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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데이터 실탄 삼아 총력전
[SPECIAL REPORT] 인공지능(AI)- ① 미-중 전쟁
[139호] 2021년 11월 01일 (월) 쥐스탱 들레핀 economyinsight@hani.co.kr

인공지능(AI)은 21세기 복음이자 묵시록이다. 거대 플랫폼 기업들의 급성장과 맞물려 사람의 일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인공지능에서 압도하는 나라가 세계를 지배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AI 패권’을 둘러싼 정부와 글로벌 기업의 총력전 또한 뜨겁다. 한발 앞선 미국을 중국이 무서운 속도로 추격하고 있다. 하지만 인공지능의 알고리즘 기술은 아직 완벽과 거리가 멀다. 사람의 자잘한 손길이 상당 기간 필요할 전망이다. _편집자

쥐스탱 들레핀 Justin Delépine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 2016년 3월15일 서울에서 열린 구글의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 천재 기사 이세돌(오른쪽)의 대국이 모두 끝난 뒤, 알파고를 개발한 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 최고경영자가 상금을 수여하며 이세돌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REUTERS

세기의 경제전쟁이 인공지능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이 일상 곳곳에서 활용될 것이라고 한다. 전기와 증기기관이 그랬던 것처럼, 인공지능도 산업 전반에 서서히 스며들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이 빠진 경제를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인공지능을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 2017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과장된 말일지 모르나, 오늘날 인공지능이 권력과 주권의 도구로 얼마나 큰 주목을 받는지 알 수 있다. 이런 인공지능 기술의 주인이 되기 위해 각국 정부와 글로벌 기업 모두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스푸트니크 충격
범지구적 인공지능 개발 경주에서 두 강대국이 선두를 달린다. 미국과 중국이다. 두 나라 사이에 끼어들 자리는 없다. 인공지능 산업 투자 규모로 세계 1위인 미국이 지금까지 대부분 영역에서 우위를 차지한다. 그런 미국을 중국이 무서운 속도로 추격한다.
그도 그럴 것이, 2016년 중국에 큰 충격을 준 사건이 있었다. 미국 기업인 구글의 자회사가 만든 인공지능 알파고가 세계 최고 바둑기사를 상대로 압승을 거뒀다. 중국에서 바둑은 엘리트 집단, 그 가운데서도 군 간부들이 즐기는 놀이로 특별한 의미가 있다. 그런 중국인들에게 알파고의 승리는 ‘스푸트니크 충격’처럼 다가왔다. 1957년 냉전시대 소련은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 발사에 성공하면서 라이벌인 미국에 큰 충격을 안겼다.
알파고 이후 중국은 대대적인 개발 계획에 들어갔다. 2025년까지 주요 기술을 발전시키고 2030년까지 세계인공지능혁신센터를 설립하는 것이 목표다. 유럽공동혁신이니셔티브(JEDI)와 프랑스 국제관계전략연구소 소속 연구원 샤를 티부는 “이 계획의 예산으로 2020~2025년 해마다 200억달러(약 24조원), 그 뒤로는 매년 600억달러가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투자은행(EIB)의 최근 보고서를 보면 2010년부터 약 10년간 인공지능 산업에 투자한 돈의 80%가 미국과 중국이 쓴 돈이다. 미국이 중국보다 투자에 적극적이다. 유럽은 전체 투자액의 7%밖에 차지하지 않는다. 2019년 유럽 나라들의 투자액은 20억유로(약 2조7500억원)에 조금 못 미친다. 인공지능 분야에서 미국과 중국의 압도적 우위는 특허출원 건수를 봐도 알 수 있다. 기업으로 순위를 매기면 미국의 아이비엠(IBM)과 마이크로소프트(MS)가 낸 특허가 가장 많다. 하지만 대학별로 보면 특허 건수 1~20위 가운데 17곳이 중국 대학이다.

21세기 석유
미국과 중국이 인공지능 산업을 주도하는 것은 이들 나라가 ‘원료’인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프로그램이 ‘지능’을 갖추게 하려면 방대한 데이터가 필요하다. 데이터를 ‘21세기 석유’라고 부르는 이유다. 프랑스 공과대학인 텔레콤파리테크 소속 경제학자 파트리크 웰브렉은 “인공지능 분야에서 성공하는 기업은 지식재산인 알고리즘과 계약재산인 데이터를 가진 기업”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을 인공지능 패권국으로 만든 것도 이들 나라의 디지털 대기업이다. 미국은 GAFA(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 그보다 더 정확히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아이비엠을 더한 GAFAMI가 있다. 중국은 바이두(검색엔진), 알리바바(전자상거래), 텐센트(사회관계망·메신저 서비스), 화웨이(이동통신장비), 샤오미(스마트폰 제조)가 대표하는 BATHX가 있다.
검색엔진 구글은 미국과 함께 유럽에서도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다. 인터넷 검색의 90% 이상이 구글을 통한다. 인터넷 쇼핑, (구글맵) 길찾기, (지메일) 메시지까지 합해 엄청난 양의 데이터가 구글에 모인다. 페이스북 가입자는 28억 명, 그 가운데 정기적 사용자(액티브 유저)는 18억 명이나 된다. 이들 사용자가 페이스북에 올리는 사진 등 콘텐츠는 인공지능이 얼굴을 식별하고 메시지와 사용자 행동을 분석하는 법을 배울 때 재료로 쓰인다.
인터넷 사용자가 9억 명이 넘는 중국은 그 자체로 데이터 밭이다. 현재 전체 인구의 63%만 인터넷을 쓰고 있어 잠재적 사용자 5억 명까지 더하면 중국이 모을 수 있는 데이터의 양은 훨씬 더 늘어날 것이다. 게다가 중국은 디지털 서비스 사용 빈도가 매우 높다. 대표적으로 모바일 메신저 위챗은 사용자 수가 많을 뿐 아니라 제공하는 서비스 영역도 넓다.
구글차이나 사장을 지낸 리카이푸는 위챗이 “디지털 왕국”이라고 말한다. “실제 세계의 방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저장하는 평행 세계다. 사용자 위치를 초 단위로 확인하고, 사용자가 어떤 교통수단을 이용하는지, 식습관이 어떤지, 몇 시에 어디서 장을 보는지, 혹은 맥주를 사는지 같은 정보를 알아낸다.” 중국에서는 모바일결제 서비스도 대중화돼 있다. 7억 명 넘는 사람이 모바일결제 서비스를 이용한다.
프랑스 파리정치대학 연구소인 메디아랩의 정치학자 세브린 아르센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자국 기업이 데이터를 양껏 모을 수 있게 내버려뒀다. 그러다 2017년 데이터 수집을 규제하는 ‘사이버보안에 관한 법’이 처음 제정됐다. 이후 개인정보를 수집하기 전에 사용자 동의를 얻어야 하는 등 데이터 수집 규제가 엄격해지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중국이 앞으로 수집하는 데이터의 양은 줄어들 수도 있다. 파리정치대학 소속 경제학자이자 미네스텔레콤연구소 연구원인 아스마 말라는 “중국 기업이 가진 데이터는 거의 모두 중국 사용자의 정보”라는 점을 한계로 지적한다. “다양성이 부족하다. 그런 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든 기술은 취약할 수 있다. 그래서 중국 기업이 아프리카나 다른 아시아 국가에 투자하는 것이다.”

신자유주의 vs 계획경제
중국 정부가 기술개발 국책사업에 따라 민간기업에 쏟아붓는 지원은 극히 소수에게만 돌아간다. 각 분야의 주력 기업에만 정해진 예산을 투자한다. “국가가 돈을 대고 민간이 기술을 발전시키는 것이 중국 방식”이라고 세브린 아르센은 설명했다. “미국은 중앙정부가 민간기업을 대상으로 금전 지원이나 계약 체결 같은 장려책을 쓰지만, 정부가 기술개발을 계획하지 않는다”고 샤를 티부는 말했다. “미국은 혁신과 경제발전을 우선시하는 신자유주의 모델을 따른다. 어떤 형태의 경제 발전이든 상관하지 않는다. 정부가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하지 않는다. 반면 중국 모델은 정부가 개입하고 통제한다.”
아스마 말라는 “두 방식 모두 패권을 차지하려는 경주”라고 말한다. “기술은 중립적이지 않다. 그 안에는 특별한 관점과 메시지가 숨어 있다. 미국과 중국이 이런 다툼을 벌이는 것도 각자의 세계관을 다른 나라에 강요하기 위함이다.” 거대 기술기업 역시 이 두 나라가 권력을 키우는 도구로 여겨진다. 중국에서 대기업과 중앙권력의 관계가 유독 끈끈한 것은 사실이나, 미국에 그런 유착관계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에릭 슈밋의 이력을 따라가보면 알 수 있다. 2001~2011년 구글 최고경영자였던 그는 2016년부터 2020년까지 미국 국방부의 혁신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기업과 정부의 사이가 좋다고 해서 “기업이 정부로부터 전략적으로 자립”하는 데 방해되는 것은 아니라고 샤를 티부는 말한다. 달리 말해 구글 등은 워싱턴의 영향력을 벗어나기도 하고, 자신의 독점 지위를 이용하다 법적 분쟁에 휘말리기도 한다. 그러나 중국에선 정부의 영향력이 훨씬 더 강하다. 마윈 알리바바그룹 회장은 2020년 중국 금융감독 당국을 비판한 뒤로 석 달 동안 모습을 감췄다. 최근에는 중국판 우버인 디디추싱이 중국 규제 당국의 희생양이 됐다.

   
▲ 미국 뉴욕 스태튼아일랜드에 있는 거대 디지털기업 아마존의 배송센터에서 로봇들이 배달 물품을 운반하고 있다. 아마존은 미 항공우주국(나사)보다 더 많은 돈을 연구개발에 쓴다고 한다. REUTERS

패권의 그늘
데이터 전쟁이 이렇게 치열하게 벌어지는 것은 인공지능 기술의 중요성이 여러 경제 영역으로 확장되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기술을 지배하는 기업은 산업 곳곳에서 늘어나는 부가가치를 모두 자기 것으로 끌어모을 수 있다. 한 줌의 기업이 경제활동을 장악하고 시장을 주무르는 막강한 권력을 쥐는 셈이다. 그렇게 되면 가격과 생산 조건을 기업 마음대로 정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정보기술 대기업이 어떻게든 독점 지위를 지키려 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다른 기업이 필적할 수 없는 막대한 돈을 기술개발에 투자한다. 경제학자 도미니크 나뮈르는 “아마존이 연구개발(R&D)에 쓰는 돈은 미 항공우주국(NASA)보다 많고, 프랑스국립과학연구원(CNRS)에 견줘 5배나 된다. 구글 등 5대 디지털 대기업은 프랑스 전체 기업을 합친 것보다 많은 돈을 연구개발비로 쓴다.”
이들 기업은 독자적으로 혁신 기술을 개발하기도 하지만 잠재적 경쟁 회사를 돌아가면서 사들인다. 2000년대 들어 인공지능 분야의 스타트업을 가장 많이 매수한 기업으로 구글을 따라올 곳이 없다.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인 알파고를 만든 딥마인드 역시 구글이 2014년 6억달러에 샀다. 인공지능 기술 패권을 향한 미국과 중국의 경주에서 유럽을 포함한 나머지 세계는 경주 참여와 규제 사이에서 주저한다. 양국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다른 나라의 입지는 더욱 줄어들 것이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21년 10월호(제416호)
Chine - État-unis: bataille pour le big data
번역 최혜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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