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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싼 친환경 수소 확보가 관건
[FOCUS] 수소경제 딜레마- ② 난제와 전망
[139호] 2021년 11월 01일 (월) 프랑크 도멘 economyinsight@hani.co.kr

프랑크 도멘 Frank Dohmen
알렉산더 융 Alexander Jung
슈테판 슐츠 Stefan Schultz
게랄트 트라우페터 Gerald Traufetter
<슈피겔> 기자

   
▲ 천연가스를 사용해 기후친화적인 수소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인 이산화탄소는 대기로 배출되지 않도록 해저 지하에 저장한다. 이 분야 선두 주자는 노르웨이의 거대 에너지 대기업, 에퀴노르다. 이 회사의 경영자가 2020년 10월9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REUTERS

지리적 위치나 연결 경로 등을 고려하면 독일로 재생에너지를 수출할 가능성이 가장 큰 국가는 스페인을 꼽을 수 있다. 쾰른 에너지경제연구소(EWI) 연구원들의 계산에 따르면 기존 파이프라인을 이용해 운송하면 스페인의 가스는 2030년부터 ㎏당 2.70유로(약 3700원)라는 상당히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받을 수 있다. 이에 비해 일조량이 적고 바람이 강하지 않은 독일에서는 해상풍력으로 생산한 수소의 가격이 ㎏당 3.50유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문제는 스페인 정부가 수소 생산 계획에 따라 향후 몇 년 동안 수소를 대량으로 수출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웠다는 점이다.

천연가스 기업들이 맡은 새 사업
중기적으로 가장 저렴한 방식은 천연가스로 만드는 청색수소다. 쾰른 EWI에 따르면 2030년의 청색수소 생산 비용은 해당 시기의 천연가스 가격에 따라 ㎏당 1.60~2.20유로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천연가스 업계는 이런 예상을 만족스럽게 받아들인다. 놀랍게도 전성기가 끝난 것처럼 보였던 화석연료가 기후중립 목표를 달성하는 길을 제시할 수 있다. 최소한 천연가스 로비 그룹은 그렇게 생각한다. 유니퍼(Uniper), 빈터샬(Wintershall), 셸, 가스프롬(Gazprom) 같은 대기업은 이미 새로운 사업의 냄새를 감지하고 있다. 가스프롬은 새 해저 가스관 노르트스트림(Nord Stream) 2를 수소 파이프라인으로 사용하기 위한 조건을 검토하고 있다.
이 분야 선두 주자로는 노르웨이 국영 종합에너지 기업 에퀴노르(Equinor)를 들 수 있다. 25년 전 이 회사는 노르웨이 해안에서 서쪽으로 약 250㎞ 떨어진 슬레이프니르 해상 가스전에서 최초의 ‘탄소 포집 및 저장’(CCS) 시설을 가동했는데 이후 다른 시설도 계속 설립했다. 에퀴노르는 해저 지하의 특수한 암석층인 일명 ‘염수 대수층’에 석탄이나 천연가스를 태울 때 생성되는 이산화탄소를 저장하는 방식을 취한다.
이 회사는 이미 해저 지하에 2천만t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밀어넣었다. 노르웨이 대륙붕의 저장 잠재력은 엄청나다. 추정치는 약 800억t이다. 2020년 독일 전체 탄소 배출량은 약 6억4400만t으로 노르웨이 대륙붕에 저장 가능한 추정량의 1%도 되지 않는다.
천연가스를 사용해 생산한 회색수소를 더 기후친화적인 청색수소로 변환할 수도 있다.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인 이산화탄소는 대기로 배출되지 않게 해저 지하에 저장한다. 에퀴노르를 비롯한 거대 에너지 대기업들은 중기적으로 두 부분으로 구성된 가치사슬을 구축할 계획이다. 북해에서는 천연가스를 채취해 수소를 생산한 뒤 파이프라인을 통해 산업체로 수송할 계획이다. 동시에 이산화탄소를 포집·액화해 저장 장소로 운송한 뒤, 해저 지하 2천m 지점에서 염수와 반응시켜 고체화한다.
에퀴노르에 따르면 이산화탄소 1t을 이 방식으로 처리하는 데 50~70유로가 든다. 거래시장에서 탄소배출권 가격은 60달러에 도달했는데 앞으로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 가스를 대기로 배출하는 대신 지하에 저장하는 방식은 경제적 이득도 점점 커지고 있다.
티센크루프 같은 업계 거물들은 청색수소 구매를 검토하고 있다. 루르 지역협회가 기업인 2500명에게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가운데 55%는 ‘천연가스로 만든 수소를 일정 기간 사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지지했다. ‘절대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답한 비율은 9.3%뿐이었다.
지난 수년간 독일 정부는 시민단체와 환경운동가들의 항의를 두려워해 민감한 주제를 건드리려 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청색수소에 점점 더 공개적으로 긍정적 반응을 보인다. 독일 안에서 이산화탄소를 지하에 저장하는 방안은 정치적으로 여전히 금기사항이다. 이에 비해 수소 수입에는 덜 민감하다. 독일연방 정부의 수소 특임관 슈테판 카우프만 국회의원(기독교민주연합)은 “준비 단계에서는 일시적으로 청색수소도 수입할 것”이라며 “앞으로 2년 이내에 수소 상품이 시장에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방식이 지속가능할까? 물론 의구심이 있다. 2021년 8월, 코넬대학과 스탠퍼드대학의 두 미국 과학자가 발표한 연구 결과는 큰 파문을 일으켰다. 청색수소가 환경과 기후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할 때, 천연가스를 채취하고 수소를 생산할 때 발생하는 대량의 메탄가스 누출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메탄가스 배출이 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청색수소 생산은 천연가스를 직접 태우는 것보다 온난화에 끼치는 영향이 훨씬 더 크다는 지적이다. 이를 근거로 두 과학자는 “우리는 청색수소를 친환경으로 간주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고 결론지었다. 이 결과는 석유·가스 산업계에서 ‘분노의 폭풍’을 불러일으켰다. 에퀴노르는 이 연구가 잘못된 가정을 바탕으로 이뤄졌다고 반박했다.

   
▲ 바람이 강하고 일사량이 많은 해안과 막대한 양의 천연자원을 보유한 나라가 향후 녹색산업의 선도국가가 되기에 적합하다. 노르웨이 북해에 있는 정유공장 모습. REUTERS

해결책이 되지 못하는 청록수소
고온 반응기에 천연가스를 넣어 생산하는 청록수소 역시 이런 궁지에서 빠르게 탈출할 수 있는 길을 제공하지 못한다. 청록수소는 현실이라기보다 희망에 가깝다. 전기를 사용해 메탄이 주성분인 천연가스를 열분해하는 방식을 취한다. 이때 이산화탄소는 나오지 않으며, 수소 가스와 함께 부러진 연필심처럼 생긴 탄소입자(고체탄소)가 만들어진다. 이 물질은 예를 들어 배터리 재료로 사용하거나 광산 갱도에 저장할 수 있다.
민간 벤처자본의 투자를 받는 클린테크(Cleantech·환경오염 발생을 억제하는 새 환경기술) 스타트업은 이 분야에서 새로운 접근 방식을 찾고 있다. 예를 들어 베를린의 신생기업 그라포르체(Graforce)는 플라스틱 폐기물에서 수소와 고체 탄소를 생성하는 공정을 개발했다. 빈터샬이나 바스프(BASF) 같은 기업도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아니다. 이 아이디어가 얼마나 오랫동안 과학계에 소문이 나 있었는지는 2021년 7월 초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가상공간에서 바스프를 방문했을 때 입증됐다. 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은 메르켈 총리는 1986년 그의 박사 논문에서 열분해 반응의 첫 1천 분의 1초 동안 분자에 어떤 현상이 발생하는지를 연구했다. 바스프에서 대규모로 이 공정을 도입할지는 몇 년이 지나야 결정될 것이다.
이른 시일 안에 녹색수소는 부족해질 것이고, 청색수소는 논란이 있다. 청록수소는 아직 연구 단계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독일 산업이 어떻게 가까운 미래에 기후친화적 방식으로 철강·시멘트·화학물질을 생산하는 데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또한 독일 정부는 청정에너지에 대해 유럽연합(EU)이 독일과 완전히 다른 생각을 가진 점을 우려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현재 산업계 기후목표에 대한 법체계 구축에 고심하고 있다. 독일은 기준을 완화하고 청색수소 사용을 고려하지만, EU는 한 가지 예외를 제외하고는 더 엄격한 입장을 취할 수 있다. 그 예외는 원자력발전으로 생산되는 수소, 즉 ‘적색수소’다. 적색수소가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분류된다면, 2022년 최후의 원자력발전소를 폐쇄할 예정인 독일은 결정적인 불이익을 받을 것이다.
프랑스나 스웨덴 같은 원자력 옹호국들은 EU가 그런 결정을 내리도록 압력을 가한다. 이들 국가는 수소를 생산할 뿐만 아니라, 이를 바탕으로 에너지 집약적 산업을 자국으로 끌어들이려 한다. 프랑스와 스웨덴 정부는 기후를 보호하면서 동시에 산업도 진흥시키려는 것이다. 유럽이 공동의 수소 전략에 합의할 때까지, 치열한 (지원금) 분배 다툼이 벌어질 위험이 있다. 어떤 수소에 어떤 규모로 어떤 수단으로 재정을 지원해야 하는가? 정부는 기후보호를 위해 기업이 부담하는 추가 비용을 어떻게 보상해야 하는가?
페터 알트마이어 경제에너지부 장관이 설립한 수소위원회도 최근에 발표한 실행 계획에서 더 빠르게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고 경고한다. 규제 체계와 필요한 자금조달 수단을 만들기 위해 “절실하고 긴급한 행동의 필요성”이 있다. 다음 입법 기간에 무슨 일이 일어나느냐가 결정적으로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린데(Linde), 코베스트로(Covestro), 지멘스(Siemens Energy), 티센크루프 등의 최고경영자들이 참여한 26인 협의회의 의견이다. 수소위원회 일원인 독일 생태연구소의 에너지 전문가 펠릭스 마테스는 “이제 방향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테스는 향후 10년에서 15년 동안 산업, 전력, 중화물 운송에 600억유로(약 82조6천억원)를 지원해야 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것도 최대한 적게 쓰는 것으로 계산한 것이다.
그때까지 독일 산업이 화석에너지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산업계 전체가 세계의 다른 지역으로 옮겨갈 수도 있다. 기후경제학자들은 재생에너지를 더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곳으로 생산기지가 이동하는 ‘재생에너지 유인 효과(Pull Effect)’를 이야기한다. 예를 들어 오스트레일리아 같은 곳으로 옮겨갈 수 있다.

   
▲ 프랑스나 스웨덴 같은 원자력 옹호국들은 유럽연합(EU)이 원자력발전으로 생산되는 수소인 ‘적색수소’를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분류하길 바란다. 이렇게 되면 2022년 최후의 원자력발전소를 폐쇄할 예정인 독일은 불이익을 받을 것이다. 프랑스의 한 수소 저장시설 모습. REUTERS

호주, 독일의 녹색수소 경쟁자로 떠올라
오스트레일리아 대륙은 바람이 강하고, 일사량(태양에서 지구로 오는 에너지가 단위면적당 닿는 양)이 많은 해안, 막대한 양의 천연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녹색산업의 선도국가가 되기에 적합하다. 그래서 철광석 채굴로 부를 축적한 이 나라 퍼스 출신의 억만장자 앤드루 포레스트는 글로벌 수소 사업에 진출하려 한다. 2021년 8월에 열린 콘퍼런스에서 포레스트는 “우리가 가진 최대 자원은 철광석도 금도 천연가스도 아니고, 석유나 석탄도 아니다. 바로 녹색수소다”라고 주창했다.
포레스트는 (녹색수소) 에너지를 전세계로 수출할 계획이다. 운송비에서 경제성이 생기면 즉시 독일에도 판매할 예정이다. 이뿐만 아니라 오스트레일리아에 녹색수소를 이용하는 제철소를 지으려 한다. 그렇게 되면 티센크루프 등 독일 철강업계에는 강력한 경쟁자가 생긴다. 어차피 포레스트는 독일 철강업계의 방법이 친환경으로 인정받을 것으로 믿지 않는다. “색깔 논리에 속아서는 안 된다.” 회색수소나 청색수소를 청정 에너지원이라고 부르는 것은 ‘건강한 흡연’을 말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에서다.

ⓒ Der Spiegel 2021년 제36호
Das Mangel-Molekül
번역 황수경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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