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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녹색수소 인프라는 더 부족
[FOCUS] 수소경제 딜레마- ① 현황
[139호] 2021년 11월 01일 (월) 프랑크 도멘 economyinsight@hani.co.kr

독일 중공업은 기후위기 대응 계획에 따라 녹색수소가 시급하게 필요하다. 하지만 수소 자체도, 생산시설을 비롯해 인프라와 기업의 준비 등도 모든 게 부족하다. 충분한 수소량이 준비될 때까지 독일 경제는 기존 화석연료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딜레마에 처했다.

프랑크 도멘 Frank Dohmen
알렉산더 융 Alexander Jung
슈테판 슐츠 Stefan Schultz
게랄트 트라우페터 Gerald Traufetter
<슈피겔> 기자

   
▲ 독일 중공업은 기후위기 대응 계획에 따라 내연기관차 대신 수소차를 가동하기 위해 녹색수소가 시급히 필요하다. 하지만 수소 자체도, 생산시설을 비롯해 인프라와 기업의 준비 등 모든 게 부족하다. 2021년 독일 뮌헨에서 열린 오토쇼에 전시된 베엠베(BMW) 수소차의 모습. REUTERS

독일 1위 철강 기업 티센크루프(ThyssenKrupp)는 요새 사업이 순조롭다. 상당히 예외적인 현상이다. 독일 북서부 공업도시 뒤스부르크에 있는 이 기업 소속 제철소는 유럽에서 가장 크지만 완전가동하고 있다. 전세계가 철에 굶주림에 따라 철 가격이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가지 걱정만 없다면 사업부 책임자 베른하르트 오스부르크는 마음 편히 미래를 전망할 수 있었을 것이다. 문제는 바로 ‘수소 분자’다.

‘철강맨’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임무
오스부르크는 지금 그의 직업 인생에서 가장 난도가 높을 임무를 앞두고 있다. 1968년에 태어난 그는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20년 넘게 티센크루프에서 일했다. ‘뼛속까지 철강맨’이다. 이제 그는 철강 생산의 핵심 요소였고 지난 200년간 그의 고향 루르 지역의 이미지를 형성했던 모든 것에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 용광로, 굴뚝, 석탄 더미가 전부 사라져야 하는 것이다.
다가오는 미래에는 풍력과 태양광 전력으로 만든 수소가 제철 생산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할 것이다. 이에 따라 전체 공정도 바뀌게 된다. 오스부르크와 그의 팀은 이곳을 2050년까지 어떻게 기후중립으로 변화시킬지 자세한 계획을 세웠다. “석탄 사용을 그만두는 것이지 제철소를 없애는 게 아니다.” 이것이 핵심 메시지다. 이는 높은 목표일 뿐만 아니라 과감한 도전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아름답고 깨끗한 수소의 세계로 향하는 티센크루프의 길에 아직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많다. 이러한 투자와 운영 방침에서 국가로부터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을까? 고객은 기후중립적인 철강에 더 비싼 가격을 낼 준비가 돼 있는가? 무엇보다 그 많은 녹색전기를 어디에서 가져와야 하는가? 뒤스부르크 한 곳만도 55테라와트시(TWh)의 전기가 필요하다. 이는 최고 에너지 등급의 풍력발전기 3500대가 생산해야 하는 전력량이다. “우리는 높은 기업적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라고 오스부르크는 말했다. 이마저도 꽤 축소해서 말한 것이다.
이는 티센크루프와 그 임직원뿐만 아니라 산업 전체의 명운이 달린 문제다. 강화된 기후중립 목표를 달성하려면 철강, 화학, 시멘트, 석회 등 독일 중공업 전체가 대량의 에너지를 소비하는 기존 생산방식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 여기에 사용할,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지 않는 친환경 에너지원이 바로 녹색수소다. 물론 확보할 수 있을 때의 이야기다.
수소는 우주에서 흔한 원소다. 하지만 현재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수 있는 수소 생산량은 상당히 부족하다. 올해, 내년, 아마 2020년대 말이 돼도 그럴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포스트 화석연료’ 시대로의 전환에 성공할 수 있을까? 이것이 독일 산업계가 맞닥뜨린 새로운 문제다. 정치권에서 이것에 정직하게 대답할 낌새는 현재 거의 보이지 않는다.
약 1년 전 페터 알트마이어 독일연방 경제에너지부 장관이 국가 수소 전략을 선포한 이래 움직임이 거의 없었다. 철강산업만 해도 전세계 탄소배출량의 7%를 차지한다. 주요 탄소배출 기업이 설비를 신속하게 바꿀 수 있도록 충분한 돈을 지원하는 대신, 독일 정부는 독일 전역에 약 80억유로(약 11조원)를 62개의 이질적인 프로젝트에 분배했다. 돈이 그곳에서 제대로 쓰이는지 명확해질 때까지 몇 년이 걸릴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없다. 독일은 2045년까지 기후중립을 이뤄야 한다. 겨우 23년밖에 남지 않았다. 티센크루프 임원 오스부르크는 “수소경제를 활성화하려면 훨씬 더 빠른 속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적의 분자’에 사회적으로 열광하지만 수소경제는 현재 모든 것이 부족하다. 생산된 수소 자체도 부족하고, 기업도 기술적 준비가 부족하다. 수소를 대량으로 생산하는 데 필요한 전해조(전기분해장치)도 충분히 공급되지 않았다. 가스를 이송하기 위한 고밀도 파이프라인도 부족하다. 해상운송을 위한 특수선박도, 항구터미널에서 수소를 액화하거나 가스로 다시 전환하는 데 사용하는 시설도 부족하다. 수소를 지하에 보관하는 저장소도 모자란다.
독일 쾰른대학 에너지경제연구소(EWI)의 에렌 캠 책임연구원은 이러한 전반적인 부족 상태에서 나타나는 삼중 딜레마를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문제”라고 설명한다. 공급이 없으면 수요가 없고 수요가 없으면 공급이 없으며, 운송능력이 없으면 거래가 불가능함에 따라 시장도 형성되지 않는다. 명백한 인프라 부족을 고려할 때 한 가지 질문에 대한 답변이 점점 더 시급해진다. 이른 시일 안에 녹색수소를 충분히 공급받을 수 없다면 대신 무엇을 사용해야 할까? 달리 말하면, 수소 생산에 사용되는 에너지는 얼마나 청정해야 하는가? 얼마나 탄소를 배출해도 되는가?
새로 구성할 독일 정부는 글자 그대로 ‘색깔’을 드러내야 한다. 화석연료인 천연가스 ‘개질’(Reforming, 천연가스를 고온·고압의 수증기로 분해해 수소를 만드는 방식)로 생산하는 일명 ‘회색수소’(Grey Hydrogen)를 계속 허용할 것인가? 회색수소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포집, 액화해 지하 저장소에 격리하는 방식으로 탄소배출량을 줄인 ‘청색수소’(Blue Hydrogen)를 용인할 것인가? ‘탄소 포집과 저장’(CCS)이라는 이 공정은 지금까지 독일에서 금기였다. 그렇지 않으면 생산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만들어지지 않고 고체탄소가 부산물로 나오는 ‘청록수소’(Turquoise Hydrogen)에 집중해야 할까?
쾰른 인근 산업 지역에 거대 정유회사 셸(Shell)의 라인란트 정유공장이 있다. 남쪽에는 증류탑이 하늘로 솟았고, 북쪽에는 파이프·펌프·탱크로 구성된 거대한 화학복합단지가 자리잡고 있다. 그 사이에 새로 건설된 콘크리트 건물이 있다. 다른 시설에 비하면 매우 옹색해 보이는 이곳은 2021년 7월 온갖 야단법석을 떨며 개장한 유럽 최대 ‘고분자 전해질막’(PEM) 전해조다. 당시 주총리 아르민 라셰트는 개장식에서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은 수소의 나라”라고 강조했다.
시설은 아직 전면 가동하지 않고 있다. 워터 펌프에 결함이 있어 교체해야 했다. 언젠가 전면 가동을 시작하면 전해조는 10메가와트(㎿)의 용량을 가지게 될 것이다. 연간 1300t의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성능이다. 참고로 티센크루프만 해도 생산시스템을 전부 전환하려면 무려 연간 70만t의 수소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한다. 독일의 철강산업 전체를 고려하면 2050년까지 200만t의 수소가 필요하다. 이 엄청난 간격은 녹색수소 경제로 가는 길이 얼마나 먼지를 짐작하게 한다.
현재 다른 전해조도 건설 중이거나 계획 중이기는 하다. 2024년 개장 예정인 링겐의 100메가와트(㎿) 규모 시설도 그 안에 포함된다. 셸도 전해조를 확장할 예정이다. 그러나 산업현장의 수소 수요를 충족하기에는 부족하기 짝이 없다. 2030년에는 약 200만t이 필요하고, 2050년에는 필요량이 4배로 늘어날 것이다.
수소 생산 용량이 존재한다고 해도 녹색수소를 만드는 데 필요한, 태양광발전과 풍력발전으로 생산한 재생에너지 전기는 가까운 시일 안에 부족해질 것이다. 산업 분야뿐 아니라 2030년까지 1400만 대로 늘어날 전망인 전기자동차와 600만 대의 건물 온수 펌프를 구동하는 데도 재생에너지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독일의 풍력발전 확대가 극도로 더디게 진행되는 것은 심각한 상황이다. 독일 정부도 국내 공급으로는 2030년에 필요한 수소량의 5분의 1조차 충족할 수 없다고 추정한다.

   
▲ 수소 부족으로 어려움에 부닥친 독일 중공업과 에너지업계는 인근 국가로부터 수소를 수입해 메워야 한다. 프랑스의 한 수소저장시설. REUTERS

부족한 재생에너지 수입으로 메워야
결국 부족분은 수입으로 메워야 한다. 지금도 독일은 에너지 수요의 70%를 수입으로 충당한다. 독일연방 정부의 수소 특임관 슈테판 카우프만 국회의원(기독교민주연합)은 “이는 수소 시대에도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카우프만에 따르면 ‘세계의 절반’이 공급처가 될 수 있다. 현재 논의하는 곳은 오스트레일리아, 중동, 북아프리카, 남유럽 및 스칸디나비아 등 일조량이 많고 바람이 강한 지역이다.
문제는 이들 국가가 자국에서 쓰기에도 부족한 재생에너지를 대량으로 수출할 용의가 있느냐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석유나 천연가스를 생산하지 않는 몇 안 되는 북아프리카 국가 중 하나인 모로코는 소비전력의 88%를 화석연료에 의존한다. 게다가 재생에너지 공급처로 물망에 오르는 국가들은 빈번하게 가뭄 피해를 보는데, 수소를 생산하는 전해조는 엄청난 양의 물을 소비한다. 수소 1㎏을 생산하는 데 그 열 배 이상의 물이 필요하다.

ⓒ Der Spiegel 2021년 제36호
Das Mangel-Molekül
번역 황수경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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