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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같은 디지털 엘리트주의 해고 두려움이 성과 채찍질
[ISSUE] 넷플릭스식 기업문화
[139호] 2021년 11월 01일 (월) 토마 레스타블 economyinsight@hani.co.kr

세계 최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인 넷플릭스는 상사가 부하 직원을 관리하지 않는다. 각자의 일은 각자 책임진다. 대신 성과를 내지 못하면 언제든 자리를 비워야 한다.

토마 레스타블 Thomas Lestavel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 체스 천재의 이야기를 다룬 넷플릭스 자체 제작 드라마 <퀸스 갬빗> 홍보 사진. 넷플릭스 누리집

넷플릭스는 다른 플랫폼 기업과 함께 코로나19 감염병 대유행의 수혜 기업이다. 이동제한령이 떨어져 집에서 옴짝달싹 못하게 된 사람들에게 시간 보내기용으로 넷플릭스만 한 게 없었다. 드라마 <퀸스 갬빗>의 체스 경기를 보면서 감탄하고, <F1: 본능의 질주>의 자동차 엔진이 울리는 진동에 가슴이 떨렸다.
프랑스에서 제작한 <뤼팽>은 세계에서 2억1천만 명이 봤다. 2020년 매출액 250억달러(약 30억원), 순이익 28억달러를 기록한 넷플릭스의 콘텐츠는 사실 디즈니 같은 대형 제작사에서 빌린 게 대부분이다. 최근 디즈니는 자체 OTT를 시작했지만 현재까지 가입자를 1억1600만 명밖에 모으지 못했다. 금융시장이 놀란 정신을 가다듬는 사이 넷플릭스의 시가총액은 2천억달러를 넘어섰다. (프랑스 에너지 대기업) 토탈에너지의 2배다.
괄목할 만한 성공이다. 넷플릭스는 1997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가토스에서 DVD 택배 대여 사업으로 시작해 스트리밍 서비스로 전환한 뒤 끊임없이 인기 콘텐츠를 쏟아내고 있다. 회사의 목표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이다. 2014~2016년 넷플릭스에서 일한 프랑스 엔지니어 아롤드 테티오는 “한 계정이 플랫폼에 머문 평균 시간으로 사용자 만족도를 평가한다”며 “그 수치가 오르면 직원 모두에게 상여금이 지급된다”고 말했다.

규칙 없음!
어엿한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성장한 넷플릭스의 사례는 에어비앤비나 우버, 테슬라 같은 기업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넷플릭스가 이들 기업과 다른 점이 하나 있다. 기업문화다. 넷플릭스 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리드 헤이스팅스는 그가 만든 독특한 기업문화 덕에 ‘경영의 신’으로 떠올랐다. 헤이스팅스는 2020년 자신의 경영 철학을 소개하는 책 <규칙 없음>을 세계 최고 비즈니스 학교인 인시아드(INSEAD)의 에린 마이어 교수와 함께 집필했다.
헤이스팅스는 책에서 ‘자유’와 ‘책임’의 문화를 강조한다. 또 “회사는 직원을 신뢰함으로써 직원에 대한 통제를 제거해야 한다”고 말한다. 경비로 쓴 돈을 일일이 확인하거나 휴가 관련 규정을 만들지 않는 것이다. 책은 헤이스팅스가 2009년 공개한 넷플릭스 사내 규정 슬라이드(컬처 데크)를 다시 소개한다. 컬처 데크는 페이스북 2인자 셰릴 샌드버그가 “실리콘밸리에서 나온 그 어떤 기록보다 더 중요한 자료”라고 평가할 정도로 유명하다. 프레젠테이션 공유 사이트인 슬라이드셰어에서 2천만 건이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고, 지금도 무료로 찾아볼 수 있다.
규정이 없는 것이 규정? 사실 규정이 딱 하나 있다. ‘회사에 이득이 되게 행동하라’다. 상사는 부하 직원을 통제하기보다 직원에게 “모범을 보여야 한다.” 직원들은 어떤 의견이든 거리낌 없이 상사에게 얘기해야 한다. 회사는 직원을 신뢰하고, 직원은 의사결정 주체가 된다. 가령 직원이 재무팀 승인 없이 물품 구매 결정을 내린다.
아롤드 테티오는 말했다. “캘리포니아 지사에서 일할 때 아이폰 같은 전자기기를 뽑을 수 있는 자판기가 있었다. 제품마다 표시 가격을 보고 회사가 부담한 금액을 확인할 수 있다. 누구든 자유롭게 쓸 수 있었다. 이 자판기는 헤이스팅스가 지향하는 자유와 책임의 문화를 잘 보여준다.” 넷플릭스 기업문화의 또 다른 특징인 전략과 재무의 투명성이 엿보인다.
넷플릭스 임금은 경쟁업체보다 평균 25% 더 높다. 아롤드 테티오는 “회사가 직원들에게 다른 회사에서 채용 면접을 보게 해 직원의 시장가치를 확인한다”고 말했다. 업계 최고만 남기기 위한 정책이다. 헤이스팅스에 따르면 회사의 목표는 “인재 밀도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아이스크림을 정말 잘 담는 사람은 평범한 사람보다 능률이 2~3배 높을 것이다. 하지만 “창의적 분야에서 베스트 플레이어는 평균보다 10배 이상 일을 해낸다.”
그래서 넷플릭스는 최고 중의 최고를 찾는다. 인턴이나 신입은 채용하지 않는다. 경력만 뽑는다. 그 과정도 까다롭다. 아롤드 테티오는 “채용 담당관이 12명 정도 된다”며 “마지막 면접은 8시간 넘게 걸린다”고 말했다. “지원자의 끈기를 시험하고, 말에 일관성이 있는지 보기 위함이다.”

   
▲ 엘리트주의 경영방식을 고집하는 넷플릭스 창업자 리드 헤이스팅스가 2016년 미국 라스베이거스 소비자가전박람회(CES)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REUTERS

디지털 다위니즘
높은 인재 밀도를 쌓으려는 넷플릭스에서 회사는 가족이 아닌 프로 스포츠팀에 비유된다. “가족적인 분위기가 주는 ‘무조건적인 사랑’은 가까운 동료의 실수를 용인하게 한다”고 헤이스팅스는 책에서 말한다. 넷플릭스는 그런 직장과 거리가 멀다. 가족 문제로 성과가 떨어지자 회사를 나와야 했던 개발자는 이렇게 말했다. “동료가 최고 기량을 발휘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해 돕지만, 나도 언제든 팀에서 빠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벤치에 앉아 쉬어도 된다. 다만 오래는 안 된다. 나는 그 대가를 치렀다.” 그래도 그는 넷플릭스 경력이 적힌 이력서가 “매력” 있음을 인정한다.
헤이스팅스는 책의 1장에서 그가 어떻게 엘리트주의 경영방식을 고집하게 됐는지 설명한다. 닷컴 버블이 붕괴한 2001년 넷플릭스는 자금줄이 끊기자 직원 중 3분의 1인 40명을 해고해야 했다. 아슬아슬한 위기가 지나가고 헤이스팅스는 놀라운 일을 경험한다. 전보다 생산성과 의욕이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직원들은 “난데없는 호황”으로 많아진 일을 “인원이 30% 줄어든 상태”에서 “더 의욕적으로” 해치웠다. 그는 그때의 경험에서 재능 있는 직원들은 서로 이끌어주며 함께 성장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반면 “팀에 평범한 사람이 1~2명 섞여 있으면 팀 전체 성과가 떨어진다.”
넷플릭스는 인재만 살아남도록 하는 다위니즘을 신봉한다. 그래서 부하 직원이 최고 기량을 발휘하는지 계속 확인하라고 상사를 독려한다. “각 직책에 록스타가 1명 있으면 넷플릭스에서 일하는 모두가 더 행복하고 더 큰 성과를 낼 것”이라고 헤이스팅스는 말한다. 이를 위해 회사는 ‘키퍼 테스트’ 제도를 도입했다.
키퍼 테스트는 관리자에게 주기적으로 이런 질문을 던지게 한다. “팀원 중 한 사람이 내일 그만두겠다고 하면 다시 한번 생각해보라고 설득하겠는가, 아니면 속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사직서를 수리하겠는가?” 답이 후자라면 넷플릭스는 그 직원을 당장 내보낸다. 해고의 쓰라림을 달래줄 두둑한 퇴직금과 함께. 그리고 그보다 유능한 사람을 찾아 앉힌다.
인터뷰에 응한 넷플릭스 출신 개발자는 “캘리포니아 지사에서 보낸 마지막 해는 이혼으로 일에 집중하기 어려웠다”며 “회사는 개인적인 일이 잘 해결되게끔 6개월치 급여를 주며 나를 해고했다”고 말했다.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는 넷플릭스 업무 환경에 관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넷플릭스 프랑스 지사에 연락했지만, 답을 줄 대변인을 찾지 못했다.

두려움 조성하는 문화
영미권 언론은 성과 부족으로 하루아침에 쫓겨날 수 있는 넷플릭스 기업문화를 “두려움의 문화”라고 묘사한다. 2018년 <월스트리트저널>은 넷플릭스 전·현 직원 70명 이상과 나눈 대화를 바탕으로 작성한 탐사 기사를 보도했다. 마케팅 관리직에 있었던 한 여성은 인사과 동료에게 해고 당시 자신의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물었다. 인사과 동료는 그에게 “성과가 없는 직원을 더 빨리 해고했어야 한다”고 대답했다.
넷플릭스에서 부족한 결단력은 유약함의 방증이다. 투명성은 동정심에 자리를 내주지 않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해고 사유가 적힌 이메일을 임직원 수백 명에게 돌리는 넷플릭스의 ‘솔직한 문화’가 어떻게 해고 직원에게 수치심을 주고, 직장 안에서 불안감을 조성하는지 설명한다. 언론홍보팀 직원은 회사에 해고의 두려움을 토로한 뒤 이런 말을 들었다. “잘됐네요. 두려움은 행동하게 하니까요.”

ⓒ Alternatives Economiques 2021년 10월호(제41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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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최혜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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