단일 이슈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엄청난 역설이다. 미국은 글로벌 강대국이 아니라, 복수의 이해관계를 동시에 추구할 수 없는 지역 강대국을 닮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중국 올인’ 정책은 내용적으로 보면 외교보다는 군사, 협력보다는 경쟁과 대결 쪽으로 치닫는다고 몇몇 전문가는 비판한다. 이 역시 전임인 트럼프 행정부의 ‘힘의 외교’라는 기조를 그대로 이어받았다. 중국에 비해 핵전력이 압도적으로 우세함에도 바이든 행정부는 1조2천억~1조7천억달러를 들여 3대 핵전력(대륙간탄도미사일, 전략핵잠수함, 장거리 폭격기)을 현대화하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계획을 이어가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국방부 장관 정책보좌관이던 밴 잭슨 뉴질랜드 웰링턴 빅토리아대학 교수는 10월22일 <포린어페어스>에 “바이든 행정부는 미크로네시아 연방공화국에 미군기지 신설, 괌 주둔 확대, 파푸아뉴기니에 오스트레일리아와 공유하는 새 기지 건설, 팔라우에 새 레이더시스템 설치 등 오세아니아에 미군 주둔을 확대하는 계획을 선언했다”고 밝혔다. 모두 중국을 겨냥한 ‘군사적’ 조처다. 핵무기 없는 오스트레일리아의 핵추진 잠수함 보유를 지원해주겠다는 오커스는 군사주의적 대응 조처의 핵심이다. 그러다보니 바이든 대통령이 2021년 9월 유엔총회 첫 데뷔 연설에서 “미국은 힘의 모범이 아니라, 모범의 힘을 보여줄 것”이라고 한 공언이 ‘립서비스’라는 비판마저 나온다.

숨 막히는 의제들과 딜레마
현실주의 국제정치 이론의 거두인 스티븐 월트 미국 하버드대학 국제정치학 교수는 다른 각도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정책을 비판한다. 월트 교수는 최근 <포린폴리시>에 기고한 글에서 이란과의 대화에 아무런 진전이 없는 등 “바이든 대통령의 성과가 걱정스럽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외교적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은 “오래된 오만함” 탓에 ‘스몰볼’(야구에서 번트와 진루타, 도루 등 작전 구사로 점수를 확실히 쌓아가는 경기 방식) 경기를 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인도·태평양 전략 추구, 인권중심주의, 기후변화 대응, 세계 민주주의국가의 단합 등은 모두 ‘숨 막히는 의제’이고 외교정책 관련자들이 일치단결해도 한 아이템조차 성사시키기 어려운 과제다.
게다가 이런 과제들은 서로 상충한다. 아프간에서 철수한 미군을 중국 대응 자원으로 활용하면 다른 동맹국들과의 관계가 복잡해진다. 철수 자체가 아프간의 인권을 후퇴시켜 바이든 행정부의 인권중심주의와도 어긋난다. 오커스는 아시아·태평양에서 미국의 입지를 강화하지만 국제사회의 비확산 노력을 침해한다. 세계 민주주의국가들을 결집하면 미국 위상이 올라가겠지만, 기후변화 같은 이슈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협조를 얻어내기가 어려워진다. 요컨대, 더 많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할수록 한 영역에서의 성공이 다른 영역에서의 실패를 낳을 위험성을 키우는 딜레마에 빠진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이 바닥인데다 사실상 4년짜리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커 이런 지적은 더욱 설득력이 높다.

*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 미-중 관계를 비롯한 국제정치의 역동성에 오랫동안 관심을 기울여왔다. <미국의 아시아 회귀 전략>(창작과비평사)의 공저자다. 모두가 잠들어 있을 때 주변의 경계를 살피는 야경꾼 역할을 소망한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1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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